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3화 (1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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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독제 하나 더 추가(1) >

삼한 제국의 군대는 모병제로 운영된다.

각성자와 마나 적합자, 마나 순응자인 일반인도 사병이나 부사관으로 지원이 가능하다.

장교들은 야전장교와 행정장교로 나뉘며 당연히 야전이 연봉도 더 높고, 대우도 좋고, 진급도 빠르다.

장군은 어떨까?

삼한 제국군에서 장군, 즉 별을 달려면 무조건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마스터.

마스터가 되지 못하면 대령으로 정년을 채우고 전역해야 한다.

마스터는 시스템 등급의 최종점.

물론 개인 간의 격차는 있겠지.

그래서 마스터 중에서도 남들보다 월등하게 강한 이들을 그랜드 마스터(grand master)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어쨌든 시스템상으로는 모두 마스터.

제국군에서 마스터의 숫자는 108명, 대부분 영지의 지배자이거나 야전 부대의 지휘관들, 물론 육해공 본부나 합참에서 근무하는 장성들도 있다.

마스터가 되었다고 해도 야전 지휘관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야 전투 부대를 책임지는 야전군 지휘관이 될 수 있다.

별 하나로 시작하는 준장은 영지만 받는다.

사실 받은 영지도 영원하진 않다,

권리가 인정되는 건 3대까지만.

자식을 마스터로 키워내지 못하더라도 손주가 마스터가 되면 다시 또 3대로 기간이 연장되고.

보통 마스터의 재능은 유전이라 아버지가 마스터면 자식도 마스터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영지 지배자들은 자식들을 많이 낳는다.

20명씩 낳아 기르는 자들도 있는 판에.

어쨌든 하사받은 영지를 잘 운용하고 발전시키면 능력을 인정받아 소장으로 진급함과 동시에 지휘관이 된다.

그러나 김웅방 준장은 20대에 마스터에 올랐지만 50이 넘도록 야전군 지휘관 보직을 받지 못했다. 자식도 많지 않고.

당연하다.

파주 영지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어떻게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

반면 오진형 중장은 신의주 영지의 지배자이자 지리산 마수 방어 군단 사령관.

영지 운용 능력도 탁월했고, 지휘 능력도 입증했다.

지리산이 변방이긴 하지만 그래도 군단장 아닌가.

이런 사람의 입에서 버린 자식이나 다를 바 없는 큰아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제발 아들을 잘 설득해서 모기독 해독제를 납품하게 해 달라고, 그럼 진급 심사에 도움을 주겠다고.

전화 통화를 마쳤음에도 아직 못 믿겠다는 표정의 김웅방 준장.

아들이 전역한 지 삼 개월 조금 지났나?

그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니 그보다 큰아들 태주가 맞아?

혼다 미쯔이도 영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

그래도 그녀는 직접 확인했다.

스마트폰으로 지리산 밀림, 모기독 해독제 검색.

“아···,”

주르륵, 기사가 쏟아졌다.

모기독 해독제 선풍적인 인기, 연일 매진행렬, 타지역에서 해독제를 구하기 위해 일부러 구례까지 방문, 모기독 해독제의 경제적 효과, 그리고 개발자 김태주.

돈을 쓸어 담고 있단다.

그럴 수밖에.

그녀도 들은 기억이 난다.

지리산 밀림에서 가장 무서운 건 자이언트 반달곰도 아니고, 강철 깃 부엉이도 아닌 바로 작디작은 모기라고.

또한 변종 3줄 무늬 모기가 어디 지리산 밀림에서만 서식하나?

자신이 고향이었던 규슈 영지 마수 밀집 지대에도 그 모기가 살고 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혼다 미쯔이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태주를 설득해 해독제를 군에 납품하게만 해준다면?

진급 심사에 유리해지고 남편은 소장을 달고 부대 지휘관으로 승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제국 차원에서 파주 영지를 지원할 테고,

‘그뿐만이 아니야.’

모기독 해독제를 규슈 영지로 보내면?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태주가 쓸어 담고 있다는 돈.

그 돈에 자신의 몫이 없을까?

없어도 있게 만들어야지.

혼다 미쯔이는 태주를 죽이려 했던 자신의 행동은 이미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김웅방에게 말했다.

“어쩜, 태주는 언제 이런 걸 다 배웠을까? 몸이 약해 대학에도 못 보냈는데.”

“후우, 그러게 말이오.”

“역시 우리 태주가 언제고 큰일을 할 거라 믿었어요.”

“···.”

김웅방은 침묵했다.

난데없이 우리 태주?

“여보. 직접 가서 태주를 만나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태주는 사회생활 경험이 많지 않잖아요. 큰돈을 손에 쥐었을 텐데, 나쁜 사람 만나서 사기당하거나 하면 어떡해요?”

“하아.”

“부모로서 의무를 다해야죠. 빨리 기차표부터 끊어서···,”

“놔둡시다!!!”

신음처럼 터져 나온 김웅방의 말.

“네? 뭐라고···,”

“그냥 내버려 두자고, 어차피 우리 품에서 떠난 자식 아니오,”

“떠나다뇨?”

“호적에서 태주 이름도 지워졌소. 이제 남남이요.”

혼다 미쯔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맞다.

호적에서 팠다.

이럴 줄 알았다면 파지 않았을 테지만.

남편의 말대로 김태주는 남남.

부모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관계.

“호적은 호적이고, 천륜을 쉽게 끊을 수 있나요? 300년 전에는 아예 호적에 손댈 수조차 없었어요.”

“시대가 변했소. 언제적 이야기를, 귀찮게 하지 맙시다.”

“귀찮게 하는 게 아니라 도와주자는 거예요.”

어쩌면 이렇게 노골적일까?

참 뻔뻔한 여자였다.

자기 편한 대로 입장을 바꾼다.

김웅방은 아내에게 또 한 번 실망했다.

그런 남편의 속내를 알아챈 모양.

미쯔이는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알았어요, 솔직하게 말할게요. 당신도 알잖아요. 파주 영지의 사정을.”

“그게 무슨 상관이요?”

“언제까지 당신 장인 도움만 바랄 거에요? 태주도 파주 영지에서 자랐어요. 내가 키웠다고요. 걔도 영지 발전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하지 않나요?”

“정말 양심이 있다면···.”

표정이 매섭게 변하는 미쯔이.

“양심? 아니, 내가 뭘 어쨌다고?”

“당신이 태주를···.”

김웅방은 도저히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

‘당신이 태주를 죽이려고 했잖소?’ 라는 말을.

잠시 침묵이 흘렀다.

혼다 미쯔이도 조용했다.

‘설마 이이도 알고 있을까?’

자신이 태주의 살해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안다고 해도 상관없다.

도구로 사용했던 장인동 중위는 죽었고, 증거는 하나도 없으니까.

“···가서 만나봐요. 한마디만 하면 되잖아요. 군에다 해독제를 납품하라고. 우리도 모기독 해독제가 필요하다고.”

“정말 이렇게까지 할 거요?”

“태주만 당신 아들이에요? 태평이와 태천이는? 그 아이들 장래는 안중에도 없어요? 지금 걔들 사관학교 학비도 빠듯해요. 파주 영지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그럼 당신이 직접 가보면 되겠군.”

“···.”

혼다 미쯔이는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지은 죄가 있는데.

‘너무 급하게 쫓아냈나?’

아무리 미워도 곁에 뒀어야 했다.

진짜 이럴 줄 몰랐다.

해독제라니, 배운 것도 하나 없는 놈이 어떻게?

‘암살 의뢰만 하지 않았어도···.’

해독제 판매는 한철 벌었다 끝나는 장사가 아니다.

화수분처럼 계속 쏟아져 나오는 돈.

혼다 미쯔이는 태주가 얼마를 벌었는지 미치도록 궁금했다.

※ ※ ※

파주 김웅방과 통화를 마친 오진형 중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군.’

아무래도 수상쩍다.

아들의 소식을 자신에게서 처음 듣는 눈치였다.

자식이 그렇게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는데 부모 된 사람으로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뭔가 있어.’

원래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구실로 개발자 김태주와 접촉하려 했었다.

- 자네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 매우 흡족해하는 눈치더라.

- 자네도 한때 군에 몸을 담지 않았나.

- 그 사정을 참작해서라도 해독제를 군에 납품해 주길 바란다.

그러나 뭔가 꼬여있다.

일단 알아봐야겠다.

‘잠시 보류해야겠어.’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느낌.

애초에 마나 거부자인 자식을 군 장교로 꽂아 넣은 것도 궁금하고, 그리고 돌연 전역한 것도 이상하고, 전역하고 나서 집으로 가지 않고 구례로 간 것도 그렇고.

오진형 중장은 부관을 호출했다.

“김태주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게. 파주 영지 상황과 설악산 전초기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또한 전역한 이유도.”

“네! 알겠습니다.”

늦더라도 확실하게 알고 나서 판단해보자.

※ ※ ※

태주는 YJ 약국 대표 조훈석을 만나고 난 후, 그길로 지리산 밀림으로 들어갔다.

기분이 언짢다.

감히 일개 약국의 대표 따위가 협박을 해?

제약회사 사장이면 또 몰라.

‘아니지. 재벌 회장이든, 뭐든!’

그 누구든 용납할 수 없는 일.

심지어 삼한 제국의 황제라 하더라도.

절대독마 당군악.

그의 자긍심은 하늘을 찔렀다.

오만하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그래도 된다.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현재의 김태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당군악의 기억과 경험을 고스란히 받았어도 말이다.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훈석 같은 놈들이 함부로 수작 부리지 못할 터.

물리적인 힘은 충분하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

하지만 무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돈.

당군악도 돈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마교를 몰아내고, 강호를 발아래 두면서, 사천 당가를 중원 최고의 가문으로 끌어올린 힘, 돈이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래,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벌어보자.

그러기 위해선 모기독 해독제로는 부족하다.

태주는 스마트폰의 지도앱을 실행해 밀림 안쪽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가는 도중 마수들이 습격해왔지만.

츠핏!

태주의 손목 보호대에서 빠져나온 유엽비도가 날랐다.

콰악!

“켁!”

머리에 비도가 박힌 채, 네 다리를 하늘로 쭉 뻗고 드러누운 칼날이빨 담비.

마수 부산물은 채집할 필요가 없다.

그거 일일이 하다간 시간 낭비, 귀찮기도 하고.

‘역시 암기가 최고야.’

손에 착착 감긴다.

당군악이 강호에서 사용하던 암기와 최대한 똑같이 만들었다.

‘당분간 유엽비도만 써야겠네.’

가장 범용성이 높은 암기.

균형적이기도 하다.

폭우이화정이나 철환은 그 자체만으로 살상력이 떨어진다.

암기의 크기가 작고 요혈을 노리지 않으면 부상만 입히지, 그 자리에서 죽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걸 보완하기 위해 독기를 실어야 하고.

반면 유엽비도는 암기 자체만으로 충분한 살상력을 가진 무기.

쑤욱!

태주는 칼날이빨 담비의 머리에서 유엽비도를 뽑아냈다.

핏물을 털어내고 다시 제자리에 수납.

부산물 채집은 안해도 암기는 수거해야지.

‘비도 한 자루에 돈이 얼만데.’

돈도 돈이지만 모자라면 다시 주문을 넣어 기다려야 하고.

혼원무상독령공이 7성에 이르면 기를 움직여 원격으로 암기를 뽑아낼 수 있다.

허공섭물과 비슷한 방식인데, 아직은 경지에 이르지 못하니, 일일이 손으로 해야 한다.

폭우이화정이나 세침, 철환 같은 무기는 위험할 때나 쓰자.

비폭 용도로 말이다.

“캬악!”

어디서 나타났는지 얼룩덜룩한 털을 가진 마수 한 마리가 태주에게 달려들었다.

츠핏!

순식간에 쏘아지는 유엽비도.

푸욱!

‘응? ···피했어?’

머리를 노렸지만 몸통에 맞았다.

칼날이빨 담비는 아니다.

놈은 암기를 몸에 적중당하고도 공중제비를 돌며 태주를 위협했다.

‘오! 독 발톱 삵이구나.’

반갑다.

독이 있는 마수는 언제나 환영.

그리고 한방으로 못 죽이면···,

츠핏! 츠피피핏!

한 다섯 방쯤 꽂으면 그만.

푸푸푸푸푹!

털썩!

쓰러지는 독 발톱 삵.

‘엘리트는 아니군.’

마수 중엔 같은 종이면서도 특이하게 센 놈들이 존재한다.

변이로 인해 더 강하고 우월한 마수.

그런 놈들을 엘리트 마수라고 부른다.

이놈은 일반 마수.

엘리트 마수와 마주치면?

간단하다.

암기에 독을 먹이면 된다.

태주는 삵의 발톱을 정성스레 잘라냈다.

입으로 가져가 쪽 빨아 먹어보니.

‘알싸하네.’

독정(毒精)에 또 하나의 독 DNA가 추가되었을 터.

게다가 동물독이다.

‘독샘이 어디 있더라···,’

태주는 독 발톱 삵의 복부를 갈랐다.

그러자 쓸개 옆에 붙은 독주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터지지 않게 조심조심 잘라서 비닐에 담아 보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지리산 밀림의 끈적한 무더위.

환상 여우 가죽 코트의 온도 조절 능력 때문에 그다지 덥지는 않다.

‘빨리 한 마리 잡아야 하는데.’

태주가 밀림에 온 목적.

바로 ‘포자 독 낙타 고라니’였다.

그리 강한 놈은 아니다.

신체 능력도 담비보다 약한 편이다.

게다가 비선공 마수.

하지만 웨이브가 일어나면 사람들을 가장 많이 죽이는 마수 중 하나.

동물과 식물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적을 만나 공격을 받게 되면 등에 돋아난 혹이 터지고, 그 안에서 수만 개의 포자를 쏟아낸다.

포자는 티끌처럼 작은데, 이게 퍼지면 끔찍한 일이 일어난다.

변종 칠점사 이상의 독을 품고 있는 고라니의 포자.

작아서 눈에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풀나풀 날아가 머리에 붙을 수도, 입이나 콧속에 들어갈 수도, 안구에 닿을 수도 있다.

방독면을 착용해도 아예 필터를 녹여버린다.

시간이 지나면 독기가 점차 사라지지만, 입안이나 콧속, 기관지, 폐, 심지어 피부에만 직접 접촉해도 단 1분 안에 죽을 터.

그런데 이걸 잡으러 다니는 미친놈들도 존재한다.

왜?

극상의 맛을 자랑하는 고라니 고기 때문에.

혹에 있는 포자 외엔 몸 어느 곳에도 독이 없어서 정성스럽게 손질하면 최고의 요리재료가 된다.

심지어 고라니를 잡았다는 소문이 들리면 삼한 제국 황실에서 관리들을 파견해 고기를 구매해 간다.

그래도 잡지 않는 게 최선이다.

목숨이 중요하지.

평상시엔 비선공이라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다른 곳으로 간다.

하지만 웨이브가 문제.

그때는 포자 독 낙타 고라니도 선공 몬스터로 변한다.

수천 마리의 고라니 떼가 도시로 몰려와 포자를 퍼트린다고 상상해보라.

‘끔찍한 일이지.’

포자 독의 해독제를 만들어보자.

혹시라도 일어날지 모르는 웨이브에 대비해서.

아울러 고기도 먹어보고.

< 해독제 하나 더 추가(1)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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