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홀에 하얀 꽃잎이 뿌려졌다. 연녹색의 카펫 위로 실크로 된 순백색의 웨딩 로드가 깔렸다. 웨딩 로드의 양옆으로는 백합이 잔뜩 장식되어 장관이었다.
애리얼은 이것과 비슷한 풍경을 본 적이 있었다.
스카이라와의 약혼식 날이 이 비슷한 풍경이었었나. 잘 기억나지 않았다. 이보다는 훨씬 조촐했던 것도 같고. 그리고 피가…….
애리얼은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고 회상을 그만뒀다.
데본시아는 그녀에게 잠깐 홀을 안내해 주고는 제 수족을 붙여둔 채 사라졌다. 오늘 그는 매우 바빴다.
애리얼은 따로 마련된 대기실로 들어가 가만히 앉았다. 대기하기만 해도 부쩍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딱 죽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시녀와 하녀들이 들어와 그녀를 치장하기 시작했다. 흰 얼굴에 생기를 돋우는 옅은 화장을 더한 뒤 물결처럼 떨어지는 부드러운 웨딩드레스를 조심히 입혔다. 머리칼에는 향유를 바르고 틀어 올려 꽃으로 장식한 뒤 면사포를 씌웠다. 공예품을 다루듯 흐드러진 꽃잎과도 같은 레이스의 모양까지도 하나하나 잡았다.
그러고서 시녀 한 명만을 남겨 둔 뒤 모두 물러갔다.
애리얼은 멍한 얼굴로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았다.
만년설을 조각해 만든 여신처럼 아름다웠다. 아나스타샤가 좋다고 했던 그 외관이 오늘로 절정에 이른 것 같았다.
과거에는 그녀 자신 역시 더 이상 이 외모를 보지 못하는 걸 아쉽게 느꼈었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었고, 가족의 죽음을 몰랐던 그 희망찬 시간 속에서는 그랬다.
그때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마치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득했다.
“하하…….”
힘없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 공들인 치장을 엉망으로 흩트리고 싶어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래 봐야 저 자신만 피곤할 것을 알았다. 손발이 묶인 채로 치장을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하겠지.
등 뒤로 시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손목에 채워진 브레이슬릿이 느껴졌다.
그걸 느낄수록 더더욱 죽고 싶어서, 숨이 막혔다.
차라리 식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악을 쓸까.
데본시아는 어쩌면 그것마저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뺨을 칠 때마다 웃음 지으며 오히려 얼굴을 내밀던 그가 떠올랐다.
그는 오늘 얌전히 굴라는 듯 말했지만 사실 애리얼이 저항하고 악을 쓸수록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건 그녀가 곧 죽을 것처럼 생기 없이 굴거나, 아예 죽으려고 자해나 자살을 시도할 때였다.
애리얼은 그가 기꺼워할 만한 짓은 조금도 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의 배에 바람구멍을 내거나 이마를 쏴 버리는 짓이 아니라면 하기 싫었다. 그것마저도 그가 기꺼워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하겠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뭘 할 수 있지…….”
하하, 버석한 웃음소리와 함께 혼이 나간 듯한 혼잣말을 내뱉었다.
시녀가 걱정스러워하는 얼굴로 애리얼을 향해 말을 건넸다.
“황후 폐하께선 편히 대기하고 계시면 됩니다. 혹시 어디 불편하신 곳이라도 있으시면…….”
똑똑똑.
별안간 대기실을 울린 노크 소리에 시녀의 말이 끊어졌다.
애리얼도 시녀도 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녀는 굳은 얼굴로 문 너머를 향해 물었다.
“누구십니까?”
“황후 폐하의 사촌으로, 클라우스 백작이라고 합니다. 폐하께 인사를 드리고자 하는데, 괜찮으실지요.”
아리앨라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애리얼의 눈동자가 번쩍 빛났다. 설마, 드디어. 죽었던 희망이 벌겋게 넘실거렸다. 복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두두둑 소리가 울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친분이 깊은 사람이야. 들여보내 줘.”
곧장 시녀를 향해 명령했다.
황제는 신부가 그 어떤 면회객도 받지 않도록 조처했으나 신부의 혈연은 예외로 뒀다. 게다가 클라우스 백작은 황제 쪽의 사람이었다. 황성은 출입 시 검사도 철저하니 문제 될 건 없으리라.
시녀는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어 아리앨라를 들여보냈다.
아리앨라는 결혼식에 어울리지 않는 시커먼 의상을 입고서 들어왔다. 딱 장례식에 어울릴 음울한 복장이었다. 그녀의 복장을 보자 애리얼은 왠지 모르게 통쾌해졌다.
그녀가 제 장례식에 온 것 같아서, 축하하러 온 것이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기뻤다.
“잠시만 나가 있어 줘.”
애리얼이 시녀에게 명했다.
시녀는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송구하오나 불가능합니다, 폐하. 황제 폐하께서 황후 폐하의 안위를 늘 붙어 살펴 달라고 명하셨습니다.”
철저하기도 하지.
애리얼이 착잡함을 드러내며 한숨을 쉬는데, 아리앨라가 그녀의 팔을 붙잡아 소파에 앉혔다. 그러고는 자신도 그 옆에 앉았다.
“괜찮아요, 애리얼.”
“하지만…….”
“중요한 건 저보다는 허클리 백작님이죠. 애리얼의 어머니시잖아요.”
그녀가 갑자기 영문 모를 소리를 했다. 애리얼은 이것이 그녀가 보내는 어떤 신호임을 눈치채고서 말을 맞췄다.
“어머니도 오시나요?”
“그럼요! 애리얼의 결혼식인데요. 당연히 오시죠.”
“어머니께서 축하해 주실까요?”
“네. 저보다 더 축하, 해 주실 거예요. 제가 못 왔다면 그 몫만큼 축하해 주실 분이죠. 백작님은 애리얼을 아주 많이 아끼시는걸요.”
축하, 라고 힘주어 발음하는 아리앨라의 말 속에 의미심장한 구절들이 빼곡히 포진한다.
‘제가 못 왔다면 그 몫만큼 축하해 주실 분. 축하…….’
장례식처럼 입고 온 아리앨라가 축하하고 싶어 하는 것.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했지만, 이해해 주실래요? 황성의 검사가 워낙 까다로워서요. 꽃 한 송이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네요.”
머리를 바쁘게 굴려 상황의 퍼즐을 맞춰 가는 사이 아리앨라의 말이 이어진다.
이제는 축하가 무엇인지 추론할 필요도 없었다. 휴대폰을 내어 주며 부탁했던 그것. 그것이 그녀의 손에 곧 주어지리라. 다름 아닌 허클리 백작을 통해서.
“축하 고마워요, 아리앨라.”
애리얼이 밝게 웃었다.
아리앨라는 마주 웃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식장에서 응원하고 있을 테니, 무운을 빌어요.”
무운이라니.
애리얼이 난처하다는 얼굴로 웃었다.
대놓고 의심스러운 대사를 날린 그녀는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기실을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시녀가 의심스러워하는 눈길로 아리앨라를 보았다. 그러나 이내 의심을 거둔 듯 고개를 숙였다. 데본시아를 부르는 일도 없었다. 원래 클라우스 백작은 괴짜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가끔 저런 이상한 소리도 할 수 있으리라 여긴 듯했다.
그렇게 애리얼이 한시름 놓자마자, 똑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십니까?”
“허클리 백작입니다. 황후 폐하께 축하를 드리러 왔습니다.”
백작의 차분한 음성에 시녀는 아리앨라 때와는 달리 조금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곧장 문을 열고 백작을 들여보냈다.
애리얼은 오랜만에 마주한 백작의 얼굴을 보고 죄수처럼 고개를 숙였다. 진짜 실상을 모르는 그녀는 백작의 앞에서 늘 죄인이 되었다. 그녀의 딸이 가졌어야 할 몸을 차지한 채 돌아가지도 못하는 처지로, 복수와 자살을 행하려는 중죄인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해요, 어머니.”
“당연한 일인데 감사는…….”
백작은 애리얼의 곁에 앉으며,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감싸 쥐었다. 그러고서는 시녀를 향해 말했다.
“딸아이와 긴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 주었으면 하는데.”
“송구하오나 불가능…….”
“황제 폐하께 허락을 받았다.”
백작이 겉옷의 안주머니에서 여러 번 접은 종이를 꺼내 시녀에게 내밀었다.
시녀가 곧장 종이를 펴 확인했다. 황제의 직인이 찍힌 출입 허가증이었다. 애리얼 허클리와의 독대를 허락한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그럼에도 시녀는 혹시 몰라 대기실 안의 전화기를 들었다.
“메이지입니다. 폐하께 긴히 말씀드릴 내용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예. 허클리 백작님입니다. ……예.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시녀는 수화기를 내려놓고서 애리얼과 백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내용 확인되었습니다. 허락된 독대 시간은 십 분입니다. 저는 십 분 후에 오겠습니다.”
십 분.
시녀는 둘에게 시간을 확인시켜 준 뒤 문을 닫고 나갔다.
백작은 시녀가 떠나자마자 목소리를 낮춰 입을 열었다.
“아리앨라가 내가 있던 독방으로 와서 이걸 건넸다. 이틀 전의 일이다. 황제는 모른다.”
설명을 마친 백작은 소매를 걷었다. 며칠 전 기사에게 거칠게 저항하느라 상처로 가득한 손목 안쪽이 드러났다. 백작은 꿰맨 상처가 빼곡한 살갗을 하나하나 더듬다가 한군데에 멈추었다. 백작이 손목을 들어 실로 꿰맨 부분을 이로 뜯었다. 툭, 투둑. 약한 실이 뜯기며 살이 벌어지고 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백작은 벌어진 상처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얇고 작은 무언가를 꺼냈다.
은백색으로 빛나는 작은 철판 같은 것에 제비나비가 그려져 있었다. 백작이 은백색 판에 묻은 피를 닦아 내고는 애리얼에게 건넸다.
애리얼은 놀라다 못해 창백해진 얼굴로 그녀가 내민 것을 받았다.
백작이 이만큼 다쳐서 독방에 있었던 것도 충격인데, 몸수색을 피한 방식은 더 충격이었다. 살을 가르고 그 안에 숨기다니…….
“소환진이다.”
백작이 설명했다.
소환진은 어떤 물건을 소환할 때 쓰는 일회용 마도구였다. 보통은 크고 무거운 물건을 옮길 때 사용했다. 은밀하게 물건을 주고받을 때 쓰이는 뒷거래용 마도구로도 유명했다.
“네 목소리로 네 이름을 말하는 것이 발동 조건이니, 원할 때 소환하면 된단다. 소환될 물품은 네가 가장 원할 그것이라고, 아리앨라가 전했다.”
가장 원할 그것.
다이얼이 달린 은색의 총. 파멸의 기원이라 이름 붙은 그 무기.
작은 철판을 쥔 그녀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감사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
백작은 애리얼을 향해 착잡한 눈빛을 보내더니 조금 주저하다가 말을 꺼냈다.
“……너에게 고백할 것이 있단다.”
애리얼은 사뭇 비장한 백작의 표정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긴장했다.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넌 혼에 결손이 있는 상태로 태어났단다. 대화도, 행동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의지도 주체도 없이……. 열여섯까지는 그랬어.”
백작의 설명을 듣는 순간 애리얼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혼의 결손.
그녀가 오기 전까지 이 몸은 영혼이 없는 껍데기였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이 몸에 저장된 지나치게 정적이던 과거가 섬찟하게 다가왔다.
“나는 네가 어딘가 아픈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서 널 치료하기 위해 많은 것에 손을 댔어. 의사, 마법사, 하다못해 저주에까지 손을 댔지. 그런데도 아무도 네 상태를 파악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상태를 진전시키지 못했어. 전부 포기하라는 말들만 했지. 하지만 어떻게 널 포기할 수 있었겠어! 넌 내 딸인데!”
이야기를 잇던 그녀가 격앙되어 소리쳤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듯 주먹 쥔 손이 파들파들 떨렸다. 받은 숨을 내뱉은 백작은 천천히 심호흡하며 진정하더니 마저 이야기를 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수단으로 신성 마법사인 황태자에게 부탁했다.”
아……. 애리얼은 속으로 탄식하며 눈을 감았다.
그 뒤로는 그녀가 아는 이야기와 맞물렸다. 그녀의 혼을 잡아 기어코 이 세계에 가둔 데본시아. 그로 인해 벌어진 오늘까지의 일.
“난 네가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난…… 널 포기할 수 없었어. 넌 내 딸이니까……. 네가 원래의 운명대로 이곳에 머무르길 바랐어.”
백작이 고백했다.
애리얼은 착잡한 마음에 고개를 숙여 하염없이 바닥만 보았다.
“하지만 황태자……. 아니, 황제는 정도를 넘는 인간이었다. 그런 잔혹한 인간과 엮여 네가 이렇게 고통받을 줄 알았다면 너를 이곳에 데려오지 않았을 텐데…….”
백작 역시 착잡하고 비통해하는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다가 굉장히 주저하며 어렵사리 다시 입술을 뗐다.
“그곳에서는 행복하게 살았었니?”
백작의 목소리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애리얼은 그 물음에 차분하게 답했다.
“……네. 행복했어요.”
“그랬구나…….”
백작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진한 죄책감에 젖어 일그러진 얼굴로 탄식하듯이 말했다.
“미안하다.”
그 짧은 사과에 묻어나온 진한 진심이 애리얼의 속을 후벼 팠다.
그녀가 딸의 혼을 찾으려 하지 않았으면, 나를 찾으려 들지 않았으면…….
“죽기 전에 가! 너라도! 얼른!”
아빠의 목소리가 울렸다.
기억도 없는 상태에서도 찾아 헤맸던 아빠. 그의 손, 그 목소리. 그리고 엄마.
가족을 잃었고,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 그녀는 백작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이해가 갔다.
저라도 그랬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다른 세계에 있는 엄마, 아빠를 찾을 수 있다면, 그들에게로 갈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이럴 걸 모르셨다는 거죠? 저쪽에서의 제가 어떤 상태였는지도 모르셨고요.”
“몰랐어. 알았다면 절대……. 아니, 아니야. 알았어도……. 잘 모르겠어. 나는 널 찾고 싶었어, 애리얼. 내겐 너뿐이었고…… 그래서 너무 간절했어. 미안해. 미안하다…….”
백작은 차마 거짓을 말하지 못했다. 끝내 그녀를 데려오려고 모든 수를 썼으리라 인정하며 사과했다.
그래서 애리얼은 오히려 괜찮아졌다. 그녀는…… 백작을 이해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저도 미안해요.”
“아냐, 넌 하나도…….”
“죄송합니다.”
애리얼이 백작의 말을 끊어 내며 숙연하게 고개를 숙였다.
백작은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을 하고서 입술을 달싹이다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피가 흐르는 손목은 긴 소매로 덮어 감추었다.
“애리얼……. 정말 아무것도, 내게 미안하고 죄송할 필요 없단다. 엄마는 언제나 네 편이니까…….”
떨리는 목소리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애리얼은 계속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백작은 차마 더 말을 꺼내지 못하고 하염없이 애리얼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대기실을 떠났다.
달칵, 문이 닫혔다.
모녀의 마지막일지도 모를 만남이 건조하게 끝났다.
애리얼은 아직도 백작을 어머니라 여기지 못했다. 그녀에게 부모는 데본시아의 탓에 차에서 사고를 당한 차원 너머의 엄마와 아빠뿐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애리얼!”
“어머니?”
생일날 나누었던 대화가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백작의 미안해하던 표정이 머릿속에 선명히 떠올랐다.
“아니야, 내가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일 년에 한 번뿐인 생일인데…….”
애리얼은 백작을 어머니라 불렀다. 백작도 그녀 자신을 엄마라 칭했다.
이 세계에서 가족이라는 관계였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아무런 관계도 없이 냉담한 채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쓸데없이 울컥 감정이 북받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울지 않으려고 이를 깨물었다.
똑똑똑, 시녀가 돌아와 문을 두드렸다.
“실례하겠습니다.”
시녀는 허락조차 기다리지 않고서 문을 열고 대기실로 들어왔다. 어디 이상한 것은 없는지 살피는 눈길이 날카로웠다.
애리얼은 백작이 건넨 소환진을 움켜쥐고서 치맛자락에 손을 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