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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점 커지는 관심 >
한 쌍의 붉은 털 늑대 마수를 상대하는 방법, 장기전이 기본이다.
두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하면서 지속적으로 힘을 빼놓아야 한다.
되도록 오래오래.
그래야 한 마리를 죽였을 때 나머지도 어렵지 않게 죽이지.
만약 하나를 너무 일찍 죽이게 되면 다른 한 마리는 광기와 복수심으로 생사를 도외시한 공격을 감행한다.
폭주 상태.
2마리를 상대할 때보다 더 어려워진다.
지금 남은 한 마리가 달려들지 않는 이유는 바로 태주 때문, 그에게서 피어오르는 살기가 남은 붉은 털 늑대의 공격을 잠시 억제하고 있었다.
늑대 마수는 아마 고민하고 있을 터.
저기서 가장 강해 보이는 인간에게 먼저 덤비느냐, 아니면 약한 놈부터 치우느냐.
태주는 살기를 담아 마수를 지그시 노려봤다.
늑대도 개라서 서열 정리가 필요하다.
감히 니가 나한테 덤벼?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마수 잡으러 지리산 온 거 아니었나? 좀 전의 자신감은 어디 간 거야?”
권동석과 장원준은 서로의 눈을 바라봤다.
도망칠까? 아니면 싸울까?
그들도 반려를 잃은 늑대의 무서움을 안다.
전투 요원 5명.
섣불리 달려들다간 전멸.
하지만 저 수상한 짐꾼 놈도 무시할 순 없다.
대체 어떻게 저런 힘을?
얼굴엔 문신도 보이지 않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짤랑짤랑.
현장엔 동전 소리만 들려왔다.
“좋아! 선택의 고민을 없애주지.”
피핏!
마치 소음기 권총 탄환 쏘아진 동전 한 닢.
“끄아아악!”
이번엔 장원준의 왼쪽 귀를 자르고 지나갔다.
“아, 아파! 아프다고!!!”
동시에!
“크륵!”
훌쩍 날아 도약하는 붉은 털 늑대.
태주의 공격이 다른 인간에게 가해지자 결심을 굳힌 듯했다.
강한 인간에게 먼저 덤벼들다가 다른 인간들을 죽이지 못할 수도 있다.
약한 놈부터 죽이자.
최대한 많이.
“으아! 저, 저리 가···.”
몸부림치는 장원준의 목을 물어 버리면서,
콰직!
“끅?”
앞발로 권동석을 밀어 넘어뜨리고,
콰악!
커다란 입으로 권동석의 머리통을 사탕처럼 씹었다.
꽈득, 꽈드드득!
비명도 나지 않았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는 적합자들.
“사, 사람 살려!!!”
“으아아아아!”
“오, 오지 마!”
하지만 분노한 늑대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콰직!
“악!”
꽈득!
“켁!”
뿌득!
“사, 살려···,”
순식간에 5명을 물어 죽인 늑대가 머리를 하늘로 젖히며 울부짖었다.
“아우우우우우!”
승리의 하울링.
순간 태주의 손에서 동전 하나가 은빛 실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미물 새끼가···,’
대상은 붉은 털 늑대.
퍽!
반쯤 박힌 동전.
늑대는 움찔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가죽은 뚫었지만 뼈는 뚫지 못한 모양.
‘쯧, 역시 동전으론 무리구나.’
강호 무림에서도 동전을 암기로 사용하는 수법이 있다.
금전표(金錢鏢).
그러나 금전표에 쓰이는 동전도 암기로 제작해야 효과가 있다.
평범한 동전 가지고는 마수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몸으로 제압해야지.
타앗!
늑대가 땅을 박차고 높이 떠오른 채 태주에게 달려들었다.
스스슷!
태주의 신형이 아지랑이처럼 흐려졌다.
수도 없이 연습한 연계 동작.
환영미리보에 이은 혈인독장.
이미 초식의 요체와 비전은 완벽하게 알고 있다.
공력이 모자라는 게 문제일 뿐이지.
어느 틈에 날아오르는 늑대의 배 밑으로 이동한 태주.
시뻘건 손바닥이 무방비로 드러난 붉은 털 늑대에 부드러운 아랫배에 적중했다.
퍼억!
“깨갱!”
동시에 허공에 흩뿌려지는 핏빛 혈장.
수많은 손바닥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퍼벅! 퍼버버벅! 퍼버벅!
늑대는 바닥으로 제 발로 착지하지 못했다.
강력한 독기를 머금은 혈인독장에 의해 이미 허공에서 숨이 끊어진 후.
털썩!
‘이놈 죽이려고 몇 방이나 후려갈긴 거야?’
마수라 해도 고작 늑대.
당군악이었다면 한번 째려보는 것만으로 끝났을 터.
자신도 가능하긴 하다.
혼원무상독령공의 경지를 올리면 말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하나.
동료 짐꾼이 다리가 풀린 듯 주저앉아버렸다.
“태, 태주 동생, 사, 살려주게.”
태주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참나, 제가 형님을 왜 죽여요?”
“···정말인가?”
“어디 다친 데 없죠?”
“어, 없지, 없고 말고. 있어도 없어.”
태주는 동료 짐꾼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저, 부탁이 있는데요.”
“말만 하게나.”
“오늘 본 일은···,”
“무슨 일 있었나?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네만.”
바들바들 떨면서 말하는 동료 짐꾼.
많이 놀랐나 보다.
아무리 험한 꼴 다 보고 사는 짐꾼이라고 눈앞에서 5명씩이나 죽는 걸 봤는데,
그나저나 대검이 부러졌다.
이제 쓸 수 있는 무기는 동전뿐.
군용이지만 나름 마수 부산물이 섞인 무기일 텐데.
태주는 대검을 던져버리고 동료 짐꾼과 함께 구례시로 돌아갔다.
시체들은 마수가 처리하겠지.
설악산 그때처럼.
직접 죽이진 않았지만 죽게 만들었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없다.
절대독마 당군악으로서도,
절대독마 김태주로서도,
제 몸 하나 살아보자고 약자를 방패로 삼는 놈들, 저런 놈들이 제일 싫다.
제갈세가 같은 새끼들이다.
※ ※ ※
구례시엔 수많은 드럭샵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경쟁도 치열했다.
약을 구매하면 비타민제 같은 약도 끼워준다던가, 특점 약품을 독점 판매한다던가, 회원제를 채택해서 구매 금액에 따라 마일리지를 부여해준다던가···.
그런데 이런 드럭샵들의 판매 정책은 모조리 무용지물이 됐다.
백스 드럭샵의 변종 3줄 무늬 모기 해독제 출시 때문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무조건 백스 드럭샵에만 간다.
물량이 충분하게 풀려 잠시 식었을 때도 있었지만 ,바깥으로 소문이 퍼져 다른 도시에서 원정을 오는 바람에 구매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하루에 2개 구매 제한이 걸렸지만 그래도 오픈런까지 해서 간다.
일단 사두면 되팔 곳이 널렸으니까.
심지어 모기 해독제가 아닌 다른 약이 필요해도 백스 드럭샵이다.
다른 약국의 매출이 확 줄었다.
한때 구례시 매출 1위를 자랑했던 YJ 약국은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고.
이러다간 다 죽는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서 모였다.
구례시 약국 협의회 소속의 약국 대표들.
그런데 모인 사람은 고작 3명.
YJ 약국 대표 조훈석, 구례누리 드럭샵 사장 이길호, 새지평 드럭샵 오남복.
구례시에 존재하는 약국의 숫자는 약 200여개, 그런데 이들 3명이 구례 전체 약국의 70%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다.
이들은 막대한 금력과 영향력으로 가격 담합과 덤핑, 독점 정책을 강화해 중소형 약국들을 말려 죽이고 소유권을 빼앗았다.
구례 자유도시에서 이 정도는 불법도 아니다.
그저 약육강식의 경쟁사회에서 승리한 이와 패배한 이로 구분될 뿐.
자치위원회에서도 약국의 소유권 따윈 관심이 없었다.
제대로 영업하는 약국의 숫자가 일정 상태로 유지되면 그걸로 끝.
그럼 나머지 30%는?
구례를 기반으로 하는 천왕 바이오 제약회사의 직영점.
느슨한 약품 판매 허가 시스템을 이용해 마수 레이드와 관련한 신약의 효과도 알아보고, 더불어 이익도 챙기고.
딱 한군데.
백스 드럭샵만은 예외.
사실 이곳도 집어삼키려고 했다.
그러나 백홍표는 구례시에서 인망이 두터운 사람.
마수 웨이브 때문에 생겨난 고아들을 거둬들여 먹여 살리고 직업까지 구해주는 사람이었다.
자치위원회에서도 여기는 건들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그래서 가만히 나뒀다.
고작 하나 살려두는 건데, 큰일이야 날려고?
하지만 그건 오산이었다.
그 작은 백스 드럭샵이 현재 구례 약품 시장을 혼자서 뒤흔들고 있었다.
“성분 분석표 결과 제대로 나온 게 맞습니까?”
“같이 비교해봤잖아요. 다 똑같이 나오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왜 결과가 다르죠?”
“내가 묻고 싶은 말이오.”
“이거 답답해서 미치겠군.”
모기독 해독제 성분 분석.
한 곳에만 의뢰한 게 아니다.
구례시 대형 약국들은 해독제의 소문을 듣자마자 하나씩 구해서 제국 내 유명하다고 이름난 연구소로 각자 성분 분석 의뢰를 보냈다.
푸른 얼굴 버섯에, 비단 고사리, 할미 씀바귀 뿌리, 늪지 미나리···, 독초에서 뽑아낸 물질도 있고, 약곰취, 달맞이풀 같은 약초,
비율에 맞게 배분해서 정제수에 희석했다.
그렇다면 약효가 비슷하게 나와야 하지 않나?
“동물 실험도 완전히 망했소.”
“쎅토끼 코에 가져다 댔더니 그 자리에서 죽었어.”
“난 한 방울 찍어 먹었는데 죽다 살아났지.”
여기 모인 사람들은 구례시에서 난다긴다하는 대형 약국의 약사와 오너들, 업장마다 간이 약품 제조 시설을 마련해두고 있었다.
똑같은 성분을 집어넣었지만 나온 건 해독제가 아니라 독약.
그렇다면 이보다 더 크고 기술력 있는 제약회사들은 어떨까?
“천왕 바이오 제약회사도 약국도 모기독 해독제 분석 중이라더군.”
“어떻답니까?”
“우리랑 다를 바 없었소. 지금 현재로선 카피가 어렵다고.”
“곧 만들 겁니다. 어차피 시간 문제니까.”
“그거야 누가 몰라요? 지금이 힘들다는 거지. 기다리다가 다 죽겠어요.”
“뭐, 할 수 없죠. 늘 하던 대로 할 수밖에.”
“후우, 오랜만에 피를 보겠네요.”
맞다.
늘 그래왔다.
그렇게 구례 약국 시장을 평정해왔다.
“시작합시다. 해독제 개발자 정보는요?”
“김태주, 기본적인 정보는 자치위원회에서 입수했어요.”
“군 전역자군요. 파주 영지 출신이고···, 응? 아버지가 김웅방 준장? 마스터잖아요. 이거 너무 거물급인데.”
“거물 아닙니다.”
한때 구례시 최고 매출을 자랑했던 YJ 약국 사장 조훈석의 말에 의아해 하는 구례시 약국 협의회 대표들.
“아니, 맏아들이면 영지 계승자잖습니까? 그럼 거물이지.”
“그건 표면적인 정보이고, 여기 이건 내가 따로 조사한 따끈따끈한 내용입니다. 한 장씩 받아서 읽어보세요.”
“흐음, 어? 마나 거부자? 군에 입대한 이유가 집에서 쫓겨난 거다, 진짭니까? 이런 가정사는 아무나 알 수 없는 건데···, 어떻게?”
“파주에 정보통이 있어 수소문해봤죠. 그쪽에선 꽤나 유명하답니다.”
아버지는 장군이지만 아들은 마나 거부자.
“친모는 죽었고 김준장이 새로 들인 부인은 혼다 미쯔이라는 일본계 여성, 배다른 자식이 둘씩이나 있고, 아마 그녀는 김태주가 죽길 바라고 있을걸요.”
“호오! 알겠어요. 흔한 스토리네요.”
“전역하고도 집에는 들리지 않고 심지어 연락도 끊었답니다.”
설령 배경이 있으면 어때?
여긴 자유도시 구례.
파주와 여긴 매우 멀다.
“먼저 만나는 봅시다. 백홍표가 얼마를 약속했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공급가격을 더 많이 제시하면 판매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놈이 거절하면?”
“작업 들어가야죠.”
조훈석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판매권을 가져오든, 아니면 약품 제조 레시피를 가져오든, 그것도 안 되면 해독제를 못 만들게 하든, 셋중 하나만 해도 되지 않겠소?”
협상이 안 되면 협박.
거래가 안 되면 강탈.
이도 저도 안 된다면 아예 없애버린다.
그게 여태껏 자신들을 성공으로 이끈 방식이었으니까.
※ ※ ※
삼한제국 제국군 산하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산청시에 군단 본부가 있다.
군단을 책임지고 있는 마스터 오진형 중장은 집무실에서 부관의 보고를 받았다.
“그래, 알아 왔나?”
“네, 구례 자치위원회에서 정보를 받아왔습니다.”
“개발자가 누구라던가?”
“이름 김태주, 성별은 남성이고 나이는 29살입니다. 여기 제국주민번호를 통해 조회한 자세한 정보입니다.”
현재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기독 해독제의 개발자.
군부에서도 납품을 의뢰했었다.
지금까지 방어군단의 대 지리산 밀림의 마수 전략은 웨이브가 일어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감시하며 억제하는 것이 전부.
그런데 해독제가 나타났다.
잘하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생각해볼 기회.
하지만 물량이 부족하다고 거절을 당했다.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은 해왔지만 현재 구례시 공급만 봐도 빠듯해 보인다.
공권력의 힘으로 찍어누를 수 없는 지역이다.
즉 강제 집행이 불가능한 지역.
자유도시 구례.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하겠다며 황제 폐하께서 친히 칙령을 내리신 곳이기 때문이다.
천천히 보고서를 읽어내려가는 오진형 중장.
“김태주라, 가만! 전역 군인 출신? 그것도 제국군 장교였다고? 그럼 각성자?”
“아닙니다, 마나 거부자였습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아하!”
오진형은 보고서 하단에 적힌 가족관계를 보고 납득했다.
“김웅방 준장 자제였군. 나도 소문은 들었지. 큰아들이 마나 거부자였다고. 그런데 전역은 왜 했지?”
“사유는 나와 있지 않지만 군 생활 부적응이지 않을까요? 자격도 없는 마나 거부자가 소위 계급을 달았으니···,”
“흠, 그럴 수도 있겠군.”
아무튼 잘 됐다.
“파주 영지로 연락해. 내가 김준장과 통화를 원한다고.”
“넵!”
김태주의 아버지를 통해 해독제 납품을 처리하면 간단하게 끝날 터, 어쩌면 더 싸게,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할 수도.
부자 관계 아닌가?
둘이 의절하지 않는 이상에야.
< 점점 커지는 관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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