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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원무상독령공 7성으로(2) + 외전. >
혼원무상독령공 6성에 오르고 난 뒤.
태주는 7성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
토벌에 임하면서 강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었다.
강기 보호막을 뚫어야 독이라도 집어넣을 것 아닌가?
독기방사로는 시간이 제법 걸리고.
7성으로 가자.
그래서 시중에서 농약이나 청산가리 같은 화학 독을 구해 조금씩 먹으면서 독정을 자극해봤다.
하지만 독정이 반응하는 듯하다가 금세 시들해졌다.
화학 독으로는 안 되는 건가?
강화 사린 가스보다 약해서 그런가?
토벌 작전 도중에 처음 보는 독초나 독충들을 먹어보기도 했다.
또 잠시 반응하다 시들시들.
확실히 7성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충분한 양의 독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했다.
화끈한 뭔가가 있으면 팍! 하고 터질 것 같은데.
실제로 당군악도 6성에서 7성으로 올라서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었다.
특별한 조건?
없었다.
그냥 독을 꾸준히 섭취하는 중에 갑자기 올랐으니까.
그 와중에 엘리트 독 발톱 삵의 흔적을 찾았다.
어쩌면 7성으로 올라갈 수도.
독 발톱 삵은 고양이과 마수답게 조심성이 유별나다.
경계심이 지나칠 정도로 과한 놈, 더구나 엘리트 마수니 오죽하겠나.
그래서 인간들이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섣불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 같다.
태주는 여전히 달콤한 향기가 나는 방향을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밀림 수풀 사이로 난 토굴.
저기서 냄새가 난다.
‘엘리트 독 발톱 삵 잡으려면 굴에 들어가야지.’
딸깍.
태주는 주머니에서 휴대용 손전등을 꺼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점점 냄새가 짙어진다.
움직이는 기척도 들리고.
순간!
“캬악!!!”
놈의 피어가 담긴 하악질.
오지 말라는 경고인가?
마치 자신을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
‘엘리트 마수치고는 너무 졸렬하잖아.’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엘리트 독 발톱 삵은 독을 주력으로 하는 마수.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토굴로 들어오는 인간이 자신이 가진 독보다 더 강하고 지독한 독을 품고 있다는 걸.
“크르르르르르···,”
태주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손전등을 비추었다.
“캭!”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생명체.
일단 일반 삵보다는 크기가 살짝 크다.
같은 종의 엘리트 마수면 그 크기가 보통 2배 이상인데.
이등변 삼각형 모양의 뾰족한 귀, 양쪽 각각 5가닥씩의 긴 수염, 몸 전체에 난 아름다운 흰색 털과 짙은 검정 줄무늬, 흰자위 하나 없이 까만 눈동자.
놈은 자신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꼬리를 치켜든 채, 배를 바짝 땅에 밀착시키며 태주를 경계했다.
자연계 법칙이 늘 그렇듯 독에 의존하는 생물은 다른 능력엔 약점이 있다.
예를 들어 몸집의 크기라든지, 신체 능력이라든지, 반면 독을 쓰는 능력은···.
“아!”
확실히 알았다.
공기 중에 스며있는 독기.
이놈도 독기방사의 능력을 갖춘 엘리트 마수.
그러나 자신보단 턱없이 약하다.
“너, 나하고 비슷한···,”
타앗!
엘리트 독 발톱 삵이 땅을 박찼다.
“이 새끼가!”
말도 다 안 끝났는데.
태주는 금나수로 놈의 두툼한 턱 밑 살을 움켜잡았다.
눈앞에 보이는 놈의 번득이는 이빨.
순간!
다다다다다!
“씨발!”
뒷다리로 우뚝 선 채 앞발 펀치가 연타로 태주의 얼굴에 작열했다.
발톱에도 강기가 어려있다.
그대로 허용하면 얼굴이 조각난다.
하는 수 없이 두 팔을 들고 막을 수밖에.
파파파파파팟!
코트 소매가 발톱에 잘렸다.
팔뚝에 착용한 가죽 토시가 갈라졌다.
그리고 발톱이 맨살에 닿았다.
서걱!
“윽!”
손을 타고 떨어지는 찐득한 피.
팔뚝이 세로로 길게 베었다.
하도 깊어서 뼈가 보일 정도.
그나마 놈의 강기가 약해서 이만하면 다행이다.
팔에 느껴지는 지독한 격통.
동시에 닥쳐오는 현기증.
상처 때문이 아니다.
독.
엘리트 독 발톱 삵의 독 때문이다.
아니, 이렇게 살벌한 독을 가진 놈이 왜 날 두려워해?
뭐, 자신의 독도 만만치 않은 건 맞지만.
지금까지 이런 극독은 처음 경험해본다.
아무리 마스터라도 긁히면 즉사할 정도,
그런데!
‘응?’
순간, 꿈틀거리는 독정.
‘오!’
독정이 반응했다.
그렇다면 엘리트 삵의 독을 새로운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
이제 놈의 몸속에서 독샘만 채취하면 된다.
잡아야지.
태주는 허리를 숙여 삵의 허리를 안고 밀었다.
파바바박!
놈의 발톱이 등짝을 찢어발겼지만···,
“큭!”
그대로 밀착하면서 독기방사.
캬아아악!
태주의 코트가 피로 물들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원래 이럴 생각이었다.
어차피 암기도 먹히지 않고.
얼마나 좋은가.
조금 아프긴 해도 놈의 독이 그대로 몸 안으로 들어오는데.
그렇게 팔과 등을 내어주고.
태주는 삵의 털을 단단히 잡고 몸을 돌려 놈의 등에 올라탔다.
정신 바짝 차리자.
“캬악! 캬아아아악!”
펄쩍펄쩍 뛰면서 등에 붙은 태주를 떨어뜨리려는 엘리트 삵.
태주는 마치 로데오 경기 황소 등에 탄 카우보이처럼 딱 붙었다.
독기를 뿜어 대면서 말이다.
절대독마 김태주.
인간 독 살포기.
내 독기방사가 셀까, 네 독기방사가 셀까?
“키엑? 키에에에!”
놈도 느꼈나 보다.
점점 힘이 빠지고 있는걸.
어차피 처음부터 정해진 승부였다.
치명적인 독을 가졌지만 여타 다른 엘리트 마수보다 신체 능력도, 강기의 위력도 약한 놈.
태주는 한쪽 팔을 뻗어 허리춤에 찬 탈명비도를 꺼내 들었다.
동시에 놈의 목 뒷덜미에 힘차게 쑤셔 박았다.
팍!
강기 보호막에 부딪혀 미끄러지는 비도.
아직 독을 덜 먹였나?
태주는 계속 찍었다.
날이 들어갈 때까지.
이윽고.
푸욱!
들어갔다.
푹푹푹푹푹!
막 들어갔다.
“끼이이이···,”
엘리트 독발톱 삵은 엉금엉금 기어가다가 결국엔,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잡았네.’
그제서야 태주는 삵의 등에서 내려왔다.
“후우.”
피를 너무 많이 흘렀나?
어질어질하다.
코트도 걸레가 됐다.
이젠 못 입을 것 같다.
새로 하나 사든지, 꿰매서 쓰든지.
주머니도 찢어져 안에 있던 암기들이 다 쏟아져 토굴 바닥에 널려있었다.
금창약이나 바르자.
팔에도 바르고 손을 뒤로 넘겨 등에도 바르고.
“아이고.”
힘들어 죽겠지만 할 건 해야지.
태주는 엘리트 독 발톱 삵의 배를 갈랐다.
아쉽게도 엘리트 마나 결정체가 나오지 않았다.
어쨌든 목적은 그게 아니니까.
쓸개 옆에 달린 독샘.
가공할 필요도 없다.
바로 먹을 테니까.
‘진짜 이번에 7성 안 오르면 방사능 독 먹어본다.’
태주는 조심스럽게 독샘을 떼어냈다.
진한 독의 향기.
입에서 군침이 돈다.
‘먹어볼까?’
꿀꺽!
엘리트 독 발톱 삵의 독샘이 목구멍으로 쑥 넘어간다.
‘자, 반응해라. 반응해···,’
그리고.
“우욱!”
순간 치밀어오르는 욕지기.
내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
무릎이 저절로 굽혀졌다.
덜덜덜, 온몸이 떨려왔다.
“그, 그렇지. 바, 바로 이거지.”
제대로 된 독이다.
이렇게 몸에 부담이 와야 효과가 있다.
당연히 독정이 반응했다.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사정없이 요동쳤다.
환각마저 보였다.
눈 앞에 펼쳐진 총천연색의 풍경.
알록달록한 빛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느껴진다.
독정이 점점 커지면서 회전하는 모습이.
순간!
파아아앗!
“헉!”
떴다!
독정 폭발.
화경으로 가는 첫 관문.
지금까지 겪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극악한 고통이 태주의 전신을 강타했다.
독정이 터졌다.
지금까지 차곡차곡 모아둔 갖가지 종류의 독이 그 안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새로운 독정으로 변모하기 위한 정상적인 과정.
서로 섞였다가, 흩어지고, 다시 섞이고.
응축과 분해의 반복.
그에 발맞추어 신체도 변화했다.
뿌드득, 뿌드득.
온몸의 뼈가 탈골됐다 다시 맞춰진다.
후두두둑,
머리카락도 한 움큼씩, 우수수 빠졌다가 다시 자라났다.
“으읍!”
이빨이 잇몸에서 밀려 나왔다.
그리고 새로운 이빨이 돋아났다.
손톱도 빠졌다.
발톱도 빠졌다.
그리고 다시 났다.
피부 또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근질근질했다.
마치 허물 벗듯 껍데기가 되어 흘러내렸다.
환골탈태.
태주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주마등.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대한 반추.
얼굴도 모르는 엄마, 애증의 아버지, 그리고 지옥 같았던 20대 초반의 청년기.
그러나 다른 세상의 나 자신, 절대독마 당군악을 만나고 변화된 자신.
보고 있나?
내가 이렇게 성장했다.
나도 지구에서 절대독마의 칭호를 받을 만하지 않나?
그때였다.
어디론가로 쭉 빨려 들어가는 의식
이건 그때 설악산에서 경험했던···,
‘어?’
순간 어떤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젊은 나이로 보이는 까만 머리의 남자.
‘저건 또 누구야?’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마치 커다란 벽을 마주한 기분이다.
사람인 듯했지만 사람이 아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신성하고 영험한 존재.
그가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무, 무슨!’
나였다.
아니, 당군악이다.
혼원무상독령공 7성에 오르면서 또 다시 당군악과 마주했다.
‘젊어졌네?’
하지만 더 거대해졌다.
같은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래서 그런가?
심상에서 서로 마주하고는 있었지만 예전처럼 영혼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 ※ ※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계.
강호 무림.
무시무시한 천마마저도 죽여버리고, 강호를 구한 천하제일 절대독마 당군악이 갑자기 사라졌다.
죽었다면 시체라도 남았을 텐데, 흔적도 없었다.
태상 가주의 갑작스러운 부재에 가문 식솔들은 당황했다.
사천 당가에서 장로들과 가주, 직계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꾸려지고, 그래서 결론이 내려졌다.
사라지기 전 항상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
우화등선(羽化登仙).
태상 가주께서는 신선이 되어 선계로 올라가셨다.
확실하다.
뒷받침해줄 근거도 있었다.
그래서 강호 전체로 초대장을 돌렸다.
사천 당가의 태상 가주, 절대독마 당군악이 우화등선했다고.
강호 무림 사천성 당가타.
마을 전체는 잔치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나름 이름이 있다고 알려진 무인들이 속속 사천 당가의 근거지 당가타를 방문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초대를 받았다.
멸문한 제갈세가를 제외하고, 제남 남궁세가 태상 가주 남궁훈, 하북 팽가의 팽도중, 진주 언가의 언진명, 그리고 구파 일방의 귀빈들.
남궁훈과 팽도중, 언진명은 당군악과 같은 연배이자 함께 마교와 맞서 싸웠던 인물, 친구라면 친구고 경쟁자라면 경쟁자인 사이였다.
남궁훈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랄도 풍년이다. 뒈진 거면 뒈진 거지, 무슨 우화등선?”
팽도중도 맞장구쳤다.
“우리 중 사람을 가장 많이 쳐 죽인 자가 누군지 다 알고 있을 거야. 바로 군악이지. 내 아직 잊지 못했네. 무한에서 치른 대회전에서 그놈 혼자 대체 몇 명을 죽였나?”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팽도중.
절대독마의 경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적 진영 한복판에 홀로 뛰어들어 날뛰었지만 마교 놈들은 접근하기는커녕 도망가기에 바빴다.
그리고 만천화우.
비처럼 내리는 암기들.
절정이고, 화경이고, 스치기만 해도 픽픽 쓰러졌다.
“맞네. 군악이 때문에 마교를 물리쳤다고 하지만, 살업(殺業)은 살업이야. 어찌 우화등선과 어울리겠나.”
그러자 진주 언가의 언진명이 언짢은 얼굴로 쏘아붙였다.
“그만들 하지. 네놈들 군악이 없었으면 살아서 젓가락도 못 들었을 터인데, 지금 없다고 흉을 보는 건 너무 옹졸하군.”
“···뭐? 마, 말 다 했나?”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았지만, 원한다면 행동으로도 보여줄 수 있네.”
“이익!”
“군악이에게 영약도 얻어먹은 새끼들이, 고맙다고 못 할망정 염치도 모르고.”
팽도중은 그저 얼굴만 붉어졌을 뿐, 덤벼들 생각도 못 했다.
당군악이 사라진 현재, 강호 제일의 고수로 거론되는 인물 중의 하나가 바로 언진명이었으니까.
순간.
“어르신들.”
중년의 남자가 어느새 다가와 포권으로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현 사천 당가의 가주이자 당군악의 아들, 당철휘였다.
언진명이 반갑게 맞이했다.
“철휘로군. 자넨 보면 볼수록 일취월장이야.”
“하하! 과찬이십니다. 이리로 오시지요. 모두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러자 남궁훈이 불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로 가는가?”
“아버지께서 우화등선하시기 전까지 머무르던 작은 초옥입니다. 여러 귀빈분들도 그곳에 계십니다.”
“그런가? 알았네, 가세.”
가는 도중에도 남궁훈은 속으로 코웃음만 쳤다.
‘우화등선은 무슨.’
당가타 가장 깊숙한 곳에 얼기설기 지어진 작은 초옥이 있었다.
그 앞에 모인 다양한 복색의 사람들.
그중에 긴 관을 머리에 쓰고 부채를 든 도사 하나가 말했다.
“올 사람은 다 온 모양인데, 그럼 시작하지.”
무당파 태상장로 청허진인이었다.
청허진인은 과연 절대독마 당군악이 우화등선했는지 확인차 왔다.
사천 당가 가주 당철휘가 직접 찾아가 모셔왔다.
“문을 열겠습니다.”
삐거덕,
초옥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나타나는 광경.
아무런 가구도 없는 방 한가운데 화려한 붉은색 장포 하나가 놓여있었다.
당군악이 즐겨 입고 다녔던 그 옷이었다.
그걸 보면서 빈정대는 남궁훈.
“쯧쯧, 이건 또 무슨 연출인지, 이깟 옷 한 벌 덩그러니 두고 사라지면 다 우화등선이라고 우길 건가?”
하지만 당철휘의 표정은 차분했다.
“진인, 확인해보시지요.”
“···어어어.”
당철휘의 권유에도 청허진인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세, 세상에!”
초옥의 문을 여는 순간 느꼈다.
그 안에 가득 찬 선기(仙氣)를.
특히 붉은 장포에 어린 기운은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했다.
“자, 장포를 만져봐도 되겠나?”
“그리하시지요.”
청허 진인은 바닥에 떨어진 장포를 손으로 집어 요모조모 살폈다.
“무량수불, 진짜로군. 당군악 그대, 정말 신선이 됐군. 그리고 이 장포는 보패로 변했고.”
“네, 당가의 보물로 대대손손 전할 생각입니다.”
우화등선에 증거가 없다고 말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등선했을 때 폭발하듯 터지는 고매한 선기(仙氣)가 당사자가 쓰던 일용품이나 무기에 남는다.
그러면 그 물건은 천하제일의 보물이 된다.
한참을 장포만 살피던 청허진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거 설마?”
그러면서 장포 안주머니에 손을 쑥 집어넣었다.
“허허! 화수분 주머니인가? 물건이 끝도 없이 들어가겠군.”
“···어찌 아셨습니까?”
“유독 이 주머니에 선기(仙氣)가 몰려있어서 확인해봤네. 미안하군. 보패의 효능을 함부로 입에 올려서.”
“하하하, 괜찮습니다. 알려져도 상관없습니다. 누가 감히 당가의 보물을 탐내겠습니까?”
광오한 말이지만 모두 수긍했다.
강호 최강의 세가가 바로 사천 당가니까.
“등선할 때 선인이 현세에 소망했던 염원이 물건에 남는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는데···, ”
“진인의 말이 맞습니다. 무한의 주머니입니다. 이 작은 주머니 하나에 비도를 만 개 이상 넣을 수 있습니다.”
“허허. 알만하군. 무한한 주머니라, 과연 당군악 답군.”
당철휘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시곤 했다.
더 많은 암기, 써도 써도 모자라지 않은 암기, 휴대가 간편해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그런 건 어디 없을까?
“아무튼 당가의 태상가주 당군악은 등선한 것이 확실하오. 빈도가 보증하겠소.”
소림의 방장인 일원 선사도 합장하며 청허진인의 말에 동의했다.
“아미타불, 선재로다, 선재야.”
그러자 뜨악한 표정의 남궁훈과 팽도중.
‘그 살인마 새끼가 진짜 등선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하지만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이 초옥 안에 가득 차 있는 그윽하고 영험한 기운을, 부정할래야 부정할 수가 없었다.
< 혼원무상독령공 7성으로(2) + 외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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