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72화 (7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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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3) >

식별번호 BEM – C04 흑악지룡의 이동은 초고도 정찰기에 의해 실시간으로 감시된다.

정찰기에서 보내오는 흑악지룡의 영상을 판독 중인 감시병.

볼수록 기분이 좋지 않다.

이 새끼는 대체 어디까지 올라올 것인가?

올라오는 이유가 뭘까?

영역싸움에서 밀렸다는 추측이 있는데, 그럼 이 흑악지룡보다 더 강한 새끼가 있다는 말 아닌가?

그렇게 모니터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다.

“어?”

갑자기 이동을 멈춘 흑악지룡.

“오오! 멈췄구나.”

그래, 더는 움직이지 말아라.

거기가 지금부터 네 영역이다.

놈의 동태를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감시병은 화면을 확대했다.

그런데!

“···뭐야?”

잘못 봤나?

눈을 비비고 한 번 더 봤다.

손가락으로 모니터를 문질러도 봤다.

그래도 변하지 않았다.

“사람?”

흑악지룡 앞을 막아선 한 명의 인간.

감시병은 서둘러 상부에 보고했다.

천리장성 웨이브 방어 본부에 각 부대 지휘관 및 참모들이 모였다.

그중엔 지리산 방어군단을 이끌고 북경에 합류한 오진형 중장도 있었다.

“맞군. 사람이야.”

“왜 저기에···,”

“자살하러 갔나?”

“허어···.”

오진형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이 비슷한 장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지리산 마수 토벌 작전 때 천왕봉에서 말이다.

김송열 합참의장이 감시병에게 물었다.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나?”

“가능합니다.”

“해봐.”

“정찰 드론 투하하겠습니다.”

초고도 정찰기에서 거대한 포탄 하나가 떨어졌다.

포탄이 지면에 가까이 다가가자, 저절로 분해되더니 그 안에서 수십 기의 드론들이 튀어나왔다.

위이이잉! 위잉!

“곧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꿀꺽.

오진형은 잔뜩 긴장했다.

‘설마 또···,’

이윽고,

“얼굴 잡혔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젊은 남자의 얼굴.

“엉?”

“···누구지?”

“혹시 아는 사람 있나?”

“전 처음 봅니다.”

“저도.”

오진형은 안도했다.

그렇지.

김태주 회장일 리 없지.

얼굴도 완전 다를뿐더러 체형도 다른 사람이다.

그는 태홍 회복제 만드느라 바쁘다.

지금도 재료를 확보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 판에.

순간!

쿠쿠쿠쿠쿵!

폭발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피어오르는 자욱한 먼지 폭풍.

파파파팟!

드론들이 폭풍에 휘말려 산산조각이 났다.

영상은 거기까지였다.

※ ※ ※

새로운 독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따로 독을 채취해서 혈관에 집어넣거나 먹어보는 것.

다른 하나는 무식하게 직접 당해보는 것.

후자는 매우 위험하다.

특히 저놈은.

강호 무림에서도 갖가지 요괴들이 존재한다.

인면지주에서부터 천년 묵은 이무기까지.

그러나 저만한 요물은 없다.

인간계에선 절대 존재할 수 없는, 존재해서도 안 되는 마물.

하긴!

핵폭탄에도 견디는 놈들인데.

저런 비욘드 엘리트 마수의 공격을 직접 당해본다고?

초상 치를 일 있나.

결국 전자로 가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독을 채취해서 간접적으로 몸에다 적용한다.

하지만 그것도 문제.

엘리트 마수들은 기본적으로 강기막이라는 것이 있다.

마나 블레이드로 뚫을 수 있는 일종의 보호막.

그런데 저 비욘드 새끼의 강기막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쿵쿵쿵쿵,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며 멈추지 않고 앞으로 계속 전진하는 흑악지룡.

우웅! 우웅! 우웅···.

움직일 때마다 뚜렷한 강기막이 눈에 보일 정도로 놈의 몸 주위에서 넘실거린다.

파삭! 파사사삭!

거대한 지우개가 지나가는 것 같다.

강기막에 닿는 모든 사물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바람에 날아온 마른 풀도, 땅 위에서 구르는 커다란 바위도, 심지어 놈이 딛고 다니는 바닥의 흙도 바스러져 먼지가 되어 올라왔다.

비욘드 엘리트 마수의 강기 보호막은 방어의 수단뿐만 아니라 공격의 기능도 가지고 있었다.

저러니 대도시도 폐허가 되어 사라지지.

자, 이제 어떻게 한다?

일단은 저 말도 안 되는 강기막부터 뚫고 들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일백아?”

“···.”

“이백, 아니 삼백아?”

“···.”

조용하다.

백팩을 열어보니 고양이 상태로 파르르 떨고 있었다.

“겁먹었구나.”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 중꺾마! 몰라?”

“···.”

이해한다.

비욘드와 그냥 엘리트는 천지 차이.

그래서인지 주위엔 그 어떤 마수들도 없다.

일이삼백이도 자신이 데려오지 않았다면 접근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놈, 너무 약해 빠졌다.

가슴이 아프다.

강하게 키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지?

태주는 백팩을 닫고 흑악지룡과 멀리 떨어진 안전한 곳에다 놓은 후,

“여기 가만히 있어. 절대 나오지 말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전진해오는 흑악지룡 앞에 섰다.

언제든지 부적들을 끄집어낼 수 있게 준비하고.

“쿠오오오···.”

폐부를 찌르는 치명적인 피어.

놈의 입장에서 자신은 뜨거운 횃불에 날아드는 하루살이 같은 존재겠지.

그러나 놈도 자신을 의식하는 듯했다.

이동을 멈춘 흑악지룡.

하루살이 정도였다면 그냥 밀고 지나갔을 텐데.

갑자기!

위이이이잉!

저 하늘에서 하강하는 드론들.

‘참나, 기술력 하나는 좋네.’

지리산 천왕봉의 그때와 비슷하다.

태주는 역용술과 축골공을 다시 점검했다.

드론은 어차피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마수가 그냥 놔두겠나.

쿠쿠쿠쿠쿵!

바로 지금처럼.

파파파파팟!

엄청난 마나의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로 인해 드론들이 부서지고 한 치 앞도 알아볼 수 없는 거대한 먼지 폭풍이 일어났다.

스슷!

태주는 호신부를 꺼내 왼쪽 가슴에 붙였다.

오른쪽엔 신속부를 붙이고.

‘가자.’

스팟!

쐐애애애액!

한줄기 선이 되어 날아가는 태주.

우지끈!

그의 몸과 비욘드 마수의 강기 보호막이 충돌했다.

파삭!

화르륵!

호신부가 불에 타면서 태주의 몸에도 신령한 보호막이 피어올랐다.

남은 시간 30초.

무한공간에서 꺼낸 벽마부가 놈을 향해 훨훨 날아갔다.

선기로 만들어진 부적이다.

마귀든 마수든, 효과가 없을 리 없다.

파슈슛!

놈의 몸에 닿자, 움찔움찔, 뒤로 물러나는 비욘드 엘리트 마수.

‘아끼지 말자.’

마귀의 힘을 약화시키는 벽마부는 총 10장.

모조리 꺼내 날려 붙였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흑악지룡의 강렬한 포효.

정말 대단하다.

10장이나 붙였는데도, 크게 약해진 것이 분명한데도, 아직 이정도라니

스팟!

태주는 강기 보호막을 뚫고 놈의 등 위에 올라탔다.

스슷!

어느새 손에 들린 신령비도.

시간은 충분하다.

시험해보자.

보패의 위력을.

지이잉!

신령비도에 어리는 강기.

태주는 놈의 등을 강하게 찔렀다.

쿠욱! 쿠욱! 쿡!

손에 가득 느껴지는 저항감.

대단한 놈이다.

칼이 안 들어간다고?

사실 신령비도의 영험함은 칼의 날카로움에 있지 않다.

칼과 사용자의 의식이 연결되어서 이기어검의 효과를 내게 해주는 것.

그래도 보패이기에 조금은 들어간다.

쿡! 쿡! 쿡! 쿡!

완전하게 들어갈 때까지 찌른다.

“쿠오오오!”

남은 시간 15초.

흑악지룡이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쭈욱 빼서 뒤로 돌렸다.

동시에 입에서 섬전처럼 쏘아져 나오는 놈의 혀.

츠리리릿!

강기로 휩싸인 검정색 줄기가 태주의 허리를 채찍처럼 직격 했다.

퍼억!

‘···엥?’

희한하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힘에 밀려나지도 않았다.

성인 남성 허벅지처럼 굵고 두꺼운 혀에 당했는데.

그 독한 부식독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쿠오오···?”

놈도 당황한 모양.

이렇게 환상적인 효과라니.

호신부를 하루에 한 장밖에 쓸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하루 두 장부터는 효과가 없단다.

다시 효과를 보려면 최소 24시간이 지나야 한다.

쿡쿡쿡쿡!

계속해서 놈의 등을 찔렀다.

남은 시간 약 8초.

급기야 긴 혀가 태주의 몸통을 휘감았다.

휘리리릭!

아마 끌어당겨서 이빨로 씹으려는 모양.

혀에 묻어있는 끈끈한 점액질의 부식독.

‘됐어.’

스슷!

미리 준비해온 세라믹 용기를 꺼냈다.

드르륵!

놈의 혀에 대고 긁으니 용기에 가득 차버린 부식독, 세라믹 용기는 무한공간에 넣고.

채집 완료.

돌아가자.

태주는 자신의 몸을 칭칭 휘감은 혀를 썩둑 잘랐다.

철갑 피부와는 달리 혀는 의외로 쉽게 잘렸다.

그리고 구속부를 꺼내 놈의 등에 붙였다.

신속부는 자신의 몸에 붙이고.

‘남은 시간이···,’

2초도 남지 않았다.

스파파팟!

쐐애애액!

빠르게 벗어나는 태주.

눈 깜짝할 새에 놈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툭!

츠리릿!

뒤쪽에서 들리는 기묘한 파열음.

마치 투사체가 공기를 찢고 날아드는 소리.

‘무슨···?’

휘리릭!

“헉!”

검정색 혀가 태주의 발목에 휘감았다.

그 여파에 바닥으로 넘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콰당!

‘···혀? 좀 전에 자르지 않았나?’

툭!

츠리리릿!

또 날아오는 혀.

이번엔 창처럼 얼굴을 향해 쏘아졌다.

‘재생할 수 있었어?’

내구성 대신 재생을 택했구나.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혀를 툭하고 토막 내어서 쏘아 날리는 식으로 공격을 해오고 있었다.

태주는 신령비도에 강기를 있는 힘껏 불어넣었다.

거대해진 비도를 곧추세워,

찌이이이잉!

흑악지룡의 혀를 막았다.

쩌어어어억!

강기 날에 세로로 길게 갈라지는 혀, 동시에 끈끈한 체액이 태주를 흠뻑 적셨다.

촤아아아악!

“으윽!”

치지지직!

호신부 효과가 사라지자마자 덮쳐오는 부식독의 위력.

옷이 녹았다.

살이 타오른다.

꿈틀!

독정이 순식간에 반응했다.

하지만 좋아할 때가 아니다.

치칙! 치지지지직!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부식독.

아찔!

“으음···,”

정신이 혼미해진다.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사실 이건 정상적인 반응이다.

새로운 독이 들어왔을 때, 그걸 받아들이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적응과정.

츠리릿!

놈의 혀 토막이 또 한 번 태주를 향해 날아왔다.

더 멀리 도망가야 하는데, 구속부에 묶여 놈이 이동하지 못할 때 가야 하는데, 하지만 발목이 놈의 토막 혀에 칭칭 감겨있고.

치지지지직!

발목도 끊어질 듯 아프다.

“씨발!”

태주는 신령비도를 들었다.

하필 이때 독정이 반응할 줄이야.

‘···이까짓 것.’

이 정도 위기는 위기도 아니다.

태주는 혼원무상독령공을 믿었다.

꿈틀대는 독정을 무시하고 억지로 독기를 끌어올렸다.

찌이이이이잉!

온몸에 차오르는 독기, 선기, 마나의 기운.

쩌어어어억!

비도에 의해 또 한 번 잘려 나가는 놈의 토막 혀.

“넌 뒈졌어.”

감히 절대독마이자 암기술의 대가에게 이따위 공격을 해?

태주는 재빠르게 발목에 묶인 흑악지룡의 혀를 잘라냈다.

서걱!

순간!

툭, 툭!

츠릿! 츠리릿!

토막 혀 2개가 동시에 날아왔다.

스슷!

어느새 태주의 손에서 나타난 암기들.

‘이대로 싸워?’

아니지.

‘튀자.’

판단은 빠르게.

아직은 몸이 완전하지 않다,

도망갈 수 있을 때 도망가자.

목적도 다 이뤘고, 아직 구속부의 효능은 유지되고 있으니까.

그때였다.

“크르르릉!”

집채만 한 생명체가 태주의 앞을 막아섰다.

“크앙!”

그리고 중앙의 두 번째 머리가 태주를 덥석 물어버렸다.

“···어?”

삼두백호였다.

“야야, 너 지금 뭐하고···,”

미처 말릴 새도 없었다.

태주를 입에 문 채, 펄쩍펄쩍 뛰어서 멀리 달아나는 삼두백호.

푹! 푹!

동시에 흑악지룡이 쏘아 보낸 혀 토막 두 개가 삼두백호의 몸통을 관통했다.

“크릉, 크르륵!”

고통에 찬 울음소리.

하지만 중앙의 백호는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소리를 내면 입에 문 태주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

커다란 몸집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에서 쉼 없이 줄줄 흘러내리는 붉은 선혈.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그저 무조건 달려서 태주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

한참을 달려서 흑악비룡이 까마득한 점으로 보이는 그때서야 우뚝 멈춰, 비틀비틀하더니 가만히 입을 벌려 땅에다 태주를 내려놓았다.

모든 일을 다 마치고 이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털썩 옆으로 쓰러지는 삼두백호.

그리고,

스스스스스···,

거대한 몸체가 삽시간에 줄어들어 고양이로 변해버렸다.

“너 미쳤어?”

“···냐아아,”

혼자 해결할 수 있었다.

이놈이 나설지 생각도 못 했다.

“냐···,”

점차 숨소리가 잦아드는 놈.

“하아,”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가슴 한구석이 미어진다.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을 구했다.

“이 새끼···,”

이럴 때가 아니다.

자신도 그렇고, 이놈도 그렇고.

죽어가는 삼두백호.

독을 흠뻑 뒤집어써서 아직 지글지글 녹고 있는 태주의 육신.

또한 좀 전에 억지로 독기를 끌어올리느라 무리한 탓인지 독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중요한 때다.

독정이 9성으로 발돋움하려는 순간이다.

조용한 곳에서 독기를 다스려야 한다.

“조금만 참아.”

고양이로 변한 삼두백호의 입을 억지로 벌리고 나서 선도 하나를 꺼내 손으로 쥐어짰다.

후루루룩,

삼두백호의 식도를 통해 넘어가는 선도의 과즙.

‘이걸로 될까?’

최소한 응급처치는 되겠지.

그리고 새살쑥쑥 연고를 잔뜩 펴서 발라주고, 회복제도 억지로 몇 알 퍼먹이고.

‘지둔술.’

푸욱!

태주는 백호와 함께 땅속으로 들어갔다.

당군악이 강호 무림을 떠돌 때 익혔던 지둔술을 이용해 깊게 깊게 들어갔다.

마치 두더지처럼 말이다.

아직 흑악지룡은 멀쩡하다.

놈이 이동하다가 자신들을 발견하면 큰일 난다.

지둔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숨구멍 만들기.

신령비도가 태주의 의지에 따라 드릴처럼 회전하면서 흙을 파고 올라가 구멍을 만들었다.

무너지지 않게 잘 다져주고.

땅속으로 들어가 몸을 엎드려 공간을 만든 후 일백이인지, 이백이인지, 혹은 삼백이인지 모를 고양이 삼두백호를 꼭 껴안았다.

서로의 체온으로 금세 따뜻해진 공간.

“복수는 나중에 하자.”

“오옹···,”

독정부터 다스린다.

9성으로 올라간다.

땅속에서 자동으로 운기되는 혼원무상독령공.

규칙적인 태주의 숨소리.

“후우, 후우, 후우···,”

“냐아, 냐아, 냐아···,”

고양이 삼두백호의 호흡도 자연스럽게 태주와 맞춰졌다.

<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3)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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