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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32화 (3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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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인(4) >

태주가 마인을 잡기 위해 칠흑동 달동네로 올라간 시각.

이정학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쓸데없는 권력 다툼은 그만두고 구례시 치안에나 신경 쓰라는 김태주 회장의 말, 솔직히 부끄럽다.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폭력, 살인, 유괴, 강간 등의 강력 사건들이 구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한 달에 실종되는 사람의 숫자도 매우 많다.

그것도 신고되는 경우에만 집계되어서 그렇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은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지경.

‘후우, 자경단 숫자가 너무 모자라.’

치안이 유지되려면 자경단 인원이 지금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 필요하다.

하지만 천왕 그룹 민동열 회장과 제국 정부 파견 사무관 지광인의 견제, 그들은 자경단의 세력이 커지는 걸 결코 원하지 않았다.

천왕 그룹은 구례에서 성장한 토착 기업.

민동열 회장도 비밀리에 무력 조직을 소유했다.

협정에 의해 길드는 만들지 못하지만, 자신의 경호원 신분으로 각성자들과 적합자들을 고용하고 있었다.

그걸 감시해야 할 지광인은 민동열과 밀착 관계라 모른 척 넘어가 주고.

‘뭔가 수를 내야 하긴 하는데.’

순간.

벌컥!

노크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부길드장 박정태.

“길드장님! 큰일 났습니다.”

“하아, 또 무슨···, 살인사건이야?”

“아,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오. 방금 전에 113 신고로 들어온 메시지입니다.”

“뭐?”

신고 전화 113이라면···.

“마인? 마인 신고라고?”

깜짝 놀란 이정학이 벌떡 일어났다.

“네, 마인 신고 맞습니다.”

“신고자는 누구야?”

“그, 그게···.”

“누군데?”

“김태주 회장입니다. 구례 칠흑동 달동네에서 찍은 마인의 사진과 메시지를 전송해왔습니다.”

“···.”

돌아버리겠다.

이 사람은 또 어디서 마인을 찾았을까?

부길드장 박정태가 태블릿을 열어 마인의 사진을 보여줬다.

맞다.

확실하다.

마수화된 인간.

의심의 여지 없이 마인이었다.

“이런 개새끼가!”

마인 새끼가 구례에 숨어있었다고?

놀람 다음에 찾아오는 감정은 분노.

적합자와 각성자들의 심장과 장기를 먹고 등급을 올리는 마인, 전 세계의 공적이다.

“당장 자경단 총동원해!”

“출동 준비 마쳤습니다.”

“빨리 가!”

이정학은 자경단을 이끌고 서둘러 구례 달동네로 뛰어갔다.

그런데 먼저 도착한 이들이 있었다.

“이제 오셨군.”

“너무 늦었소. 쯧쯧, 이러다 마인이 도망가면 어떡하려고.”

자신의 경호원들을 잔뜩 끌고 온 천왕 그룹 민동열과 사무관 지광인.

‘후우, 망할 것들.’

113 신고는 자경단에게만 전송되는 것이 아니다.

자치위원회는 물론 근처에 있는 민간 길드, 경찰국, 혹은 군부대에도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정학이야 자경단 병력을 이끌고 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민동열과 지광인은 몸만 오면 되니.

‘이 기회에 밥숟가락 얹어보겠다고?’

마인을 소탕하는 과정은 제국 정부에 상세하게 보고해야 한다.

황제가 읽을 보고서에 무조건 자신들의 이름이 들어가야 하니까,

“빨리 갑시다.”

“우린 후방에서 따라가겠소. 자경단이 앞장서야지.”

“···.”

마음 같아선 욕 한바가지 쏴주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그런데!

투투투투투투투투···,

저 하늘에서 구례 달동네 입구로 접근하는 대형 쌍발 수송 헬기 3대.

‘···씨발.’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수송 헬기가 착륙할 듯, 아주 낮게 내려왔다.

그러자 헬기에서 줄도 없이 그대로 뛰어내리는 군인들.

두두둑, 투두두둑!

“1소대 이상 무!”

“2소대 이상 무!”

“3소대···,”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이 자랑하는 대마수 특전 부대.

또한 어김없이 오진형 중장도.

“이정학이, 또 보네?”

“···네.”

“마인은 어디에?”

“저쪽 칠흑동 달동네 꼭대기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래? 알았어.”

이번엔 자유도시 운운할 수 없었다.

마인의 척결은 마수 웨이브에 준한다.

자유도시든, 지방 영지든, 마인이 나타나면 언제든, 누구라도 개입이 가능하다.

“참! 김태주 회장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마 마인과 싸우고 있을지도···.”

“그렇군.”

오진형은 이정학을 빤히 노려봤다.

“어이, 이정학이!”

“왜요?”

“이제 좀 정신 차렸나?”

“···정신이라뇨?”

“등급만 믿고 깝치다가, 죽다 살아나니 세상 무서운지 알겠지?”

이정학은 대답할 수 없었다.

틀린 말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잘하자?”

“···.”

민동열과 지광인도 후방에서 오진형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뵙습니다. 군단장님, 기억나시죠? 정부에서 파견된 지광인 사무관···,”

그러나 오진형은 인사를 받아주지도 않았다.

“부대 진격한다. 목표는 마인 섬멸이다! 멸마!”

“멸마!”

“멸마!”

.

.

.

※ ※ ※

왕안평은 방독면 너머로 보이는 광경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강화 사린 가스에 중독되어 비틀거리는 회색 코트의 애송이.

마인이라고 해서 어디 마수화만 믿고 싸울까?

강화 사린 가스는 신의 한 수였다.

해독제를 맞으면 버틸 수 있겠지만 평상시 그런 물건을 가지고 다닐 리도 없다.

물론 자신은 가지고 있고.

만약을 대비해 가방에 함께 넣어뒀다.

“어떠냐? 애송아! 짜릿하지? 강화 사린 가스라는 거다. 그거 귀한 거야. 여기서 써먹을 줄 몰랐지만.”

대답할 수도 없을 것이다.

신경이 마비되어 숨을 쉴 수도 없을 테니까.

과거 중국이 그나마 국가의 형태를 가지고 있을 때, 마수 웨이브에 대항해 만든 대량살상무기.

삼한제국으로 넘어올 때 몰래 챙겨온 물건이다.

사실 마수에겐 그다지 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각성자와 적합자들에게 직빵.

“왜 말이 없어? 아까처럼 혀를 놀려봐.”

급기야 회색 코트가 무릎을 꿇었다.

고개까지 푹 숙이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엥? ···죽었나?”

이러면 너무 싱거운데.

그래도 왕안평은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체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한편, 태주는 그제야 자신이 흡수하는 가스의 이름을 알았다.

‘아하! 강화 사린 가스였구나.’

화학 물질로 만든 독가스.

이건 진짜 귀한 것이다.

절대독마 당군악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새로운 독.

애초에 강호 무림에 이와 같은 독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혼원무상독령공이 운기됐다.

강화 사린 가스가 독정으로 흡수되면서 그 성질 또한 각인됐다.

태주는 연신 숨을 들이마셨다.

‘스읍, 하! 스읍! 하!’

조금이라도 놓치면 안 된다.

가스탄이 왜 두 개밖에 없을까?

현재 동굴 입구로 빠져나가는 소량의 가스마저 아깝다.

혼원무상독령공이 5성에 이르러면 웬만한 독은 양식과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받아들이고 적응한다.

물론 극강의 독은 아직 무리.

강호에서 전설로 전해지는 인면지주, 혹은 독룡, 천년 이무기, 무형지독, 지구에선 방사능물질로 만든 독···, 이런 독만 아니면 다 먹는다.

가스를 기관지와 폐로 흡수하고, 혈맥을 통해 단전으로 이동시키고, 그에 따라 내부 장기들은 더 튼튼해졌다.

바로 그 순간!

찌이이이잉!

‘···응?’

갑자기 진동을 시작하는 독정.

‘이거 설마.’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독정이 성장하고 있다.

강화 사린 화학 독을 먹고 5성에서 6성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6성? 진짜?’

지잉! 지이잉! 지이이잉!

독정의 진동이 극에 달했다.

그에 따라 새로운 시야가 펼쳐졌다.

6성에 오르면 깨닫게 되는 용독술,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암기술.

그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6성.

이제 7성까지 불과 한 단계 남았다.

취이이이익, 취익!

그렇게 많이 빨아들였음에도 아직 퐁퐁 솟아 나오는 맛있는 독가스.

하지만 6성에 오르니 이젠 특별하지 않았다.

빨아먹을 거 다 빨아먹고 이제는 잠잠해진 독정.

가만히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

둘이 같이 있는데 나 혼자만 먹는 건 예의가 아니다.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지.

“클클클, 허접한 놈, 아까는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놈이 가까이 왔다.

그리고 자신의 머리채를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데,

덥석!

“헉!”

태주는 마인의 손을 잡았다.

동시에 놈의 방독면을 움켜잡고.

“덥지 않아? 내가 벗겨줄게.”

“이, 이놈이?”

왕안평은 기겁했다.

서둘러 팔을 빼고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발칵!

결국 방독면이 벗겨졌다.

“흡!”

실눈을 뜨면서 숨을 참아보는 왕안평.

“괜찮아, 숨 쉬어, 숨!”

“···!”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뭐지? 왜 아무렇지도 않지?’

설마 가짜 사린 가스인가?

가짜가 아니고서는···,

쫘악!

순식간에 돌아가는 고개.

황당하다.

이 상황에서 뺨까지 맞았다.

“숨 쉬라고! 새끼야! 그게 네가 세상에 기여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야.”

쫘악! 쫘악!

연달아 두 방 더 맞고서 분노하는 왕안평!

뿌드드드득!

마수화.

왕안평이 핏발 선 눈으로 포효했다.

“이놈!!! 죽여버릴···, 읍!”

입을 벌리자마자 강화 사린 가스가 호흡기를 통해 들어왔다.

“이 씨···, 쿨럭, 너, 너···, 케엑. 크윽!”

가스는 진짜였다.

겨우 한 모금 들이마셨지만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구역질이 절로 나온다.

숨이 턱턱 막히고 경련이 일어났다.

‘저놈은 왜···?’

해독 주사를 꺼낼 겨를도 없다.

오로지 여길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

우우웅!

급하게 마나를 끌어올리는 왕안평.

쁘드드득!

마수화로 인해 강해진 육체로 동굴 밖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어딜 가려고!”

태주는 도망가려는 놈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으읍! 이, 이거 놔···, 쿨럭,”

“숨쉬기 편하게 해줄게.”

“뭐···,”

퍼억!

복부에 작렬하는 혈인 독장.

“커허억!”

태주는 결정했다.

이놈은 때려죽인다.

마수화로 인해 몸집이 커진 탓인지 때릴 데도 많다.

“자, 잠깐! 으으흡!”

콰직! 콱!

태주는 동굴 벽에 착 달라붙은 마인의 몸을 샌드백 치듯 두드렸다.

굽혀지려는 상체를 어퍼컷으로 쳐올리며 바로 세우고는,

퍼억! 퍽퍽퍽퍽!

때리면서 말했다.

“니가 왜 맞는 줄 알아?”

“크힉? 커컥···,”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죽은, 청년에 대한 복수.”

“큭! 이 개, 개새···,”

“욕하지 말고 비명을 지르라고! 넌 최대한 고통스럽게 뒈지면 돼!”

퍽퍽퍽!

태주의 주먹이 왕안평의 머리에 박혀 들었다.

콰지직! 콰악!

“끄아악!!! 케엑!”

독가스에 의해 죽는 것.

주먹에 맞아 죽는 것.

어느 것이 빠를까?

쓸데없는 물음이었다.

※ ※ ※

오진형은 대마수 특전 부대를 이끌고 칠흑동 달동네를 포위하면서 올라왔다.

뒤를 이어 이정학이 이끄는 자경단, 민동열, 지광인도.

달동네 전체가 조용했다.

군이 개입했는데,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올 리가 있나?

그래서 별다른 충돌 없이 꼭대기까지 올라갔는데.

“아!”

“허어···,”

“이런!”

“후우,”

꼭대기 집 앞에 너른 마당.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현장이 펼쳐졌다.

“군단장님! 여기···,”

오진형은 부하가 부르는 곳으로 갔다.

엉덩이를 위로 들어 올린 채 땅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는 마인 하나, 마수화 상태로 죽어있었다.

“투사체가 항문을 통과해서 저 벽에 박혔습니다.”

“그래? 관장 하나는 제대로 했군.”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지만 속이 후련했다.

“여기도 있습니다.”

또 다른 마인.

두 명씩이나 있었어?

이 시체 역시 끔찍했다.

팔다리 관절이 역으로 꺾여있었다.

한쪽 발목은 날카로운 칼에 반쯤 잘렸고.

게다가 복부에선 시꺼먼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시체 다룰 때 조심해. 맨손으로 만지지 마.”

“네, 알겠습니다.”

오진형을 제외하고 모두들 몸서리쳐지는 현장에 기가 질린 표정.

민동열과 지광인은 마당 한쪽에서 구역질하고 있었다.

누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이렇게 잔인하게···”

그러자 오진형 중장이 싸늘하게 말했다.

“동정심 가지지 마라. 죽어도 싼 놈들이야.”

그리고는,

“너, 그리고 너, 야전삽으로 마당을 파 봐.”

“어딜 말입니까?”

“아무 데나! 파보면 알 거야.”

특전 부대원 두 명이 야삽으로 열심히 땅을 팠다.

사실 깊게 파지도 않았다.

그런데!

덜컥!

야삽에 걸려 나온 사람의 두개골.

“헉!”

“아아아···,”

“이 개 같은 마인 새끼들!”

마인은 이런 놈들이다.

여기 모인 자경단원들과 군인들도 똑똑히 목격했다.

그나저나 김태주 회장은 어디 갔을까?

혹시 집 안에 있나?

그때였다.

“구, 군단장님!”

특전대 장교가 손가락으로 산 밑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러자 보이는 회색 코트의 남자.

“어···,”

혼자 올라오진 않았다.

시체로 보이는, 마수화된 마인의 한쪽 발목을 끌고 터벅터벅 걸어왔다.

마수화된 육체로 각성자와 적합자를 먹고 힘을 키운다는 마인.

그것도 무려 3명씩이나 홀로 해치웠다고?

태주가 꼭대기로 올라와 오진형에게 아는 척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아니, 늦게 온 거지. 자네 혼자 다 해버리면 우린 뭘 하라고?”

휘이익!

털썩!

태주는 가지고 온 마인의 시체를 마당 한쪽에 던지며 말했다.

“중장님.”

“···왜? 마, 말해보게.”

“이거 제가 한 거 아닙니다.”

오진형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응? ···어, 그, 그렇지. 자네가 한 게 아니야.”

그리고 이정학을 바라보는 태주.

“자경단과 군대가 합동 작전 한걸로 칩시다.”

이정학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마인 3명을 한 번에 홀로 죽인 사람이다.

자신은 가능할까?

턱도 없다.

그 마인 학살자가 자신에게 조용히 입을 다물란다.

까라면 까야지.

< 마인(4)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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