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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정원 >
제국 황실 직속 기관의 의미는 바로 직속상관이 황제라는 뜻이다.
모든 보고가 다이렉트로 황제 폐하께 올라간다.
제국 황실 직속 기관은 몇 되지 않는다.
딱 2개.
제국 감사원과 제정원이다.
제정원.
제국 정보원.
안보와 군사기밀, 적국에 대한 정보 수집, 그리고 마인 수색, 마인 테러, 마인 범죄조직에 관한 정보를 주로 다룬다.
제정원 1차장 문경식은 마인 수색과 정보 수집을 담당한다.
요즘 문경식 차장이 들여다보는 사건은 미리내 제약 이동우와 그 일당의 실종 사건, 미리내 그룹에서 뉴서울 경찰로 수사를 의뢰해왔다.
제정원도 보고를 받았고.
원래 갑작스러운 실종 사건이 일어나면 항상 마인의 범행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한다.
경찰이 수사한 보고서를 유심히 살펴보는 문경식.
‘이동우와 이두창, 전경철, 조직원까지 모두 12명이라···,’
이두창은 마스터, 전경철도 익스퍼트.
이들을 어찌할 수 있는 자들이 몇이나 될까?
마인의 소행으로 의심되기 충분하다.
‘진짜 마인일까?’
사실이라면 우습게도 마인도 사회에 조금 기여한 셈이다.
이두창, 전경철 패거리, 마인은 아니지만 어쩌면 마인보다 더 잔인한 놈들. 제정원에서도 주시하고 있던 빌런들이다.
수많은 살인과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그러나 일 처리가 하도 교묘해서 증거를 찾지 못했기에, 걸리기만 해라면서 벼르고 있었다.
이런 놈들을 수족처럼 부리던 이동우는 또 얼마나 나쁜 놈인가?
제발 싹 뒈졌으면 좋겠다.
그런데 미리내 그룹에서 수사해달라고 의뢰한 용의자 중 매우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바로 태홍 바이오 김태주 회장.
의심한 이유는 바로 얼마 전 있었던 뉴서울 중앙역 사건이 근거였다.
꽤나 유명한 사건이었다.
상경한 김태주 회장 일행과 이동우가 중앙역에서 만나 서로 충돌했다.
그 과정에서 이동우는 시원하게 오줌을 지렸고.
이게 왜 유명하냐면···, 영상이 고스란히 찍혔다.
잊을 만하면 인터넷이나 SNS에 수시로 올라왔다.
미리내 그룹 법무팀에서 수시로 모니터링하면서 영상을 지우고 있긴 하지만.
‘지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놓고선···,’
이미 사실관계 파악이 다 끝났다.
엄한 사람 용의자로 몰 거면 증거라도 내어놓던가.
고작 갈등을 일으켰다는 사실과 그날 밤 전경철과 통화를 했다는 기록뿐.
‘미친 새끼들이,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
김태주는 평범한 제약회사 회장이 아니다.
지리산 마수 토벌 작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오황자의 생명을 구했으며, 심지어 구례 3인조 마인을 척결한 인물이다.
세간에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정보를 다루는 쪽에서도 극소수만이 인지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도 유심히 보고 계신다.
어쩌면 입궁해서 폐하와 만나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태홍 바이오 뉴서울 진출을 의식해서 찔러보는 걸 거야.’
설령 용의자라고 해도 수사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문경식은 제정원 마인 파트 1차장이다.
김태주가 구례 3인조 마인을 퇴치해 준 데 대해 감사를 표해도 모자랄 판인데.
그깟 마인 몇 명 잡은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그런 말 하는 놈들은 아가리를 확 찢어놓아야 한다.
괜히 제국에서 마인 출현을 마수 웨이브와 동일선상에 놓을까?
마인이 강하고 약하고는 둘째 문제.
탐색과 체포가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다.
마수화된 상태에서 추적하거나, 혹은 마인으로 의심되는 범죄 현장에 증거를 남기거나, 이 두 가지 경우에만 수사가 가능해진다.
평상시 인간의 틈에서 조용히 살면 누구도 못 찾는다.
또 매우 조심스러워서 증거도 남기지 않고.
예방은 될까?
어림도 없다.
신분증 검사?
신분증에 마인이라도 적혀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옆에 있는 이웃이 마인일 수 있다.
레이드 팀에서 함께한 동료가 마인일지도 모른다.
고작 할 수 있는 일이란 ‘거동이 수상한 자는 마인 신고 113에 제보 바랍니다.’
이 정도?
그래서 제정원 마인 파트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부서.
바로 그때!
애애애애앵!
제정원 전체에 요란하게 울리는 경고음.
“···응?”
이 소린 마인이 발견되었을 때 울리는 경보.
문경식은 급히 인터폰을 눌렀다.
“나야, 어디서 온 신고야?”
- 신압구정 리더스 클럽입니다. 현재 마인을 제압했으니 빨리 와달라고,
“리더스? 이런 젠장! ···그런데 제압?”
- 산 채로 잡았다고는 하지만,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추, 출동했어?”
- 네, 대마인 특수 요원들이 가는 중입니다.
“차 대기시켜! 나도 간다.”
리더스 클럽이라니.
제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인사들이 가입하고 있는 클럽 아닌가?
거기에 마인이 출현했다고?
그것도 그렇지만 제압이라니, 생포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
문경식의 마음이 급해졌다.
※ ※ ※
마인 세르게이의 마수화는 풀렸다.
지금은 척추가 부러진 상태로 정신을 잃어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
그 등위에 발을 올리고 태주가 서 있었다.
각성자가 재생 능력이 뛰어나긴 하지만 척추가 다시 붙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혹시라도 재생 스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 여차하면 다시 부러뜨려야지.
이고르 바라노프는 망연자실한 표정.
자신이 데리고 다니던 경호원이 마인?
너무나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지도 못하겠다.
김태주 회장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
황자가 친한 척하는 이유가 있었다.
리더스 클럽의 주요 사업 방향은 두 가지.
하나는 회비를 받고 사교 목적으로 회원과 회원을 연결해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수집해 필요한 회원들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회원들에 대한 사전 조사는 철저한 편이었다.
하지만 김태주 회장에 대한 정보 수집은 유독 미흡했다.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그를 단순한 제약회사 오너라는 틀 안에 가둬두고 판단한 것, 이게 가장 큰 실수.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 마시죠. 살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초기에 잡아서 다행입니다. ···혹시 주변에 실종된 사람은 없나요?”
“없는 걸로 알지만, 이제라도 파악해봐야죠.”
“이놈 목적이 뭐였을 것 같아요? 숨은 붙여놓았으니, 나중에 수사관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그게···,”
이고르는 차마 대답할 수 없었다.
추측되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인들이 어디 사람만 잡아먹나?
놈들도 인간이기에 일반 빌런들이 하는 짓은 다 저지른다.
납치, 유괴, 암살, 절도···,
저 좆같은 세르게이 새끼가 여기 왜 왔을까?
클럽 회원 중 하나가 놈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조미영 클럽 매니저가 달려왔다.
“회원님!!! 스마트폰에 CCTV 영상 담아왔어요.”
“잘 찍혔던가요?”
“그럼요! 저놈이 마수화해서 회원님을 공격하던 모습이 생생하게 나왔습니다.”
“나중에 경찰들 오면 그거 넘겨주면 됩니다.”
“넵!”
이걸로 증거는 확보했고.
하지만 여전히 이고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태주는 그가 왜 저러는지 안다.
리더스 클럽 마인 출현.
소문이 퍼지면 아마 지금까지 쌓은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게 뻔하다.
순간!
벌컥 문이 열리면서 들어오는 제정원 요원들.
그들을 맞이하는 조미영 매니저.
“마인 신고받고 왔습니다. 어디 있습니까?”
“저, 저기 엎드린 놈이···,”
“응? 확실합니까?”
“증거 있어요.”
조미영이 스마트폰의 영상을 실행해 요원들에게 넘겼다.
“으음···,”
영상을 시청하면서 요원들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그리고 마인 세르게이의 옆에 서 있는 태주를 신기하다는 눈으로 보면서,
“각성자는 아니시군요.”
“보시다시피.”
“···그런데 어떻게?”
“꼭 각성해야 마인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죠.”
“잠시 조사에 협조해주시길 바랍니다. 성함이···?”
그때였다.
벌컥!
또 다시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제정원 문경식 1차장.
“차장님!”
“마인 어디 있어?”
“여기 엎드린 놈입니다.”
“이 새끼, 살아있지? 반드시 살아있어야···,”
멈칫!
문경식은 마인 옆에 서 있는 태주와 눈이 마주쳤다.
“···어?”
매우 익숙한 얼굴이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나.
특히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저 은회색 코트.
“···기, 김태주 회장님?”
“절 아세요?”
“하하하, 알다마다요. 인사드리겠습니다. 제정원 1차장 문경식입니다.”
“반갑습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문경식이 태주를 보며 물었다.
“이 마인 놈도 회장님께서?”
“네, 제가 잡았습니다.”
“아···,”
문경식은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스친다.
‘마인 전문 사냥꾼도 아니고.’
구례 3인조 마인에 이어, 뉴서울 리더스 클럽 마인까지.
왜 마인만 나타나면 이 사람이 있는 걸까?
우연? 그럴 리 없다.
구례에서도 김태주 회장이 혼자 마인을 추적해 잡았다.
‘설마···?’
문경식의 뇌리에서 한가지 가설이 스치고 지나간다.
확인해보자.
“제정원 요원들, 다들 나가 있어!”
“네?”
“잠깐이면 돼. 그리고 이고르씨와 매니저님도 부탁드립니다.”
“아, 알겠어요.”
사람들을 다 내보내고 둘만 남은 걸 확인한 후,
문경식은 조용히 태주에게 물었다.
“혹시 마인을···, 파, 판별하실 수 있습니까? 마수화가 아닌 상태에서도 말입니다.”
문경식의 질문에 태주는 잠시 뜸을 들였다.
되도록 숨기고 싶지만 일이 이렇게 되니 어쩔 수 없다.
이미 눈치챈 것도 같고.
“네, 판별할 수 있습니다.”
“어···, 어떻게?”
“제가 조금 개코라서, 냄새를 잘 맡아요.”
꿀꺽.
문경식은 마른침을 삼켰다.
진짜 냄새를 맡는 건지, 어떤 건지는 몰라도 중요한 건 김태주 회장이 제 입으로 시인했다.
마수화가 아닌 상태의 마인을 판별해 낼 수 있다고.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문경식은 태주의 손을 덥석 잡았다.
“도, 도와주십시오. 회장님!”
“뭘···?”
“마인을 찾는 거 말입니다. 지금까지 마인으로 의심되는 단서를 발견하고 추적했지만 번번이 실패했습니다.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마수화가 아니면 놈들을 찾을 수 없긴 하죠.”
나 빼고.
“그렇습니다. 절대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편의를 다 봐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시간이 나실 때만···,”
“흐음.”
“도움만 받는, 그런 염치없는 짓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 제정원도 회장님을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돕겠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 간절한 문경식이었다.
태주는 잠시 고민했다.
아니, 하는 척했다.
사실 답은 나와 있다.
내키지 않았다면 끝까지 능력을 숨겼겠지.
좋은 기회다.
사람을 잡아먹은 식인귀들.
일전에 다짐한 적이 있다.
만나면 절대 살려두지 않을 거라고.
그러나 섣불리 승낙하면 굉장히 귀찮아진다.
제국 땅이 얼마나 넓은데,
확실한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심심하면 불러댈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조금 시간을 끌고자 했는데,
바로 그 순간!
‘음?’
찌르르르!
머릿속에서 뭔가가 느껴진다.
아주 미약한 신호 같은 것이.
‘뭐지?’
이거 낯설지 않은데,
마치 당군악과 영혼이 연결될 때 느껴지는···,
‘이건···,’
갑자기?
태주는 서둘러 무한공간을 열었다.
그러자 반짝반짝 빛나는 공유창고.
‘떴다!!!’
드디어!
옆에 사람만 없었어도 소리를 크게 질렀을 것이다.
태주는 재빠르게 공유창고 안에 든 물건을 꺼내서 기타 구역으로 옮겼다.
‘복숭아가 2개씩이나?’
전처럼 편지도.
그리고 미리 준비해둔 물건들을 공유창고에 넣었다.
안 들어갈 때까지 꽉꽉!
‘흐흐흐,’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제발 독선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태주가 눈을 감고 가만히 있자, 문경식은 안달이 났다.
강제적으로 차출하지 못한다.
그러기엔 너무 큰 사람, 결국 그가 승낙해야 가능하다.
협조만 해주면 지금까지 답보 상태였던 마인 검거율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안 되겠습니까?”
애타는 문경식의 부탁에 태주는 웃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도와드리죠.”
“가, 감사합니다!!!”
주먹을 불끈 쥐며 속으로 환호하는 문경식.
“단! 그 전에 원칙은 세워야겠죠? 아무 때나 부르면 곤란합니다. 저도 바쁜 몸이라.”
“당연합니다.”
“이참에 계약서를 쓰시죠. 문 차장님도 상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 않습니까.”
“준비해서 찾아뵙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 사건은 비밀로 합시다. 괜히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
“네! 그래야죠.”
“이고르 클럽 오너님에게도 입단속 시키시고요.”
문경식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주 회장의 말이 백번 맞다.
구례와 뉴서울 마인 사건에 모두 김태주 회장이 관련되어 있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누군가는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김태주 회장이 마인을 판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아는 사람이 극히 적어야 한다.
그게 마인 탐색에도 도움이 되고.
※ ※ ※
선계(仙界).
요즘 당군악의 고민은 하나다.
진정 태주에게 보낼 게 선도 복숭아밖에 없나?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많이 먹으면 질린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보패, 즉 보물.
선인들이 자신의 선기로 만들어내는 것 말이다.
그런데 매우 귀하다.
그리고 비싸다.
별 기능이 없는 쓰레기 보패도 복숭아 5개에서 10개는 줘야 한다.
자신의 무한공간도 그렇다.
복숭아 6개는 있어야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태주의 무한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신이 보내준 선기만 해도 약 선도 복숭아 100개 분량.
‘쯧, 선기만 충분했어도 완전무결한 무한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었을 텐데.’
선도 말고 다른 걸 보내자.
태주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것.
일단 준비는 해뒀다.
주선(酒仙) 태백 선인도 보패를 만든다.
그의 보패는 바로 술.
그냥 만들어 싸게 파는 술이 있고,
선기를 담아낸 술이 있다.
일명 신선주(神仙酒).
선도 50개짜리, 100개, 200개짜리 신선주가 있는데 지금은 선도가 부족하니 선도 50개짜리 한 단지 사뒀다.
안 판다는 걸 억지로 졸랐다.
모자라는 선도는 외상으로 달아두기로 하고.
‘그동안 좋은 술 맛봤는데 선계의 술을 답례로 보내면 마음에 들 거야.’
이제 머릿속에서 찌르르르, 느낌만 오면 되는데.
그때였다.
찌르르르!
‘오! 또 떴구나!’
당군악은 무한공간을 열었다.
과연 이번엔 뭐가 들어 있을까?
< 제정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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