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판매 개시(2) >
잘 팔리긴 할 거라 확신은 했다.
하지만 시간이 필요하겠지.
입소문이 번지려면 최소한 한 달은 지나야 할 터.
그래서인지 첫날은 해독약이 100개도 팔리지 않았다.
그것도 한 사람이 50개 이상 사 갔다.
한번 효과를 경험한 사람.
정식 출시되길 오매불망 기다리던 각성자 박진수 프로.
다음날, 갑자기 손님들이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판매 개수는 300개.
3일째.
전날과 비슷했지만.
4일째.
그때부터가 전쟁이었다.
“내가 먼저 왔어! 왜 저놈부터 주는 건데?”
“넌 두 번째잖아! 20병씩이나 사가는 새끼가 말이 많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양보할 줄 알라고.”
“여기서 한판 뜰까?”
“조용히 해라! 방해하지 말고 당장 나가! 밖에서 죽이든지 살리든지 알아서 해!”
“진짜 이거 만든 사람 제국 은성 훈장 줘야 한다.”
“은성 가지고 되겠어? 금성 훈장 줘라.”
드럭샵을 가득 채운 고객들.
직원들은 응대하고 판매하느라 바빴다.
“싸우지들 마세요!!! 물량 충분합니다.”
이날 팔린 해독제만 무려 3000여 병.
한번 거하게 전쟁을 치렀으니 다음날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20병 아니 30병 주슈. 이러다 물건 동나면 안 되잖아. 미리 챙겨둬야지.”
“아니, 물량은 충분···,”
“난 50병!”
“어어, 다들 진정해.”
이거 불안하다.
물량이 충분할 것 같지 않았다.
5일째 하루에만 8000병이 팔렸다.
이때부터 구례 자유도시에 퍼지는 소문.
효과 확실한 변종 3줄 무늬 모기독 해독제가 백스 드럭샵에 있다.
물 한 모금보다 더 적은 양이지만 지속시간은 무려 10시간이다.
사냥하기 전에 미리 마시면 모기에게 100방을 물려도 끄떡없다.
가격은 겨우 5만 원
그 정도 투자해서 사냥의 효율이 높아진다면야 얼마든지 쓴다.
큰 손들이 뭉텅이로 사 가고 있다.
아마도 곧 완판될지 모른다.
인구 200만의 도시가 술렁였다.
7일째.
심상찮은 분위기를 감지한 백홍표.
황급하게 태주에게 전화해서.
“벌써 3만 병이 팔렸다고요?”
- 내일이나 모레쯤엔 품절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아아, 일단 알겠습니다.”
- 죄송하지만 추가 물량 가능하겠습니까?
“···노력할게요.”
밤새워서라도 원액을 만들어야지.
재료는 넘치도록 많다.
해독제 l0ml 용량의 성분 중 99%가 정제수.
사실 약제를 준비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지, 원액을 제조하는 시간은 금방.
현재 약물 제조 작업실은 백스 고아원 안에 있다.
몬스터 웨이브에 대비한 지하 피신처가 바로 그곳.
백홍표가 고아원을 지을 때부터 만든 시설.
구례시엔 이런 지하 은신처들이 꽤 많다.
돈이 엄청나게 들어 대출까지 받아 지었단다.
아이들을 끔찍하게 아끼는 백홍표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
태주 이외의 사람들 출입을 엄금했다.
독을 다루는 일이라 누구도 오지 못하게.
그래서 서로 간의 대화도 스마트폰으로.
- 물량도 물량이지만 사재기 때문에···.
“계속 꾸준히 공급된다고 말씀하셨죠?”
- 네! 그렇게 공지했습니다. 그런데 모기 해독제가 필요한 곳이 우리 구례뿐만이 아니라서요.
지리산을 둘러싼 여러 도시.
하동, 산청, 남원, 함양···.
그곳에서도 해독제가 필요하다.
예상치를 훌쩍 벗어나 버린 수요.
“구매 수량 제한을 걸어요. 인당 2병까지.”
- 네, 저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인기.
- 이렇다 보니 생각보다 빠르게 카피약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아! 그건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해독제에 들어간 재료를 다 알아도 만들어내지 못할 터.
혼원무상독령공으로 법제해 약 성분을 뽑아냈다.
결코 똑같은 성분을 추출하진 못할 것이다.
물론 지구의 과학기술도 만만하지 않기에 언젠가는 비슷한 약을 제조할 순 있겠지.
만약 성공적으로 카피하면?
다른 약 만들어 팔면 된다.
약국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이 해독제만 사가나?
약국에 온 김에 외상 치료제, 진통제, 소염제, 마나 회복제, 전투 각성제···, 이런 약들도 동이 날 지경.
드럭샵 직원들도 이런 경험은 처음.
몸은 힘들지만 기분은 좋았다.
직원들 모두 백스 고아원 출신들.
아버지나 다름없는 사장님이 대박을 터뜨리는데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예상치도 못했다.
모기 해독약이 이렇게나 절실한 거였나?
그동안 얼마나 시달렸길래.
결국은 추가 물량이 공급되기도 전에 품절 팻말을 걸어야 했다.
“아, 아니 벌써 다 팔렸어?”
“그러기에 되팔이 새끼들 잡았어야지.”
“이게 뭐야? 정상 고객들만 피해 보고.”
“자자, 언성 높이지 말고, 아무튼 백사장님, 재입고는 언제 됩니까?”
손님들을 진정시키면서 말하는 백홍표.
“내일 들어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인당 2병 제한을 걸 겁니다.”
“2병은 조금 야박한데? 3병까지···,”
“시끄럿, 너 같은 놈들 때문에 수량 제한이 걸린 거야.”
제한을 걸었지만 새로운 물량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다음 날 아침 오픈런까지 일어났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반응.
때문에 방충복을 파는 상인들이 피해를 봤다.
어쩔 수 없는 일.
변화하는 세상에 발을 맞춰야지.
이제 방충복을 벗고 사냥할 수 있다.
단지 옷 하나 벗어던지는 거지만 그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사냥의 효율이 2배, 아니 3배로 늘어났다.
그동안 변종 3줄 무늬 모기 때문에 구례시를 떠났던 민간 적합자와 각성자들이 다시 돌아왔다.
모기만 없으면 세금 감면 혜택으로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구례 아니었던가!
모기 해독제의 광풍이 도무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재료를 채집하고, 원액을 만들고.
급기야!
- 군에서 납품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제국군에서요?”
- 네, 초도 물량 50만 병 주문입니다.
“···하아.”
- 힘드시겠죠?
“네, 일단 거절하세요. 물량이 충분치 않다고. 여유가 생기면 그때 가서 이야기해보자고,”
- 알겠습니다.
사실 핑계다.
그깟 50만 병 못 만들겠나?
현재로선 제국군과 얽히고 싶지 않았다.
※ ※ ※
해독제를 판매한 지 약 두 달여, 해독제의 열기가 살짝 식고 있었다.
시중에 충분한 물량이 풀렸으니까.
현재 태주의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약 150억.
하지만 돈이 계속 들어온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백홍표 사장도 신이 났다.
돈이 들어오자 제일 먼저 그가 한 일은 고아원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한 대씩을 선물한 것.
고아라고 해서 스마트폰 가지지 못하나?
학원도 보내고, 놀러도 다니고, 좋은 신발과 옷도 사 입히고.
현재 태주의 거처는 구례시에서도 제일 비싸고 시설이 좋은 5성급 호텔 스위트룸, 하룻밤에 5백만 원 정도 한다.
한 달이면 1억 5천이지만 깎아서 월 1억에 투숙하고 있었다.
굳이 비싼 방에서 지낼 필요가 있냐고 하겠지만 독공 수련을 위해선 방해받지 않는 안전한 장소가 필요했다.
룸서비스로 식사도 방에서 해결하고, 전담 버틀러가 있어 간단한 심부름도 시킬 수 있고.
쓸 때는 시원하게 쓰자.
언제 이런 호사를 누려보겠나.
그리하여 순조롭게 익히고 있는 혼원무상독령공.
이제 단전에 있는 독정(毒精)도 안정화됐다.
그리고 마나 거부자의 천형도 완전하게 사라진 것 같고.
3성이 되니 독기가 마나를 이겨버린 듯.
하지만 암기술은 아직 수련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손에 잡히는 대로 다 던진다고 다 암기술인가?
암기술에 걸맞은 무기들이 필요하다.
그래야 마수 사냥도 시도할 수 있는 거고.
또한 방어구 없이 맨몸으로 나가는 것도 무리.
약한 놈들이야 대검 하나로 충분하다지만 엘리트, 혹은 보스급 마물들과 맞닥뜨리게 되면?
본격적으로 플렉스해보자.
호텔 스위트룸 따위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태주는 따로 시간을 내 구례시장 공방 거리로 갔다.
아직 30억짜리 북극 환상 여우 가죽 코트는 팔리지 않은 모양.
‘다행이네.’
팔렸으면 어떡할 뻔했나.
“이 코트 아직 안 팔렸죠?”
“그럼요, 워낙에 비싼 거라.”
“제가 살게요.”
“네? ···이, 이리로.”
가죽 코트는 완성품이 아니다.
체형에 맞게 다시 수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머니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그럼 추가 비용이 발생해서···,”
“괜찮아요. 똑같이 만들어만 주세요. 그리고 손목 발목 보호대와 허리띠, 조끼와 바지도 주문하겠습니다. 물론 북극 환상 여우 가죽으로.”
“아이고! VIP가 오셨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몸 치수부터 잴게요.”
그러더니 태주를 슬며시 보면서 입을 여는 공방 주인.
“주문 제작이라 선금은 미리 주셔야 하는데요.”
“얼마나요?”
“최소한 물건 가격의 20%를.”
“드릴게요. 계좌 이체하면 되죠?”
“하하하! 알겠습니다. 계약서부터 먼저 쓰시죠.”
여우 가죽 코트와 각종 장비를 합한 금액은 약 43억.
계약서 쓰고 선금 8억 6천만은 입금하고.
일주일은 걸린단다.
그 정도는 기분 좋게 기다린다.
다음은 금속 공방 거리.
무기도 주문 제작.
암기와 비슷한 물건들이 기성품으로 나와있긴 하다.
가장 대표적인 무기가 스로잉 나이프.
당군악이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유엽비도(柳葉飛刀)와 비슷하게 생겼다.
마수 중 하나인 강철 부리 오골 투계의 뼛가루가 금속에 섞여 있어 가격이 꽤 나가는 투척용 나이프.
그러나 이건 너무 크다.
더 작아야 한다.
“이런 모양과 크기로 100개 주문하겠습니다.”
“···100개라고요?”
“네.”
“자, 잠시만요. 재료가···, 아! 죄송합니다. 마강철 주괴가 모자라서, 재료 주문을 넣어야.”
“다른 것도 주문할 것이 많습니다만.”
“헉! 지, 지금 당장 필요하십니까?”
“뭐, 일주일 정도는 기다릴 수 있어요.”
“그때까지 꼭 맞춰드리겠습니다.”
금속 공방에서도 계약서와 선금을 입금하고.
“보아하니 마나 적합자 분이신 것 같은데, 혹시 검(劍)은 안 필요하세요? 이렇게 작은 무기들로는 마수 상대하기 힘들 텐데.”
“주문한 거만 제대로 만들어주세요. 이거 말고도 또 있는데···,”
정말이지 암기술과 독술은 진짜 값비싼 무공이었다.
왜 비싼 암기만 고집하느냐고?
자신의 또 다른 영혼.
강호 무림의 절대독마 당군악은 검을 싫어한다.
정확하게 말해 검 쓰는 새끼들을 싫어한다.
태주 또한 검을 잡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뭐? 검선(劍仙)?
검으로 깨달아 우화등선한다고?
그러면서 암기술은 천박하단다.
검으로 죽이는 건 괜찮고, 암기나 독으로 죽이는 건 안 된다?
고상한 척하는 위선자들.
무릇 무인이라면 검술의 극을 깨달아 이기어검(以氣馭劍)의 경지로 나아가야 한다는데.
이기어검이 뭔가?
검을 날리는 거 아닌가?
암기도 날리는 거다.
날리면 다 똑같지.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도 마찬가지고.
검으로 죽이나, 암기로 죽이나, 독으로 죽이나.
대체 뭐가 다르다고.
검을 쓰는 족속 중에서 절대독마 당군악이 탐탁지 않아 하는 놈 중 하나가 안휘(安徽)의 남궁세가(南宮世家) 새끼들.
같은 5대 세가의 일원이지만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암기와 독술을 천박한 잡술이라 폄하하며 항상 당가를 무시해왔다.
결국 마교의 발호로 무너졌고.
도(刀)를 주무기로 하는 하북(河北) 팽가(彭家) 놈들도 같잖은 자존심만 내세우는 놈들, 머리가 돌로 된 놈들이라 무식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래도 남궁세가보다는 낫다.
가장 최악은 섬서(陝西) 제갈세가(諸葛世家).
얄팍한 머리 굴림으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놈들.
당군악이 직접 그들을 멸문시켰다.
천마(天魔)가 강호를 휩쓸 때, 제일 먼저 마교에 투신한 놈들이 제갈세가였기 때문이다.
제갈세가 가주였던 제갈천은 천마를 보좌하며 강호를 배신했다.
당시 제갈천의 별호가 뇌마(腦魔).
뭐? 뇌마(腦魔)?
어디 잔머리만 굴리는 새끼가 마(魔)자를 붙이고 지랄이야.
천마와 함께 사이좋게 황천으로 보냈다.
5개 세가 중에서 절대독마 당군악과 가장 친했던 사람들은 진주(晋州) 언가(彦家) 일원들이었다.
왜냐하면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겪어왔기 때문이다.
권을 주 무공으로 하는 언가.
하지만 그들의 특기는 독술과 마찬가지로 고매한 무인들에게 천대받았던 강시공(僵屍功)이었다.
강시는 강호의 유서 깊은 장례 문화.
외지에서 죽은 이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스스로 움직이는 강시로 만든다.
두 발을 모아 콩콩 뛰어다니는 강시.
고향까지 뛰어가는데 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시체를 온전하게 보존하기 위해 약물과 술법으로 강시의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진주 언가의 외공(外功)인 강시공.
더불어 강력한 외공을 바탕으로 한 권법.
사천 당가와 진주 언가는 긴밀한 교류를 통해 서로 발전해왔다.
강시공에 필요한 약물들을 공급해주고, 외공에 대한 묘리도 가르침 받고.
절대독마 당군악의 독문 무공 중 암기 없이 펼치는 무공도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혈인독장(血印毒掌).
진주 언가의 권공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것.
현재 태주의 혼원무상독령공은 3성.
당군악을 통해 알고 있는 무공들은 굉장히 많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과 실제로 펼치는 것은 엄청난 차이.
슬슬 때가 됐다.
실전을 통해 무공의 숙련도를 높여야 한다.
그럼 그 대상은?
당연히 지리산 마수들이지.
그 전에 주문한 장비들을 빨리 받았으면 좋겠다.
< 판매 개시(2) > 끝
ⓒ 꾸찌꾸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