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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계를 갖춰 나가는 태홍 바이오. >
태주는 영약에서 회복제 개발로 완전하게 방향을 틀었다.
다만 회복제는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생산이 가능하도록 프로세스를 짤 생각, 백창훈과 장순철이 생산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물론 자이언트 반달곰 웅담은 직접 가공 처리해서 가져다줘야 한다.
이게 가장 핵심적인 부분, 가공되지 않은 웅담으로 아무리 약을 만들어봐야 제대로 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또 침투경도 가르쳐야지.
압력솥 뚜껑을 열지 않고도 재료를 분쇄하는 기술, 현대 과학으로 대체 가능한 기술들이 있겠지만 침투경 정도는 배워두는 게 좋다.
“침투경이란 무엇이냐? 예를 들어 내가 손바닥을 네 갑옷에 가만히 댔는데, 갑옷은 멀쩡하고 몸만 다치는 거지. 벽이 있으면 벽 너머로 물리력을 전달하는 것.”
“어, 어떻게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십시오.”
기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주기 전에 개념 정도는 잡고 가야 하니까.
“초음파 충격기 알지? 요로나 담낭, 신장에 결석이 생겼을 때 깨부수는 거, 마나 입자를 진동시켜서 초음파를 만들어내 목표물에 전달하는 거야.”
“아!”
“침투경의 요체는 진동이야. 세상 만물은 다 물질로 되어 있어. 마나도 알고 보면 물질이란 걸 기억해.”
“어음,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무, 물질이 맞겠죠?”
그러고 나서 마나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가르쳐줬다.
“일단 마나를 손바닥까지 오게 해서 이곳과 이곳의 혈도를 틀어막아.”
“혀, 혈도요?”
“마나 로드 말이야.”
“아하!”
“그리고 이렇게···.”
찌이이이이이!
찢어질 듯한 소리.
“여러 개의 마나 입자들이 서로 부딪히면서 진동과 초음파를 만들어내는 식이야. 원래 소리는 나지 않아.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들어낸 소리고.”
“오!”
“입자 충돌, 그리고 진동···.”
둘은 열심히 따라 했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쉽게 되나?
과연 익힐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침투경은 꽤나 고급 기술이라 쉽지 않을 건데.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침투경을 연마한 지 한 일주일쯤 지나자.
[스킬 : 음파 분쇄를 습득하셨습니다.]
“오!”
[스킬 : 음파 분쇄를 습득하셨습니다.]
“됐다.”
백창훈과 장순철은 거의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를 띄웠다.
“음파 분쇄라고?”
갑자기 스킬이 생겨?
태주는 시스템 각성자가 아니다.
다중우주의 같은 영혼과 심령이 연결되면서 힘을 얻었다.
그래서 상태창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없었고, 시스템이 어떤 방식으로 스킬을 부여하는지 잘 몰랐다.
스킬 이름만 들으면 뭔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한데.
“그럼, 침투경과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는지 한번 해봐.”
“제가 해보겠습니다.”
백창훈은 압력솥에다 약초를 넣고 음파 분쇄 스킬을 시전했다.
우웅!
츠파파파파파!
미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진동하는 압력솥, 열어보니 약재들이 가루가 되어 있었다.
“···똑같네.”
그럼 이젠 어떻게 회복제를 만드는지 알려줘야지.
영약 만드는 것과 방식은 똑같다.
다만 웅담과 마나 결정체의 양은 최소로 줄이고, 마나 삼지구엽초와 변종 마황, 마나 보릿가루의 양을 늘려야 한다.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 가면서 오븐에다 아홉 번 굽고, 아홉 번 분쇄하고, 그 후에 꿀과 솔잎 가루를 섞어 동글동글하게 빚기.
“알겠지?”
“···너무 어려운데요.”
“일단 해봐. 재료가 모자라면 계속 내가 구해줄게.”
“넵!”
아마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얼마나 편한가.
회복제 제조를 누군가 대신해 준다는 게.
열심히 굴리자.
영약 먹여준 값은 치르게 해야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 와중에 캐슬 앞 인공호수에서 조훈석의 시체와 자동차가 발견됐다.
사인은 음주로 인한 사고사.
자경단에서 그렇게 결론 내렸다.
진짜 사고사 맞나?
누가 죽였을까?
이정학? 아니면 군이 개입했을 수도 있고,
그러나 태주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파헤쳐봐야 좋은 것도 없고, 그럴 권한도 없고.
점점 회사 체계를 갖춰 나가는 태홍 바이오 제약회사.
공장이 완공됐고, 더불어 대량생산을 위한 장비도 들어왔다.
약제를 손질하고 1차 법제를 위한 기계들이었다.
물론 최종 법제는 태주가 직접 해야 한다.
그러나 그건 일도 아니다.
약제와 정제수를 섞어 커다란 원액 탱크에 담아 놓으면, 태주가 직접 가서 혼원무상독령공으로 약기와 독기를 조율하고, 성질을 변환시키면 끝, 5성에 도달한 독공으로 시간도 매우 빨라졌고.
그리하여 변종 3줄 무늬 모기 독과 포자 독 낙타 고라니 해독제의 양산 체제를 갖추고 시험 가동에 들어갔다.
공장 벽면에 쭉 늘어선 대형 물탱크.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가 달려 있었다.
태주는 탱크 뚜껑을 열고 만들어진 원액에 손을 넣어 확인했다.
“흐음, 이거 비율 조합 실패. 싹 버려요.”
“···다시 재료를 투입해 비율을 맞추면 안 됩니까?”
“이미 화학 반응이 일어났어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공장 직원이 태주에게 고개를 푹 숙였다.
“하하, 뭘 이걸 가지고 고개를 숙이세요? 처음이잖아요. 그리고 숙련돼도 언제든 실수할 수 있어요. 이까짓 실패, 수백, 수천 번 내키는 대로 하세요.”
진짜 그러면 곤란하지만.
다음 탱크로.
“이건 잘됐습니다. 약 잘 나오겠네.”
“감사합니다.”
실패한 탱크의 원액은 버리고, 통과한 탱크 원액은 조금 있다가 혼원무상독령공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그렇게 마무리된 원액을 다시 희석과정을 거쳐 병입, 그럼 <태홍 모기 독 해독제>, <태홍 포자 해독 키트> 라는 상품명을 달고 정식 출시되는 거다.
그러나 원칙은 세웠다.
군납을 제외한 모든 약은 구례 안에서만 판매하기로.
외부에서 약을 사고 싶으면 구례까지 와서 약을 사가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생긴 문제점.
약을 팔 곳이 한군데 밖에 없다.
드럭샵도 하나 더 지어야 하나.
“회장님.”
“···.”
“회장님?”
“어? 저 불렀어요?”
“네. 김태주 회장님!!!”
아아, 정말 생소한 직함이다.
이 젊은 나이에 회장님이라니, 노티가 잘잘 흐른다.
공장이 완공되면서 직급도 정했다..
백서연 CEO 총괄경영자.
백홍표 CFO 재무담당최고책임자.
김태주, 자신은 회장님이다.
달랑 회사 하나 차려놓고 무슨 회장이냐며, 연구소장 혹은 공장장 직함이나 달라고 했더니, 곧 재벌 대기업이 될 거라면서 바득바득 우기는데 어쩔 수 있나.
“현장 판매 건에 대해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백서연은 태블릿 화면을 태주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JH 약국 매장 인수건?”
“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조훈석 소유의 약국들입니다.”
“아···, 매물이 나왔어요?”
“사실 장사가 안돼 부도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라서, 유족들이 점포와 건물들을 팔고 구례를 떠난다고 합니다.”
현재 나온 JH 약국의 매장은 모두 11개.
“우리가 매입할 여력이 있습니까?”
“모자란 돈이야 대출을 받으면 되지만 법적인 문제가 복잡하다는 게 변수입니다.”
“법적인 문제?”
“유족들 간에 소유권 다툼이죠.”
“아!”
예컨대 하나의 매장에 여러 사람의 권리가 얽혀있겠지.
조훈석의 유족들, 그리고 그가 대리로 내세웠던 바지 사장들.
아무튼 매장을 늘리는 건 좋은 생각.
그렇지 않아도 태홍 드럭샵 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려 휴가조차 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약의 판매가 분산되면 그만큼 여유도 생길 테고.
“백서연 CEO님.”
“말씀하세요.”
“노고단 길드에 가셔서 이정학 길드장을 만나세요.”
“네?”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아마 친절하게 도와줄 겁니다.”
놀란 눈의 백서연.
이정학이라면 구례시를 지배하는 3명의 상임위원 중 한 명이다.
게다가 각성 마스터고.
“지, 진짜요? 하, 하지만 회장님과 이정학은 사이가 별로 좋지 못한 걸로 아는데···,”
“일단 가보세요. 제가 미리 전화를 해둘 테니까. 그리고 매물은 되도록 제값을 치르고 구매합시다.”
백서연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둘이 대판 싸우지 않았나?’
자신이 구례에 오기 직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이미 들었다.
둘 사이에 칼부림이 있었다는 사실도 안다.
그런데 서로 전화도 하고 부탁도 하는 사이라고?
목숨을 건 혈투로 인해 결속된 상남자끼리의 우정, 뭐, 그런 거?
백서연은 태주와의 면담을 끝내고 곧바로 노고단 길드로 갔다.
길드장을 만나고 싶다고 전하니,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이정학의 방으로 안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길드장님. 태홍 바이오 제약 백서연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세요. 피차 바쁘니까 바로 용건으로 들어갑시다. JH 약국 인수를 염두에 두고 계신다고?”
“맞아요.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거 전부.”
“어떻게 해드릴까요? 조훈석이 유족들에게 매점 포기 각서를 쓰게 할까요? 아니면 헐값에 후려칠까요?”
“···네?”
“법적인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아시다시피 여긴 자유도시고, 또한 조훈석 유족들도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구린 데가 많은 놈들이어서.”
뜨악한 표정으로 이정학을 바라보는 백서연.
“아, 아니 그저 전 분쟁의 소지만 없애고 온전한 소유권만 넘겨받으면 돼요.”
“흐음, 그럼 이렇게 합시다.”
“어떻게요?”
“현재 나와 있는 매물들, 싹다 절반 가격에 사들이는 걸로.”
“그건···, 동의할 수 없네요. 제값은 주고 사자는 게 김태주 회장님의 원칙이라서.”
“절반 가격이 제값입니다. 죄다 2배로 부풀려 올린 겁니다. 그리고 장사도 안되는 약국, 누가 살 사람도 없어요.”
“아!”
“지금 나가시면 부길드장 박정태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다 알아서 처리할 테니 믿고 맡기세요.”
고개를 끄덕이며 백서연이 나갔다.
이정학은 의자에 머리를 푹 기댔다.
살짝 마음이 가라앉는 것 같다.
김태주가 자신을 살려준 것에 대해선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는 마음은 확고했다.
하지만 조금 전 김태주에게서 걸려온 전화.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두근대는 심장,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 본능적인 두려움.
‘하아,’
아무래도 후유증이 오래갈 것 같다.
독으로 인한 후유증이 아니다.
김태주라는 인간 자체가 남긴 후유증.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독으로 손상됐던 육신은 김태주가 주머니에 넣어준 회복제 덕분에 멀쩡하게 나았다.
이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먹자마자 효과가 오는 회복제라니.
‘시중에 팔면 몇 개 사둬야겠군.’
그리고 단 3일 만에 JH 약국 11개 매장이 태홍 바이오 제약회사에 매각되어 간판을 바꿨다.
또 일주일이 지났다.
태홍 바이오 공장이 시험 가동을 마치고 본격적인 상업 판매에 들어갔다.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삼한제국 전체가 들썩일 정도.
사람들이 구례로 밀려왔다.
본점까지 합해 총 12개의 태홍 드럭샵에서 판매를 시작한 약품 라인업 3종.
5만 원짜리, 변종 3줄 무늬 모기 독 해독제.
50만 원짜리, 낙타 고라니의 포자 독 해독제,
500만 원짜리, 내상 치유 및 마나 증가 효능의 태홍 회복제.
포자 독 해독제야 사람들이 워낙 기대했던 것이라 순식간에 팔려나갔고, 문제는 태홍 회복제였다.
처음엔 잘 팔리지 않았다.
개당 500만 원이란 비싼 가격, 마나 회복제라면 10만 원짜리 저렴한 제품들이 많은데 굳이?
그리고 내상 치유?
각성자와 적합자들은 기본적으로 회복력이 원래 높다.
다치면 사냥을 중단하고 집에서 잠시 쉬면 금방 나을 것을, 굳이 5백만 원 주고 회복제를 사 먹어?
하지만 곧 깨달았다.
태홍 회복제의 진정한 가치를.
단돈 500만 원으로 여분의 목숨을 살 수 있다는 걸.
※ ※ ※
기다랗게 늘어선 태홍 드럭샵의 오픈런 라인.
언제나 앞줄에 선 각성자가 있었다.
오랜 단골이자 모기 독의 효능을 몸소 보여준 사람.
“백사장님!”
“어이, 박프로 오셨는가.”
레귤러 등급 박진수 각성자였다.
“오늘 새 약 들어왔다면서요? 모두 2세트씩 주세요!”
“흐음, 가격표 먼저 보시고.”
“가격이요? 얼마···, 헉! 500만원?”
“태홍 회복제라고, 효과는 괜찮을 거요. 부상 당했을 때 얼른 먹으면 싹 나아.”
“···.”
박진수는 고민했다.
포자 독 해독제야 사두면 된다.
고라니 발견하고 나서 먹으면 되니까,
50만 원?
아까울 리가 있나?
고라니 한 마리에 얼만데!
‘하지만 회복제라···,’
살까, 말까?
옆의 눈치를 보니 회복제를 사가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마나가 모자라면 10만 원짜리 마나 회복제로 떡을 치는데.
진짜 부상도 싹 낫게 해주나?
다른 약국이었다면 코웃음 치면서 흘려들었을 테지만···,
옜다! 모르겠다.
“백사장님! 한 병만 주십시오.”
“허허, 잘 생각했어요.”
호기롭게 500만 원 결제하고 회복제를 사간 박진수.
그가 다시 약국을 찾은 건 그날 저녁이었다.
군데군데 상처 난 얼굴, 피가 잔뜩 묻은 방어구를 입고 와서.
“백사장님! 백사장님!”
“어이, 박프로!”
“저, 저기 다름이 아니라···,”
“회복제 하나 더 줘요?”
“네!”
“400만 원만 내요. 박프로는 특별히 20% 할인입니다.”
“감사합니다!!!”
모기 독에 이어, 태홍 회복제의 효능을 몸으로 겪은 첫 각성자 역시 박진수였다.
< 체계를 갖춰 나가는 태홍 바이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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