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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재 수집 >
차이나타운 마인 사태.
제정원은 90%의 진실과 10%의 거짓을 섞어 언론에 공개됐다.
<충격! 뉴서울 턱밑 차이나타운에 마인들이 숨어있었다.>
<사살된 마인만 무려 20명, 모두 빌런 조직에 소속된 놈들.>
<심지어 호랑이 형태의 마수까지? 마인과 마수 간의 전투도 벌어져.>
<제정원에 따르면 마인들이 사육하다 길들이기에 실패한 마수로 추정.>
<마인 진압 부대, 마수와 마인까지 성공적으로 소탕했다고 밝혀.>
<흑림과 혈귀련의 보스, 곽구양과 호청반, 현장 체포.>
황제는 즉각 성명을 발표해 공을 세운 자들을 치하했다.
<황제 폐하, 마인 진압 부대의 쾌거에 찬사를 보내.>
<작전에 참여한 모든 인원, 친히 황궁으로 초청, 만찬회를 열 계획.>
그리고 혹시라도 일어날지도 모를 중국계 제국민에 대한 차별과 혐오도 조기에 차단했다.
<중국계 제국민에 대한 비난은 지금 시점에서 맞지 않는다.>
<황제 폐하께서도 마인은 민족, 인종과 상관없다고 단언.>
<근거 없는 유언비어 유포자는 엄벌에 처할 예정.>
차이나타운 관련 기사는 삼한제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심지어 외신에서도 속보를 편성해 하루종일 떠들어댔다.
고비 초원의 개척 도시 바룬에도 소식이 전해졌다.
옛 내몽골 자치구 지역에 속한 사막 도시였지만, 지금은 기후가 변해서 비옥한 초원지대로 변했다.
밀이 잘 자라는 지역이라 넓은 평원 지대에 대규모 기업형 농장들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여기도 마수들이 있다.
제국의 개척부대가 밀집지대를 쓸고 지나갔지만 아직 남은 마수들이 곳곳에 잔존하고 있는 상황.
그래서 개척도시 바룬은 몽골계 제국민들과 적합자, 각성자로 구성된 레이드팀,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들로 북적이는 도시.
바룬시 외곽의 중소형 밀 농장.
농가 지하 식료품 창고에서 20여 명의 사람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핸들러와는 아직 연락이 안 되나?”
“차이나타운 사태 이후론···,”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후우, 돈줄 하나가 막혀버렸군. 제정원에 잡혔을까?”
“웃기지 마! 핸들러는 진마다. 절대 쉽게 잡힐 리가 없어.”
“뭐야? 지금 네 말은 우리 같은 시스템 각성자들은 쉽게 잡힌단 거야?”
“···그런 뜻이 아니잖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씨발, 은연중에 우릴 깔보고 천대시했으면서.”
창고 안, 둘로 나뉜 사람들.
한쪽은 얼굴에 문양이 있는 각성자, 다른 한쪽은 문양이 없는 자.
“그리고 진마나 시스템 각성 마인이나 뭐가 달라? 둘 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지.”
“···진짜 그렇게 생각해? 출발점부터가 다른데.”
“흐흐흐, 출발점이라, 이제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본색은 지랄, 처음부터 자격지심 가지고 있었던 건 너희들 아니야?”
“까고 있네.”
그러자 창고 안 밀 포대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맞은편에 서 있던 남자도.
“부회주님 말씀이 옳다. 우린 회라는 울타리 안에 함께 모인 구성원이란 걸 자각해야 한다.”
“저놈들이 먼저 시비를···,”
“한마디만 더 하면 입을 찢어주지.”
“···.”
부회주라 불리던 남자도 한숨을 푹 쉬고는 말을 이었다.
“김민석 단장, 핸들러 일은 내가 따로 알아보겠네. 걱정 말게. 별일 없을 거야.”
“네, 부회주님, 너무 무리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회주님께서도 안 계신 상황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전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김민석이 일어나자 앉아있던 8명의 사람도 함께 일어섰다.
그들은 식료품 창고를 완전히 빠져나가자마자.
“단장님, 언제까지 근본도 없는 짝퉁 새끼 눈치를 봐야 합니까?”
“맞습니다. 마수인지 인간인지 구별도 안 되는 주제에,”
“게걸스럽게 인간 내장이나 파먹으면서 마공을 익히는 놈들입니다. 영원히 같이 갈 순 없습···,”
“다들 입 닥쳐!”
싸늘하게 노려보는 김민석.
“멍청한 새끼들! 그딴 식으로 쉽게 속내를 드러내다니.”
“죄, 죄송합니다.”
“진마답게 행동해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심계도 진마의 덕목이다.”
하지만 진마의 수장, 김민석도 수하들과 생각이 다르지 않았다.
부회주 앞에선 고개를 숙이고 있지만 그를 인정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으니까.
한편 식료품 창고에 남아있던 마인 각성자들도,
“참는 것도 한두 번입니다. 엎어버려야 합니다.”
“한 놈 본보기 삼아 모가지를 뽑아버리죠.”
“맞습니다. 힘의 우위를 보여줘야 합니다.”
“툭하면 영약이나 탐하는 허약한 것들이, 김민석 그 새끼도 말끝마다 회주, 회주 하면서···,”
부회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시스템 마인이나 진마나 다 같은 처지다.
사실 두 부류 모두 회주의 실험체들.
두 종류의 서로 다른 마기가 어떻게 마공에 작용하는지 알고자 했던 호기심의 산물.
결국 언젠가는 회주에게 먹힐 신세였다.
여긴 또 다른 의미로 농장이었다.
회주의 식량으로 사용될 돼지들이 키워지고 관리되는 곳.
자신도 그렇다.
회주에게 당한 금제만 아니면 회(會)고 뭐고, 당장 탈출했을 텐데.
‘병신들, 사육되는지도 모르고.’
진마와 시스템 마인 각성자간의 알력 다툼?
다 부질없는 짓이다.
※ ※ ※
황제를 만나고 난 다음 날 태주는 구례로 돌아왔다.
지하 수련장으로 내려가서.
‘뭐가 왔는지 볼까?’
마인도 잡고, 황제도 만나고, 제정원 가서 문경식 차장과 대화도 나누고, 이러느라 당군악이 보낸 물건도 제대로 확인 못 했다.
‘오! 부적이구나.’
선도와 함께 묶음으로 들어있는 부적.
‘그렇지 않아도 몇 개는 다 떨어져 가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꼭 필요한 것만 보냈다.
모자란 부적들, 벽마부, 투명부, 추적부, 구속부, 신속부 등 각각 30장씩 왔다.
‘근데 이건 뭐야?’
호리병처럼 생긴 물건.
편지를 읽어봐도 어떤 용도인지 적혀있지 않았다.
‘급하게 넣은 모양인데···,’
어쨌거나 선계의 물건인 건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태주는 독정에서 선기를 뽑아내 호리병에 주입했다.
스우우우우···,
순간!
“어?”
팟!
태주의 머릿속에 호리병 안의 공간이 떠올랐다.
텅 비어있는, 마치 거대한 물탱크를 연상시키는 내부.
‘···이거.’
뭔지 알겠다.
‘아공간 호리병이구나.’
대박이다.
이제 아공간 아이템이 2개.
‘실험해보자.’
태주는 무한공간에서 잡다한 물건을 꺼내 수련장 바닥에 널어놓았다.
그리고는 호리병을 잡고서,
스우우우우···,
선기를 흘려보내자,
쏘옥! 쏘소소속! 쏘오옥!
호리병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물건들.
‘좋네.’
황제에게 받은 아공간 가방과 비교하면 호리병이 조금 더 크다.
‘어느 정도 크기까지 들어가지?’
지하 수련장에 있는 물건들.
목검이나 방어구, 공기 청정기도 들어가고, 수련용 허수아비도 들어간다.
그러나 대형 TV와 냉장고는 아직 무리.
‘이거면 충분하지.’
이제 급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
미리 준비했다가 공유창고 빛이 반짝이면 툭 던져넣으면 그만.
‘그나저나 이렇게 물건만 주고받을 게 아니라 얼굴 한번 봤으면 좋겠는데···’
당군악과의 직접적인 영혼 연결.
지금까진 두 번이었다.
설악산에서 목숨이 위험했을 때 한번, 그리고 혼원무상독령공 7성에 올라 독정 폭발을 경험했을 때 한번,
‘10성 대성하면 연결되려나?’
그때 독정 폭발이 일어날 테니, 기대해봄 직하다.
‘빨리 10성으로 올라가야겠어.’
장시간 동안 파주와 구례를 떠날 계획.
그전에 채비 단단히 해두고.
바로 그때!
“회장님.”
백서연이 수련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서연씨, 어서 와요.”
“지금 바깥에 정연희씨가 와 있습니다.”
“그래요? 일찍 왔네. 들어오라고 해주세요.”
안내에 따라 백서연과 함께 들어오는 정연희.
“안녕하세요. 회장님.”
“환영합니다. 구례는 처음이죠?”
그녀는 정장을 입고 왔다.
게다가 하이힐까지.
‘쯧, 저러면 불편한데.’
그래서 태주는.
“죄송하지만 옷 좀 갈아입고 오면 안 되겠습니까? 되도록 움직이기 편할 걸로,”
“···네?”
정연희는 태주의 뜬금없는 요구에 황당한 표정.
만나야 하는 이유도 모르고 왔는데, 그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전에 옷부터 갈아입으라고?
‘···대련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여긴 수련장이니까.
하지만 대련도 서로 실력이 엇비슷해야 효과가 있지.
고작 주니어 익스퍼트에 불과한 자신.
마스터도 씹어 먹어버리는 김태주 회장과는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
아무튼 이왕 온 김에 따라보자.
뭔가 배워가는 게 있겠지.
백서연이 정연희에게 생긋 웃으며 말했다.
“갈아입을 옷은 준비했어요. 저하고 같이 가요.”
그래서 백서연을 따라가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다시 수련장으로 왔다.
움직이기 편한 운동화.
하체에 쫙 달라붙는 레깅스.
상체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는 크롭탑.
그런 정현희를 빤히 바라보는 태주.
“흐음, 좋네요. 정말 좋아요.”
진짜 이 사람 왜 이래?
예전부터 느꼈다.
만날 때마다 자신의 전신을 훑어보는 듯한 눈초리.
평소 몸매에 자신이 있던 터라 김태주 회장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여기에서까지?
‘변태인가?’
눈빛을 보면 징그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해 보이기까지 하다.
“뭐가 좋다는 거죠?”
“근골···, 아니 재능요. 혹시 들어본 적 없어요? 재능이 있다고.”
“그, 글쎄요.”
사실 많이 들어보긴 했다.
사관 학교 동기 중에서도 자신의 실력과 등급이 제일 높기도 하고.
“일단 제가 영상 하나를 보여드릴 겁니다.”
“영상요?”
“네! 일단 한편만, 두 편째부터는 협의가 필요해요.”
“···무슨 내용의 영상이길래.”
“흐음, 일종의 스킬 시연 영상?”
“···.”
정연희는 살짝 실망한 표정.
내심 기대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고작 스킬 영상이라니.
시스템 스킬 습득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성 획득, 혹은 등급 상승했을 때, 마수와의 전투 과정에서 우연히 습득하거나, 의도적으로 같은 동작을 반복해서 수련하거나.
각성자 개개인의 스킬은 개별적이다.
예를 들어 같은 찌르기 스킬이라도 각성자의 특성, 습관, 버릇, 체형 등에 영향을 받아 고유하게 생성된다.
따라서 남의 스킬을 보고 따라 하는 건 비추.
참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그대로 습득되지도 않고, 또한 몸에 맞지 않으면 쓸모도 없다.
차라리 태권도나 합기도, 검도 같은 범용 무술을 수련하는 것이 훨씬 낫지.
게다가 자신의 주무기는 검.
김태주 회장의 특기는 검이 아닌 원거리 투사체 기술.
대체 자신에게 뭘 보여주겠다는 건지.
“오늘 본 영상은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됩니다. 먼저 다짐부터 해주세요. 그러겠다고.”
아무래도 이상하다.
달랑 스킬 영상물 하나 보여주면서, 왜 호들갑을 떨지?
“···알았어요. 말하지 않을게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보여드리죠.”
백서연이 태주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전 나가 있을까요?”
“아뇨. 그러지 않아도 돼요. 총괄 경영자님이야 우리 식구인데.”
정연희는 이 말도 조금 기분이 나쁘다.
자신에겐 그렇게 비밀을 지키라고 신신당부하면서···,
태주는 정연희에게 목검 한 자루를 건네며 말했다.
“받아요.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대형 모니터에서 영상이 시작됐다.
화면에 드러난 사람은 뒷짐을 지고 긴 수염을 휘날리며, 초연한 자세로 서 있는 노인, 마치 무협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배우의 모습.
‘설마 보여주겠다는 게 영화였어?’
지금 영화 한 편 보자고 이 먼 곳까지 왔나?
그리고 나레이션과 함께 검이 움직였다.
동시에 전혀 기대감 없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영상을 보던 정연희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복마검법 제일초, 격검축마(擊劍警魔).’
부드럽고 유려했다.
동작 하나하나를 남에게 가르치려는 듯 느릿느릿한 동작.
검이 허공에서 노닌다.
걷어버리고, 내치고, 슬쩍 찔렀다가 원을 그리며 다시 돌아오고, 세워 막았다가, 하단을 쓸고, 다시 중단으로 올리며 찌르고.
‘음?’
이거 심상치 않다.
영화 액션 따위가 아니다.
“아!”
정연희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머릿속에서 노인의 동작이 쾅쾅 못 박히듯 각인됐다.
‘세, 세상에!’
몸이 근질거렸다.
자신도 저 동작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눈 깜짝할 새 끝나버린 영상.
“잘 보셨죠? 어때요, 얻을 게 있었나요?”
정연희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태주를 바라보다가.
“···하, 한 번만!”
“네?”
“한 번만 더 보여주세요, 제발!”
어려울 건 없다.
겨우 일초식인데.
다시 재생되는 영상.
이번엔 정연희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느릿느릿, 어설프게나마 동작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걸로 성이 찰까?
“죄, 죄송하지만 조금만 더···,”
“알았어요.”
태주도 눈치껏 영상을 반복시켜줬다.
점점 형이 잡혀 나갔다.
그러더니 영상 속 검선의 검로와 정연희의 동작이 얼추 비슷해진다.
스팟!
그녀의 목검에서 매서운 검풍이 불어온다.
목검에 마나가 제대로 실렸다.
마나목으로 만든 목검이 부르르 떨렸다.
우우우우웅!
정연희의 주위로 밀려드는 마나.
그녀 전신이 새하얀 마나로 빛났다.
등급 상승의 전조 현상.
‘···미친 재능이구나.’
태주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재능이 있기로 서니 고작 일초식에 등급 상승?
‘깨달음인가.’
그 와중에 정연희의 의식 속에서 울리는 시스템 메시지.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등급이 상승했습니다.]
[이제 미들 익스퍼트 등급으로 특성이 추가되었습니다.]
[추가된 특성은 소드퀸, 검후입니다.]
[스킬 : 엑소시즘 소드를 습득하셨습니다(10%)]
정연희는 멍하니 서 있었다.
등급 상승과 검후라는 특성 추가, 그리고 스킬 습득.
생각지도 못한 기연이었다.
‘대체 회장님은···?’
왜 그를 의심했을까?
양심의 가책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이걸로는 부족하다.
영상 속 나레이션 음성에서 복마 검법이라 불렸던 엑소시즘 소드.
기껏해야 10%.
더 있다는 말 아닌가?
“···회장님?”
“네.”
“두 번째 영상도 볼 수 있을까요?”
“안 될 건 없지만···.”
“더 보고 싶어요. 제가 뭘 하면 되죠?”
“흐음, 어떤 일이든 할겁니까?”
“네, 무슨 일이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그럼 우리 앞으로 맺을 계약에 관해 논의해볼까요?”
걸려들었다.
넘어올 줄 알았다.
파주 영지는 서필명 하나만으론 부족하다.
오황자 류진철이 있다지만 인재라기보다는 짐 덩어리에 가깝다.
정연희를 태홍 바이오 파주 지점을 맡게 할 생각.
경영 능력도 갖추고 있으니까.
그전에 제정원부터 그만두게 해야지.
그러고 보니 자꾸 공직에서 사람을 빼 오게 되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인재 수집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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