데본시아는 제 추적 마법을 피한 백작의 딸이 대체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백작가에 대해 샅샅이 조사했다.
그 결과 그는 꽤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백작은 지금의 딸을 얻기까지 세 명의 아이를 잃었다. 모두 딸이었으며, 그 아이들은 태어날 때마다 꼭 하나씩은 결손을 가지고 태어나, 출생 직후 사망했다.
첫째는 심장을 소실한 채 태어났다.
둘째는 뇌를 소실한 채 태어났다.
셋째는 뼈를 소실한 채 태어났다.
멀쩡히 태어난 줄 알았던 마지막 아이까지 혼에 결손이 있다는 통보를 들었다.
첫째를 잃었을 때 백작과 그 남편은 슬퍼하고, 애도했다.
둘째를 잃었을 때 백작과 그 남편은 본인들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의사를 찾았다.
셋째를 잃었을 때 백작과 그 남편은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해서 똑같이 마법에 손을 댔다.
넷째가 태어났을 때 백작과 그 남편은 자신들이 행한 마법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들의 아이가 일곱 살이 되었을 때, 그들은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마냥 얌전한 거라고 여겼던 아이가 사실 얌전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자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걸, 그 흔한 동물들보다도 자의식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크게 절망한 백작과 그 남편은 어떻게든 딸아이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또다시 마법에 손을 댔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손을 대다가 저주에까지 손을 댔고, 그 결과로 백작의 남편이 목숨을 잃었다.
그런 참사를 겪었음에도 여전히 아이는 자의식이 없었다.
백작에게는 이제 딸만이 남았을 뿐인데, 딸아이는 그녀에게 형식적인 인사만 건네는 인형이나 다름없었다.
백작은 현실 도피를 하며 제 딸을 외면했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유일하게 남은 가족을 포기하지 못해 사방팔방으로 아이를 고칠 방법을 찾아다녔다. 남편이 목숨까지 걸며 고치려 했던 딸이었다.
아무런 의식이 없는 솜 인형 같은 딸임에도, 제 딸이기에, 제가 기르고 낳은 딸이기에, 남편이 목숨까지 걸었던 딸이기에, 포기하지 못했다.
그 끝에 그녀는 직접 소문을 흘리고 신성 마법사인 황태자를 자극하여 끌어들였다.
소문의 경위를 알게 된 후, 데본시아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흘렸다.
남편을 잃고 딸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모정에 낚인 것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황당했다. 기만당한 기분에 화까지 조금 났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백작의 딸을 향한 호기심은 더 강해졌다.
저주와도 같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소실한 채 태어나는 백작의 딸.
그 원인이 뭘까.
정말 저주일까.
그 궁금증이 그를 이끌었다.
데본시아는 황태자로서 교육을 받고 업무를 이어 나가는 틈틈이 백작가 공녀의 혼을 찾았다.
처음에는 별로 진지하지 않았다. 인형 같은 그 빈 몸의 피를 몇 방울 뽑아다 추적 술식을 그려 발동시켜 놓고서 방치했다. 그래도 그는 신성 마법사인지라, 대충 그린 술식도 아주 높은 등급의 마법이었다.
그런데 그 마법이 한 달이 넘도록 아무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그는 또다시 후두부를 가격당한 듯한 충격을 느꼈다.
제국에서 손에 꼽는 천재인 그가, 무려 신성 마법사인 그가 그린 추적 술식이 한 달 넘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믿을 수 없었다.
뭐든지 쉽게 완수하고 얻던 그가 처음으로 겪은 실패였다.
그는 생에 처음으로 쓰디쓴 자괴감을 맛봤다.
끔찍한 기분이었다.
데본시아는 자신의 술식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냥 시행착오일 뿐이다. 너무 가볍게 여기고 대충 해서 그렇다. 조금만 심혈을 기울이면 술식은 만족스러운 결괏값을 내보이며 성공할 것이다. 생각하며 새 술식을 그렸다. 이번에는 허투루 하지 않았다.
백작가에 있는 그 인형 같은 존재의 피를 다시 뽑아 와서 첨예한 술식을 그렸다. 두 달에 걸려서 완성했다. 신성 2계에 해당하는 마법이었다. 절대 실패하지 않으리라 이를 악물고 마력을 쏟아부어 술식을 가동했다. 그날 그는 처음으로 남의 일이라 여겼던 마력의 과부하를 겪었다. 보는 이가 아무도 없는데도 제 턱까지 적시며 흐르는 코피가 창피해 미칠 것 같았다.
내가 이렇게까지 했어. 그러니까 실패할 리 없어.
확신했다.
신성 2계 마법이면 제국 역사에도 유례가 없는 고등 마법이었다. 데본시아는 고작 열여섯의 나이로 그걸 해냈다. 고작 한 인간의 영혼을 추적하는 데 이 정도 술식을 썼다.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코피가 흐른 건 창피했으나, 술식을 완성하고서 그는 의기양양해졌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한 해가 가도록 술식은 그 영혼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신성 2계의 추적 술식인데, 그랬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그 공녀가 저주받은 마물이나 악마라 영혼을 봉인이라도 당한 건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그는 처음 겪는 분노에 열병까지 날 정도로 절절 끓었다.
바짝 약이 올랐다.
그까짓 게 뭔데, 시답잖은 소문으로 제 심기를 건드리더니 코빼기도 안 비치고 이렇게 자존심을 무너뜨릴 수가 있나.
무조건 찾아낼 것이다. 그것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 설령 지옥이더라도 찾아내서 눈앞으로 끌어와야 했다.
그는 분노한 만큼 더 집착적으로 변모했다.
신성 2계보다 더 높은 등급의 마법이 필요하다. 어쩌면 1계보다 더 높은, 금기라 불리는 신성 극계 마법.
그거라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황태자인 그에게는 그 금기를 건드릴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극계 마법은 금기인 만큼 정보가 부족했고, 마법을 행하는 데 기본인 술식의 표본 자체가 없었다.
직접 표본을 만들어 내는 데는 아무리 천재라 불리는 그라도 일 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것도 그가 황태자의 의무를 미루고 극계 마법에만 매달릴 때 가능한 시간이었다.
황태자의 의무까지 전부 수행하며 하자면 삼 년이 넘게 걸릴지도 몰랐다. 그것도 표본을 만드는 데에만 걸리는 시간이었다. 표본을 원하는 마법의 형태로 변형하고 최적화하는 데는 또 한참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적어도 사 년은 넘게 걸릴 게 뻔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일 수는 없었다.
그는 최대한 빨리 결과를 내고 싶었다. 이미 백작이 부탁한 지도 일 년이 넘어갔다. 이보다 더 늦어 백작의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결과를 내지 못하면, 이 일은 그에게 있어 수치스럽기 그지없는 오점이 되리라.
그리하여 그는 자존심을 굽히고서 타인에게 도움을 구하게 되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가 손을 내민 대상은, 혼이 없는 그것의 사촌이었다.
아리앨라 클라우스.
금기인 신성 극계 마법의 술식을 그려 내 마법계에서 영구 제명을 당한 문제아. 무하 공작가에서 몰래 빼 간 해제술의 천재. 마력과 마법에 미친 광기의 연구가.
그녀를 몰래 불러내 마주했다.
“네가 신성 극계 마법의 표본 술식을 그려 낸 걸로 알아.”
“그 표본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리앨라 클라우스는 눈치가 빨랐다. 그리고 그의 생각보다 더 마법에 대한 갈망이 컸다.
그녀는 신성 극계 마법을 볼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일이 순조로웠다.
데본시아는 아리앨라로부터 받아 낸 술식을 표본으로 신성 극계에 해당하는 추적 술식을 그려 냈다. 기절할 만큼 강대한 마력을 쏟아 내 수치스럽게도 토혈까지 한 끝에 그것을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아리앨라를 만나고서 일 년 만의 일이었다.
기어코 그 영혼의 행방을 찾아냈다.
몹시 놀랍게도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차원에 머물고 있던 그 영혼을, 찾아내 눈에 담았다.
제가 있는 곳과는 너무도 다른, 완전히 분리된 세계.
데본시아는 눈이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리도 찾아 끌어오겠다고 벼르던 존재가, 제 손이 닿을 수도 없는 저 너머에 있다는 사실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차원 너머의 존재를 끌어오는 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두 세계에 큰 충격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미 금기를 한 번 깼다. 두 번은 어렵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신성 극계 술식을 그렸다.
너를 데려와야겠다.
설령 그게 신에게 도전하는 일이라 나를 망가트리더라도.
‘나는 너를 내 앞에 데려와야겠어.’
망가진 자존심과 비틀린 집착의 발현이었다.
결핍이 없던 그는 제게 결핍을 선사한 그 존재를 감히 용서할 수 없었다.
희고 푸른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죽을 것처럼 토혈해도 멈추지 않았다.
신성 마법사의 목숨을 내건 발악이 결국 결실을 맺었다.
그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차원을 뚫고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에 구멍이 났다. 그리로 그 영혼을 억지로 잡아끌었다.
폭발하는 소리가 났다.
차가 터졌다.
건물의 유리가 깨졌다.
차에 불이 붙었다.
그것의 부모가 죽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은 고통에 차 발악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죽었고, 겨우 숨만 붙은 아버지를 붙잡고 있었다.
“죽기 전에 가! 너라도! 얼른!”
“싫어! 안 갈 거야!”
“너, 왜 말을 안 들어! 가! 빨리 가라고!”
“절대 안 가! 아빠 두고는 절대 안 갈 거야! 아빠!”
그것이 억척스럽게 제 아버지를 붙들고 늘어졌다. 불이 크게 번졌다.
데본시아는 혀를 찼다.
어차피 저것의 아비는 살 수 없는데.
이대로는 둘 다 죽을 것이 뻔했다.
데본시아는 그것을 죽게 둘 수 없었다.
내가 너를 데려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데, 감히, 죽으려고.
그럴 수는 없다.
그는 저항하며 제 아버지의 손을 붙잡으려던 그것을 마력으로 감싸 억지로 잡아 끌어왔다. 저항하던 그것이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것이다.
그 틈을 타 데본시아는 그것의 혼을 이 세계로 가져왔다. 원래의 그 영혼을 담고 태어났어야 할 몸에 넣었다.
드디어 빈 몸이 주인을 찾았다.
***
데본시아는 애리얼 허클리의 혼을 끌어왔다.
그러고서 일주일간 기절했다.
신성 극계 마법의 후유증은 극심했다.
그나마 주변을 잘 수습한 덕에 소문이 크게 새어 나가지는 않았다.
데본시아는 긴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기대앉은 채로 생각했다.
왜 금기를 두 번이나 어겨서 제 살을 파먹으면서까지 이 짓을 했을까.
광기에 휩쓸린 것 같았다.
그만큼 그는 처음 맛본 좌절감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었다. 그 탓에 그는 객기에 가까운 오기를 부렸다.
그럼에도 결국 해냈기에, 그의 좌절감은 사라졌고, 자존심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다시 전처럼 완벽하고 오만해졌다.
그 후 그는 제 손으로 데려온 애리얼 허클리의 존재에 대해 잊고 지냈다.
그녀가 다시금 그의 앞에 나타날 때까지.
“아……, 안녕하세……. 아니, 황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왕창 말을 더듬으며 엉망인 인사를 하는 그녀를 보고서, 그는 과거를 떠올렸다.
그가 이를 악물고 이 세계로 끌고 왔던 존재.
그녀가 황성에 나타나 마력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그와 같은 신성 마법 등급.
그녀는 제국의 두 번째 신성 마법사가 되었다.
그는 애리얼 허클리의 결과지를 보며 오싹한 가설을 떠올렸다.
한 제국에 두 명의 황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한 세계에 두 명의 신성 마법사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한 세계, 동시대에 두 명의 신성 마법사가 존재한다. 그가 데려왔다.
매번 죽어 나가다 기어코 혼을 잃고 태어난 빈껍데기에 주인을 찾아 주었다.
그리하여 동시대에 두 명의 신성 마법사가 탄생했다.
매번 죽던 것을 살려 냈기 때문에…….
‘혹시, 백작의 딸은 내 마력에 눌리는 바람에 계속 뭔가를 소실한 채 태어난 건가? 백작 부부의 보호 마법으로 목숨을 보전한 채 태어났을 때도 재차 내 마력에 밀려 그 혼이 다른 세계로 날려 간 건가?’
그런데 그걸 내가 기어코 찾아온 건가.
선득한 깨달음이 찾아온다.
그에 뒤이어 이유 모를 희열도 찾아왔다.
내가 너를 데려왔다.
나와 같은 등급인 너를.
내 자존심을 뭉갰던 너를.
굴복시켰다.
신성 마법사를 꺾은 신성 마법사였다.
그는 전례 없던 존재가 되었다.
그래서 그는 도취되었다.
제게 도취감을 선사하는 그녀를 바라게 되었다. 중독되었다.
애리얼 허클리, 너는 현시대에서 나와 같은 유이한 존재이며, 나에게 이런 희열을 선사하는 유일한 존재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그녀를 파멸하게 하고 그를 파멸하게 하는, 그가 만든 굴레의 시작. 집착의 시작.
파멸하게 될 집착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