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6화 (1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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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설립 >

삼한제국 영토를 볼 때 한반도 중남부 지역은 일종의 변방이나 다름없다.

오진형 중장이 지휘하는 제국군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은 결국 웨이브를 막고 마수들을 통제하는 현상 유지의 임무에 한정되어 있었다.

방어군단 지휘관.

티가 나지 않는 자리다.

잘해야 본전이고 실패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뒤집어써야 한다.

반면 시베리아를 개척하는 전투 군단이나 중앙아시아 방면으로 진출하는 제국군 군단의 지휘관은 조금만 성과를 내도 빛이 확 나는 직책, 따라서 같은 지휘관이라도 우열이 있었다.

모기독 해독제는 소극적 현상 유지 임무를 넘어 적극적인 토벌 작전을 가능케 해준다.

게다가 포자 독 낙타 고라니 해독제라고?

잘하면 북부와 서부의 제국군 지휘관으로 임명되어 종래엔 본부, 혹은 합참으로 영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다.

유배지라 여겼던 지리산이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했다.

백스 드럭샵 백홍표 사장과의 전화를 마친 오진형 중장.

“허허, 세상일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더니.”

포자 독 낙타 고라니 사냥.

웨이브 피해를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도 좋지만···, 그에 따라오는 보너스, 고라니 고기.

자신도 먹어본 적 없다.

워낙 비싸고 귀하기 때문이다.

“해독제가 확보되면 고라니 사냥부터 먼저 보내야겠군.”

지리산으로 발령받았을 땐 여기가 군 생활의 마지막인 줄만 알았다.

그래도 명예를 생각해 끝까지 임무를 잘 완수하고 전역하리라 생각했다.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준비되면 연락을 준다고 했으니까 자네가 직접 가서 물량 받아와. 그리고 포자 독 해독제 계약도 하고, 웬만하면 우리 지리산 방어군단을 통해서만 거래하도록 유도하는 거 잊지 말게.”

“알겠습니다.”

만족한 듯 미소를 머금은 오진형 중장.

그러다가,

“그런데 말이야.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지? 처음엔 물량이 부족해서 안 판다고 하더니.”

“부작용 때문에 판로가 막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부작용? 그게 있었어?”

“제가 알아본 바로는 갑자기 퍼진 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부작용 환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마 구례시 다른 약국들과의 갈등 때문에···.”

“아하!”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짐작이 간다.

안 봐도 뻔하다.

그 갈등이 오진형에겐 있어서 크나큰 행운이었다.

있지도 않은 부작용 때문에 기회를 잡게 됐다.

“무슨 갈등인지 따로 알아봐.”

“네!”

“그리고···,”

은근한 눈빛으로 부관을 바라보는 오진형.

“자네, 뉴서울 중앙 일간지에 잘 아는 기자가 있다고 했지?”

“한동네에서 자란 고향 친구가 편집장으로 있습니다.”

“그래? 부탁 하나 해도 될까?”

“명령만 내리십시오.”

“이번 모기독 해독제 계약과 포자 독 낙타 고라니 사냥 가능성에 관한 기사를 중앙 일간지에 띄울 수 있을까? 잘 포장해서 말이야.”

“당장 이야기해놓겠습니다. 그쪽도 특종이라고 좋아할 것이 분명합니다.”

“자네만 믿겠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의 전략 자체가 바꿀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변종 3줄 무늬 모기독 해독제는 사실상 전략 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만 병.

이거 금방 소모된다.

산청, 남원, 함양 등지에서 하루에 투입되는 정찰, 수색, 작전 군인의 숫자는 몇백 단위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대규모 토벌 작전이 시작되면?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효과가 입증되고 성과를 올리면 제국 황실에서 지원이 나올 터.

‘그건 그렇고, 파주 쪽은···,’

이미 틀어진 부자 관계.

어느 편에 서야 할지는 명확하다.

김웅방 준장과는 친한 척도 하지 말아야겠다.

※ ※ ※

백홍표는 뭐가 그리 좋은지 5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숨을 헐떡이며 뛰어왔다.

“헉헉, 구, 군납 계약하기로 했습니다.”

“아! 잘됐네요. 완제품으로 받겠답니까?”

“원액이라도 괜찮답니다. 계약금이라고 250억이나 입금됐고요.”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저걸 언제 희석해서 병에 담나 했는데, 서비스로 원액 한두 통 주면 되겠죠?”

급하긴 급했던 모양.

물건도 안 왔는데 돈부터 먼저 주다니.

군으로선 당연히 받아야지.

포자 독 해독제도 걸려있는데.

“덕분에 한숨 돌렸습니다.”

“대출금 상환은 하셨어요?”

“네, 바로 처리했습니다.”

“그 은행과는 당장 거래를 끊으시고.”

“이를 말입니까? 괘씸해서 원래 있던 계좌도 해지했습니다.”

버틸 수 있는 자본금은 확보했고.

“고아원에도 신경을 쓰셔야 할 겁니다. 놈들이 무력을 동원할 수도 있으니.”

“그래서 말인데, 우리 원생 출신 적합자와 각성자들 불렀습니다, 태주씨 경호 목적으로.”

“네? 절 경호하시겠다고요?”

“현재로선 제일 위험한 분이 태주씨니까요.”

“하하하, 괜찮습니다. 전 걱정 말고 고아원이나 지키라고 하세요.”

“그래도···,”

누가 누굴 지킨다고.

“마침 잘됐네요. 그렇지 않아도 포자 독 해독제도 시험해볼 겸, 밀림으로 사냥 나가려고 했는데,”

“헉! 사, 사냥요?”

“네, 사냥. 같이 나가면 되겠네요. 원생 출신 적합자, 각성자들과 함께.”

“아, 그, 그게 각성자 1명과 적합자 6명입니다. 숫자가 적어요. 다른 아이들도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 활동 중이라 부를 러면 시간이 걸리고.”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백홍표는 도무지 영문을 몰랐다.

태주는 분명 각성자가 아니다.

각성자가 되면 생기는 얼굴 문양이 없기 때문에.

잘해봐야 적합자, 대체 어디서 오는 자신감이지?

예전에 군인이었다는 데, 그걸 믿고 저러나?

“또 절 믿지 못하는 눈치군요. 이쯤이면 신뢰가 쌓일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아, 아닙니다. 믿죠. 믿고 말고요. 제가 태주씨를 안 믿으면 누굴 믿습니까?”

“아무튼 내일 아침에 사냥 나갈 테니 준비하라고 일러주세요.”

“···알겠습니다.”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가만히 태주의 얼굴을 바라보는 백홍표.

“···용건이 있으시면 말씀하셔도 됩니다. 어떤 충고라도 듣겠습니다.”

백홍표는 잠시 침묵했다 말을 이었다.

“혹시 포자 독 해독제 말고도 다른 약을 개발할 생각이 있으신지?”

“네, 그렇지 않아도 생각해둔 것이 많습니다.”

강호 무림 최고의 의가(醫家)였던 사천당가.

가주였던 당군악의 경험과 지식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태주였다.

어디 해독제뿐인가?

영약도 가능하다.

마수들이 품고 있는 에너지 결정체.

알고 보면 그것도 내단이나 영단 아닌가!

소림의 대환단이라든지, 화산의 자소단, 무당의 태청단, 똑같지는 않을지라도 비슷하게는 재현해 낼 수 있다.

“그럼 바이오 제약회사를 설립해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으음.”

미처 예상도 못 한 제안.

“제약회사를 설립해 군납 업체로 지정되면 여러 가지 혜택이 있습니다. 세금 감면에, 군에 보호를 요청할 수도 있고요.”

제약회사라.

그렇지 않아도 염두에 둔 적이 있다.

“글쎄요. 할 수 있을까요?”

“회사 설립이야 간단합니다. 성장 가능성도 충분하고.”

“···.”

“대답만 해주세요. 설립에 필요한 일은 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마음이 기운다.

언제까지 혼자 약을 만들어 팔 수는 없는 노릇.

세력을 가져야 한다.

제약회사가 그 발판이 되어줄 수 있다.

절대독마 당군악도 혼자는 아니었다.

사천당가를 비롯한 여러 세력과 함께 강호를 제패했다.

태주는 결단을 내렸다.

“회사 설립, 까짓거, 해보죠. 대신 같이 동업하는 겁니다? 지분을 나눠서.”

“하하하, 무조건 성공할 건데 저도 출자해야죠. 어차피 태주님만 믿고 가는 회사니까···, 지분율은 9 대 1? 물론 태주님이 9.”

“안 됩니다. 백사장님도 발을 깊숙이 담그세요. 6 대 4. 양보 못 합니다.”

“지분이 아니더라도 회사에 뼈를 묻을 거지만, 정 그렇다면 8 대 2.”

“운영은 백사장님이 하셔야죠. 좋아요. 7 대 3. 이거 안 받아들이시면 회사 설립도 없습니다.”

“···하아, 받겠습니다.”

태주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의 손을 꽉 잡아 오는 백홍표.

“하지만 운영은 제가 안 할 거예요.”

“네?”

“전 약국 사장일 뿐입니다. 마침 능력 있는 사람이 있는데···,”

“원생 출신?”

“맞습니다. 혹시 괜찮으신지?”

백홍표가 고아들을 돌보기 시작한 지 어언 20년, 그동안 수많은 아이를 거둬들여, 그들을 어엿한 사회인으로 진출시켰다.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백홍표의 아이들, 이건 그가 가진 진정한 힘이었다.

“능력 있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입니다. 제가 혼자 뭘 하겠습니까? 그분들만 믿고 가는 거죠.”

“바로 불러들이겠습니다.”

해독제 100만 병 판 걸로 여유가 생긴 줄 알았는데, 지금은 턱없이 모자랐다.

제약회사가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

돈!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 ※ ※

백홍표는 빠르게 움직였다.

관청으로 달려가 회사 설립 신고부터 했다.

자본금 300억, 회사명은 태홍 바이오.

태주의 이름 첫 글자 ‘태’와 백홍표의 ‘홍’을 합친 이름.

허가가 떨어지자 백홍표는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오진형 중장과 군납 업체로서 정식 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중앙 일간지 뉴서울 일보에 기사가 특집으로 게재됐다.

<제국군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태홍 바이오와 모기독 해독제 군납 계약 체결.>

<앞으로 지리산 마수 웨이브 방지를 위한 대규모 토벌 작전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

<그게 다가 아니다. 태홍 바이오, 포자 독 낙타 고라니 해독제 출시 예정.>

<극상의 맛! 포자 독 낙타 고라니 사냥이 가능해졌나?>

<최고의 제약회사들도 시도했다가 실패한 해독제, 일부 전문가들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 예상.>

<대형 식품 업체 문의 쇄도, 미식가들 대환영, 고라니 고기 가격이 얼마가 되든 사 먹겠다.>

<삼한제국 황실에서도 관심, 황실 요리사들, 빠른 시일 안에 지리산으로 방문하겠다.>

이 소식은 곧 구례시에도 전해졌다.

각성자들과 마나 적합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결국 군에서 낼름 삼켰네.”

“부작용 운운하던 새끼들 다 어디 갔어?”

“어후, 그동안 자유 도시라 강제 집행도 못 하고 군침만 흘렸을 텐데.”

“이때다 싶었을 거야. 100만 병 쓸어갔댄다.”

“뭐, 할 수 있나? 군바리는 방충복 따윈 시원하게 벗고 대규모 작전 벌여서 마수 부산물 챙기는 거고, 우린 방충복 시대로 다시 돌아가는 거지.”

게다가 포자 독 낙타 고라니 해독제 출시 예정이라는 소식까지 들리자.

“와! 포자 독···. 미치겠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구례에 제일 먼저 팔았을 거 아니야?”

“고라니 보고도 그냥 지나친 적 많았는데, 계속 지나쳐야겠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짬밥에 고라니 고기 올라오는 거야? 군대 재입대할까 보다.”

“씨발! 이게 다 조훈석 그 새끼 때문이야!”

“마주치기만 해봐! 자치위원이고 뭐고, 그 새끼 죽이고 난 구례 뜬다.”

비난의 대상이 된 YJ 약국 대표 조훈석은 캐슬 안에 있었다.

괜히 시내에 나갔다간 봉변 당 할 수도 있기에.

‘제기랄!’

상황이 뜻하지 않게 흘러갔다.

돈줄이 끊겼을 때 최소한 협상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강하게 나오네. 거지 같은 새끼들이,’

뜬금없이 군과 계약을 체결하다니.

군과 엮었으면 어찌할 수도 없다.

급기야 상임위원 지광인도 전화를 걸어왔다.

군이 개입했으니 자신도 어쩔 수 없다고, 사과하고 끝내라고.

그동안 잘도 처먹어 놓고선 이제 와서 발 빼겠다? 이 비리 공무원 새끼가!

이쯤에서 끝낼 수는 있다.

하지만 자존심이 용납지 않았다.

더구나 얻어낸 것이 하나도 없다.

거기에 포자 독 해독제라는 신약.

개발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것도 독점 판매하면 자신은 구례시 약국 사업 완전히 접어야 한다.

‘서둘러야겠군,’

3단계를 실행할 차례.

전에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위치가 기가 막힌 약국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백스 드럭샵 사례처럼 약품 공급을 끊고, 돈줄까지 말려버렸는데도 끝까지 저항했던 약국 주인이 있었다.

결국 구례 뒷골목 빌런 조직 각성자를 보냈다.

그 빌런 조직은 예전부터 조훈석과 마약을 거래한 사이.

약국 사장을 납치해서 가두고 마약을 투여했다.

한번 맞으면 절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마약이기에 약국 주인은 자신의 노예가 되었고.

일단 중독되면 모든 걸 잊어버리고 마약에만 몰두한다.

오직 마약 하나만을 위해 뭐든지 한다.

가족도 판다. 영혼도 판다.

이번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김태주, 그놈을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 모기 해독제 제조식을 빼낸다.

당연히 포자 독 낙타 고라니 해독제도.

그리고 노예로 만들어 두고두고 뽑아먹는다.

마약도 일종의 독(毒).

해독제를 만드는 능력이 있다고?

그럼 어디 마약도 해독해 보라지.

※ ※ ※

그 시각 태주는 백사장이 연결해준 고아원 원생 출신의 각성자, 적합자들과 함께 있었다.

알고 보니 고아원 잔치 때 함께 국밥을 먹은 안면 있는 사이였다.

각자 커다란 배낭 하나씩 메고.

“준비됐니?”

“네, 김태주 사장님!”

“그냥 형님이라 불러.”

태주는 그들에게 약병 1개씩 나눠줬다.

“모기독 해독제 한 병씩 마시고.”

호르륵, 호륵.

모두 다 마시는 걸 보고 난 뒤.

“너흰 내 뒤에서 따라와. 내 지시 없인 마수 공격도 금지.”

“하, 하지만···,”

“뭐?”

“아버지께서 형님 다치지 않게 꼭 지켜드리라고.”

“하하하, 누가 누굴 지켜? 천천히 잘 따라오기만 하면 돼.”

레이드 목적은 포자 혹 낙타 고라니 해독제가 잘 듣는지 확인하는 것, 아울러 고라니 고기도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

해독제는 완벽하다.

아니 완벽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만에 하나, 이들이 중독되면?

직접 해독시켜주면 되지.

혼원무상독령공이 있는데.

< 회사 설립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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