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뉴서울 상경 준비 >
한 달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보름 만에 끝났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전 병력은 질서정연하게 밀림 밖으로 빠져나갔다.
견학 나온 생도들도 사관학교로 돌아갔고.
비록 엘리트 삼두백호는 잡지 못했지만, 실재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었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본부는 한동안 바빴다.
토벌 과정에서 얻은 성과, 전리품, 또한 문제점을 정리해 합참에 보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엘리트 삼두백호는 어떻게 보고해야 할까?
현재 천왕봉 봉우리에서 찍힌 영상이 있다.
고심하던 오진형 중장은 영상을 두 개 만들었다.
하나는 전체 내용이 다 들어간 영상, 또 하나는 삼두백호의 모습만 나오고 김태주 회장의 모습은 편집한 영상.
전자는 황실과 합참에 보고할 것이고, 후자는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하여 지리산 마수 대토벌 작전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 작전 성공에 쏟아지는 찬사!>
<엘리트 마수의 씨를 말렸다.>
<당분간 웨이브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
<지리산 마수 방어 방어군단이 거둔 엄청난 성과!>
<엘리트 마나 결정체 및 부산물 다량 확보.>
<현장 판매는 없다. 곧 뉴서울 경매장에서 선보일 예정>
<지리산에 산군이 있었다. 엘리트 삼두백호의 무시무시한 위용 - 영상 첨부>
<지리산 방어군, 엘리트 삼두백호가 영수일 가능성 제기.>
<황실과 제국군 수뇌부, 엘리트 삼두백호를 예의주시하겠다.>
<민간 각성자들, 천왕봉 근처엔 가급적 다가가지 말 것을 권고.>
구례시에도 축제가 벌어졌다.
학교들이 임시 휴교일을 선언하고, 회사나 관공서도 직원들에게 하루 유급휴가를 줬다.
웨이브의 위험성이 사라진 구례, 이젠 발전할 일만 남았다.
그 와중에 캐슬로 연결하는 다리는 순조롭게 공사를 진행 중이었고.
태주는 의뢰한 엘리트 암기가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례 종합시장 금속 공방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회장님! 어서 오세요.”
“다 만들었습니까?”
“네, 많이 기다리셨죠? 여기 확인해보세요.”
공방 장인이 네모난 알루미늄 가방을 열었다.
가지런히 놓여 찬란한 빛을 뿌리고 있는 명품 암기들.
탈명비도 10자루, 유엽비도 35자루, 장인의 말대로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 유엽비도 5자루가 더 나왔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심지어 혼원무상독령공 7성에 이른 것보다 더 좋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 무척.”
“하하하, 다행입니다. 아참! 여기 이것도 챙겨가십시오,”
“···엘리트 강철 깃털이네요,”
“많이 남았습니다. 엘리트 마나 결정체가 더 있었으면 무기들을 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가져가십시오.”
엘리트 강철 깃털은 매우 희귀고 비싼 마수 부산물, 빼돌리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했을 것이다.
‘솜씨도 좋고, 정직하기도 하고.’
태주는 미리 준비해온 가방에서 현찰을 쌓아 올렸다.
“공임비 1억입니다.”
“헉! 너, 너무 많습니다.”
“천만에요. 작을까 고민했는데, 그리고 이거.”
가방엔 현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어, 깃털이 또 있네요?”
“네, 이번엔 양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엘리트 마나 결정체도 5개 더 꺼내놓았다.
“헉! 이 귀한 걸 어떻게 매번···?”
“돈으로 샀어요.”
“아하.”
공방 장인은 빠르게 수긍했다.
구례 최고 부자가 돈으로 샀다는데 뭐가 문제야?
물론 엘리트 마나 결정체는 다 사냥으로 얻은 거다.
무한공간에 몇 개 더 있고.
반면 깃털은 선물로 받은 것.
토벌 과정에서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에 의해 엘리트 강철 깃 부엉이가 두 마리나 더 잡혔다.
오진형 중장이 작전에 참여해줘 고맙다는 의미로 그중 한 마리분의 깃털을 태주에게 넘겨줬다.
“큰 거 10자루 더 만들어주시고, 나머지는 다 작은 걸로, 공임비는 두 배로 드리죠.”
“아이고, 괜찮다고 해도 그러시네.”
상인들과의 거래에서 신뢰는 다 돈에서 나오는 법.
“지금 만든 것처럼만 해주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것들보다 품질이 더 좋았으면 좋았지, 떨어질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태주는 만들어진 암기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엘리트 유엽비도를 하나 꺼내.
지이이잉!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강기.
일반 암기는 강기를 불어넣자마자 부르르 떨리며 힘을 이겨내지 못했는데.
빛깔이 찬란하다.
소리도 얼마나 부드러운지.
‘좋네.’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다.
개당 돈이 얼만데.
무한공간에 고이 모셔두자.
※ ※ ※
마수 토벌 후, 특별한 일 없이 시간이 조용히 흘렀다.
태홍 바이오 제약.
겉으로는 한가한 듯 보였지만 놀고 있는 사람들은 단 하나도 없었다.
태주만 빼고.
백창훈과 장순철의 오행신공도 이제 숙련이 많이 늘었다.
태주가 혼자서 했던 약제 최종 법제를 대신할 경지까지 왔다.
“자, 그런 의미에서 모두 나한테 절을 9번씩 해.”
“네? 으음, 못할 것도 없지만 갑자기 왜···,”
“나도 몰라, 내가 아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9번 절을 해야 스승과 제자 관계가 성립된다고 해서.”
태주의 말에 흠칫 놀라는 두 사람, 그러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승님?”
“제자가 절을 올리겠습니다.”
진작 이랬어야 하는데, 조금 늦었다.
“좋아. 창훈이가 대사형이고, 순철이는 둘째다.”
“제가 대사형요?”
“네! 따르겠습니다.”
위계질서는 세우고.
“쓸만한 아이들은 물색하고 있지? 너희들 밑으로 몇 명 깔아야지.”
“그렇지 않아도 재능있는 동생이 한 명 있습니다.”
“그래?”
“아직 여고생이지만 곧 졸업 예정이고 원생 출신에, 적합자입니다.”
“데려와. 면접 합격하면 각성부터 시키고, 오행신공 가르칠 테니까.”
이번에 채취한 엘리트 자이언트 반달곰의 웅담.
약효가 매우 뛰어났다.
태주가 예상하기론 한 알이면 등급을 두 단계나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백홍표는 태홍 바이오 실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모든 직위를 내려놓고 명예 이사직 직함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하는 일이 매우 많았다.
그가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제국 전체에 운영이 어려운 고아원들을 찾아가 궁핍하게 지내는 고아들을 구례로 데려오는 것.
매일매일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가더니 어린 고아들 손을 잡고 구례로 돌아왔다.
이일은 제국 전체로 소문이 퍼졌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지만 원생 수가 대폭 늘어났다.
그래서 고아원도 공사 중이었고.
솔직히 훈장은 이런 사람이 받아야지.
백서연은 말할 것도 없었다.
아마 태홍 바이오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그녀일 것이다.
오늘도 서류를 잔뜩 들고 태주를 찾아온 백서연.
“뉴서울 지점 사옥 인테리어 공사가 끝났습니다. 지점에서 일할 새 직원들도 오늘부터 실무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한 달 후에 뉴서울 신공장 준공식이 계획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회장님이···,”
“참석해야 한다는 거죠?”
“네.”
그렇지 않아도 회장으로서 제 역할을 해야지 다짐하고 있던 차였다.
무력만이 능사가 아니다.
새로운 직원들 얼굴도 보고, 인맥도 넓히고.
“일정을 잡아보세요. 다 참석할게요.”
“네!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특허 신청은요?”
“회장님께서 뉴서울에 방문하는 것과 동시에 처리할 예정입니다.”
특허가 제일 중요하다.
“특허 신청하고 허가받는 기간은 얼마나 걸리죠?”
“한 달 정도 걸립니다. 더 빠를 수도 있고요. 하지만 특허를 냈다고 해도 약품을 판매하려면 식약청 심사가 떨어져야 합니다. 그 기간이 꽤 오래 걸려요.”
“아! 그래요? 그럼 특허권 통과될 때까지만 뉴서울에 있을게요.”
“네!”
백서연은 잔뜩 흥분된 기색.
“당장 의전 수행팀을 꾸리겠습니다.”
“···의전?”
“태홍 바이오 회장님 신분으로 뉴서울에 가시는 거잖아요. 새로운 직원들과 만나게 되실 텐데, 초라하게 가시면 되겠어요?”
“굳이 그럴 필요가···.”
지점 방문과 공장 준공식 참석하는 건데 의전은 무슨.
그러나 백서연은 흡사 전(前) 남친 결혼식에 참석하는 각오였다.
그녀는 동분서주 발로 뛰었다.
일단 뉴서울에 호텔을 잡아야지.
최고급 스위트룸으로.
그리고 뉴서울 시내에서 타고 다닐 자동차도.
이미 자동차는 예약을 해뒀다.
최소 3대에서 4대 이상은 되어야지.
렌트는 하지 않을 생각.
실제로 돈 주고 사들일 것이다.
렌터카는 회장님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서울에서 타다가 구례로 가지고 오면 된다.
다음으로 구례에서 제일가는 맞춤 양복점을 찾아가.
“회장님이 곧 뉴서울에 가시는데, 입고 다니실 옷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몇 벌 맞출까 하는데.”
“···회, 회장님 옷이요?”
“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구례의 장인 정신을 보여주세요.”
결연한 표정의 재단사.
김태주 회장의 옷을 만들려고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 자체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
“제 명예를 걸겠습니다. 회장님 모시고 오세요. 치수를 재야 하니까.”
그리고 백화점도 들렀다.
남자의 생명은 손목시계 아닌가?
최고급 라인으로 몇 개 사고.
이제 남은 건 의전 경호팀.
최소 5명 이상이 필요하다.
물론 경호할 필요가 없는 회장님이지만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매우 중요하기에.
‘창훈이와 순철이는 안 돼.’
걔들은 할 일이 많다.
그럼?
백서연은 함양부대 도민수 소령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가 태홍 바이오 경비 임무로 파견 나왔을 때부터 친분을 쌓아왔기에, 비록 승낙은 받아내지 못하더라도 제안 정도는 할 수 있는 사이.
“여보세요? 도민수 소령님?”
- 오! 백사장님.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네요. 그렇지 않아도 한번 놀러 가려고 했는데.
“언제든 오세요. 대환영이니까.”
-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일주일 후에 김태주 회장님이 뉴서울로 가시는데 수행원이 필요해서요. ”
- ···수행원 말입니까?
“네. 각성 장교분들로 5명만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제가 수당은 따로 챙겨드릴게요. 멋진 정장도 한 벌씩 선물로 드릴 거고.”
- 아! 회장님 뒤에 설 병풍이 필요하다는 거네요. 혹시 여성 각성 장교도 가능한지?
“얼마든지요. 단! 남자든 여자든, 성별 관계없이 키하고 외모 볼 거예요.”
- 하아, 그럼 어쩔 수 없이 제가 빠지면 안 되겠어요.
“···.”
- 일단 상부에 허락을 맡아보겠습니다. 위에서도 흔쾌히 협조할 겁니다. 사실 토벌 작전이 끝나고 할 일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마세요. 적당하게 부탁드려요.”
- 모르셨구나? ‘적당한’ 일 처리는 제 특기입니다.
도민수 소령은 상부의 허락이 무조건 떨어질 거라고 확신했다.
무려 김태주 회장과 관련된 일 아닌가!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치는 거의 사단장급, 아니 또 한 명의 군단장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그가 없었다면 지리산 토벌 작전이 이 정도로 성공했을까?
특히 엘리트 강철 깃 부엉이와 엘리트 오크 대족장이 한꺼번에 출현했을 때, 김태주 회장이 아니었다면 토벌 작전은 그날로 종료되었을 것이다.
사실 도민수 소령의 걱정은 어떻게 지원자들을 탈락시키는가에 있었다.
아마 벌떼처럼 달려들 것이 분명하다.
서로 하겠다면서.
※ ※ ※
도민수 소령은 함양부대 박필성 사단장을 찾아갔다.
“멸마! 사단장님께 용무있어 왔습니다.”
“어, 무슨 일이야?”
“다름이 아니라···.”
도민수는 백서연에게 부탁받은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래? 당연히 협조해야지. 인원 선발되면 휴가 승인해줄 테니까 마음 놓고 다녀와.”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이야.”
은근하게 어필하는 함양부대 박필성 사단장.
“수행원 중에 나이 지긋한 중년도 한 명 있으면 좋지 않나? 예를 들어 마스터 한 명 정도는 끼어야 그럴듯한 병풍이 되지 싶은데···.”
도민수 소령에겐 첫 번째로 닥쳐온 위기.
어떻게 하지?
“그, 그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나이 제한 때문에, 죄송합니다.”
“겉으로 보면 나도 동안이지 않나?”
“김태주 회장님이 불편해하실 것 같아서. 서로 아는 사이지 않습니까?”
“흐음, 역시 안 되나?”
기회는 이때.
“멸마! 소령 도민수 용무 끝났으니 나가보겠습니다.”
“···알았어. 나가 봐.”
큰일 날 뻔했다.
사단장도 저런데 공고가 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도민수는 곧바로 함양부대 내부 게시판에 수행원 모집에 대한 글을 올렸다.
1분도 안 되어 반응이 왔다.
첫 번째로 찾아온 사람은 도민수 소령의 직속 상관이었다.
“야! 너 왜 나한테 먼저 말 안 했어? ···자리 있지? 내 이름 넣어라.”
“죄송하지만 중령님은 안 됩니다.”
“뭐?”
“백서연 사장님이 얼굴하고 키를 본다고 해서, 중령님 포함시켜도 면접 탈락일 겁니다.”
“이런 씨발! 나 요즘 노력해서 머리 많이 났단 말이야! 봐봐!”
도민수는 듬성듬성한 상관의 정수리를 보면서 말을 이었다.
“사단장님도 탈락했는데요?”
“···후우.”
직속상관이 낙심한 표정으로 방을 나가자마자 동시에 수십 명의 각성 장교들이 들이닥쳤다.
“저요, 저! 지원하겠습니다. 아직 자리 있습니까?”
“소령님! 저 뽑아주십시오. 제가 또 한 외모 하지 않습니까?”
“위관급 이하는 짜져있어. 짬밥도 안 되는 것들이. ”
사단 내부의 각성 장교들이 모두 몰려왔다.
뿐인가?
언제 소문이 퍼졌는지 다른 사단에서도 난리가 났다.
- 도소령, 나 알지? 고향 선배잖아. 요즘 내가 헬스를 해서 몸이 꽤 좋아졌어, 그러니···.
- 민수야. 남자는 수트빨이야. 착장샷 보내줄 테니까, 참고해줘.
- 나 안 뽑으면 죽는다. 여자 동기 중에서 미모는 내가 최고 아냐? 그리고 몸매 되지, 얼굴 되지.
도민수는 죽을 맛이다.
차라리 마수 토벌하는 게 더 나을 정도였다.
< 뉴서울 상경 준비 > 끝
ⓒ 꾸찌꾸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