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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템! >
엘리트 오크 대족장은 나풀나풀 날아오는 혈접(血蝶)에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리저리 규칙 없이 날아드는 듯했지만 정확하게 머리와 눈을 향해왔다.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쿠아아!”
타닥! 탁탁!
몽둥이를 휘둘러 혈접을 하나하나씩 걷어내는 엘리트 오크.
하지만 그마저 잘 맞지 않았다.
태주는 다시 몇 개의 폭우이화정을 날려 보냈다.
파파팟!
태태태태태탱!
비록 강기 보호막을 뚫어내지는 못하지만 견제 역할은 충분할 터.
그리고 혈접도 몇 마리 더.
나풀나풀.
“캬악! 캬아아악!”
놈이 자신에게 달려들면 환영미리보와 표홀질풍보를 섞어 유유히 피하고, 그리고 철환과 휘금석 등 여러 가지 암기 섞어 던지고.
시간을 끌어야 한다.
구준영이 회복해서 전장에 투입될 때까지.
엘리트 강철 깃 부엉이는 이미 쓰러져 마지막 가냘픈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고.
“부아, 부아앙, 부아아아아···,”
그 옆엔 구준영 소장이 창을 잡고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무기를 다시 손에 쥐었는데 뭐 하고 있는 거지?
부상이 심한가?
조금 전에 태홍 회복제를 복용한 걸 분명 봤는데.
바로 그 순간!
벌떡!
창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일어나는 구준영.
그의 눈빛엔 형형한 기운이 어려 있었다.
‘회복했구나.’
그럼 그렇지.
누가 만든 회복제인데.
쐐애애액!
그리고는 엘리트 오크 대족장을 향해 재빠르게 돌진했다.
스팟!
“이놈!!!”
“크륵?”
채앵! 채챙!
서로 부딪히는 몽둥이와 창.
비록 오크의 몽둥이가 범상치 않지만 구준영의 무기는 황궁 소속 장인이 최고의 기술로 제작한 엘리트 마나 결정체 무기.
이쪽은 한숨 돌렸다.
이젠 일반 오크들.
태주는 오크 무리 한복판으로 홀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비로소 ‘독기방사’.
방사되는 독의 종류는 단 한 가지.
변종 3줄 무늬 모기 독.
군인들은 모두 해독제를 복용했다.
영향을 받는 건 오직 오크들 뿐이다.
스스스스스!
독정에서 흘러나오는 무색무취의 독기.
마나를 갉아 먹는 모기의 독이 공기 중으로 스며들었다.
더불어 암기 공격도.
군인과 함께 섞여 싸우는 오크들에겐 일섬(一閃)을,
츠핏! 츠핏!
푸푸푹!
한데 뭉쳐서 달려드는 오크들에겐 빠르게 표홀질풍보로 달려가.
푸다다다닥!
파바바바박!
비폭(飛瀑).
“꾸에에엑!”
“꾸익?”
“···꽤엑!”
오크들이 몰살을 당하고 있었다.
남들이 검으로 한 마리씩 쳐 죽일 때마다 태주는 열 마리씩 죽였다.
그리고 독정이 활성화될수록 빠르게 퍼지는 모기 독 방사, 천천히 오크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다.
물론 엘리트 오크 대족장도 마찬가지였다.
※ ※ ※
처음 엘리트 오크 대족장이 나타났을 때 부대원들에게 떠오른 공통된 생각.
‘좆댔다.’
부대 절반 이상은 여기서 죽을 터.
산청부대 최정예 스페셜 레이드 팀이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을 진행하면서 처음으로 마주하는 위기였다.
하이퍼 신궁 대전차 미사일을 날린 것이 실수였나?
그러나 엘리트 강철 깃 부엉이를 잡으려면 그 방법 말고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성공했다.
마스터인 구준영 소장의 장창이 부엉이의 가슴을 꿰뚫었고, 다만 놈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잠시 동안 힘겨루기를 해야 했다.
오크들도 출현했다.
폭발음에 자극받아 몰려온 놈들.
그것도 예상 범위 안이었다.
사실 밀림에서 오크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깟 변종 이족보행 멧돼지들이 무서워 봤자지.
그런데 엘리트 오크 대족장이라니.
저놈이 저기서 왜 나와?
엘리트 오크는 나타나자마자 구준영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이 전장에서 가장 강한 이가 누구인지 아는 듯했다.
결국 구준영의 반격이 실패로 돌아갔다.
엘리트 강철 깃 부엉이도 부상을 당했지만 어쨌든 살아있었다.
두 마리의 엘리트 마수를 어떻게 감당해?
거대한 몽둥이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 구준영 소장.
일반 오크들도 미친 듯이 날뛰었다.
족장의 외침으로 인한 버프.
더더욱 강해진 신체 능력.
각성 장교들은 절망했다.
이러다간 전멸한다.
아니 전멸이 확실시됐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저 남자가 나타났다.
태홍 바이오 김태주 회장.
회색 코트를 입고 수십 개의 원거리 무기들을 뿌려대면서.
엘리트 오크 대족장의 공격을 저지하고, 창이 꽂힌 틈으로 단검을 날려 엘리트 부엉이도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란한 공격.
작은 비도, 큰 비도, 콩알만한 쇠구슬, 못처럼 생긴 물건···.
저 많은 걸 다 어디에 숨겨두고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게다가 무서울 정도의 정확성.
던지는 족족 명중했다.
단 하나의 빗나감도 없었다.
또 얼마나 빠른지.
눈으로도 쫓을 수 없는 속도로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각성 장교들도 힘을 얻었다.
“죽여!!!”
사기가 끓어올랐다.
부상 당해 후방에 빠져있던 장교들도 회복제를 먹고 즉각 전장에 재투입됐다.
태홍 회복제.
이것도 김태주 회장이 만든 약.
진짜 이게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내가 다시 왔다! 씨발, 돼지 새끼들아!”
“밀어붙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서로를 보호하면서 오크에 맞서는 각성 장교들.
그러다 위험한 순간이 다가오면,
츠피릿!
어디선가에서 날아온 투사체가 오크들을 지워버린다.
“회장님이다!!! 회장님이 우릴 보호하신다!”
“과감하게 공격해! 우린 절대 안 죽어!!!”
“다치면 회복제 먹고!”
그런데 뭔가 이상해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모르는 오크들.
힘도 많이 약해졌다.
반격도 못 할 수준으로.
심지어 도망치다 넘어지기까지.
마치 변종 3줄 무늬 모기에 물려 마나가 소진된 것처럼.
푹푹 찌르면 찌르는 대로,
서걱, 서걱, 베면 베는 데로.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한 채 죽어 자빠진다.
이거 설마?
‘···모기 독?’
이거도 김태주 회장이?
자신들은 상관없었다.
해독제를 복용하고 있었으니까.
※ ※ ※
구준영 소장도 분투했다.
마나 블레이드 장창으로 엘리트 오크 대족장과 치열하게 맞서고 있었다.
아직 완전하게 회복된 건 아니지만 엘리트 마나 결정체 장창을 다시 손에 넣었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
이건 마수와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이다.
아무리 평범하지 않은 몽둥이라고 해도 결국 나무.
째앵!
째째쟁!
몽둥이와 창이 공방전을 벌인다.
강기와 강기가 부딪혔다.
그때마다 몽둥이가 푹푹 깎이면서 부서졌다.
여세를 몰아 구준영은 쉴 새 없이 몰아붙였다.
츠츠츳, 츠츳!
스킬로 보이는 연속 찌르기.
몽둥이로는 막을 수 없는 위력이었다.
다만 엘리트 오크 대족장의 전신에 둘러쳐진 강기 보호막 때문에 치명타를 때리지 못하고 있을 뿐.
한 번씩 손속을 나눌 때마다 놈이 움찔움찔 뒤로 물러났다.
오크들을 처리하면서 한 번씩 구준영의 상태를 살피던 태주에게도 보였다.
‘한 손 거들어 볼까?’
태주는 엘리트 오크 대족장의 뒤통수에 유엽비도를 날렸다.
츠피피핏!
태탱!
“크캬캭!”
일명 뒷치기.
그로 인해 흐트러진 놈의 집중력.
뒤에서 날아오는 무기에 분노하면서 태주에게 달려가려 했지만.
“돼지 새끼야! 어딜 가?”
채챙! 채채챙!
구준영이 마나 블레이드 창을 찔러 다시 어그로를 잡았다.
태주의 뒷치기는 정정당당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한창 싸우고 있는 놈의 뒤통수를 노리다니.
하지만 어쩌라고?
누군가 자신의 행동을 비난해도 타격감이 1도 없다.
원래 강호에서도 절대독마 당군악은 비열함의 대명사, 독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비난받을 일,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진짜 비겁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소위 정파라고 하는 동료들에게도 말이다.
병신들, 고상한 척하는 위선자들.
죽고 죽이는 전쟁에 무슨 정의와 명분을 따져?
마교 새끼들에게 부모 잃고, 아들 잃고, 아내와 딸은 강간당하고···,
그래도 나는 정의로웠노라고 자위할 텐가?
아무튼 전세는 확실하게 역전되고 있었다.
오크들이 모기 독 때문에 거의 쎅토끼 수준으로 약화됐다.
엘리트 오크 대족장의 강기 보호막 또한 흐릿해졌다.
‘너도 약해졌구나. ···이거 되겠는데?’
태주는 독기를 가득 집어넣은 유엽비도 한 자루를 준비했다.
구준영은 연속 찌르기로 엘리트 오크 대족장의 보호막을 공격하고 있었다.
파바바바박!
째재재재쟁!
그 순간!
츠피릿!
유엽비도가 날았다.
태앵!
튕겨 나간 유엽비도.
실패했다.
급할 게 있나?
또 하면 되지.
다시 일반 오크들을 상대하다가, 잊을 만하면 나타나서 넓은 등짝에 하나 더 날려 주고.
태앵!
이러기를 수차례.
그러다 마침내!
쑤욱!
유엽비도가 약해진 강기 보호막을 뚫어버리고,
푸욱!
엘리트 오크의 등에 틀어박혔다.
“꾸에에에엑!”
갑자기 등에 파고든 날붙이에 괴성을 지르며 몸부림치는 엘리크 오크 대족장.
이럴 때 어울리는 대사 한마디가 생각난다.
넌 이미 죽어있다.
실제로 그랬다.
독기 충만한 유엽비도를 허용한 엘리트 오크.
몸놀림이 느려지고, 숨을 헐떡이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구준영 소장의 장창 공격은 더더욱 매서워졌다.
한동안 제법 버티는 듯싶더니, 결국!
푸욱!
“끄르르르륵···,”
심장을 파고드는 구준영의 장창에 절명하고 말았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구준영 소장.
그리고 태주를 바라봤다.
척!
동시에 올라오는 오른손 엄지, 왼손 엄지도.
연이어 손가락 하트.
다음은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또 다시 크게 하트.
“···.”
무슨 스킬도 아니고,
연속 동작으로 엄지척, 쌍엄지척, 손가락 하트, 큰 하트···,
태주는 그냥 목례로 화답했다.
하지만 이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전투가 끝나고 터져 나온 군인들의 환호성.
“김태주! 김태주! 김태주!”
“회장님 만세!!!”
“차렷! 경례! 멸마!”
“감사합니다!”
“앞으로 약은 태홍 바이오에서만 삽니다!”
기분은 좋지만.
민망해 죽겠다.
※ ※ ※
엘리트 오크 대족장이 죽었다.
그 영향은 일반 오크들에게도 미쳤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가는 오크들.
각성 장교들은 악착같이 쫓아가서 무기를 찔러넣었다.
전장은 순식간에 정리됐다.
5황자 류진철은 그제야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린 까닭이다.
처음 대규모 오크 무리가 나타나고 뒤를 이어 엘리트 오크 대족장까지 나타났을 때 든 생각.
여기서 죽나?
물론 혼자 도망가면 살 수 있긴 하지만.
그랬다간 제국민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간 황자라는 오명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데.
악착같이 버텼다.
몰려드는 오크들을 베고, 또 벴다.
하지만 역부족.
결국 구준영 소장도 죽음의 위기에 처했고.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회색 코트의 남자.
‘누구지?’
순식간에 상황을 반전시키고, 구준영과의 협공을 통해 엘리트 오크 대족장마저도 쓰러뜨렸다.
엘리트 오크가 쓰러지고 난 뒤, 남은 오크들은 오합지졸.
정리가 끝난 후, 연호되는 이름.
‘···김태주? 아!’
누군지 알겠다.
그런데 제약회사 회장 아니었나?
각성도 안 한 것 같은데···.
‘인사라도···,’
류진철은 쓰러진 오크의 머리에 박힌 비도를 뽑았다.
'이걸 돌려주면서.'
길이도 짧고, 폭도 좁은 나뭇잎 모양의 무기.
그런 후 구준영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회색 코트의 김태주에게 다가갔다.
※ ※ ※
구준영 소장은 빠른 걸음으로 태주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굉장히 무서운 기세로.
태주는 서둘러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와락!
자신을 끌어안는 구준영.
“고맙네, 정말 고마워!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이 정도밖에 표현 못 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야.”
“아, 아뇨. 충분히 전달됐습니다. 그러니 그만 안아도···,”
“자네가 날, 아니 우리 팀 전원을 살렸어.”
“뭘요, 저 혼자 잡았나요? 구소장님하고 같이 잡았지.”
“무슨 말도 안 되는 겸손을! 우리 군인들을 봐. 다 감사하고 있지 않나.”
“하하하! 네, 네.”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태주는 슬며시 구준영의 품에서 벗어났다.
빨리 자리를 떠야지.
자신이 없었다면 거의 전멸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구준영 소장이 없었으면 힘들었다.
엘리트 부엉이야 이미 상처를 입어서 구멍이 뚫려있었기에 비도가 들어간 거고, 엘리크 오크도 구준영이 탱커 역할에, 어그로를 끌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간신히 구준영에게서 풀려난 태주는 먼저 엘리트 오크 대족장의 시체에서 유엽비도를 뽑았다.
재활용해야지.
“그것들 수거해야 하나?”
“네.”
“기다려보게. 내가 부하들에게 지시하지. 보이는 투사체 무기 몽땅 주우라고.”
다음으로 태주는 엘리트 강철 깃 부엉이에게 다가갔다.
가슴에 박힌 탈명비도.
‘이것도 뽑고···, 음?’
그런데 부엉이 시체의 깃털이 예사롭지 않다.
죄다 금속이었다.
태주도 부엉이의 강철 깃털이 꽤나 귀한 마수 부산물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건 엘리트 강철 깃털.
엘리트 마나 결정체와 맞먹을 정도로 희귀한 것.
어쩌면 더 귀할 수도 있었다.
태주는 깃털 하나를 뽑았다.
스윽,
손으로 쓸어보니.
‘날카롭네. 단단하고.’
광택도 찬란했다.
양 끝을 잡고 휘어보니 탄성도 기가 막혔다.
다만 무게 중심이 잡혀있지 않아 이 상태론 암기로 쓸 수 없다.
이걸 녹여 다시 모양을 잡아 만든다면?
거기에 엘리트 마나 결정체를 섞어 제련한다면?
탐난다.
암기도 명품이 있다.
절대독마가 가지고 다니던 암기가 그랬다.
당군악은 강호 최고의 대장장이가 운철과 현철을 이용해 만든 암기만을 사용했다.
어느새 다가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구준영.
“왜? 가지고 싶나?”
“몇 개 얻어가면 좋겠네요.”
“어허! 무슨 소리? 얻어가다니!”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이봐, 장중령.”
“네, 사단장님.”
“엘리트 부엉이 도축해서 엘리트 마나 결정체와 몸에 있는 모든 깃털 모조리 모아서 김회장에게 넘겨드려.”
“바로 도축 들어가겠습니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그리고 엘리트 오크 대족장 마나 결정체도 자네에게···,”
“아뇨! 그건 SS팀 실적으로 남겨야죠.”
“실적? 그따위는 목숨보다 중하지 않아. 꼭 가져가게. 아니면 버리고 갈 거야.”
“으음, 정 그러시다면 뭐.”
모든 병사들이 부엉이 시체에 달라붙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깃털.
이걸로 암기를 제작하면 그 성능은 얼마나 대단할까?
이로써 득템.
기대된다.
경지에 다다른 무인은 병기를 가리지 않는다지만, 그건 맞지 않은 이야기.
명품 무기를 가지는 것, 무인으로서 또 하나의 즐거움 아니겠나.
< 득템! > 끝
ⓒ 꾸찌꾸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