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6화 (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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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마는 해독제를 만드는 게 특기. >

인구 200만의 자유도시 구례.

도심지엔 높은 빌딩이 곳곳에 세워졌을 정도로 번화했고, 인구로 보나 발전 규모로 보나 태주가 살았던 파주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큰 도시.

하지만 구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마수 웨이브의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지리산 밀림은 타 지역에 비해 마수들의 밀도가 유독 높다.

다른 지역과 다르게 심심하면 마수 웨이브가 터진다.

공권력이 약해서 치안도 별로 좋지 않아 별의별 인간 군상들이 넘쳐난다.

빚을 지고 도망간 채무자, 채무자를 쫓아 온 빚쟁이, 수배를 피해 도망 온 범죄자, 한탕 크게 해 먹어 보려는 도박꾼, 이런 모두를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

그래도 사람 살만한 동네.

도시 자치 위원회가 구성되어 부족한 치안을 보충해주고 있고, 상업 활동도 활발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삼한제국에서 생산되는 마수 부산물의 20%가 자유도시 구례 한곳에서 나온다.

마수 종류도 많고 숫자도 엄청나다는 의미.

수십 개의 오크 부락을 위시해 칼날이빨 담비, 폭풍 족제비, 독발톱 삵, 붉은 털 늑대, 자이언트 반달곰, 강철 깃 수리부엉이···.

제국으로선 부담이 되는 위협 요소.

지리산 마수 웨이브를 틀어막기 위해 지리산 북쪽 산청시, 함양시, 남원시에 각각 제국군 마수 방어 군단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방어만 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지속적으로 마수의 숫자를 줄여줘야 한다.

그런 이유로 제국 황실은 지리산 남쪽 지역 구례를 자유도시로 지정했다.

사냥 부산물 판매에 한정해 세금을 감면하고, 도박과 매춘 허용, 공권력도 최소화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군 소속이 아닌 민간 각성자들이 많이 몰렸다.

마수 사냥으로 시스템 등급을 올리고, 부산물을 채취해 돈도 벌고.

태주가 구례 자유도시에 자리를 잡기 위해 해야 할 일.

사냥?

아직은 때가 아니다.

고작 1성 경지의 혼원무상독령공, 강한 마수를 만나면 위험하다.

또한 독으로만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나?

암기도 있어야지.

독과 암기.

그 둘이 보여주는 시너지.

함께 해야 비로소 완벽해진다.

하지만 암기는 매우 많은 비용이 든다.

특성상 주문 제작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럼?

먼저 돈을 벌어야지.

현재 빈털터리 신세.

암기 구매나 제작은 꿈도 못 꾼다.

숙소도 정해야 하고, 밥도 먹어야 하고, 스마트폰 개통도···.

원래 있던 건 버려버렸다.

낡기도 했고, 번호도 바꿀 생각에.

또한 작게나마 가지고 있던 아버지에 대한 미련도 함께 버릴 목적.

잠자는 데야 공원이나 기차역에서 노숙하면 되지만 문제는 배고픔.

사람이 독만 먹고 살 수 있나?

그래서 시작한 것이 사냥 서포터.

서포터, 그냥 짐꾼이다.

보통 짐꾼은 마나 순응자 일반인들.

마나 적합자도 서포터이긴 하지만 그들은 짐꾼이 아닌 전투 보조요원.

당분간 짐꾼을 하기로 했다.

전투 보조요원은 너무 눈에 띈다.

어쩌면 비기너, 아니 레귤러보다 강한 자신인데.

겸사겸사 구례와 지리산 밀림의 분위기도 파악하고.

어둑한 새벽녘에 지리산 밀림 초입, 인력시장에서 기다리면···,

“칼날이빨 담비 구역 짐꾼 셋!”

“손손!”

“저요! 저저···,”

“짐꾼 경험 118회, 베테랑입니다.”

일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번쩍번쩍 손을 든다.

그러나 일꾼도 나름의 기준이 있다.

“이거 들어보슈.”

“이까짓 배낭쯤이야···, 어헉! 이, 이렇게 무, 무거워?”

“쯧쯧, 거부자도 아니고, 이걸 못 들어? 가서 힘이나 더 길러오쇼.”

커다란 배낭을 메고 최소 8시간은 돌아다닐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짐꾼 일도 할 수 있다.

당연히 태주는 통과.

그래서 일당 20만원, 짐꾼으로 지리산 밀림 마수 레이드에 참가했다.

보통 15명으로 구성되는 레이드 막공팀.

그중에 3명이 짐꾼, 마나 적합자로 구성된 전투 보조요원 7명, 그리고 각성자 5명.

칼이나 창, 활, 총기를 소지한 자들은 마나 적합자와 각성자, 그리고 배낭을 멘 이들은 마나 순응자, 짐꾼들이다.

그중에서도 얼굴, 특히 측면 부분에 손바닥 절반 크기의 문신이 새겨져 있으면 시스템 각성자고.

각성자 문신의 모양과 크기는 각양각색이다.

그래서 가짜로 문신을 그려놓고 사기 치는 놈들도 있다.

레이드 팀이 사냥으로 얻는 주요 부산물은 마수 머리에 있는 에너지 결정체, 가죽이나 이빨, 발톱, 간이나 쓸개 같은 장기.

처음 짐꾼으로 따라간 사냥은 안정적이었다.

각성자도 제 목숨 귀한 줄은 알아서 무리한 사냥은 절대 하지 않으니까.

일은 편했다.

배낭 메고 따라만 다녔다.

독공으로 강해진 육체.

물론 아직 마나 거부자의 천형은 계속됐지만.

“수고했어요. 여기 일당 받아요.”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일용직 인력시장에 오지 말고 이 번호로 직접 연락해요.”

꽤 잘 보였나 보다.

하긴! 그 큰 배낭을 메고도 밀림을 활보하면서 지친 다른 짐꾼을 도와주기까지 했으니.

그렇게 번 돈으로 밥도 사 먹고, 허름한 여관에 달방을 구해서 임시 숙소도 마련하고, 스마트폰도 마련하고.

남는 시간엔 혼원무상독령공을 수련했다.

독초야 널리고 널렸으니.

꼬박 보름을 일꾼으로 살았다.

그런 와중에 발견한 사실.

‘이거 돈 되겠는데?’

마침내 찾아냈다.

큰돈을 벌 방법을.

아울러 구례에서 기반을 세울 수단을.

※ ※ ※

지리산 밀림엔 각성자들도 꺼리는 장소가 있었다.

심지어 마수도 가까이 가지 않는 곳.

그곳은 바로 지리산 ‘지옥늪’이었다.

태주는 해가 떠오르는 새벽녘에 지리산 지옥늪으로 갔다.

에엥, 에에엥,

늪 근처에 도착했는데 벌써 난리.

‘미쳤네. 저게 다 모기야?’

모기떼.

멀리 보이는 늪지대는 모기로 온통 새까맣다.

일명 변종 3줄 무늬 모기.

놈들은 지옥늪에서 짝짓기하고 알을 낳는다.

먹이 활동은 지리산 밀림 전역.

역시 마나로 변이된 종.

그러나 크기는 보통 모기와 똑같다.

대신 특별한 능력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변종 3줄 무늬 모기의 독(毒), 마나 적합자와 각성자들을 엄청나게 괴롭힌다.

이 모기에 물리면 몸에 힘이 빠지고, 슬슬 잠이 오게 된다.

많이 물리면 물릴수록 증상이 더 심해진다.

그리 강한 독이 아니라 하루 이틀 지나면 멀쩡하게 회복이 되긴 하지만.

하지만 희한하게도 마나 순응자, 일반인들에겐 아무런 해가 없다.

물리면 그저 가려울 뿐.

오직 마나 적합자와 각성자에게만 영향을 미친다.

그들이 마수와의 전투 과정에서 모기들에게 물릴 때 상당히 위험해진다.

한낱 모기 때문에 전투 능력이 떨어지고 심하면 큰 부상이나 죽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더더욱 큰 문제는 약도 없다는 것.

그리고 웬만한 살충제도 듣지 않는다.

매년 방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도무지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아 지금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

따라서 최대한 물리지 않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즉 방충복 착용하기.

온몸을 감싸서 모기가 물 수 없도록

그래서 지리산 일대에서 각성자와 마나 적합자들은 아열대의 끈적한 무더위에도 방충복으로 온몸을 꽁꽁 싸매고 마수 사냥에 나선다.

그게 얼마나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지 방충복을 한 번이라도 입어본 사람은 다 안다.

그 작은 모기 때문에 사냥 효율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지긋지긋한 놈들 불로 지져 싹 태우고 싶지만 숫자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런데 만약 이 모기를 퇴치할 수 있는 수단이나 해독제를 찾아낸다면?

‘떼돈 버는 거지.’

태주는 홀로 지리산 지옥늪으로 간 이유.

가까이 가자 이게 웬 떡이냐는 듯 달려드는 독모기들.

에에엥, 에에에에에엥!

하지만 쫓지 않았다.

모기들이 물도록 내버려 뒀다.

‘아하, 이 느낌이구나.’

물려보니 알 것 같다.

왜 몸에 힘이 빠지는지.

혼원무상독령공으로 이룬 독정(毒精).

또한 자신과 같은 영혼인 절대독마 당군악이 가진 경험.

그것들을 기반으로 독의 종류를 유추해보면···,

‘역시 산공독(散功毒)이었어.’

산공독(散功毒).

마나를 비롯한 신체 기운을 흩트려 버리는 독성분.

그다지 강하지 않아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소되겠지만 그래도 많이 물리면 전투에 커다란 지장이 생긴다.

당연히 태주는 모기에 물려도 멀쩡했다.

그의 에너지는 바로 독이니까.

태주는 선 채로 혼원무상독령공을 운기했다.

독기를 몸 전체로 돌리니.

후두둑, 후두두두둑.

힘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모기들.

약한 독은 강한 독에게 굴복한다.

‘먹어 볼까?’

손으로 휘휘 저어 날고 있는 모기 몇 마리 잡아 입으로 가져가 씹었다.

맛을 보면 더 확실해진다.

계속 모기를 먹었다.

일부러 모기에 물리기도 했고.

혼원무상독령공의 묘리.

경험한 독의 성질을 몸으로 체득하고 파악한다.

‘어떤 독인지는 알겠고.’

이젠 중화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독제독(以毒制毒).

독은 독으로 다스린다.

‘해독할 수 있는 독을 찾아야 하는데···.’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절대독마의 경험으로 판단하면 독이 있는 곳에 해독제도 같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옥늪 주변에서 독초를 뽑아서 맛을 보고.

찾던 건 아니지만 쓸만한 독초는 배낭에 집어넣고.

‘진짜 지리산 밀림은···,’

천국이다.

만지기만 해도 중독되는 독초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절대독마 당군악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군침을 흘릴까.

독초를 씹으며 탐색을 계속하는 태주.

많이 먹으면 안 된다.

몸에 부담이 올 수 있다.

천천히, 조금만, 맛만 볼 수 있게끔.

‘이건 아니야.’

변종 3줄 무늬 모기독과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걸 찾아야 한다.

‘이것도 아니고.’

독(毒)과 약(藥)은 한 끗 차이.

독이 약이 되기도, 약이 독이 되기도 한다.

강호의 사천 당문이 의가(醫家)로도 유명한 이유.

‘이거 괜찮네.’

기어코 발견해냈다.

푸른 얼룩 버섯.

마나를 응고시켜 마나 로드를 막히게 하는 성질의 독을 품고 있는 독버섯

모기독은 마나를 흩트려 버리는 것, 푸른 얼룩 버섯은 마나를 응고시키는 것, 성질이 다르다.

‘하나 찾았고.’

이걸로는 부족하다.

태주는 늪 주변을 중심으로 탐색을 계속했다.

여긴 모기 때문에 안전한 곳.

마수도, 사람들도 거의 없다.

수십 종의 식물들을 채집했다.

걔 중엔 독초뿐만 아니라 약초도 있었다.

독의 성질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필수적인 풀.

‘가지고 가서 실험해봐야지.’

배낭에 든 온갖 독초만 생각하면 뿌듯하기만 하다.

독을 약의 성질로 변화시키려면 법제(法製)가 필수적, 쓸데없는 독성은 제거하고, 독 기운을 줄여 자극을 최소화시킨다.

하지만 그냥 먹으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긴,

여러 독 기운에 한꺼번에 중독되어 뒈지는 거지.

약의 재료와 성분이 같아도 효과가 천차만별인 이유가 바로 법제에 있다.

법제가 잘못되면 약은 독으로 변한다.

그래서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신약을 만들어 내는 건 매우 어렵다.

하지만 자신이 누군가?

독의 성질을 파악하고 성질을 변환할 수 있게 해주는 혼원무상독령공을 익힌 절대독마.

걸림돌이 있긴 하다.

해독제를 만들어 내기엔 독공의 경지가 너무 낮다.

고작 1성의 혼원무상독령공.

‘최대한 빠르게 3성으로 가야 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가봤던 길이니까.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흐른 뒤.

마침내!

‘3성이구나.’

여기까지 오는 데 꼬박 한 달.

낮에는 짐꾼, 밤에는 수련.

아무리 독공의 기반이 되는 독초가 널렸다고 하지만 성취가 엄청나게 빠른 편.

이상한 일도 아니다.

독공의 대종사 절대독마 당군악과 같은 영혼에, 그의 경험과 지식을 고스란히 가진 태주인데.

혼원무상독령공 3성.

독정(毒精)의 크기도 2배 이상 커지고 농밀해졌다.

펼칠 수 있는 무공의 숫자도 늘어났고.

무엇보다 변종 3줄 무늬 모기독의 해독제를 만들 수 있다.

해독제의 재료가 되는 독초들은 꽤 많이 확보해놨다.

그가 기거하는 숙소의 방이 가득 찰 정도로

모두 맛을 보고 성질을 파악했고.

이제 어떤 약초들은 가루를, 일부는 헝겊에 싸서 즙을, 일부는 그냥 잘라 각각의 용기에 담은 후, 화장실 커다란 욕조에 용량을 나눠 넣고 물을 부었다.

태주는 욕조 물에 손을 넣고 혼원무상독령공을 운기했다.

독정을 이용해 독기를 흡수하고, 성질을 온순하게 한 다음 내뱉고, 다시 흡수하고 내뱉고.

굉장히 섬세한 작업.

그래서 혼원무상독령공 3성의 경지가 필수.

태주의 몸 안은 제약회사 연구소 실험대나 마찬가지.

1차적으로 변종 3줄 무늬 모기 독을 단전의 독정(毒精)에서 추출한다.

동시에 푸른 얼룩 버섯을 비롯한 여러 독의 정화를 뽑아 서로 섞어 반응을 살핀다.

몇 개는 버리고, 몇 개는 사용하고, 섞는 비율도 정해보고.

이 독은 더 많이, 이 독은 조금만.

절대독마가 가진 독에 대한 지식.

물론 강호와 지구의 독 성분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모기독이 산공독(散功毒)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해독해야 하는지 잘 안다.

이틀 내내 일도 안 나가고, 식음도 전폐하고 이어진 중화 작업.

결국 만들어 냈다.

부작용을 없애버린 변종 3줄 무늬 모기독 해독제를 말이다.

< 독마는 해독제를 만드는 게 특기.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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