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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73화 (7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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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4) >

흑악지룡은 한동안 꼼짝없이 가만히 있었다.

걸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발조차 내디딜 수 없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구속력.

대체 뭐지?

물리적인 힘이었다면 그냥 부수고 나아갔을 텐데.

몸은 움직여졌지만 앞으로 나아가지질 않았다.

그래서 머리 3개 고양이, 그놈을 쫓을 수가 없었다.

감히 눈앞에서 사냥감을 가로채?

그나저나 그 인간의 정체가 뭐였을까?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놈의 공격을 받아 단단했던 등이 살짝 상처 입었다.

지금도 등 쪽이 간질간질거리고.

이윽고.

자신을 옥죄고 있던 정체 모를 구속력이 사라졌다.

흑악지룡은 잠시 고민했다.

계속 올라가느냐, 아니면 여기서 머무르느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곳은 새로운 둥지가 되기엔 부족하다.

위로 더 나아가야 한다.

쿵쿵쿵쿵!

흑악지룡은 다시 북쪽으로 진군했다.

※ ※ ※

태홍 바이오 뉴서울 신공장.

공장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식약청의 판매 허가, 게다가 생산된 신약 전부를 군에다 납품해야 한다.

창고에 있는 물량으로도 모자랄 지경.

결국 야근 불가라는 회사 방침을 잠시 접어야 했다.

지금은 제국 전체가 마수와 전쟁을 하는 비상 상황이니까.

판매 허가의 배경엔 백두 그룹이 있었다.

허가가 떨어지기 몇 시간 전 백서연 총괄경영자에게 걸려온 정욱철 회장의 전화.

- 백사장, 드링크제는 충분히 만들어 뒀는가?

“그럼요. 공장 창고가 가득 찼는걸요.”

- 모자랄 건데, 아마 야근이 필요할 텐데.

“왜 그리 급하세요? 아직 허가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만?”

- 곧 판매 허가가 떨어질 거야. 빠르면 오늘 내로! 그리고 전량 군에다 납품해야 할 걸세. 그쪽에서 반응이 터졌어.

“네? ···군? 군이라니요.”

- 얼마 전에 북경 웨이브 방어 보급 부대에 드링크제 상당량 들여보냈거든. 효과를 실감해보라고.

“어머? 회장님, 그건 불법 아닌가요?”

- 허허, 불법이라니! 우리 공장에 근무하던 직원 하나가 전방에서 고생하는 부사관 동생을 위해 효과 쩌는 피로 해소 드링크제 몇 상자 빼돌려서 준 것뿐인데, 돈 받고 판 것도 아니고.

“···상당히 구체적으로 알고 계시네요.”

- 전쟁은 위기지만 반면 기회이기도 하지. 어차피 전력상승에도 도움이 되는 약 아닌가.

그리고 정욱철 회장 말대로 됐다.

식약청 판매 승인, 군부에서 전량 매입.

생기불끈뿐만 아니라 새살쑥쑥까지 주문이 들어왔다.

- 그나저나 김태주 회장은 요즘 뭐 하고 있나?

“태홍 회복제 물량 맞추느라 재료 확보하러 다니고 계세요. 웅담이 부족하거든요. 재료 가공할 수 있는 사람들도 몇 명 없고.”

- 쯧쯧, 연락이 안 돼서 뭐 하나 했더니···, 회장씩이나 돼서 아직도 직접 발로 뛰고 있었군. 그 친구도 고생이 많아.

“그 부분은 저도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 자네도 연락이 안 되지?

“네, 스마트폰이 터지지 않는 곳에 계시나 봐요.”

하지만 정욱철도, 백서연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어디 가서 맞고 다닐 사람도 아니고.

태주의 부재는 조금 길어졌지만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 ※ ※

태주가 흑악지룡과 만난 시점으로부터 이틀이 지났다.

그리고 천리장성에서 벌어진 본격적인 전쟁.

미친 듯이 몰려오는 마수들, 그 뒤를 쫓는 엘리트 마수.

놈들을 막기 위해 수십여 개의 전투 사단이 집결했다.

적합자들은 성벽 위에서 마수 사냥용 마나건을 들고 조준사격을 실시하고 있었고, 각성자들은 레이드 팀을 조직해 성 바깥으로 진출했다.

일반 병사들도 정신이 없었다.

의무병은 응급 구조 키트를 들고 동분서주했고, 성 안쪽에선 보급 부대 트럭이 물자 수송을 위해 움직였다.

천리장성 모든 지역에서 전쟁이 벌어진 건 아니다.

성벽의 중앙 지점, 약 50km 구간이 가장 치열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숫자의 마수들이 몰려왔다.

“비행 마수다!”

“요격 미사일 준비해!”

“결정체 탄환이 다 떨어졌다고! 탄약 보급 아직 멀었나?”

“조금만 기다려! 지금 간다.”

“103번 레이드팀 복귀 완료, 105번 레이드팀 교대 준비 완료!”

“부상자 발생했다. 의무병! 의무병! 어디 있나?”

“남서쪽 5km 지점에 엘리트 마수 출현! 좌표 발송했다. 스페셜 레이드팀 투입 필요.”

인간 대 인간의 전쟁이라면 중간중간 소강상태를 틈타 쉴 수 있는 시간이라도 있었을 테지만 마수와의 전쟁에서는 그런 게 없다.

계속되는 흑악지룡의 북상에 마수 또한 꾸역꾸역 줄을 지어 밀려왔다.

인간이 사라져 망해버린 중국 땅, 전체가 마수 밀집지대나 마찬가지였다.

전투가 밤낮없이 이어졌다.

잠을 잘 시간도 없었다.

이쯤 되면 모두 피곤으로 지쳐 나가떨어져야 하지만 태홍 생기불끈의 효과는 정말이지 극적이었다.

“난 전쟁이 끝나면 이거 박스째로 사다 놓고 매일매일 먹을 거야.”

“생기불끈이 시중에 풀리면 살 기회도 없을걸?”

“그렇지? 쩝, 보급품이라 빼돌릴 수도 없고.”

“공짜로 줄 때 많이 먹어둬.”

응급 구조를 전담하는 의무병들도.

“붕대도 필요 없어. 새살쑥쑥 하나면 다 돼.”

“그것뿐이야? 태홍 회복제 때문에 사상자가 거의 없는 수준이잖아.”

“진짜 이번 전쟁은 태홍 바이오가 혼자 다 하는 거네.”

하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의 북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흑악지룡을 감시하고 있는 정찰 본부엔 연일 탄식만 들려왔다.

“하아, 어째 속도가 빨라진 것 같은데?”

“제기랄! 이 쌍놈의 새끼!!!”

“···이러다 북경까지 오겠어.”

“재, 재수 없는 소리 마!”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놈의 북상은 계속됐다.

그러던 어느 날.

“어?”

또 한 번 눈을 비비면서 모니터를 확인하는 감시병.

“세, 세상에···,”

대체 이게 뭐지?

“내가 지금 미친 건가?”

환각을 보나 보다.

믿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 ※ ※

독정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독정 폭발은 세 단계에서 일어난다.

첫 번째는 혼원무상독령공이 화경, 즉 7성에 다다랐을 때, 두 번째는 10성 대성, 마지막은 독령을 깨달았을 때이다.

그래서 8성 때도 그랬고, 9성으로 올라가는 순간도 독정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아주 조용히 성장했다.

“흐음.”

태주는 땅속에서 눈을 떴다.

들어간 지 5일 만이었다.

‘이제 9성이구나.’

대성까진 한 단계 남았다.

‘큰일 날 뻔했네.’

원래는 독을 채취해 철저하게 통제된 곳에서 9성에 오르려 했는데.

호신부 효력이 끝나자마자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의 독에 접촉했고, 의도치 않은 독정 반응이 일어났다.

가장 허술한 순간에 공격을 받아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뭐, 어쨌든 결과적으로 잘 됐으니까.’

하지만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으니 항상 조심해야지.

“아참!”

일이삼백이는?

고롱, 고로롱.

코까지 골면서 참 잘 자고 있다.

태주는 자는 놈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다 나았구나. 다행이다.”

나서지 않아도 문제없었지만···,

비욘드 엘리트 마수의 공포에 질려 백팩 안에서도 벌벌 떨던 놈이었는데.

자신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내던지다니.

“언제 깨는 거냐?”

여기 오래 있다 보니 목도 마르고 배도 고프다.

무한공간 열어서 선도 하나를 꺼내 으적으적 씹어주고.

“너도 하나 먹을래?”

또 하나 꺼내서 자는 고양이 코앞에 가져다 댔다.

순간!

킁킁, 냄새를 맡더니 눈을 번쩍 뜨면서 복숭아를 한입에 삼키는 일백이.

“냥!”

쩝쩝쩝쩝.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야앙?”

이백이도 나타났다.

“그래, 너도 하나 먹어라.”

당연히 삼백이도.

“니아아···,”

한번 줄 때마다 3개씩 줘야 한다.

하지만 그깟 선도가 뭐가 아까울까?

“으음, 몇 개 남았지? 하나, 둘, 셋, 넷···,”

20개 남았다.

“많이 남았네.”

바로 그순간!

찌르르르···,

“오!”

반짝이는 공유창고.

물건을 확인해보니.

“하하하, 이게 대체 몇 개야?”

당군악이 보내온 선도가 최소 100개는 넘어 보인다.

태주는 즉시 물건을 빼냈다.

그리고 미리 넣어둔 답례품을 공유창고 안에 넣었다.

공유창고가 또 커져서 많이 넣을 수 있어 좋다.

당군악이 요구한 건 더 많은 영상 컨텐츠, 그리고 영화를 볼 때 먹을 과자와 음료, 인스턴트 식품, 통조림.

그것 말고도 엘리트 마나 결정체 전기 발전기도 하나 더 샀다.

4k 빔프로젝터과 휴대용 스크린도 하나 더, 전기를 연결할 멀티탭, 케이블, 충전기.

심지어 명품백 몇 개도.

쓸데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싼 거니까.

가방 안에다 초콜릿 같은 단것들도 다 쑤셔 넣었다.

‘일단 편지부터 볼까?’

꼼꼼하게 읽고, 답장도 쓰고, 마지막으로 물건 확인.

“···와!”

당군악이 보낸 물건은 선도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만리비검(萬里飛劍)!”

무려 검선(劍仙)이 타고 노닐던 검이란다.

보패에도 우열이 있다.

선도 600개짜리 신령비도와는 격이 다른 검선의 검.

하늘을 나는 건 부가적인 기능의 하나일 뿐, 검 본연의 기능에 충실했다.

뭐든 찌르고 벤다.

하지만 당군악은 검 따위를 보내서 미안하다고 전했다.

미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물론 그 마음도 이해한다.

태주도 검술에는 거의 문외한.

아는 검술이라고는 삼재검법 말고는 없다.

‘가만있자···,’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의 북상.

만리비검이라면 저지할 수 있을지도.

그리고 더불어.

“일백, 아니 이백아!”

“야앙?”

“너 복수하고 싶은 마음 있어? 그놈에게?”

“캬릉!”

하고 싶단다.

“도망 안 칠 자신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

“캬르르르르!”

“그래, 좋다. 하자!”

순간!

불쑥!

삼두백호로 변신한 일이삼백이들.

푸아아아아아악!

흙을 헤치고 바로 지면으로 올라섰다.

거대한 놈의 본체,

“전보다 커졌구나.”

커진 것뿐만 아니라 자신처럼 힘도 한 단계 성장했다.

선도를 먹은 덕택인가?

혹은 죽을 고비를 넘겨 진화했기 때문일까?

언뜻 보기에도 변화된 삼두백호의 위용은 엄청났다.

“아직 아니야. 돌아가.”

스스슷!

삼두백호는 다시 고양이로 변했다.

태주는 추적부를 활성화했다.

‘꽤 멀리 갔네.’

먼저 만리비검에 자신의 피를 먹이고.

“이리 와.”

일백이로 변한 백호를 안아 들면서.

둥실둥실,

지면에 낮게 깔려 떠올라 있는 검 위에 올라탄 태주.

“가자!!!”

“냐앙!!!”

쐐애애애액!

만리비검이 음속의 속도로 쏘아졌다.

근두운에 올라탄 손오공처럼.

태주는 놈을 잡을 자신이 있었다.

비록 엄청나게 강한 놈이지만 반대로 약점도 뚜렷한 놈.

일단 놈은 너무 느리다.

강기 보호막만 무력화하면 거대한 과녁 수준.

한참을 날아가니 저 앞에 흑악지룡이 보인다.

역용술과 축골공을 점검하고.

“준비됐지?”

“캬륵!”

“좋아, 물어!”

“컁!”

일이삼백이는 검 위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

“30초 잊지 마! 30초 지나기 전에 도망쳐야 해!”

“냥!”

슈우우웃!

떨어지자마자 본체로 변한 삼두백호.

“크릉!”

중력과 질량을 이용해 흑악지룡의 몸통을 짓이겼다.

콰쾅!

“쿠오오오오오!”

난데없는 공중 내려찍기 공격에 깜짝 놀라 포효를 질러대는 흑악지룡.

삼두백호가 비욘드 엘리트의 무시무시한 강기 보호막과 접촉하자, 태주가 미리 붙여놓은 호신부가 작동했다.

30초 동안은 그 어떤 피해도 받지 않는 신령한 보호막, 솔직히 이건 사기템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초.

흑악지룡은 삼두백호가 가하는 분노의 공격을 저항도 못 하고 온전히 몸으로 받아내야만 했다.

“크아악!”

덥석!

납작해진 흑악지룡에 올라타 놈의 목덜미를 입으로 물어버린 삼두백호.

파지지지직!

강기과 강기가 부딪힌다.

아직 힘이 모자라는 듯 삼두백호의 이빨은 단단한 철갑 피부를 파고들지 못했다.

그러나 삼두백호는 혼자가 아니다.

뒤를 이어 검을 잡고 뛰어내린 태주.

지이이잉!

검선의 검, 만리비검에 어린 선명한 강기의 기운.

지금까지 섭취했던 온갖 종류의 독기, 마나, 선기가 함께 서려 있었다.

게다가 강기를 두르지 않아도 무엇이든 자른다는 신검.

마치 두부에 식칼을 꽂듯,

조금의 저항도 없이, 놈의 등에 검신 전체가 박혔다.

쑤욱!

“쿠에에에에에엑!”

남은 시간 25초.

태주는 검 손잡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잡은 채, 있는 힘을 다해 끌어당겼다.

서거거거거걱!

흑악지룡의 등이 수박처럼 쩌억 갈라졌다.

갈라진 부분은 극히 일부지만 고통을 주기엔 충분했다.

급기야 그 육중한 몸을 뒤집어 데굴데굴 구르는 놈.

“엇차!”

가볍게 뛰어내려 주고는.

흑악지룡은 파충류 계열의 변종 마수.

거의 모든 파충류가 그렇듯 등보다는 배의 피부가 더 약하다.

흑악지룡이 데굴데굴 구르는 틈을 타서 삼두백호가 놈의 야들야들한 뱃살을 이빨로 콱 물었다.

동시에 세차게 머리를 흔들어 댄다.

머리도 세 개, 이빨도 세 개, 따라서 놈이 겪는 고통도 세 배.

“크에에엑!”

남은 시간 15초.

흑악지룡도 가만히 공격만 당하지 않았다.

긴 혀를 이용해 후려쳐 보기도 하고, 휘감아보기도 하고, 이빨로 물어뜯던가, 발톱으로 할퀴기도 해봤다.

그러나 다 헛방이다.

공격이 먹혀들지 않았다.

또한 속도도 빠르지 못한 놈.

도망갈 수나 있나?

태주는 삼두백호가 놈을 물고 있는 동안 만리비검으로 자유롭게, 구석구석 찌르고 갈랐다.

푹푹푹! 서걱! 서거거거걱! 쩌어억!

남은 시간 5초.

태주는 피투성이가 된 흑악지룡의 몸에 구속부를 붙였다.

그리고 표홀질풍보를 펼치면서,

“이제 빠져!”

지시가 떨어지자 빠르게 물러나는 삼두백호.

둘 다 멀찍이 물러났다.

공격은 멈췄지만 흑악지룡은 계속 몸부림쳤다.

“쿠에에에···,”

비명도 지르고,

몸을 뒤집어 도망치듯 앞으로 걸어가려다, 이동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멈칫! 하더니, 털썩 사지를 뻗고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죽었나?”

아직 아니다.

여전히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태주는 궁금했다.

비욘드 엘리트 마수의 마나 결정체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 비욘드 엘리트 흑악지룡(4)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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