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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약의 효과가 너무 좋다. >
지금은 2323년.
하지만 지구의 문명은 과거 30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된 부분도 많다.
마나 침범으로 사람이 너무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물론 컴퓨터도 있고 책도 있고, 한때 번성했던 현대 문명의 자료들이 남아있긴 했다.
그러면 뭘 해?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데.
인구 낭떠러지는 치명적이었다.
문명 발전보다 생존이 더 급했다.
뭔가를 창조해내기보다는 이전의 것을 복원하는 데 주력했다.
겨우겨우 바닥을 치고 올라간 것이 100여 년 전.
지금은 예전의 성세를 거의 회복하고 있었고,
그 100년 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분야가 있었다.
바로 마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마나 결정체 공학, 마수 사냥 아이템, 그리고 바이오 제약.
이 세 가지.
각각 나뉘었지만 사실은 ‘생존’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였다.
영약 제조도 결정체 과학을 기반으로, 인류의 공동의 적인 마수를 사냥하기 위해 발전한 분야.
마수들은 사는 곳에서만 산다.
흔히 밀집 지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곳을 폭발 무기로 타격하다가는 큰일 난다.
곧바로 웨이브가 터지는 것.
웨이브 때 마수는 평상시의 마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더더욱 광포하고 잔인해진다.
핵무기로 소멸시키면 안 되냐고?
옛 중국을 보면 교훈이 될 터.
중국 정부는 밀집지대에 핵을 터뜨려 마수들을 소멸시키려 했지만 핵폭발에도 살아남은 일부의 마수들이 있었다.
핵에 적응하거나 혹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기존의 한계를 극복해버린 무시무시한 비욘드 엘리트 마수들의 출현.
중국은 망했다.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이 동쪽으로 탈출해 삼한제국에 몸을 의탁하며 살아가고 있었고.
그래서 지금도 곳곳에 중국계 제국민들이 많다.
구례 슬럼가에도 차이나타운이 존재할 정도.
아무튼 마수를 안전하게 사냥하기 위해선 각성자들이 필수.
적합자들을 길러내고, 각성자들의 레벨업을 도울 목적으로 만들기 시작한 영약.
삼한 제국 군부도 ‘사관학교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영약을 이용해 각성자를 길러내고 있다.
벽면과 천장, 바닥에 마나 결정체가 빼곡하게 박힌 훈련실에서 엘리트 마수 결정체가 약 0.001% 정도 들어간 영약을 일주일마다 복용하면서 각성을 꿈꾸는 학생들.
학비가 매우 비싸다.
자신의 배다른 동생 김태평과 김태천도 사관학교에 다니는 중이고.
하지만 아무리 영약 기술이 발달한들 강호 무림에 비할까.
무림 각 문파의 영약 제조 기술은 수천 년 동안 비전으로 이어지면서 발전해왔다.
사천 당가도 마찬가지.
영약을 만드는 수백 가지 방법이 있다.
비록 대환단이나 자소단에 미치지 못하지만 사천 당가 영약은 가성비가 끝내주기로 유명했다.
물론 태주는 혼원무상독령공을 익힌 터라 영단이나 독단은 별 쓸모가 없지만.
‘만들어서 팔면 되잖아.’
이제 재료를 손질해보자.
먼저 태주는 쓰러진 자이언트 반달곰의 배를 갈랐다.
몸집만큼이나 커다란 곰의 쓸개, 웅담이 보인다.
원래 곰 쓸개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놈은 매우 컸다.
웬만한 사람 머리통만 한 크기.
함부로 떼 내면 담즙이 빠져나가 약효가 극히 떨어진다.
빠져나간 담즙은 금방 변질하고.
또 조심조심한답시고 시체를 어디로 이동시켜 작업하는 것도 금물, 자이언트 반달곰이 사망하자마자 웅담 부패가 진행되니까.
이 웅담을 제대로 손질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무공들이 있다.
기막(氣幕), 열양공(熱陽功), 한음공(寒陰功).
기막(氣幕)이라고 해서 호신강기처럼 거창한 건 아니다.
손바닥으로 기를 방출하여 대상을 공기와 차단한다.
태주는 자이언트 반달곰의 배를 가르자마자 웅담을 기막으로 감쌌다.
다음으로 열양공(熱陽功) 시전.
몸속의 기를 화력으로 전환하는 무공.
웅담의 수분은 날려버리고, 액기스만 남도록,
너무 뜨거우면 약재의 기본 성질이 파괴된다.
또 너무 약하면 수분 증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부패가 일어난다.
그래서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은근하게, 오래오래, 기막을 살짝 열었다 닫았다 해서 수분도 배출하고.
어느 정도 건조가 잘 이루어졌다 싶으면.
한음공(寒陰功).
급속 냉각.
츠츠츠츠츠···,
순식간에 차갑게 변하는 자이언트 반달곰의 웅담.
사실 재료 손질 과정이 제일 어렵다.
반면 영약을 만드는 건 쉽다.
기술의 힘을 빌리면 되니까.
‘다 됐다.’
태주는 꽝꽝 얼어버린 웅담을 가지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채취한 웅담을 냉동고에 장기 보관하든가, 아니면 바로 만들든가.
태주는 후자를 택했다.
바로 백창훈을 불러서.
“창훈아!”
“넵! 형님.”
“가서 압력솥 하나 사와. 그리고 플라스틱은 떼어 내, 김이 빠져나오는 구멍은 용접해서 막아버리고.”
“알겠습니다. 바로 사 올게요.”
“아, 그리고 대형 오븐도 필요해. 압력솥이 들어갈 정도로 큰.”
백창훈이 압력솥과 대형 오븐을 가지고 올 때까지 재료 손질이나 하자.
웅담은 준비됐다.
또 다른 재료는 마나 삼지구엽초.
가장 흔히 사용하는 마나 약초.
지리산엔 특히 많이 자생하고 있다.
마나가 모든 식물을 이상한 방향으로 변이시킨 건 아니다.
유독 마나를 잘 받아들인 식물도 있었다.
마나 삼지구엽초가 그중 하나.
이건 생으로 넣어야 한다.
그리고 변종 마황.
이것도 마나를 가득 품은 약초.
평범한 마나 결정체도 준비하고.
그 외 마나 보리도 넣고, 응고 역할을 하는 꿀까지 준비했다.
품질이 좋은 꿀이면 더 좋겠지만.
그렇게 재료를 준비하다 보니 백창훈이 압력솥과 오븐을 트럭에 실어 왔다.
요구 조건대로 김이 빠지는 구멍을 용접으로 막아서.
“형님, 또 어떤 해독제 만드시려고요.”
“해독제 아니야.”
“네? 그럼 뭔데요?”
“입이 심심할 때 먹는 간식 같은 거.”
“오! 맛있는 겁니까?”
“당연히 맛있지.”
특히 너 같은 각성자에겐, 마나 적합자에게도 효과가 있겠고.
태주는 손질해둔 재료를 조금씩 덜어 솥 안에 넣었다.
다 넣으면 안 된다.
실패하면 이 아까운 재료들 다 날리니까.
꽝꽝 언 웅담도 네 조각. 결정체도 네 조각, 다른 재료들도 정확히 네 등분해서 한 조각씩 솥 안에 넣어 밀봉했다.
그리고 제조과정에서 필요한 무공 하나.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익히는 범용 무공인 침투경.
태주는 압력솥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침투경 운용.
파삭, 파사삭! 파삭!
밀봉된 솥 안에서 바스러지는 약재들.
꽁꽁 언 웅담 조각. 마나 결정체, 마나 삼지구엽초, 변종 마황, 마나 보리.
모두 안에서 으깨졌다.
이렇게 해야 마나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오븐에 넣었다.
강호 무림에서 영약을 만들 때 제일 힘든 과정이 바로 온도 조절.
지속적으로 같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
그래서 무당이나 소림 같은 곳에선 장작 대신 삼매진화를 이용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오븐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은 날로 먹는 거지.
‘일단 300도로 맞추고.’
오븐에 돌려 10분.
10분이 지나면 다시 압력솥을 꺼내 침투경으로 굳은 재료를 가루로 만든다.
그러고 나서 오븐 온도를 290도 맞추고 또 10분 돌린다.
굽고 나서 당연히 침투경으로 또 부숴야 하고.
온도를 단계적으로 낮추어 굽고 부수고, 또 낮추고, 굽고, 부수고···.
이걸 9번 반복한다.
이 모든 과정이 밀봉된 압력솥 안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다소 지루한 작업.
옆에서 지켜보던 백창훈도 어느덧 하품하더니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이제 됐나?’
태주는 압력솥은 오븐에서 꺼내 천천히 식혔다.
마침내 긴장된 마음으로 열어보니.
“흐음.”
까만색 가루들이 그 안에 소복이 쌓여있었다.
‘너무 탔나? 쯧, 실패군.’
진갈색의 윤기가 흘러야 하는데.
그럼 처음부터 다시!
온도가 너무 높은 것 같으니 온도와 시간을 줄여서.
아직 기회가 남았다.
그러나 또 실패.
‘아이고! 아깝게시리.’
이번엔 진짜 정성을 들여.
세 번째로 압력솥 뚜껑을 열었는데.
‘애매하네.’
솥 안엔 흑갈색 윤기가 흐르는 가루들.
빛깔이 살짝 탁하다.
‘뭐, 이 정도면···,’
성공했다고 치자.
태주는 꿀을 조금 흘려 넣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뭉쳐가며 동글동글한 환의 형태로 빚었다.
크기는 엄지손톱만 한 크기.
꽉꽉 뭉치니 겨우 두 알 나왔다.
‘자, 이제 효과를 알아봐야 하는데···,’
아무리 좋은 영약이라도 자신이 먹으면 그냥 똥 된다.
태주가 가진 힘의 근원은 독정, 차라리 복어알이나 씹어 삼키는 게 이로울···, 가만!
‘어어, 왜 복어 독을 생각 못 했지?’
깜빡했다.
바다에도 독을 가진 생명체들이 아주 많다.
시간 내서 바다에도 꼭 가봐야지.
어쨌든 이걸 누구에게 먹여본다?
태주는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백창훈을 손으로 흔들어 깨웠다.
“창훈아, 창훈아?”
“···으음, 네, 네? 아! 깜빡 졸았습니다.”
“이거 한번 먹어볼래?”
“뭐, 뭔데요? 쎅토끼 똥인가?”
“···.”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똥이라니.
“몸에 좋은 거야. 일종의 영약이라 해두자.”
“이게 영약이라고요? 에이, 영약을 만드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래서 안 먹겠다고?”
“···어, 아뇨! 머, 먹겠습니다.”
백창훈은 태주가 어떤 사람인 줄 깜빡 잊었다.
모기 독 해독제에, 포자 독 해독제까지.
영약을 만드는 게 뭐가 이상해?
이것도 영약이 맞을 것이다.
다만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가장 싼 영약이 얼마 정도 하더라.’
엘리트 마나 결정체 함유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50% 이상 들어간 명품 영약은 대략 100억 정도 일터.
명품 영약을 먹으면 등급을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하이엔드 명품 영약도 있다.
엘리트 마나 결정체가 100%, 통째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 약은 부르는 게 값이다.
먹으면 곧바로 등급 상승.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다.
“자, 먹어봐.”
“지금요?”
백창훈은 태주에게서 흑갈색 토끼똥 같은 환단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입으로 꿀꺽 삼켰는데.
“어때?”
“잘 모르겠는데요? 으음, 잠깐만요, 왠지 뱃속이 뜨거워지기 시작···, 흐익!”
순간!
우우우우웅!
진동하듯 떨리는 백창훈의 몸.
“으아아아, 윽윽!”
“창훈아!”
하지만 백창훈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마나가 몸 안으로 모인다.
모이자마자 강하게 응집하기 시작했다.
전신으로 치닫는 뜨거운 마나의 기운.
그리고 잠시 후.
백창훈의 귓가에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이제 비기너 등급으로 스킬 습득이 가능합니다.]
[특성에 맞은 스킬을 탐색합니다.]
[스킬 : 섬광 찌르기를 습득하셨습니다.]
[스킬 : 철갑 피부를 습득하셨습니다.]
“아!”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앉아있는 백창훈.
태주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괜찮니? 무슨 반응이 왔어?”
“혀, 형님.”
“왜?”
“저, 저 드, 등급 상승했어요.”
“···뭐?”
등급 상승이라니.
반쯤 실패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효과가 좋았다고?
혹시 창훈이에게만 유독 효과가 좋았던 걸까?
“으허헝, 흑흑흑,”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백창훈.
“저 어떡해요.”
“왜?”
“이 비싼 약을 염치도 없이 먹어버렸잖아요.”
“진정해. 재료비도 얼마 안 해.”
“···얼마를 드려야 하죠? 노예 계약서 써야 하나요?”
이렇게 순진한 놈이었다니.
각성은 어떻게 했나?
안 되겠다.
“야! 징징대지 말고 가서 친구 하나 더 데리고 와.”
“치, 친구요?”
“원생 출신 중에 마나 적합자 있지? 착하고 입 무거운 놈으로.”
“설마 걔도 이거 먹이시려고요?”
“그래.”
잠시 머뭇거리다 밖으로 나가, 멀끔하게 생긴 청년 하나를 데리고 오는 백창훈.
“저보다 두 살 어린 동생 놈이에요. 똘똘하고 착해요.”
“처음 보네?”
“안녕하십니까! 형님, 장순철입니다. 서연이 누님 전화 받고 어제 여기 막 왔습니다.”
“그래, 순철아. 너도 이거 한번 먹어봐.”
“토끼똥입니까?”
“···.”
“상관없습니다. 형님이 주시면 먹겠습니다.”
장순철은 태주가 건네주는 환단을 그대로 입에 넣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백창훈이 겪었던 마나의 응집이 지난 후,
우우우우웅!
장순철이 벌떡 일어났다.
휘몰아치는 기운, 전신 구석구석 충만해지는 마나, 절로 터져 나오는 외침.
“오오오오오!”
동시에 머릿속에서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각성하셨습니다.]
[특성을 습득하셨습니다. 상태창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어어···,”
순간! 스르륵!
마치 마법처럼 장순철의 얼굴에 흑색 문신이 새겨졌다.
태주는 흠칫 놀랐다.
“너 설마?”
“네, 가, 각성했다는데요?”
“···.”
마나 적합자에서 각성자가 된 장순철이 주먹을 불끈 쥐더니 차렷 자세로 서서 태주에게 꾸벅 인사했다.
“형님!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아니, 충성까지는···,”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형님 은혜에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
그건 그렇고.
효과가 너무 좋다.
태주도 이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게 좋은 거라지만 이건 도를 넘었다.
‘이건 팔면 안 되겠어.’
< 영약의 효과가 너무 좋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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