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33화 (3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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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수습과 준비 >

마인은 3명이 전부였다.

모두 태주의 손에 죽었고.

칠흑동 달동네에서 자경단과 대마수 특전부대가 한 일은 시신 수습 작업뿐이었다.

마인이 거주하던 집의 앞마당을 파보니 백골화된 시체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집안에서도 나왔다.

그리고 희생자들이 가지고 있던 소지품도.

“후우, 개새끼들.”

해골의 크기는 각각 달랐다.

남녀노소 골고루 나왔다.

분노로 인해 얼굴이 붉어진 오진형 중장이 태주에게 물었다.

“김태주 회장, 하나만 말해주게. 놈들은 어떻게 죽었나?”

“보시다시피요, 곱게 죽여주진 않았습니다.”

“잘했네. 잘했어. 그래도 한 명 정도는 숨을 붙여왔으면···, 오래오래 살려두고, 빼낼 거 빼내고, 제발 죽여달라고 사정하면 죽이는 척하다 또 살리고, 그렇게 하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자신보다 더 심한 사람이 여기 있었네.

“···다음에 마인 만나면 그렇게 할게요.”

태주는 시신들이 다 발굴되는 걸 지켜봤다.

최근에 묻은 시신도 나왔다.

아마 순철이가 찾고 다녔던 친구겠지.

잠시 묵념하고.

그때!

“자네가 김태주 군인가?”

노년의 나이로 보이는 누군가가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태주에게 다가왔다.

“누구신지?”

“천왕그룹 민동열이네.”

구례 토착 기업 천왕그룹.

제국 전체 기업으로 보면 저 밑, 까마득한 순위에 있지만, 그래도 구례 최고의 대기업이다.

“내가 자네를 얼마나 만나고 싶었는지 아는가?”

“아, 네네.”

귀찮아도 대답은 해줬다.

“사업적으로 제안할 것이 있어 태홍 바이오 비서실을 통해 계속 접촉을 해왔는데, 많이 바쁜 모양이더군. 좀체 답장이 오지 않아서.”

바빠서 그랬겠나?

백서연이 보기에 언급할 가치가 없어서 보고도 하지 않았겠지.

“이런 데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지만, 구례에서 함께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나?”

아아,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뻔하다.

“해독제나, 회복제 생산 물량이 부족해 보이던데. 내가 도와주겠네. 우리 공장에서 위탁 생산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야. 로열티 계약도 좋으니 제조식을 공유해서···.”

“죄송하지만 그 얘긴 다음에 하시죠.”

“···음?”

“지금 피곤해서 얘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라서요.”

“다, 다음에 언제?”

“글쎄요. 언젠가 기회가 있겠죠.”

민동열 회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여태까지 구례에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이 없었는데.

그러자 누군가 눈알을 부라리며 오더니,

“젊은 사람이 예의가 없군. 민회장님께선 호의를 가지고 제안한 건데.”

“그쪽은 누구시죠?”

“제국 정부에서 파견된 사무관 지광인이네.”

진짜 성공하긴 했나보다.

별 이상한 것들이 찾아와서 어떻게든 콩고물이라도 뜯어 먹으려고 달려든다.

‘이거 정신 좀 차리게 해줘야겠네.’

그냥 내버려 두면 조훈석, 그놈처럼 선을 넘어버릴 수도 있다.

그전에 처리해야지.

한번 당했던 경험이 있는데, 가만히 있으면 바보다.

하지만 지금은 참는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민회장님 말을 경청하면 자네에게도 좋은 일이···,”

그때였다.

“이 쌍놈의 새끼들아!”

철커덕!

허리춤에서 권총을 빼 들고 나타난 오진형 중장.

“지금 남들은 희생자 시신 수습하느라 바쁜데, 어디서 개수작질이야?”

“···어어, 구, 군단장님 갑자기 왜?”

“왜긴 왜야? 네놈들 대가리에 총알 한 방씩 박아주려고 그러지.”

“지, 지금 제국 정부 관리에게 총을···?”

“하아, 씨발 새끼가, 공무원 대가리는 총알이 안 박히나? 총알이 싫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줘? 요즘 캐슬 인공호수 물 온도 따뜻하던데, 물속 구경이나 시켜주면 되겠네.”

지광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캐슬 인공 호수.

최근에 거기서 자동차와 함께 발견된 조훈석의 시체, 그럼 설마?

오진형은 이정학을 보며 말했다.

“이정학이!”

“네!”

“이놈들, 여기서 무슨 짓거릴 하고 있는지 낱낱이 보고서에 써서 올려. 아! 그리고 지광인, 이 새끼가 그동안 받아 처먹은 돈, 우리 군 정보부가 증거 확보하고 있으니까, 당장 수사하고,”

“···.”

지광인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민동열도 마찬가지였다.

허둥지둥 달아나는 두 사람.

오진형은 아직 화가 풀리지 않나 보다.

“쯧! 구례 자치위원회 그대로 두면 안 되겠어. 물이 고이다 못해 썩어버렸어. 빨리 물갈이하든지 해야지.”

태주는 속으로 쓴웃음을 흘렸다.

귀찮은 놈들 처리해준 건 좋은데,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닌가?

조훈석도 군에서 처리한 것 같고.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막 나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나쁜 새끼들을 착하게 대해주면 오히려 역효과다.

절대독마 당군악의 경험에 비추어봐도 말이다.

‘나도 한번 막 나가봐?’

어쨌거나 슬슬 내려가자.

마인도 처리했으니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어어, 그렇게 하게. 아참! 자네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부탁?

“···재입대는 안 합니다.”

“허어, 이 사람이! 싫다는 사람 억지로 권유하진 않아.”

“그럼 뭡니까? 약이 더 필요한가요?”

“아니, 그게 아니고 부탁이 뭔가 하면, 드디어 지리산 밀림 대토벌 작전 날짜가 잡혔어.”

“아!”

오진형이 은근하게 말했다.

“대규모 작전이 될 거야. 그래서 말인데···,”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자네도 참가해주면 좋겠군.”

“제가요?”

“처음 해보는 대토벌 작전이야. 난 꼭 성과를 내고 싶어서 그래.”

지리산 밀림 대토벌 작전.

해독제 개발로 방어가 아닌 공세 전략으로 수정했다는 말은 이미 들었다.

태주는 잠시 고민했다.

군사 작전인데 민간인 참가를 요청해왔다.

구례 자유도시의 고질적인 문제.

바로 마수 웨이브.

약 5년 주기로 웨이브가 발생해왔다.

초기엔 엄청난 사상자가 났지만 도시의 대응도 점차 발전했다.

캐슬을 건설하고, 지하 대피소를 만들고, 인명피해가 전보다 대폭 줄었다지만 그래도 웨이브가 발생하면 도시가 파괴된다.

그래서 대토벌 작전은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주는 결정을 내렸다.

“네, 참가하죠.”

“오! 고맙네. 그리고 이번 토벌 작전은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말고도 외부 인사들도 다수 참가할 거야.”

“그래요? 누가?”

“황실 귀빈분들과 이번에 사관학교 임관 예정인 졸업반 생도들, 걱정 말게. 귀찮게 하진 않을 테니까.”

황실이야 그렇다 쳐도.

‘사관학교 생도?’

졸업반이라면 각성했다는 말인데, 갓 각성한 애들이 도움이 되나?

아마 견학 목적일 터.

그럼 준비를 해야겠다.

암기도 보충하고, 독정도 안정화시키고.

※ ※ ※

마인 출현의 여파로 구례는 발칵 뒤집혔다.

군부가 임시로 구례의 행정권을 넘겨받았다.

3일간 지리산 마수 레이드 전면 중단, 구례에 거주하는 모든 각성자들에 대해 적성 검사 실시, 주변에서 거동이 의심되는 자, 적극적인 신고 캠페인, 구례 기차역과 공항을 중심으로 검문 검색 강화.

이로 인해 구례는 한동안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러나 불만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마인 출현은 마수 웨이브에 준하는 엄청난 사건이었으니까.

보여주기식 요식행위라는 비판도 받았다.

마인은 마수화한 상태에서만 판별할 수 있다.

작정하고 숨으면 어떻게 찾는다고?

3일이 지나 군대도 철수했고, 검문 검색도 축소됐고.

구례 자유도시는 예전으로 돌아갔다.

마인을 처단한 주체는 태주였지만 뒤로 빠졌다.

즉 공을 자경단과 대마수 특전부대에 넘긴 것, 괜히 알려져 봐야 좋은 것도 없고 오히려 성가시기 때문에.

단 마인 신고 포상금 1억 원은 받기로 했다.

태주는 그 1억 원에 자신의 사비 1억을 보태 병원에서 퇴원한 장순철에게 건넸다.

“이 돈은 희생당한 네 친구 부모님께 드려. 그 친구 때문에 마인을 발견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고맙습니다. 회장님.”

몸은 다 회복되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겠지.

“휴가를 줄 테니, 며칠 동안 푹 쉬어.”

“아뇨! 괜찮습니다. 전 멀쩡합니다.”

“말 안 들을래?”

“···네.”

이제 마인 사태도 일단락됐고.

태주는 조용한 곳에서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혼원무상독령공이 6성에 올랐지만.

‘좋은 것만은 아니야. 조심해야 해.’

항상 인식하고 있었다.

자신의 독공 성취가 너무 빠르다는 걸.

솔직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가야 하는 길을 이미 알고 있는데 일부러 돌아갈 수도 없고.

이왕 이렇게 된 거 7성까지는 무조건 달린다.

안정화는 포기하자.

그러고 나서 잠시 숨을 돌리고, 정신의 깨달음과 육신의 깨달음을 조율해보든지 하고.

또한 마인.

비교적 등급이 낮은 놈들이라 그나마 다행.

마수화가 진행되기 전엔 익스퍼트에도 미치지 못했던 놈들이다.

그래서 마수화를 실행한 후에도 정신이 멀쩡했고.

‘정말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다.

마교도들과 말이다.

흡정마공으로 타인의 내공을 빨아먹고, 그 때문에 광기에 노출돼 괴물처럼 변하고···,

‘혹시 천마 같은 새끼도 있는 거 아냐?’

충분히 근거 있는 추측이다.

삼한제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도 마인의 짓으로 추정되는 대참사가 일어난 적이 있었다.

각성 등급이 높을수록 마수화는 비약적으로 강해진다.

마교도 소탕.

절대독마 당군악에 있어서 의무와도 같았던 것.

그렇다면 지구의 김태주는?

‘마인 소탕으로 가야지.’

구례에 마인이 또 나타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자신과 관계있는 사람들이 다치는 게 싫다.

영약을 더 만들자.

쓸만한 무공도 가르치자.

‘사천당가의 무공도···.’

원래 가문의 무공은 비전이라 함부로 전수하면 안 된다.

하지만 태주는 혼원무상독령공을 제외한 당가의 무공을 퍼뜨릴 생각.

뭐 어때?

‘내가 당군악인데.’

물론 비인부전(非人不傳), 사람의 됨됨이가 바르지 못하면 전하지 않는다.

이 한 가지 원칙만 확고하면 된다.

‘역시 심법은 오행기공(五行氣功)이 낫겠지?’

당가의 일원이라면 직계 방계 할 것 없이 누구나 익히는 기초 심법.

이 기공의 장점이라면 오행의 기운을 키워 5성 이상의 경지에 올랐을 때 약제조에도 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행기공은 원래 독공의 기초.

절대독마 당군악이 오행기공과 여러 독공의 깨달음을 합쳐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혼원무상독령공이다.

당가의 자손들이라면 필수로 익힌다.

덕분에 직계든, 방계든 모두 약 제조에 능했고.

‘암기술은 가르칠 필요가 없겠고.’

애초에 마수 사냥엔 가성비가 떨어진다.

‘적당한 도검술이나 창술이 더 도움이 될 거야.’

마지막으로 경신법.

세 가지만 가르치자.

소수정예로.

현재 떠오르는 사람은 딱 2명, 백창훈과 장순철이다.

얘들 키워 잘 써먹을 생각.

숙련되면 무공 교관 역할도 할 수 있을 테고.

가르치다 보면 그 전처럼 스킬이 만들어지겠지.

백홍표와 백서연은?

영약 만들어 먹이면 충분할 것이다.

몸 건강하게 잘 살도록.

※ ※ ※

태주라고 해서 회사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다.

하루에 한 번은 꼭 백서연, 백홍표와 함께 태홍 바이오의 향후 계획에 대해 논의를 한다.

일전에 민동열 회장과 지광인이 태주에게 한 짓에 대해 분노하는 두 사람.

“비리 공무원 자식이!”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반드시 문제 삼겠습니다.”

만만히 보이긴 했나 보다.

아무리 잘 나가는 태홍 바이오지만 그건 구례에 국한된 이야기.

전국구 대기업이라면 꼼짝도 못 했을 놈들.

“상임위원들은 제 선에서 알아서 할게요. 그리고 슬슬 약을 하나 더 추가해볼까 하는데···,”

“무슨 약이요?”

“지혈제 종류입니다. 상처 치료도 겸하는 거, 그리고 피로를 푸는 자양 강장제도.”

“오!”

“···또, 또 개발하셨어요?”

“네.”

금창약과 자양 강장제뿐인가?

정력제, 총명환, 특정 장기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보약···.

아직 선보일 것이 엄청나게 많다.

오래전 과거, 지구에서 퍼졌던 한약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때는 마나가 없었으니까.

지구에 마나가 퍼진 이상, 강호 무림과 환경이 비슷해졌다.

채취하는 약재에 하나같이 마나, 즉 기(氣)가 함유되어 있다.

강호 무림에서 했던 제조 방식과 지구의 제약 기술을 결합하면 기존의 약을 훨씬 뛰어넘는 효과를 보여줄 터.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뭐죠?”

“카피될 위험이 있어요. 성분만 분석하면 누구나 만들어 낼 수 있는 거라서.”

“아!”

“그래서 구례에서 허가를 받진 않을 겁니다.”

원래 신약은 마음대로 베낄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례니까 가능한 거였다.

신약의 허가와 판매가 자유로운 구례.

반면 특허권 보장이 어렵다.

애초에 특허청 같은 것도 없다.

그러나 다른 대도시에선 신약의 허가가 까다롭지만, 특허권이 제국 정부에 의해 철저하게 보장받는다.

“그럼 뉴서울로 진출을 하자는 말씀이네요.”

“꼭 그럴 필요가 있나요? 예를 들어 대전에만 공장을 세워도···.”

허가만 나면 특허권을 인정받으니까.

“네! 그러면 되겠죠. 하지만 대기업 견제가 들어오는 건 대비를 해야 합니다.”

“견제는 어떤 식으로 들어오죠?”

“제가 대기업에 근무해서 그들의 사업 확장방식을 잘 알고 있거든요.”

설명을 늘어놓는 백서연,

“남들이 애써 신약을 발명하면 특허 내는 걸 방해하고, 스파이를 집어넣어 제조식을 훔치고, 도둑질한 제조식으로 지들이 먼저 특허를 내고, 미래가 창창한 중소 제약회사는 적대적 인수 합병으로 먹고, 그렇게 인수한 회사가 만든 약의 가격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뭐가 이렇게 다양해?

완전 개자식들이다.

평범한 개새끼가 아니라 그레이트 개새끼들이다.

“걱정하지 말고 진행시켜요!”

“네! 해보겠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 구는 것도 아니고.

그럼 슬슬 대토벌 작전이나 준비해보자.

그전에 지광인, 민동열, 두 사람 면담 좀 하고.

< 뒷수습과 준비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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