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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77화 (7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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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궁(1) >

다시 세워진 선계(仙界) 엔터테이너 극장.

한때 가득 찼던 극장 안은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당군악을 포함해도 선인들의 숫자가 10명이 안 된다.

나머지는 다 바깥에 있었다.

들여보내 달라고 떼를 쓰면서.

이번 사태는 전화위복이었다.

판관의 저울추에 의한 무죄 판결로써 정당한 명분이 만들어졌다.

다른 세상과의 교류는 혼돈(混沌)이 아닌 조화(造化)로운 일.

조화의 선인.

그가 바로 독선 당군악이다.

축하 파티는 해야 하지 않겠나.

당연히 샴페인으로.

퐁!

저쪽의 태주는 항상 최고급 물건만을 보내려고 한다.

이 아르망디 브리냑 샴페인도 돔페리뇽보다 더 비싼 술, 무려 5병이나 보냈다.

지구의 클럽이란 곳에선 아르망디 몇 병 주문하면 전광판에 주문자 이름도 뜬다던데···,

당군악은 푹신한 의자에 드러누워 영화를 시청하는 선인들에게 아르망디 한 잔씩 따라주었다.

쪼르륵, 황금빛 액체가 유리잔을 반쯤 채웠다.

그 와중에 밖에서 들려오는 애절한 외침.

“독선! 도옥선! 도오오오···,”

선인들이 혀를 끌끌 차면서 말했다.

“하아, 저 새끼들이! 술맛 떨어지게. 영화 대사가 귀에 안 들어오잖아.”

“쯧쯧, 집중이 안 돼, 집중이!”

“저래도 절대 출입을 시켜주면 안 됩니다.”

“귀곡, 결계는 확실하게 쳤소?”

“안심하시오. 이번엔 태상노군도 들어올 수 없을 거요.”

밖에서 떠들든 말든 태백 선인은 황홀한 표정으로 샴페인을 들이켰다.

“크아! 역시 고급술답군. 탄산과 주정의 조화가 기가 막히는구나!”

당군악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명색이 술의 신선인데, 샴페인이 그렇게 맛있소?”

“맛있지, 이건 다른 세상의 술이야, 희귀성을 따져보게. 독선 자네가 아니면 내가 이걸 어디서 먹나?”

태백 선인의 말이 맞다.

값싼 군것질거리만 해도 선계에선 선도보다 귀한 것.

당군악은 자신의 편이 되어준 신선들에게 인심 좀 썼다.

아르망디도 공짜, 술안주인 최고급 치즈도 공짜.

그렇게 해주니.

“독선, 우리 끝까지 가는 거요!”

“필요한 건 뭐든 말만 하시오. 내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돕겠소.”

“천도를 훔쳐 오라 시켜도 그렇게 하리다.”

“암! 우린 절대 배신하지 않지.”

천막 안 선인뿐 아니라, 천막 밖 선인들도 이제 알아챘을 것이다.

독선이 선계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는 걸.

“그나저나 검선이 없다는 게 아쉽군.”

“쯧쯧, 하필 도원을 털어서는.”

“어쩔 수 없지. 이건 죄가 명백하니까.”

검선은 아직 뇌옥에 갇혀있었다.

어떻게 빼내 올 방법은 없을까?

그때였다.

치지지지직!

귀곡 선인이 쳐 놓은 결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놈들이, 이젠 결계에 손을 대?”

“안 되겠소, 같은 선인 처지라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혼쭐을 내줄 테다. 아르망디 거품이 꺼지기 전에 돌아오겠소.”

“저쪽이 숫자가 조금 많지 않나?”

“···설마 죽기야 하겠소?”

“검선만 있었으면 저깟 것들 떼쓰지도 못할 텐데.”

하지만 결계를 건드는 이들은 선인들이 아니었다.

천막 너머에서 간드러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독선님? 저 미호 선자에요. 결계 좀 열어주시겠어요?”

미호 선자라면···,

“도화궁 선자 아니오.”

“맞소. 서왕모를 보필하고 다니는 구미호지.”

“무슨 일로 왔을까?”

귀곡 선인이 당군악을 바라보았다.

열어줘야 하는지, 막아야 하는지 물어보는 듯.

“뭐, 들어오게 해줍시다. 이야기 나누는 거야 어려운 것도 아니니.”

당군악의 허락에 귀곡은 잠시 결계를 풀었다.

미호 선자뿐만이 아니었다.

“서, 서왕모?”

“어찌 여기에···,”

“또 무슨 트집을 잡으려고.”

“에이, 괜히 열어줬군.”

서왕모는 선인들의 불평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독선, 만나기 힘들어졌군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 보시오?”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 말아요. 난 거래를 위해 찾아온 거니까요.”

“거래?”

서왕모는 미호 선자에게 말했다.

“미호야, 바구니를 들고 오너라.”

한가득 선도가 담겨있는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온 미호 선자.

“최상품 선도 50개랍니다. 원래 천선계에만 들어가는 물건이지요.”

“이걸 왜?”

“말했잖아요. 거래를 원한다고.”

사실 당군악은 그녀가 원하는 물건이 뭔지 알았다.

하지만 순순히 줄 수 있나?

무한공간에서 엘메스 버킨백을 꺼내.

“혹시 이걸 원하시오?”

그러자 서왕모의 표정이 한순간에 변했다.

눈동자에 가득 찬 가방에 대한 욕망.

미호 선자도 마찬가지.

눈이 획 돌아간 듯했다.

“그, 그래요. 그걸 원해요.”

“선도 50개로 이걸 가지시겠다?”

“···모자라나요? 최상품만 모아왔어요.”

“그건 서왕모께서 잘 알고 있을 텐데.”

“하아···,”

서왕모는 한숨을 푹 쉬었다.

독선의 말이 맞다.

다시 봐도 아름다운 가방의 자태.

선계든, 인간계든, 그 어느 곳에서든 구할 수 없는 다른 세상의 물건, 반면 선도는 도원에 흔하게 널려있다.

“그대의 조건이 뭐죠? 자세히 말해보세요.”

“말하면 들어줄 생각인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렇다면 한번 찔러나 보자.

“먼저 검선의 석방, 그의 죄를 사해주고 뇌옥에서 꺼내주시오.”

“으음,”

살짝 뜸을 들이더니.

“힘써볼게요. ···그것뿐인가요?”

물론 하나 더 있다.

“그리고 선도도 주셔야지. 최상품 50개는 너무 염치없지 않소?”

“하, 하지만 최상품은 몇 개 없어서, 다시 열리려면 석 달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최상품이 없으면 그 밑 상품 선도로 50개 더 주시오. 합쳐서 100개.”

잠시 고민하는 서왕모.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저 가방을 가지려면 어떤 요구든 들어줘야 한다.

천도를 요구하지 않은 게 어딘가?

“알겠어요. 해드릴게요. 나머지 선도는 이따가 보내도 되나요?”

“좋소.”

거래가 이루어졌다.

당군악은 엘메스 버킨백을 서왕모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무한공간 술법진이라도 그려드리리까?”

“아니에요.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상태 그대로.”

그럴 줄 알았다.

튜닝보단 순정이 최고.

손을 대지 않는 것이 훨씬 낫다.

지구에서도 여인들이 이 가방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나.

보통 비가 와서 우산이 없으면 들고 있던 가방으로 비를 막는데, 이 엘메스 버킨백은 절대 그런 취급을 받지 않는다.

여인들은 빗물로부터 명품가방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우산으로 삼는다.

서왕모는 감격한 표정으로 살며시 가방을 손에 들었다.

“미호야, 동경 거울을 꺼내보아라.”

“네, 왕모님.”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며 이리저리 몸을 돌려보는 서왕모.

“어떠냐?”

“아, 아름다우십니다.”

“하지만 옷과 가방이 어울리지 않구나. 나중에 맞춰야겠어.”

서왕모뿐만이 아니었다.

미호 선자의 눈에도 가방에 대한 열망이 뿜어져 나왔다.

슬며시 당군악에게 눈웃음을 치는 그녀.

여우가 폭스짓을 하는 게 무슨 문제겠냐마는.

‘이 여우 년이···,’

어디서 교태를 부려?

태주가 사는 지구라면 저 눈웃음에 예금적금 다 깨서 가방을 홀라당 바치는 남자들이 줄을 섰을 테지만 여기선 어림도 없다.

그런데 거래가 끝났어도 아직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은 서왕모, 독선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잠시 머물러도 되나요?”

“···아! 영화도 보시고 가시려고?”

“그래요.”

“뭐, 이 정도는 서비스로 해드리지.”

“서, 서비스?”

“그런 게 있소. 편하게 앉아서 시청하고 돌아가시오. 아르망디도 한잔 따라드리리다.”

“아!”

아마 내일 또 올 것이다.

그때는 요금을 받아야지.

당군악이 운영하는 선계 극장에 두 명의 관객이 더 늘었다.

※ ※ ※

금수호 비서관은 황명을 전달한 후, 뉴서울로 돌아갔다.

그리고 태주는 백서연, 그리고 백홍표와 함께 회장실에서 대책을 논의했다.

“자! 조언 좀 주세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백홍표가 말했다.

“종신 시장이라, 이건 영지 하사와 다를 바 없군. 아무리 신약으로 공을 세웠다지만···, 이건 너무 과해.”

그의 말이 맞다.

훈장 상신이나 포상금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사실 이유는 알고 있다.

황명 전달이 있기 전 금수호 비서관과 나눈 대화.

그는 뭔가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자신과 일이삼백이가 흑악지룡을 죽였다는 사실을.

반면 백서연은 호들갑을 떨었다.

“과하면 어때요? 고민할 필요 있나요? 구례 종신 시장님인데, 게다가 황제 폐하도 뵐 수 있고.”

“서연아, 보통 사람이었다면 넙죽 받겠지만 우리 태주 회장은 달라. 벌써부터 귀찮아하는 표정이 보이지 않니?”

“어음, 그, 그런가요?”

“권한이 커지면 책임도 그만큼 커지는 법이지.”

역시 백홍표는 자신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이다.

“결정은 온전히 자네의 몫이야. 어떤 결정을 내리던 자넬 지지하고 도와주겠네.”

“고맙습니다.”

어쨌든 받아들이나 안 받아들이나 입궁을 하라고 하니까···.

입궁해서 황제를 만나보고 결정하자.

“회장님. 제가 수행단 꾸려볼까요?”

“아뇨, 이번엔 혼자 갈게요. 황궁에서 사람을 보낸다고 했으니.”

그리하여 또 한 번의 뉴서울 행이 결정됐다.

※ ※ ※

드디어 입궁 당일.

태주는 뉴서울 역에 도착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일이삼백이는 억지로 지리산에 두고 왔다.

드레스 코드는 가죽 코트.

한 손엔 커다란 가방을 들었다.

역을 빠져나오자 출입구 바로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쓰인 팻말을 들고 기다리는 누군가.

“김태주 회장님?”

“네, 접니다.”

“어서 오십시오. 황궁 비서실에서 근무하는 서필명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저도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가방 이리 주세요.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태주는 황궁 비서실에서 보낸 리무진에 올랐다.

삼한제국의 황궁은 뉴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 아래 있다.

사방이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중앙엔 뉴서울에서 가장 높은 타워가 솟아 있는데, 그곳이 바로 황궁.

들어가는 통로는 하나.

태주가 탄 리무진은 황궁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에 들어섰다.

여길 지나면 황궁일까?

아니다.

황궁 근처에도 못 간다.

그만큼 넓은 곳이 황궁.

자동차가 멈춰서고, 신분 확인 절차가 이뤄진 후에 내부로 진입하는 리무진, 서필명이 관문 근위병에게서 받은 출입증을 태주에게 건넸다.

“이걸 목에 거시면 됩니다.”

받아서 목에 걸고,

“바로 황궁으로 들어가나요?”

“아닙니다. 그랜드 홀이라는 방문자 대기실로 가실 겁니다.”

뭐가 이렇게 커?

그랜드 홀.

하나의 거대한 공항 대기실 같은 공간.

방문객을 위한 식당과 커피숍, 기념품 매장 등이 있다.

그랜드 홀은 일종의 사교 무대이기도 하다.

서로 목에 걸린 출입증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상대를 탐색하고, 인사도 나누고.

사교를 나눌 필요가 없는 태주는 묵묵히 서필명 비서의 뒤를 따랐다.

“검색대로 안내하겠습니다.”

“네.”

검색대에 길게 늘어선 줄.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기다려야 하나?

“이쪽으로.”

서필명이 태주를 사람이 아무도 서 있지 않은 검색대로 안내했다.

VIP용 검색대 같은데.

손에 든 가방과 함께 검색대를 통과한 후,

“흐음···,”

황궁으로 들어서는 마지막 관문.

일단 매우 넓었다.

숫자가 적힌 게이트 앞에서 또 줄을 서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황궁으로 입장하는 마지막 게이트입니다.”

“그래요?”

“우린 1번 게이트로 들어갈 겁니다.”

황제가 기거하는 본궁은 1번 게이트, 황후들이 있는 내궁은 2번 게이트, 황태자 및 황자들이 사는 별궁은 3번 게이트, 황궁 내부 실무 관청은 4번 게이트, 행사장은 5번 게이트.

태주는 서필명과 함께 1번 게이트 앞에 섰다.

‘나 혼자인가?’

그런 것 같다.

사실 황제를 만나기 그리 쉬울까?

게다가 요 몇 년간 1번 게이트에 선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태주 혼자 만이었다.

다른 게이트엔 사람들이 바글바글하지만 1번 게이트엔 단 1명, 당연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1번 게이트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태주는 사람들의 주목을 애써 참으며 1번 게이트 출입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1번 게이트라면 황제와 만난다는 말이잖아.’

‘누구지?’

‘황제 폐하와 만난다고? 몇 년간 폐하를 만난 사람이 있었나?’

‘금수호 비서관과 황족들 말고는 없지.’

‘가만! 출입증 이름이···, 김태주?’

‘아! 태홍 바이오!’

‘오! 저 사람이 회장이었어?’

‘김태주 회장이라면 어쩔 수 없지.’

‘저 정도는 되어야 황제 폐하와 독대하는구나.’

다 들린다.

뜨거운 시선도 함께 느껴진다.

태주는 무심결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바로 옆 2번 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 제국군 정복을 입은 장성들과 함께 서 있는 두 명의 중년 부부.

태주는 흠칫 놀랐다.

보자마자 그들이 누구인지 알았다.

‘···아버지.’

김웅방 준장과 새엄마 혼다 미쯔이였다.

아무리 세상이 좁다지만 하필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태주는 그저 말없이 김웅방을 쳐다보았다.

한참을 서로 바라 보았다.

동시에 무언의 대화가 오고 갔다.

태주는 아버지 김웅방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다.

순간!

1번 게이트의 문이 열리고.

“태홍 바이오 김태주 회장님, 1번 게이트를 통해 입궁하시길 바랍니다.”

그러자 천천히 등을 보이며 돌아서는 김웅방.

태주도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등을 돌렸다.

그리고 황궁 비서 서필명의 안내를 받으며 1번 게이트로 들어갔다.

김웅방은 입궁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

이미 남남이 된 마당에 대화를 나누는 것도 무의미했다.

자신이 태주에게 살가운 태도를 보이면 아내는 그걸 빌미로 계속 졸라댈 것이다.

아들이 가진 재산과 권력을 빼앗으려고.

‘그걸로 됐다.’

마나 거부자로 태어나 20살 중반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았는데,

성공한 아들을 바라보는 뿌듯한 아비의 심정.

하지만 그보다 부끄러운 마음이 더 컸다.

아들을 볼 면목이 없다.

앞으로 다신 태주를 볼 일이 없을 것이다.

먼저 연락할 생각도 없을뿐더러, 연락이 와도 받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아들을 어떻게 봐?

해준 것 하나 없는데.

태주의 친엄마는 자신이 사관학교를 다닐 당시 선임 교관의 딸이었다.

일반인이지만 첫눈에 반해 결혼했다.

장인인 교관도 자신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혼수품으로 영약 하나를 쥐여 보냈을 정도였으니까.

그 덕에 마스터까지 올랐다.

불행하게도 몸이 약했던 아내는 태주를 낳자마자 죽었다.

죽어가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맹세했었다.

아들을 반드시 잘 키우겠노라고.

하지만 태주가 마나 거부자라는 걸 알았을 때 덮쳐왔던 지독한 상실감.

아들마저 일찍 떠나나?

마음이 약해지니 기댈 데가 필요했다.

그래서 재혼했고,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희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내의 얼굴도 잊어버렸고, 또한 마나 거부자 아들마저 짐으로 다가왔다.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돌아선 감정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새로운 가족들이 생겼으니까.

새 아내가 태주를 죽이려고 했던 걸 나중에 알았을 때도 그걸 묵인했다.

그로 인해 죄책감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왔다.

하지만 절연한 아들이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이제는 마음이 편해졌다.

‘부디 잘살 거라.’

반면 혼다 미쯔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의 귓가에 사람들의 쑥덕대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뭐지? 김태주 회장과 김웅방 준장, 서로 아는 사이 같아. 안면이 있었나?’

‘몰랐어? 김태주 회장, 원래 파주 영지 장남이었잖아.’

‘아! 마나 거부자라서 쫓겨난 아들이 김태주 회장이었어?’

‘호적에서도 팠고, 절연한 상태래.’

‘단단히 미쳤구나. 굴러 들어온 복을 제 발로 찬 거야?’

‘설마 김웅방이 그랬겠어? 새엄마가 지 친아들 영지 물려주려고 헛짓거리 한 거지.’

‘쯧쯧, 쌤통이네. 자업자득이야.’

‘그래서 저렇게 구경만 하고 있었구나.’

대부분이 비웃음.

밀려오는 수치심에 얼굴만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휘적휘적 저쪽으로 걸어가는 남편 김웅방.

“당신···,”

이 순간 그녀는 김태주보다 남편이 더 미웠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채 얼굴이 시뻘게진 혼다 미쯔이.

마치 악귀와 같았다.

< 입궁(1)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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