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37화 (3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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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1) >

토벌 작전이 임박했다.

태주도 산청으로 가서 최종 브리핑에 참석했다.

산청, 함양, 남원 사단, 3개의 주력 부대.

거기에 4개의 스페셜 레이드 팀.

이미 계획은 다 세워놓았다.

마지막으로 빼먹은 건 없는지, 보급 계획은 완벽한지, 확인하는 절차.

태주는 오진형 중장과 함께 하나의 스폐셜 레이드 팀을 구성하고 구례 진입로를 통해 지리산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런데 중장님.”

“응? 왜 그러나? 김회장.”

“황실에서 귀빈이 오신다고 하지 않았나요? 중장님은 그분들과 합류해야죠.”

“내가 손님 접대할 짬밥인가? 그게 얼마나 귀찮은데, 준영이가 맡기로 했어.”

“···아!”

“그리고 사관생도 핏덩이들은 필성이가 데리고 있을 거고.”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산청부대 사단장 구준영과 함양부대 사단장 박필성의 안색이 좋지 않다.

반면 남원부대 사단장 홍준태는 여유로운 표정이었고.

아마 짬밥으로 치면 홍준태 소장이 셋 중에 제일 높은가 보다.

이래서 군대는 짬밥이다.

“흐흐흐, 김회장과 난 천천히 구례 밀림으로 진입하다가 어디든 지원요청이 오면 빠르게 달려가면 돼.”

그리고는 은근한 눈빛으로 말했다.

“우리 둘이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하니까 처음부터 힘 빼면 곤란하잖아. 전력을 보존해야지.”

“네? 으음. 중장님이야 가장 강한 건 맞지만 전 아직 사단장님들 보다···,”

“어허, 누굴 속이려고, 얼마 전에 또 강해졌지 않나? 마인 토벌 직후에 말이야.”

“···.”

이 양반 진짜···,

“이젠 나랑 맞먹겠는데, ···아니 독을 쓰면 나도 못 당할 것 같군.”

눈치 하나는 엄청 빠르다.

태주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토벌 과정에서 획득한 엘리트 마수 결정체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흐음, 군이 처리한 엘리트 마수 결정체는 당연히 군 소유고, 자네가 처리한 건 자네가 가져가면 되지.”

“그래요?”

“왜? 필요하면 하나 정도는 챙겨줄 수도 있네.”

“제가 알아서 가져갈게요.”

고작 하나 가지고 얻다 쓴다고?

이걸로 만들 것이 있다.

영약?

‘내가 먹지도 못할 걸 뭐하러.’

이미 쓰임새는 생각해뒀다.

그래서 다다익선이라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드디어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 당일.

모든 준비가 끝났다.

태주는 구례 지리산 진입로에서 오진형 중장의 스페셜 레이드 팀과 만났다.

제국의 방송국과 취재진들이 몰려왔지만 접근 금지, 또한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민간 각성자 레이드팀도 사냥을 중단했다.

군 작전이 우선이니까.

오진형은 무전으로 작전 시작 명령을 하달했다.

치지직.

“간단하게 말한다. 작전 중 죽는 새끼들은 내 손에 뒤진다. 위험하면 도망가! 회복제 아끼지 말고, 그래도 절대 문책하지 않겠다.”

태주도 백창훈과 장순철을 보며 말했다.

“알겠지? 너희들도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튀는 거야.”

“네!”

“제가 도망치는 건 잘합니다.”

오진형은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며 말을 이었다.

“그럼 모두 모기 독 해독제 복용한다. 익스퍼트라고 해도 해독제는 무조건 마셔! 마스터인 나도 마신다. 피부 단단하다고 방심하지 말고, 변종 3줄 무늬 모기라고 다 똑같은 놈들이 아니다. 독한 놈들도 있다는 거 명심해라.”

꿀꺽!

모기 독 해독제를 들이키면서.

“부대! 총진격!”

이로써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이 시작됐다.

※ ※ ※

부대 진격 명령이 떨어졌다.

천천히 밀림을 향해 전진하는 제국군.

서두르면 안 된다.

공략의 기본 전술은 진지전.

본대가 특정 지역을 점령한 후, 주위 마수들을 사냥한다.

어느 정도 정리됐다 싶으면 다시 이동해서 진지 점령.

여기서 스페셜리스트 레이드팀의 역할이 중요하다.

주력 부대가 진격할 경로를 정해주고 엘리트 마수의 존재를 탐색한다.

보통 스페셜리스트 레이드팀은 부대에서 가장 강한 군인들을 위주로 선발된다.

산청 방어사단 구준영도 팀을 지휘하며 밀림을 나아갔다.

하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불안해서 그렇다.

“사단장님. 너무 심려 마십시오. 제 한 몸 지킬 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있습니다.”

소위 계급장을 단 청년 장교가 부드러운 표정으로 구준영에게 말했다.

“후우, 아니옵니···, 아, 아니다. 밀림을 만만한 곳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그러니 무조건 내 지시에 따라야 한다.”

“네! 사단장님.”

구준영이 데리고 다녀야 하는 황실 귀빈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바로 황제의 막내아들, 5황자, 류진철.

신분은 숨기고 왔기 때문에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 누군지 다 안다.

정말 부담스럽다.

황자가 다치기라도 하면 옷을 벗는 정도가 아니다.

그러나 황실에서 보낸 저 10대 후반의 어린 청년을 굳이 선발대에 합류시킨 이유는 있었다.

각성 등급이 무려 슈페리어 익스퍼트.

1, 2년 안에 마스터가 확실시되는 재능의 소유자.

실전 경험이 없다 해도 전력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황가의 무지막지한 DNA.

삼한제국의 초대 황제이자 현 황제에게서 비롯됐다.

원래 황제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지만 그가 황제가 되기 전의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고 있었다.

성은 류, 이름은 태현.

황제 류태현

나이가 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외모를 봐도 모른다.

황제가 처음 제국을 세우고 즉위했을 때 모습이 지금 모습이었으니까.

삼한제국이 세워진 지는 60년.

그러나 제국의 기초가 되는 대진국이 세워진 지는 100년이 넘었다.

대진국을 세운 사람도 류태현.

즉 최소로 잡아도 100살 이상이 넘었다는 말.

다만 토종 한국계라는 건 확실했다.

초기 각성자일 거라는 소문도 돌았다.

류태현 황제는 원래 독신이었다.

결혼하고 자식을 낳기 시작한 건 불과 30년 전.

황실의 적통을 반드시 이어야 한다는 신하들의 끈질긴 호소 때문이었다.

그래서 황자와 황녀들은 보통 30세 미만.

그중 막내인 5황자 류진철도 겨우 21세였다.

그 와중에 전방에 나타난 붉은 털 늑대 한 쌍.

류진철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사단장님, 제가 처리해도 되겠습니까?”

구준영은 류진철의 눈빛에 담긴 깊은 열망을 읽었다.

신중하고 부드러운 성격이긴 해도,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싶어 안달이 났겠지.

“해보게, 뒤에서 받쳐줄 테니.”

사실 그럴 필요도 없었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휘릿!

두 마리의 붉은 털 늑대에게 빠르게 다가가,

츠릿! 서걱!

“케켕!”

대뜸 한 마리를 죽여 버리고.

서거거거걱!

남은 한 마리도.

순식간에 두 마리 모두 죽었다.

광폭화고 나발이고, 그럴 시간도 주지 않았다.

정말로 미친 듯한 재능이었다.

※ ※ ※

한편, 지리산 함양 진입로를 통해 전진하는 함양 사단 본대.

마주치는 마수들을 모조리 처리하면서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에 진지를 구축한다.”

선발대가 무전으로 정해준 지역이었다.

밀림 한복판이지만 임시 기지를 구축할 정도로 부지가 넓었다.

해가 슬슬 지고 있었다.

여기서 하루 이틀 정도 지내면서 주변 마수를 사냥할 계획이다.

“자자, 뭐하나? 텐트 치고, 숙영 준비해.”

숫자만 해도 오백이 넘는 본대.

보급 역할의 일반 병사, 전투 지원 적합자, 각성자까지 골고루 섞여 있었다.

띄엄띄엄, 간격을 띄워가며 땅을 고르고 텐트도 치는 병사들.

그중엔 따로 지역을 배정받은 사관학교 졸업 예정자들도 있었다.

그런데.

“씨발, 저리 안 가? 하필 우리 옆에서 텐트를 치고 지랄이야!”

서슬 퍼런 동기 사관생도의 신경질에 찔끔하는 김태평과 김태천.

“···다른 데는 자리가 없어.”

“없긴 왜 없어? 저기 한군데 있네.”

“화, 화장실 옆이잖아.”

“하아, 그냥 꺼지라고!”

김태평은 열불이 치솟아 올랐다.

확! 엎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웬만한 동기들은 자신들보다 강하다.

김태평과 김태천은 겨우 유저 등급.

그러나 집안 좋은 사람들은 이미 영약 하나씩 먹고 등급을 올려놓은 상태.

완전히 고문관으로 찍혀버렸다.

동기들은 주위에 접근하지도 않았다.

특히, 백두 자동차 딸 정연희 생도는 자신들을 벌레 보듯 하는 판국.

대체 왜 이렇게 됐지?

이게 다 도민수 소령, 그놈 때문이었다.

매사에 트집을 잡고 있다.

자신들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전체 얼차려.

이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 동기들도 저렇게 나오는 것이고.

뿐인가?

보급을 책임지는 병사들에게도 찍혔다.

현재 지급받은 텐트는 구형에 군데군데 찢어진 물건, 수통도 30년이나 지난 것, 군화는 못이 튀어나와 걸어 다닐 때마다 아프다.

심지어 군 보급용 개인 장비도 문제였다.

김태평, 김태천은 둘 다 검을 지급받았는데, 검신은 녹이 슬었고, 검날은 이가 다 나갔다.

“하아, 진짜 못 참겠네. 마음의 편지나 쓸까?”

“상부에 올라가기나 하겠냐? 한 달만 참자.”

“내가 지리산 보고 오줌도 안 쌀 거야.”

이런 따돌림은 처음 겪어본다.

파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그들은 한마디로 왕이었다.

학교의 선생들도 자신들의 눈치를 봤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으면 말만 툭 던지면 됐다.

‘너, 요새 좀 거슬린다?’

그럼 알아서 정리됐다.

소위 일진이라 부르는 아이들에 의해 괴롭힘이 시작되는 거지.

그런데 거꾸로 자신들이 따돌림을 당할 줄이야.

그것도 각성자가 되고 나서 찬란한 꽃길이 펼쳐진 이 순간에.

하지만 꾹 참는다.

한 달만 버티자.

임관해서 서북지방이나 동북 지방으로 발령을 받으면 지리산에서 있었던 일은 금방 잊혀질 것이다.

그러나 두 형제는 모르고 있었다.

군 내부 입소문 네트워크가 얼마나 빠른지.

※ ※ ※

구례 방면 지리산 밀림.

오진형 중장은 50명의 각성 장교로 최정예 스페셜 레이드 팀을 구성했다.

군단 본부 내 익스퍼트 이상의 영관급 장교.

짐꾼들도 최소 비기너 등급의 위관급 각성 장교들.

태주와 오진형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밀림을 걸었다.

오진형의 주무기는 톱니가 달린 커다란 대도, 등에 대도를 비스듬히 멘 모습이 생각보다 인상 깊었다.

“어떤가? 내 칼.”

“멋있네요,”

“그치? 이거 황제 폐하께 하사받은 칼이야. 원래 별을 달면 황제께서 영지와 함께 무기를 하사해주시는데···,”

“관심 없습니다.”

이 양반 포기를 모르는 남자구나.

혹시 성이 오씨가 아니라 정씨인가?

오진형은 칼 자랑만 늘어놓았다.

그럼 사냥은?

가끔 앞에 나타나는 일반 마수들은 짐꾼들이 처리하고,

파바바박! 파박!

가끔 자이언트 반달곰이나 강철 깃 부엉이 같은 대형 마수가 나타나면 영관급 각성 장교들이 합류해서 함께 사냥하고.

벌써 밀림에 들어온 지 3일이 지났다.

군인들이야 밀림에서 자고 먹고 하지만 태주는 출퇴근, 밤에는 구례로 가서 약제조도 하고, 눈도 붙이고 새벽에 합류하는 식.

어때?

민간인인데.

다만 백창훈과 장순철은 팀과 행동을 같이했다.

열심히 경험을 쌓으라고.

“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데리고 온 저 두 청년, 원래 저렇게 강했나?”

“···으음, 딱 봐도 재능이 있잖아요.”

백창훈과 장순철.

확실히 눈에 띈다.

츠리리릿!

검에서 뽑혀 나오는 검기, 빠른 몸놀림, 정확한 찌르기와 날카로운 세로 베기, 가로 베기,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이 아닌 절도 있는 몸놀림,

“저 청년 중 하나는 나와 안면이 있네, 혹시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백창훈을 말하나 보다.

맞다.

이정학과 충돌이 있었던 날, 오진형이 헬기를 타고 나타났을 때 백창훈이 거기 있었다.

눈썰미도 좋고, 눈치도 빠르고···,

“그땐 레귤러, 아니 비기너도 안돼 보이던데, 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

귀찮아 죽겠다.

왜 이렇게 꼬치꼬치 캐묻는지.

“스킬도 범상치 않아 보이고. 뭐, 영약이라도 먹였나?”

“네네, 영약 사 먹였습니다. 미리내 제약에서 최상급 라인으로.”

“저, 정말인가?”

“돈벌어서 저놈들에게 다 들어갔어요,”

“···부럽군.”

이렇게 둘러대자.

아니면 끊임없이 물어올 것이다.

그건 그렇고 진행이 너무 느리다.

빠른 진행.

이건 태주만의 특기.

“잠시 저 앞에 가보고 올게요.”

“응? 혼자서?”

“걱정하지 마세요. 위험하면 도망치면 되니까.”

“마음대로 하게, 단! 무전은 항상 켜두고.”

스팟!

순간 사라지는 태주의 신형.

‘무슨?’

왜 저렇게 빠르지?

저 모습에 오진형은 확신했다.

‘무공을 배웠음이 틀림없어.’

무공, 혹은 무술.

지구가 마나로 뒤덮인 지 300년이 지났다.

사람이 너무나 많이 죽어 망해버린 문명.

점차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문명이 복원되고, 완전 새롭게 정립된 것들이 매우 많다.

이를테면 동양의 무공과 서양의 마법.

예를 들어 300년 전만 해도 단전호흡은 사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효과가 있었다.

일정 형식으로 호흡을 하면 단전에 기가 모인다.

무형의 에너지, 마나가 실재하니까.

단전호흡뿐인가.

가문의 비전으로 소수에게만 전해지는 호흡법을 통해 기를 쌓는 사람도 꽤 많다고 들었다.

당장 태권도만 해도 예전의 그 태권도가 아니다.

무시무시한 살상 무술로 발전하는 중이고.

실제로 열심히 수련하면 스킬 등록도 가능해진다.

‘김태주 회장은 어떤 무술을 배웠지? 독을 쓰는 방법도 그렇고···.’

그가 키우고 있다는 저 두 청년도 무술을 배웠을 것이다.

‘나도 하나 얻어 배웠으면 좋겠군.’

※ ※ ※

태주는 표홀질풍보로 밀림을 질주했다.

마수들이 달려들었지만 잡지 않고 그냥 피했다.

심지어 자이언트 반달곰도 피했다.

목표는 오로지 엘리트 마수.

잡을 수 있을까?

놈들은 강기(罡氣)를 사용한다.

심지어 강기의 수준도 제각각 다르다.

오래 묵은 엘리트는 마스터를 상회하는 강기를 구사한다.

당연히 마나 결정체도 품질이 좋고.

‘혼원무상독령공이 7성만 되도 쉬울 텐데,’

강기(罡氣)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아직 6성의 경지.

그래도 자신 있다.

독인(毒人)의 주력은 독정을 기반으로 하는 독술이다.

파파팟!

꽤나 깊게 들어왔다.

여기까지 들어온 적은 처음.

그때였다.

“크르르르르르르···,”

폐부를 찌르는듯한 깊은 저음의 목울대 소리.

태주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엘리트구나.’

일반 담비보다 훨씬 더 큰, 매끄럽고 아름다운 털가죽, 새빨간 눈동자, 아무것도 하지 않음에도 주위에서 요동치는 마나.

엘리트 칼날이빨 담비였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진한 살기.

피어(fear).

피어? 그게 뭐?

자신은 절대독마다.

감히 영물 따위가!

우우웅웅!

태주의 단전에서 잠자고 있던 독정이 깨어났다.

<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1)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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