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50화 (5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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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려준다고는 안 했어. >

태주가 탄 자동차가 뉴서울 시내를 가로질렀다.

삼한제국의 수도 뉴서울.

과거 대한민국이라 불리었던 반도의 소국가였지만 지금은 연해주, 시베리아 접경, 중앙 초원과 맞닿을 정도로 영토가 커졌다.

그래서 삼한제국은 다민족 국가.

토착 민족인 한국계가 가장 많고, 중국계, 일본계, 몽골계, 아시아 남방계, 슬라브계, 심지어 아프리카계까지, 다양한 민족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뉴서울은 원래 있던 도시를 재건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새로 만든 계획도시였다.

넓게 곧게 뻗은 도로, 막힘없이 이어지는 교통, 최근에 지어진 듯 깨끗한 건물, 번쩍번쩍 빛나는 간판들.

그렇게 한참 시내만 돌던 자동차가 비교적 좁은 골목 안으로 쑥 들어갔다.

‘···유흥가인가?’

풀코스라더니 진짜 술집에 데려가는가 보다.

‘이러면 실망인데.’

끼익!

자동차가 멈췄다.

전경철 은하 길드 부길드장이 먼저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내리시면 됩니다.”

“친절하시네.”

“별말씀을, 그리고 죄송하지만 잠시 몸수색할 수 있게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 하세요.”

삐빅, 삐비빅,

탐지기를 태주의 몸 구석구석 가져다 대는 전경철.

뭐가 나올 리 있나?

“스마트폰도 안 가져오셨습니까?”

“거추장스러워서.”

“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태주는 전경철의 안내를 받아 지하로 내려갔다.

계단이 꽤나 길었다.

‘클럽인 것 같은데···,’

그러나 음악 소리는 하나도 나지 않고.

이제야 조금 기대가 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운 조명과 함께 텅 비어있는 넓은 홀, 장사는 하지 않은 곳으로 보였다.

홀 한구석엔 탁자와 소파 몇 개가 놓여있었다.

그 뒤엔 험악한 인상을 풍기며 도열한 놈들이 9명 정도, 거의 적합자에 각성자도 한둘 섞였다.

‘저것들 뉴서울 역에서 본 놈들이네?’

반가운 얼굴도 보인다.

소파에 앉아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이동우 사장.

그리고 그 옆에 소파에 상체를 깊숙이 기대며 다리를 꼬고 앉은 중년인 하나.

얼굴에 난 희미한 문신과 기세를 참고하면 마스터가 확실했다.

삐거덕, 출입구가 닫혔다.

뒤를 돌아보자, 절그럭, 절그럭, 전경철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쇠사슬로 들어온 문 손잡이를 꽁꽁 묶었다.

“뭘 봐? 이럴 줄 몰랐어?”

순식간에 돌변한 전경철.

밖에선 그렇게 친절하던 놈이

이동우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태주를 노려봤다.

“참나! 진짜 혼자 온 거야?”

태주는 어깨를 으쓱해주면서 비어있는 소파 하나에 털썩 앉았다.

“어, 뉴서울 풀코스라고 얼마나 기대했는데, 뭐야? 아무것도 없잖아.”

“클클클, 진짜 너 웃기는 놈이구나? 여기가 죽을 자리라는 건 알고 왔어?”

“아니, 몰랐어.”

그러자 맞은 편에서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정말 희한하단 말이지.”

“누구?”

“아! 내 소개하는 걸 잊었군. 은하 길드 길드장 이두창이라고 하네. 우리 이동우 사장과는 먼 친척뻘이지.”

“그래요? 제 이름은 알고 있죠?”

“하하하, 알고는 있네. 김태주, 맞나? 각성자는 아닌 것 같은데···, 대체 뭘 믿고?”

“보시다시피, 이 험한 세상에서 믿을 건 오직 나 자신뿐이죠.”

이두창은 태주를 내심 경계하고 있었다.

비록 구례 촌 동네지만 자신의 힘으로 회사를 그만큼 키워낸 사람이 멍청할 리가 없다.

그런데 왜 저렇게 태연하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모를 리는 없을 텐데.

과연 믿는 게 뭘까?

특별한 무기라도 가지고 왔나?

설마 맨몸으로?

놈을 데리고 올 때 일부러 자동차를 빙 돌게 했다.

혹시라도 미행이 붙었나 확인해보려고.

몇 번이고 확인했다.

미행도 없었다.

그리고 몸수색할 때도 철저하게 조사했다.

스마트폰도, 추적 장치도, 그 어떤 전자제품도 없었다.

‘자신을 믿는 다라, 적합자 주제에 너무 건방져.’

적합자라도 보유하고 있는 마나가 많으면 오히려 각성자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있다.

당장 여기 있는 이동우도 스킬만 못쓴다 뿐이지, 비기너 등급의 무력 정도는 되니까.

그러나 고작 그걸 믿고?

‘허세도 아니야.’

분명 뭔가가 있다.

곧 있으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이두창이 침묵하자 이동우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겁이 없는 거야? 대범한 거야?”

“대범한 걸로 하자.”

“하! 너 지금 우리가 널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뭘 어떻게 할 건데?”

“좋아. 자세하게 알려줄게.”

이동우가 태주의 귀에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속삭였다.

복수심에 가득 찬 목소리, 증오가 절절 흘러넘치게.

“먼저 네 손가락 하나씩 자를 거다. 다음으로 발가락, 그리고 네 혀, 코와 귀, 보는 것도 필요 없을 테니 눈알도 파주고, 이쯤 되면 오줌도 질질 흐르겠지? 그 물건도 자르고, 다음으로 팔과 다리, 머리통만 빼고 통나무처럼 만들어 땅바닥에 굴려줄 거야.”

태주는 한숨을 푹 쉬며 답했다.

“···후우, 여긴 뉴서울이잖아. 명색이 제국의 수도인데, 법도 없냐?”

“그래, 뉴서울이 맞아. 법률도 엄격하고, 하지만 너 같은 새끼들을 위한 법은 없어.”

이동우는 담배 하나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리고 태주의 얼굴에다 연기를 후우, 뿜고는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너무 쫄지는 마. 네가 여기서 멀쩡하게 걸어 나갈 방법이 하나 있으니까.”

“그게 뭔데?”

“포자 독 해독제와 태홍 회복제 제조식만 넘겨. 아! 모기 독 해독제는 필요 없으니까, 그걸로 밥 먹고 살면 되고, 내가 널 배려하는 거야.”

“배려해주니 고맙긴 하지만···, 못 주겠다면?”

“뒈지는 거지. 또 백서연 그년도 죽이고, 백홍표와 고아원도 활활 태워 버릴 거야.”

태주의 눈꼬리가 살짝 위로 치켜 올라갔다.

지금 한 말로 놈의 운명이 결정됐다.

원래 여기 온 목적은 이동우를 굴복시켜 특허 절차에 도움이나 받아 볼까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접는다.

개심의 여지가 절대 없는 악인.

이런 눈빛을 가진 놈은 많이 만나봤다.

물론 당군악으로서.

“으음, 나도 나름 제약회사 회장님 소리 듣고 다닌다고, 내가 잘못되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진 않을 텐데?”

“낄낄낄, 내 장담하지. 네가 이곳에 왔는 줄도 모를 거다. 목격자? 내가 그 정도 대비도 안 하고 널 불러왔을까? 호텔 앞은 물론 이동 경로의 모든 CCTV 카메라를 손봐뒀지. 그러니 헛된 기대는 접어.”

“그럼 이곳에도 CCTV가 없나?”

“왜 그딴 게 필요하지? 찍어서 뭐 하려고? 난 절대 증거 같은 건 남기지 않아.”

이동우는 환하게 웃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 모양.

슈페리어 익스퍼트와 마스터까지 왔다.

거기에 각성자 적합자 9명을 합해서 자신까지 총 12명.

그러나 놈은 혼자다.

아무리 특이한 능력을 갖췄다지만 절대 살아나갈 수 없을 것이다.

뉴서울 역에서 놈에게 당한 수모.

여기서 갚는다.

충분히 분이 풀릴 때까지 철저하게 괴롭히면서.

사실 제조식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절대 살려둘 생각이 없다.

백서연 그년도.

“아, 그럼 잘됐네.”

“···뭐?”

이동우는 무시하고,

태주는 이두창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런 식의 일 처리가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은데···, 내 생각이 맞아?”

“자네, 우리 은하 길드 이름은 들어봤나?”

“솔직히 처음 들어봐. 이상하긴 해. 아무리 그래도 마스터가 있는 길드면 알려질 법도 한데 말이야.”

태주의 말에 웃음을 터뜨리는 이두창.

“하하, 역시 멍청하지는 않군. 우린 사실 길드가 아니야. 법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조직이랄까, 은하 길드는 막 만든 이름이고.”

“역시, 근데 사람은 많이 죽여봤어?”

“당연하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아마 내가 마수 밀집지대에 던져둔 시체들이 몇인지 넌 죽어도 모를 거다. 너도 곧 그렇게 될 거야.”

“쯧, 마스터나 돼서 이런 짓이나 하고.”

“이유야 단순해. 다 돈 때문 아니겠나.”

그럴 줄 알았다.

마인은 아니지만 마인보다 더 좆같은 새끼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자신은 당군악과는 확실히 다르다.

만약 그가 여기 있었다면 먼저 팔다리 다 부러뜨려 놓고 대화를 했겠지.

아니, 대화가 무슨 필요가 있어?

역에서 만나자마자 죽였을 것이다.

태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클럽 홀 중앙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충분하게 대화를 나눴으면 이제 시작하자.”

“하! 이 미친놈이?”

황당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는 이동우.

반면 경계하는 눈초리로 태주의 전신을 훑어보면서 무기를 빼드는 이두창과 전경철.

이두창의 날카로운 회칼에서 진한 강기가 솟아올랐다.

긴장감이 흘렀다.

물론 태주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았지만.

“저놈 잡아서 내 앞에 무릎 꿇려!”

이동우가 지시가 떨어지자 주위에서 공격 신호만 기다리던 조직원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눈 깔아!”

“씨발 놈, 넌 뒈졌어.”

“아킬레스건 하나 자르고 시작한다.”

“저 새끼, 손모가지는 내 거야.”

지금까지 말을 너무 많이 했다.

따라서 대꾸해주기도 귀찮다.

그냥 죽이자.

근데 무슨 무공으로 이놈들을 처리할까?

솔직히 이게 가장 큰 고민.

암기는 피가 튄다.

피가 튀면 치우기 어렵고.

또한 독을 쓰면 놈들이 중독되어 죽으면서 바닥에 침이나 토사물을 질질 흘리겠지.

깔끔한 현장을 위해선 역시 맨손이 최고.

혈인독장은 독을 써야 하니 제외.

그럼?

‘남자는 주먹이지.’

진주 언가의 언진명에게서 배운 언가권,

혈인독장과 비슷하지만 독을 쓰지 않고, 또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 펼친다.

일명 뚝배기 깨기.

침투경을 언가권에 응용해 뇌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리기.

가장 깔끔하다.

태주는 달려오는 놈들을 맞이했다.

저벅저벅 걸어가서 주먹으로 앞에 오는 놈부터.

퍽! 콰직!

“끅?”

두개골도 깨지고 뇌도 박살나고.

뒤따라오는 놈의 공격도 슬쩍 피한 후에.

퍼억! 콰악!

칼날이 눈앞에서 번득였다.

칼을 든 손을 잡아 끌어당겨서 관자놀이에 한방.

퍽! 꽈득!

태주의 주먹이 은은한 강기로 휩싸였다.

간결한 동작으로 그냥 치고, 피하고 치고, 끌어다 치고···,

털썩, 털썩, 털썩.

도미노처럼 픽픽 쓰러진다.

3명이 동시에 쓰러뜨리자 이제야 사태를 파악한 조직원들.

“···어?”

“무슨?”

“주, 죽었어?”

“왜 이래? 일어나!”

태주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환영미리보로 놈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

퍽! 퍽! 퍼퍼퍽!

콰직! 꽈득! 콰지직!

털썩, 털썩, 털썩···,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조직원들.

어떻게 사람의 몸놀림이 저렇게 빠르지?

절대 두 방을 때리는 법이 없었다.

한방이면 끝이었다.

그제야 상대가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듯 나머지 조직원들은 이리저리 도망쳤다.

“으아아아!”

“사, 살려줘.”

“안 돼!!!”

클럽 홀 중앙에는 오직 태주의 주먹만이 보였다.

이동우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앞으로 걸어가던 전경철의 회칼 든 손이 파르르 떨린다.

원래는 바로 합류하려고 했는데 두 발자국 걸어가니 벌써 6명이 죽었다.

“···이런!”

이두창도 아무것도 못 한 채, 태주의 몸놀림만 구경하고 있었다.

그도 전경철과 함께 가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똑같이 타이밍을 놓쳤다.

‘제기랄! 어째 찜찜하더라니.’

이두창은 빠르게 소파 뒤로 숨었다.

반쯤 넋이 나간 이동우와 전경철.

마치 저승사자처럼 앞으로 다가오는 태주.

“왜들 이래? 아까는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그러자 이동우가 벌벌 떨면서 손을 내저었다.

“가까이 오, 오지 마.”

“갈 건데?”

전경철은 가만히 움직이지 않았다.

저 주먹을 피할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놈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형님은 살금살금 소파 뒤로 숨어서 놈의 뒤편으로 이동하고 있었고.

이심전심, 이두창과 전경철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

언제 어떤 식으로 공격해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진다.

두창이 형님이 급속 이동 스킬을 펼치는 순간이 바로 공격할 때.

자신은 놈의 상체, 목을 찌르고 형님은 하체, 허벅지를 베어버린다.

형님의 마나 블레이드 회칼이면 자르지 못할 것이 없다.

적이 마스터라고 가정해서, 안전하고 확실하게 죽일 방법을 찾던 과정에서 만든 합격술,

놈이 가까이 왔다.

전경철은 긴장했다.

꿀꺽.

침 한번 삼켜주고.

“잠깐!”

“응?”

“내가 잘못했다. 지금 내 손으로 이동우, 이 새끼 죽이고 끝내면 안 될까?”

“어. 안돼.”

“이럴 필요까진 없잖아. 난 그저 지시에만 따랐을 뿐이라고, 네게 개인적 감정 따윈 없어.”

“난 있는데?”

“이런 씨발 새끼가!”

순간!

태주의 목젖을 향해 기이한 궤적으로 날아드는 회칼.

휘릿!

동시에!

허벅지 뒤쪽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살기.

쉬잇!

‘벴나?’

‘찔렀나?’

그런데 손에 감각이 없다.

방금까지도 눈앞에 있는 놈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뒤, 뒤! 뒤에 있잖아! 머, 멍청아!”

스르륵,

어느새 이두창의 등 뒤에 나타난 태주,

마치 손뼉을 치려는 듯 이두창 머리 양쪽에 각각 두 손을 위치시켰다.

“혀, 형님!!!”

동시에 박수!

쫘악!

꽈지직!

이두창의 머리가 세로로 길게 짜부라졌다.

두 눈이 딱 붙어버릴 정도로.

그리고 멀리서 쏘아진 태주의 주먹이 어느 틈에 바로 앞까지 다가와,

츠팟!

“어···,”

퍼억!

뽀각!

전경철의 이마에 그대로 적중했다.

털썩.

이제 마지막 한 놈.

이동우는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

“사, 살려주게. 제, 제발! 난 저런 놈들과는 달라.”

“뭐가 달라?”

“쓸모가 있단 말이야. 황실과 고위 관리에 내 연줄이 많아. 자네가 뉴서울에서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주겠네.”

사실 원래 목적이 이거였다.

이동우를 이용해 뉴서울에서 기반을 잡는 것.

“지원?”

“미리내 그룹 몰라? 특허청이든, 식약청이든, 미리내에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수두룩하다고,”

“흐음, 날 도와준단 말이지?”

“그, 그래! 약속할게.”

“그럼 뺨 한 대로 끝내자. 운 좋은 줄 알아.”

“오! 그럼 살살···,”

스팟!

짜악!

회애애액!

뿌드득!

태주의 풀스윙에 목이 3바퀴나 돌아간 이동우.

“씨바아···,”

“살려준다고는 안 했어.”

털썩.

< 살려준다고는 안 했어.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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