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35화 (3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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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 변화의 시작. >

드디어 제국군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의 작전이 대토벌 언론 지상에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대마수 전략을 방어에서 공세로 전환.>

<모기 독 해독제 개발로 토벌 전략 가능, 거기에 태홍 회복제까지.>

<오진형 군단장, 오래 준비했다.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잊힐 만하면 터지는 지리산 마수 웨이브, 이젠 막을 수 있을까?>

<관건은 엘리트 마수 공략. 그러나 해볼 만하다.>

<황실에서 전폭적인 지원 약속, 졸업 예정 사관생도 토벌 작전 참가.>

사실 마수 밀집 지대에서 군(軍)에 의한 토벌 작전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지금도 제국 어디선가에선 대토벌 작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나름의 이유로 대토벌 작전이 불가한 지역도 있었다.

지리산 밀림이 그중 한 곳.

그 이유는 어이없게도 모기 독 때문이다.

각성자와 적합자들이 마나 거부자처럼 변한다고 생각해보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알 수 있을 터.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모기 독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례 시민들도 들뜬 분위기.

경제가 웬만한 대도시 뺨칠 정도로 발전한 구례였다.

마수 부산물의 중심지 구례.

구례, 함양, 산청, 남원···, 하루에서 수백 개의 레이드 팀이 지리산을 드나든다.

채집된 지리산 마수 부산물들은 대부분 구례로 와서 유통되고.

심지어 지리산이 아닌 타지역 마수 밀집 지대의 부산물들도 구례로 온다.

왜?

마수 부산물 판매에 있어서 세금이 면제되니까.

그러나 발전에 한계가 있었다.

일명 ‘구례 리스크’

도시가 발전해서 이제 살만하다 싶으면 도둑처럼 찾아오는 마수 웨이브, 파괴되는 기반 시설과 인명피해, 그로 인해 원점으로 돌아가고.

고질적인 병폐였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옆에 끼고 살아가는 구례 시민들.

하지만 희망이 생겼다.

지리산 밀림 대토벌 작전.

시민들은 작전 성공을 간절하게 기원했다.

그 와중에.

구례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 송출된 상임위원 지광인의 중대 발표.

- 앞으로 캐슬과 도시의 경계를 영구히 허물 예정입니다. 지금부터 누구나 허가 없이 캐슬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왕래의 편의성을 위해 인공호수를 지나는 다리를 건설할 예정이며···.

이것도 토벌 작전 못지않게 충격적이었다.

지금까지 캐슬 개방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다.

웨이브가 터지면 인도적인 차원에서 대피소가 없는 시민들을 위해 한시적으로 개방한 적은 있었다.

그런데 이번은 조금 다르다.

일시적인 개방이 아닌 영구적인 개방.

└ 걔들, 혹시 미친 거 아니야?

└ 캐슬에 살고 있다는 거 자체가 하나의 권력이었는데, 그걸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 허가가 필요 없다면, 지금 캐슬로 놀러 가야지.

└ 맛집도 죄다 거기 모여있잖아. 좋아! 오늘 데이트는 캐슬이다!

└ 애인은 있고?

└ 만들어야지. 나랑 갈 사람?

└ 있겠냐?

└ 아무튼 웨이브가 일어나면 캐슬로 튀면 되겠구나.

└ 씨발! 말도 안 돼! 지가 뭔데 마음대로 결정해!

└ 너 캐슬 사는구나?

구례 시민들은 환영했지만 캐슬 거주민들은 아니었다.

지광인의 결정에 분노해 자치위원회 건물로 항의하러 온 주민들.

“내가 캐슬 아파트를 얼마에 샀는데? 집값 내려가면 당신이 책임질 거야?”

“지광인, 개새끼야! 나와!”

“누가 당신에게 그런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줬어?”

“민동열 회장, 당신 입장은 뭐요?”

일반 자치위원들도 난리가 났다.

“무효야, 무효!”

“이거 자치위원회 전체 표결에 부쳐야지.”

“언제부터 구례가 자유도시에서 독재도시로 바꿨습니까?”

“우리 힘을 보여줍시다! 폭락한 집값을 원상태로 회복시킵시다!”

캐슬 거주민들과 일반 자치위원들이 합세했다.

닫힌 자치위원회 건물의 정문이 열렸다.

쏟아져 들어오는 사람들.

거의 폭동 수준이었다.

“캐슬 개방 당장 철회하라!”

“실력행사가 뭔지 보여줍시다.”

“감히 서민들이 마음대로 우리 동네 온다고? 범죄 생기면 책임질 거야?”

유리창이 깨지고, 가구들이 부서졌다.

난장판이었다.

그때였다.

무기를 들고 우르르 들어오는 노고단 길드 이정학과 자경단 각성자들.

“오! 이 길드장, 잘 왔소. 지광인과 민동열 상임위원 당장 체포해주시오.”

“놈들을 직권남용죄로 고발합니다.”

“말이나 됩니까? 캐슬 개방이라니!”

“이러다 우리 다 죽어!”

“맞아요. 벌써 집값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졌어.”

그러나 이정학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난동자들 모두 체포해!”

길드장의 지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자경단.

“어? 왜, 왜 날 잡아가?”

“뭐야? 갑자기?”

“이정학, 당신도 한통속이지?”

그러나 이정학은 단호했다.

“반항하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 내가 책임진다.”

그제야 캐슬 거주민들은 난동을 멈췄다.

무슨 짓을 저질러도 자신은 안전할 거란 믿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눈앞에 마주한 폭력에 공손해진 사람들.

“···내, 내가 여길 부수려고 한 게 아니라.”

“잘못된 건 바로 잡자는 항의입니다.”

“우리에게 먼저 이야기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지.”

“이러지 말고 우리 대화로 풉시다.”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알고 보니 상임위원 3명이 모두 같은 입장.

그럴 리가,

이정학은 민동열, 지광인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세 사람이 합심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뭣들 해? 당장 체포해서 구금해!”

“어어어?”

“백주 대낮에 이런 법이···,”

“아악! 야, 이 새끼들아! 니들은 법도 없어?”

“내가 누군지 알아? 사촌 형님이 중앙 정부 공무원이야!”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구례의 권력자들이었다.

신분을 나누고, 특혜를 받으며, 남들이야 웨이브에 희생되든 말든, 캐슬 안에서 기득권을 유지해온 자들.

그들이 자경단에 체포되어 유치장에 구금됐다.

일반 시민들에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 와! 이거 혁명인데?

└ 살다 살다 자경단이 자치위원 잡아가는 거 처음 본다.

└ 난 솔직히 캐슬 전면 개방 안 믿었거든? 근데 내 생각이 틀렸네.

└ 뭔가 일어나고 있어!

변화가 시작된 구례.

이건 겨우 첫 단계일 뿐이다.

※ ※ ※

새로운 구례 자유도시를 위한 발판은 만들어 놨다.

태주는 당분간 조용해질 때까지 사냥이나 할 생각.

자이언트 반달곰 웅담이나 채집하자.

독정은 6성에 올랐지만 육체의 깨달음은 아직 아니다.

열심히 수련해서 따라가야지.

앞으로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도 예정되어 있고.

오늘도 지리산 밀림으로 사냥을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에 이사한 새집이었다.

백서연이 원래 살던 집이 형편없다고, 회장님 품위에 맞아야 한다며 지은 으리으리한 집, 위치는 태홍 바이오 공장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넓은 정원, 정성을 들여 조성한 잔디밭과 조경, 물고기들이 노는 얕은 연못과 분수대, 그리고 철통같은 보안으로 만든 이 층짜리 집이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네, 고생이 많으십니다.”

“당장 식사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여러분들은 식사하셨죠?”

“네,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

정원사에, 가정부, 요리사, 그리고 단기 알바들까지.

다 백서연이 구해줬다.

확실히 유능한 사람 밑에 두니 손발이 편하다.

이렇게 큰집에서 살면 처음 드는 생각이 난방과 청소는 어떻게 하지? 라던데···, 그런 고민은 전혀 할 필요가 없으니까.

삐걱,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긴 복도를 지나니.

“회장님!!!”

“삼촌이라 불러.”

“에이, 그럼 아버지께 혼나요.”

“괜찮아. 없는 데서 하면 돼.”

고아원 원생 출신의 중고등학생들.

한창 사춘기에 사고 싶은 것도, 꾸밀 것도 많은 아이들이다.

원래는 백홍표 몰래 용돈을 챙겨주고 있었는데, 그러면 버릇이 나빠진다며 겨우 절충한 것이 바로 집 청소 알바.

매일매일 번갈아 가며 집 청소를 하고 알바비를 받아 간다.

물론 백홍표와 이야기한 것보다 조금 더 많이 주고 있었다.

“자! 받아!”

“···어, 너무 많은데요?”

“맛있는 거 사 먹어.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말고.”

“넵!”

태주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여긴 자신만의 공간.

커다란 책상이 놓인 서재로 들어가 코트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띠리링!

때마침 걸려오는 전화.

“여보세요?”

- 이정학입니다.

“아하, 그렇지 않아도 전화하려 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 수고는 무슨, 다 잘되자고 하는 일인데요.

“자치위원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고요?”

- 처리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체포해서 유치장에 가뒀고요.

불만이 엄청났을 것이다.

한순간에 특권을 빼앗기고, 집값 폭락이라는 악몽을 겪었을 테니까.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캐슬, 구례 자유도시 차별의 상징.

한 도시에 살면서 누구는 안전을 영위하고, 누구는 죽음의 위협에 떨어야 하나?

“알아듣게 설득해서 진정되면 풀어주세요.”

- 안 됩니다. 말로 설득될 사람들이 아닙니다. 보통 사람들과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서.

“그럼?”

- 굴복을 시켜야죠. 당신들도 알고 보면 남들과 똑같은 약자들이라는 걸.

“흠, 네.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세요.”

이정학에게 강제적으로 지시한 일은 아니다.

지광인과 민동열을 만나기 전 그와 일대일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동안 받아왔던 스트레스, 상임위원회에서 받은 따돌림, 그래서 매사에 화가 나 있었고, 상식이파 사건 때도 자신이 잘못했다며 다시 한번 사과하겠다고···,

한번 풀고 나니 나름 사이가 좋아졌다.

이정학도 구례의 문제점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곪은 살을 뜯어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란 걸.

그래서 힘으로 억누르던 관계에서 벗어나 정식으로 손을 잡았다.

첫 단계는 캐슬 개방, 다음 단계는 구례 자치위원회 해체가 될 것이다.

선거를 통해 사람들을 다시 뽑는다.

그 시기는 지리산 밀림 대토벌 작전이 성공하고 난 이후.

태주는 이정학과 몇 마디 더 대화를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내일부터는 지리산 대토벌 작전 대비를 해야겠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 ※ ※

지리산에 주둔하고 있는 각 전투 부대들은 토벌 작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특히 보급은 생명.

한번 밀림에 들어가면 최소한 한 달 가까이 생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품목이 바로 모기 독 해독제, 그리고 고라니를 만나면 무조건 잡아야 하니까 포자 독 해독제도.

또한 사냥 중 부상 당하면 바로 회복되어 전장에 재투입 할 수 있는 태홍 회복제는 필수.

뿐인가?

전투 식량에, 대형 텐트에, 침낭···, 무지막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는 대작전이다.

그래서 외부 인원이 참관하는 건 매우 성가신 일.

황궁에서 귀빈이 오는 건 그렇다 쳐도, 사관학교 아카데미 졸업 예정자들은 거의 짐 덩어리나 마찬가지다.

태홍 바이오 경계 임무를 위해 파견되었던 도민수 소령도 함양 방어 사단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그에게 하달된 명령.

“네? 저보고 사관생도 그 애송이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라고요? 이제 막 각성한 놈들을?”

“부탁 좀 하자. 아무것도 모르는 놈들이 설치고 다니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얼마나 골치 아프겠니? 이것도 마수 토벌만큼이나 중요한 임무야.”

“와! 저 주니어 익스퍼트입니다. 제 소원이 엘리트 한 마리 잡는 거라는 걸 알고 계시면서.”

그러자 코웃음 치는 도민수의 직속상관.

“니가? 엘리트를 잡아? 만나면 오줌이나 안 싸면 다행이겠다. 주제 파악 먼저 하자.”

“그, 그래도.”

“나도 엘리트 근처에도 못 가. 최소 대령급, 혹은 참모님들이나 사단장님, 군단장님이 맡을 거야. 아! 그리고 김태주 회장님도 참가하신다고 하니.”

직속상관의 말처럼 엘리트 마수 스페셜 레이드팀은 이미 구성이 끝났다.

하지만 거기에 들어갈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저 지원팀에는 들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하긴 지원팀도 경쟁이 치열할 터.

“우리도 생도들 안 받으려 했는데, 육본 지시사항인데 어쩌겠냐? 그리고 우리 사단장이 짬밥에서 밀렸어.”

“하아,”

“잔말 말고 지시에 따라. 공적 점수는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 테니까.”

“···네.”

하지만 여전히 언짢은 표정의 도민수 소령.

“민수야, 그래도 재미는 있을 거다.”

“네? 무슨···,”

“이거 봐라.”

툭!

도민수 소령은 상관이 던져준 서류철을 받았다.

“···이건, 생도들 신상정보 아닙니까?”

“맞아. 뒤로 쭉 넘겨봐.”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데.

“응?”

도민수는 눈을 번쩍 떴다.

서류에 적힌 두 명의 신상정보.

김태평 23살, 파주 영지 출신, 아버지는 김웅방 준장.

그리고 김태천 22살, 역시 파주 영지 출신에 아버지도···

“지, 진짭니까?”

“세상 참 재밌지 않냐?”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에서 김태주 회장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해독제와 회복제를 발명해 군에 공급하고, 심지어 마인 3명을 홀로 처리한 사람.

그에 대해 당연히 궁금해했고, 웬만한 사람들은 그의 가정사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들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이 둘과 김태주 회장은 남남이지.”

“네. 알고 있습니다.”

모를 리가 없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정보부에서 조사했던 내용들.

비밀인가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도민수 소령도 구례 태홍 바이오 경비 임무로 파견되기 전에 숙지하고 있었고.

김태주 회장이 설악산 전초기지에서 구례까지 흘러온 이유, 그리고 그가 파주 영지에서 받은 대접.

이제야 깨달았다.

왜 자신에게 사관생도 통솔 임무가 내려왔는지.

“김태주 회장님과는 마주칠 일 없게 만들 거야. 그 두 놈들 얼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심란하시겠냐?”

“그렇습니다.”

“적당히 굴리면서 데리고 놀아. 문제 될 일만 만들지 않으면 돼.”

“네네, 적당히, 적당히···,”

도민수 소령에겐 그 ‘적당히’라는 말의 범위가 조금 넓었다.

< 구례 변화의 시작.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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