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63화 (6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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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빈 교도소 >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준공식이 끝나고 보름이 금세 흘렀다.

그동안 태주는 거의 공장에서 살다시피 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기껏 잡아놓은 호텔엔 가보지도 못했고.

준공식 끝나자마자 식약청으로 태홍 생기불끈과 새살쑥쑥 샘플을 넉넉하게 준비해 신청서와 함께 보냈다.

아마 지금쯤이면 성분 분석이 진행되고 있겠지.

재료 확보도 착착 진행되는 중, 지리산 마수 방어군단에서 올라온 약재, 그리고 뉴서울 약재 시장에서도 약재 물량을 선주문해뒀다.

다 백서연이 도맡아서 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어쩔 뻔했나?

그리고 각성 장교 수행원들도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대신해주었고.

태주는 신약 생산에 전념했다.

자신의 지휘 감독하에 생산되는 신약.

기대했던 약효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전량 폐기하고, 완벽한 제품이 나올 때까지 철저하게 검수 과정을 거쳤다.

그 결과 점차 양질의 제품들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은 모두 창고에 보관하고.

‘지친다, 지쳐.’

태주는 공장 휴게실에 홀로 앉아 잠시 휴식을 취했다.

‘무한공간이나 살펴볼까?’

당군악이 보낸 편지는 이미 읽었다.

물건을 보내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앞으로 물건을 보내도 되고, 안 보내도 되지만 만약 보낸다면 꼭 고급일 필요는 없으니, 새로운 것만 보내달라고.

‘웃기는 소리 하지 마세요. 독선님.’

어림도 없다.

무조건 최고급품으로 준비해놨다.

공장 일도 하면서 틈틈이 백화점도 갔다.

당군악에게 보낼 물건을 고민하는 건 얼마나 행복한지.

전에 보냈던 손목시계도 10개 정도 사뒀다.

선계엔 다른 선인들도 있으니 필요하면 선물로 주라는 의미에서.

초퀄리티 명품은 아니다.

진짜 고급 시계는 지금 주문한다 해도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래서 당장 살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것들로만.

그 밖에 발전기에 연결할 멀티탭, 영화를 보면서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는 필수적으로 챙기고.

그 와중에 쇼핑하다 발견한 게임기.

‘어? 게임기를 왜 생각 못 했지?’

그래서 샀다.

컨트롤러도 넉넉하게 챙기고, 게임 타이틀도 왕창 사고, 다운받을 수 있는 건 받고, 도민수 소령에게 부탁해서 엘리트 마나 결정체 전기 발전기도 하나 더 구하고.

그런데 선계에서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가는 신선이 게임을 즐길 마음이나 있을까?

영화 시청하는 것과는 다르게 직접 컨트롤러를 조작해야 하고, 또 게임이 잘 안 풀리면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기 때문에 신선들은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다.

근엄하고 고매한 신선이 옹기종기 모여 플스나 엑박을 즐기는 모습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게다가 구매한 게임 타이틀 중엔 자동차를 도둑질하고, 사람을 치고, 은행도 터는 그런 게임도 있는데.

신선에게 도둑질하는 게임이라니!

말이 되나?

그분들이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게임기는 일단 보류하고.

‘다음에 보내자.’

대신 태블릿을 몇 개 더 사서 더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다운받았다.

다운 가능한 건 다 했다.

그중에 신선의 품위에 맞지 않는 영상은 독선이 알아서 안 틀면 되는 것이고,

태주는 무한공간을 열었다.

한구석에 보이는 공유창고.

지금은 반짝이지 않았다.

하지만 반짝일 때의 느낌을 알고 있다.

그때 열고 보내면 되니까.

그런데.

“응?”

어째 공유창고 크기가 조금 커진 것 같다.

“···진짜 커졌잖아.”

그전 크기의 50% 정도.

‘잘됐네.’

앞으로 더 많이 보낼 수 있겠다.

바로 그 순간!

찌르르르르···,

머릿속에서 울리는 짜릿한 느낌.

‘혹시?’

반짝반짝.

“아싸!”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다니.

‘운이 좋아.’

이번엔 뭘까?

공유창고엔 편지는 물론 복숭아 5개와 출렁출렁 액체가 담긴 단지 하나가 들어있었다.

선도가 무려 5개!

신선들만 먹는다는 복숭아다.

근데 이 단지는 뭘까?

이럴 때가 아니다.

재빨리 공유창고에서 물건을 빼고 미리 준비해둔 선물을 꽉꽉 채웠다.

전보다 크기가 넓어져서 더 많이 들어간다.

게임기는 빼고.

‘이제 편지나 읽어볼까?’

태주가 보낸 물건들로 다른 신선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내용, 특히 손목시계를 부러워한단다. 그래서 선계 인싸로 등극했다고.

“흐흐흐, 시계 사서 보내길 잘했네.”

또 편지엔 단지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나왔다.

‘···신선주?’

진짜?

신선이 마시는 술?

‘미치겠네!’

또 역전당했다.

대체 어쩌자는 말인가?

아니, 신선주까지 받으면 답례로 뭘 줘야 하지?

하나를 주면 그 열 배를 주고, 열 개를 주면 그 백 배가 넘어온다.

천천히 생각해보자.

이제 아무거나 막 사서 넘겨줄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정말 뭘 보내줘야 하나?’

현재 태주에게 있어 제일 중대한 고민이었다.

‘그나저나 이 선도 복숭아와 신선주는 혼자 먹지 말아야지.’

좋은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백서연은 말할 것도 없고, 구례에서 자신을 대신해주는 백창훈과 장순철,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오진형과 사단장들,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을 보살피는 백홍표.

끝까지 함께 가야 할 사람들.

순간!

지이이잉!

스마트폰으로 걸려온 전화.

제국 정보원 문경식 차장이었다.

아마 마인 관련 전화 같은데.

태주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김태주 회장님. 사업은 잘 진행되고 계시죠?

“덕분에요.”

- 안 바쁘시면 저랑 함께···,

출동 요청이었다.

마침 바쁜 일도 다 끝났다.

그걸 알고 전화한 거겠지만.

“네, 바쁜 일은 없어요.”

- 지금 신공장에 계시죠? 바로 헬기 보내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오세요.”

바람이나 쐬고 오자.

겸사겸사 마인도 잡고.

※ ※ ※

투투투투투!

태주는 제국 정보원 요원들과 함께 헬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동하는 도중에 문경식은 태주에게 리더스 클럽에서 잡은 마인 세르게이의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줬다.

“심문은 하고 있지만 도무지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제국에서의 놈의 행적을 역추적하고 있고요.”

마인은 홀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만약 세르게이가 마인 조직에 속해있다면 끝까지 추적해서 조직 자체를 박살 내겠다는 의도 같은데.

“그럼 세르게이의 행적을 좇아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우린 교도소에 갈 겁니다.”

“···교도소?”

헬기의 도착 예정지는 뉴서울 북부 도시 ‘합빈.’

중국이 망하지 않았을 때 ‘하얼빈’이라 불렸던 곳.

삼한제국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종류는 세 가지다.

일반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 각성자와 적합자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 그리고 마인에 의한 범죄.

일반 범죄자들이야 평범한 교도소에 집어넣고, 마인은 교도소 수감 없이 정보를 빼내고 죽이면 그만이지만, 각성자와 적합자들은 특별한 교도소가 필요하다.

합빈에 각성자와 적합자들을 가두는 특수 교도소가 있다.

“그러니까, 합빈 교도소 빌런 중에 마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죠?”

“네, 그곳은 살인, 혹은 특수 폭력을 저지른 놈들만 가둬두는 곳입니다. 현장에서 체포되어 바로 구금시킨 놈들이 대부분이라.”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요.”

마인과 빌런의 차이점.

마인은 마수화 스킬을 사용하고 빌런은 그냥 인간.

둘 다 악질적인 범죄자 새끼다.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어야 할 놈들.

그런데 마인이 마수화 스킬을 발현하지 못하고, 인간 상태에서 체포당했다면?

마인인지 모른 채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추측, 마치 평범한 빌런처럼 생활하면서 출소할 날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저어, 가능하시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합빈 교도소에 마인이 있으면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알려만 주십시오. 그럼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늘 태주의 드레스코드는 제정원 요원 스타일.

검정색 양복에, 선글라스에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이건 극비 임무니까.

투타타타타.

헬기가 합빈 교도소에 내렸다.

헬기장에 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군인들도 와 있었다.

다 각성자였다.

그럼 장교겠고.

문경식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황도 방위 사령부 대마인 특작 부대원들입니다. 우리 제국 정보원과 항상 함께 움직이고요.”

“아!”

그러고 보니 특작 부대원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정연희라고 했지?’

그녀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있었다.

자신은 알아봤지만 저쪽은 아직 모르는 눈치.

교도소장이 직접 마중 나왔다.

그리고 빌런들을 관리하는 각성자 교도관들도.

“어서 오십시오.”

“수감자들은요?”

“각자 독방에 대기 중입니다.”

제국 정보원 요원과 태주, 그리고 대마인 특작 부대원들은 교도소장을 따라 교도소 안으로 들어갔다.

드르르륵!

강화 마나 합금으로 제작된 강철 문이 열렸다.

양옆으로 펼쳐진 독방.

철창 너머로 수감된 빌런 각성자들이 보인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태주가 독방 수감자 한명 한명을 확인하면서 걸어갔다.

조용히 뒤를 따르는 문경식.

아무리 생각해도 김태주는 희한한 사람.

냄새로 마인을 찾는다고?

솔직히 와닿지는 않았다.

진짜 그런 능력이 있는 걸까?

아니면 구례 3인조 마인 검거는 운이 좋았던 걸까?

이윽고 모든 방을 다 돌아본 태주.

급한 마음에 문경식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이상한 점이라도···?”

“수감자 중에는 없습니다.”

“···아, 제 예상이 틀렸네요.”

태주는 빙그레 웃었다.

“근데 냄새가 납니다.”

“네?”

“제가 아까 뭐라고 했죠?”

“수, 수감자 중에는 없다고.”

“맞습니다. 수감자 중엔 없어요. 하지만···,”

태주의 눈이 문경식 뒤쪽으로 향했다.

교도소장과 각성자 교도관, 그리고 특작 부대원들.

그중 한 명에게 걸어가 명찰을 보면서.

“다이고 카츠야 교도관님?”

“···저, 저요?”

“그래, 당신, 사실 처음 보자마자 알았는데.”

“뭐, 뭐를요?”

“얼마나 악취가 심한지, 혹시나 수감자 중에서도 한 명 더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당신 하나뿐이더라고.”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다이고 카츠야 교도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린 문경식이 특작 부대원들에게 눈짓했다.

서서히 다이고 카츠야를 포위하는 각성 군인들.

그중에 신입으로 들어와 처음 작전에 투입된 정연희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눈치챘다.

‘기, 김태주 회장? 왜 여기에···?’

호텔에 찾아가도 매일 외출 중이라 볼 수 없었던 사람.

결국 만나지 못하고 입대했는데.

하지만 아는 척은 하지 않았다.

얼굴을 가린 이유를 알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문경식의 손짓에 멀찍이 물러나는 교도소장과 다른 교도관들.

이렇게 되자 다이고 카츠야 교도관이 태주를 보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설마 절 마인이라 보십니까?”

“그럼 아닌가?”

“생사람 잡지 마십시오. 제가 일본계라서 이러시는 거 아닙니까! 반드시 무고죄로 고소하겠습니다.”

“생사람이라니, 언제부터 마인이 사람이었어?”

“하! 장난 그만 치시고···,”

스팟!

“헉!”

빠득!

환영미리보로 놈에게 접근한 후 오른손으로 다이고 카츠야의 목을 움켜잡은 태주.

“컥! 왜, 왜 이러십니···, 사, 사람 살려어···.”

“사람 살려? 아까부터 자꾸 사람이라 그러네.”

“제발, 컥! 나, 나 마, 마인 아닙니···, 컥!”

그러자 교도소장이 발끈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절차에 따라 체포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민족차별입니다. 제정원이라면 이래도 돼요?”

문경식도 난감한 눈치.

이건 너무 나갔다.

사전 통보도 없이 저렇게 무식하게 달려들면 어쩌자고.

그래서 태주를 보면서 넌지시 말했다.

“저어, 일단 다이고 교도관 풀어주고 심문을···,”

태주는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놈의 목을 쥐고 번쩍 들어 올린 다음에.

쉬잇!

콰아아앙!

초크슬램 프롬 헬!

“커헉!”

등이 바닥으로 떨어진 충격이 입에서 피를 토하는 다이고 카츠야.

교도소장과 문경식이 동시에 부르짖었다.

“씨발! 뭐해? 저 새끼 막아!”

“안 됩니다! 멈추세요!!!”

안되긴 뭐가 안돼?

태주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절차에 따른 체포?

이놈이 끝내 인정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체포든, 심문이든 시작도 못 한다.

쓰러진 다이고 카츠야를 다시 일으켜 세워.

“잘 들어. 누가 뭐라고 하든, 난 지금 널 죽일 거야.”

“···크흑! 빠, 빠가야로!”

“네가 죽어도 그냥 인간이면 내가 교도소에 들어가면 돼. 하지만···.”

“끄극!”

“살아있을 땐 인간이지만 뒈지면 마수로 변하잖아? 그게 마인의 특징이지, 안 그래?”

보다 못한 제정원 요원이 문경식에게 말했다.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아니! 일단 지켜보고 있어.”

“그렇지만,”

“믿어보자고.”

태주는 다이고 카츠야를 향해 주먹을 치켜올렸다.

우웅!

손에서 일어나는 강기.

그때였다.

끔틀!

다이고 카츠야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찌지지직!

찢어지는 교도관 유니폼.

맨살에서 솟아나는 징그러운 털.

“어?”

“뭐···,”

“헉!”

“이, 이럴 수가.”

마수화 스킬이 발현됐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외통수에 몰린 판인데.

“캭!”

동시에.

쐐애액!

날카로운 손톱이 태주의 얼굴을 향해 휘둘러졌다.

하지만.

덥석!

가볍게 제압하고는.

“아니라면서? 그런데 맞네?”

“캬아악! 주, 죽인다! 죽여버린다!!!”

뿌드드득!

태주는 다이고 카츠야의 팔을 비틀어버렸다.

꽈배기처럼 돌아간 놈의 팔.

“끄아아아아아악!”

그리고는 놈의 허리를 두 팔로 감아서

으드드드득!

역시 마인 체포는 척추 골절이 최고.

“케엑···,”

죽었나?

다행히 살았다.

“미, 미친?”

“···다이고 카츠야 저 새끼, 마인이었어?”

“씨발 새끼, 누, 누굴 죽이려고!!!”

교도소장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다.

총애하는 부하직원이었는데, 마인?

문경식도 마찬가지.

아니, 찾아낸 것도 경악할 노릇이지만 저렇게 쉽게 마인을···?

반면 정연희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확실히 김태주 회장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 합빈 교도소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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