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93화 (9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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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척도시 나판(1) >

모든 개척지가 그렇지만 고비 초원 개척지도 기회의 땅이다.

원래는 마수 밀집 지대여서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이었지만, 제국군 개척사단이 토벌을 통해 영토를 넓히고 도로를 건설해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

고비 초원은 제국에서 손꼽힐 정도로 비옥한 흑토지대.

그동안 마수 때문에 이 넓은 땅을 개발할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인간이 살만한 땅으로 변모했기 때문에 먼저 터를 잡고 눌러사는 사람들이 임자.

잔존 마수들이 위험부담이긴 하지만, 땅의 구획을 정하고 씨를 뿌려 밀이나 콩을 생산하면 모두 자기 소유다.

나중에 그 땅을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된다.

땅값이 말도 안 되게 싸다.

그래서 개척이 끝난 곳에는 사람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다.

나판이 그런 도시다.

개척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그 옆 개척도시 바룬은 10년이 넘은 터라 이미 도시화가 진행되어 선점효과는 지나갔고,

태주는 밤새도록 날아서 나판 외곽에 도착했다.

그리고 걸어서 시내로 들어갔는데.

‘와! 진짜···,’

시골도 이런 시골이 없다.

드문드문 3층 이상의 콘크리트 건물들이 보이긴 했지만.

‘도시가 아니라 읍면 단위구나.’

도시라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매우 넓다는 것뿐.

주위에 산이라도 있으면 몰라, 넓은 평원 한가운데 조막만 한 건물들이 세워져 있어 이질감마저 느껴졌다.

‘일단 지낼 곳이나 알아볼까?’

호텔 같은 건 없었다.

죄다 여관.

외형이 뉴서울 민박집보다도 못한.

‘마음에 안 들어.’

생기불끈과 새살쑥쑥으로 제국 최고의 부자 반열에 오른 태홍 바이오 회장 김태주가 이런 곳에서 머물러야 하나?

어쩔 수 없다.

여기선 자신의 정체가 밝혀져선 안 된다.

이래저래 얼굴이 많이 팔린 상황.

얼마나 유명해졌으면 차이나타운에서 마주했던 핸들러라는 진마놈도 자신의 얼굴을 보자마자 도망쳤다.

그래서 역용과 축골로 모습을 바꿨다.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환상 여우 가죽 코트도 무한공간에 고이 접어 넣어뒀다.

현재 옷차림은 체육복에 중요 부위는 철판으로 덧댄 평범한 레이드 팀원 복장.

이곳에서도 각성자와 적합자들이 다수 있다.

마수들을 잡아 부산물을 팔기도 하고, 농장의 의뢰를 받아 퀘스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우리 농장에 마수들이 들어와 농작물을 망치고 있다. 잡아주면 사례를 하겠다. 이런 의뢰들이다.

순간!

태주의 품속에서 머리를 끄집어내는 삼백이.

“니아아···,”

“그래, 다 왔다.”

“니앙?”

“밖으로 나오려고? 조금만 참아.”

육포 하나를 입에 물려주니 삼백이가 다시 상의 안으로 쏙 들어간다.

태주는 적당한 여관을 골랐다.

이름도 옛 몽골 냄새가 풍기는 게르 여관.

앳된 티가 나는 직원이 태주를 맞이했다.

“방 하나 있습니까? 한 달 정도 여기 머무르려고 하는데.”

“아! 외지에서 오셨구나.”

“그러니까 여관에 왔죠.”

“흐흐흐, 그런 뜻이 아니라 손에 반지가 없어서.”

반지?

그건 뭔데?

“아시다시피 여긴 개척도시잖아요. 빌런들이 숨어들기에도 편하고···, 마인도 몇몇 잠입해있다는 소문도 있어요.”

“마인?”

“네! 그 마인요. 요즘 뉴서울과 제국 반도가 떠들썩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나판에도 마인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마인이 있으면 오히려 좋지.

그런데 이 얘기가 반지와는 무슨 상관이라고.

“여기서 활동하려면 신분 보증이 필요합니다. 일반인이든, 적합자든, 혹은 각성자든, 허가를 받았다는 의미가 바로 반지거든요.”

“···누가 보증하죠?”

“오아시스 길드, 나판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시면 무조건 오아시스의 보증을 받아야 해요.”

“안 받으면?”

“제가 방을 못 드려요. 심지어 물 한 병도 못 살걸요?”

“그 반지를 받는데, 당연히 돈이 들고?”

“두말하면 잔소리죠.”

길드라면 민간단체.

이놈들이 무슨 권한이 있다고.

물론 민간 길드가 도시 치안에 개입하는 경우는 있다.

대표적으로 구례 노고단 길드.

그러나 그곳은 구례가 자유도시였고, 제국의 자치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긴 국가 기관 같은 건 없나? 아무리 개척지라도 그렇지.”

“있긴 해요. 고비 초원 개척군단 관할 지역이라 헌병대가 그 역할을 맡고 있죠.”

직원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태주에게 가까이 다가가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헌병대도 오아시스 길드와 한통속이라는 소문이···,”

아하!

군부와 유착까지.

민간이나 군부나 다들 한탕씩 해보려고 여기저기 손을 뻗치는구나.

“오아시스 길드는 어디?”

“나가셔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길드 건물이 보일 거예요.”

“고마워요.”

“반지 받고 꼭 여기로 다시 와주세요. 한 달 숙박이면 할인도 돼요.”

태주는 바로 오아시스 길드로 갔다.

알고 보니 나판에서 가장 높은 5층짜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안내 담당으로 보이는 여직원이 데스크 앞에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용무를 말씀해주세요. 의뢰? 레이드팀?”

“아뇨. 이곳에서 활동하려면 무슨 반지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신규등록 하러 오셨구나. 여기 서류 작성해주시고 신분증도 주세요.”

태주는 제정원에서 제공한 가짜 신분증을 내밀었다.

지금 얼굴도 신분증에 있는 얼굴이고.

사실 가짜라고도 볼 수 없다.

전산상에 실제로 존재하니까.

사용할 가명도 직접 지었다.

“김군악씨? 이름이 특이하네요.”

“그런 소리 많이 듣습니다.”

“적합자시면 마수 퇴치 의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드릴까요?”

“괜찮습니다.”

“레이드팀은?”

“그것도요, 따로 활동하는 팀이 있어서.”

나름 체계는 잡혀있다.

마치 관공서에 들어온 것처럼 말이다.

처리 시간도 신속했다.

컴퓨터에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데스크 밑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는 여직원.

“천만 원 입금하시면 지금 바로 반지를 드릴게요.”

“···비싸네요.”

“반지 가격보다는 등록비라고 생각해 주세요.”

“구경해봐도 될까요?”

“네.”

반지는 평범했다.

마나, 혹은 결정체가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냥 구리반지.

굵직한 음각 글씨로 일련번호가 새겨진 걸 빼면.

이딴 걸 천만 원이나 받아?

“이 일련번호가 있어야 물건 구입이나 판매, 의뢰 수행, 레이드팀 참여 같은 활동을 할 수 있거든요.”

“흐음.”

일종의 통제였다.

적어도 나판에선 뭘 하든, 뭘 사든, 자신의 행적이 고스란히 오아시스 길드에 들어가게 되어 있었다.

‘일개 길드 따위가···,’

구례 노고단 길드도 이 정돈 아니었다.

순간!

우르르르르!

1층 현관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

짙은 얼굴 문양으로 보아 대다수가 각성자.

“길드장님. 어서 오세요.”

“어.”

길드장이라는 남자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러다 태주와 무심코 눈이 마주쳤다.

멈칫하더니 다시 계단에서 내려와 여직원을 보며.

“쟤는 누구야?”

“네? 아, 신규 등록자입니다.”

“그래? 이름이 뭔데?”

“김군악이라고.”

길드장이라 불리는 남자가 천천히 태주에게 다가왔다.

“김군악? 너 어디서 왔냐?”

“뉴서울.”

“오! 황도 시민이구나. 그런데 이곳 촌구석까지 왜 기어들어 왔어?”

“돈이나 벌어볼까 하고,”

“돈? 그렇지. 여긴 돈 벌 데가 천지긴 하지. ···그런데 너 아까부터 말이 짧다?”

“오는 말이 짧은데, 가는 말이 길 수는 없잖아.”

기가 막힌 듯, 태주를 가만히 노려보다 폭소를 터뜨리는 길드장.

“낄낄낄, 이 새끼, 강단은 있네. 마음에 들어. 근데 너 내가 누군지는 알아?”

“여기 길드장이라며.”

그러자 옆에 있던 오아시스 길드원들이.

“씨발 새끼가, 어디서 눈을 똑바로 치켜뜨고 있어?”

“눈깔 먹물을 쪽 빨아버릴라!”

“뒈지고 싶냐?”

“나판 오아시스 길드가 우스워?”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품속에서 꿈틀꿈틀 움직이는 일이삼백이, 태주는 나오지 못하게 꾹 눌러 놓은 뒤에.

“텃세가 너무 심하네. 이러면 누가 나판에 일하러 오겠어?”

“텃세? 오냐! 좋다. 진짜 텃세가 뭔지 보여주마.”

스르릉, 스슷! 철커덕!

길드원들이 검, 칼, 창, 총 등등 무기를 꺼냈다.

“야야! 무기 집어넣어. 사람들 보는 데서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말리는 길드장, 그러더니,

“군악아, 군악아, 분위기 파악 좀 해라. 너 이러다 피똥 싼다? 뭐, 돈 벌러 왔다니까 한 번만 봐줄게. 반지 사서 등록하고 열심히 벌어. 응?”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태주를 한 번씩 노려보더니 따라서 올라가는 오아시스 길드원들.

“너 내가 얼굴 기억했다.”

“바깥에서 만나면 피해 다녀.”

“참나! 각성 문양도 없는 새끼가,”

태주는 가만히 있었다.

참자, 참아.

괜히 문제 생기면 좋은 것도 없다.

또한 놈들에게서 마인의 냄새도 나지 않았고.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여직원.

“등록하실 건가요?”

사실 천만 원이면 껌값이다.

지금도 시간당 몇억이 들어오는 판에.

“아무래도 사야겠죠? 활동하려면···,”

그때였다!

찌르르르!

배송 신호가 떴다.

“여기 화장실은 어딥니까?”

“저쪽으로 돌아가시면···,”

태주는 걸어가면서 공유창고를 확인했다.

‘응?’

뭐지?

나중에 확인하고.

공유창고를 비우고, 준비해둔 물건을 집어넣었다.

미리 꽉꽉 채워놓은 아공간 대용 호리병박도.

태주는 전에 보내지 않았던 다양한 물건들을 보냈다.

명색이 멀티플렉스 사업인데 그럴듯한 쇼핑몰 같은 것도 있어야지.

이제 받은 물건들 확인.

공기계 스마트폰 하나랑 텅 비어있는 아공간 가방, 달랑 선도 50개.

‘하아···,’

가슴이 아프다.

선계에서 오는 물건이 갈수록 줄고 있다.

물건이 적게 오는 건 아무 상관 없다.

적게 받으면 어때?

태주는 당군악을 잘 안다.

뭐라도 있으면 다 퍼주는 신선이 바로 당군악 아닌가?

하지만 겨우 이 정도 보냈다는 건 그만큼 그의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

‘얼마나 쪼들렸으면.’

불쌍한 독선.

자신은 그 덕분에 제국 최고의 부자가 되어 돈을 펑펑 써대고 있는데.

좀 전에도 그깟 천만 원, 하면서 반지 지르려 했다.

당군악에게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갑자기 스스로에게 화가 난다.

어디 화를 풀 데가 없나?

‘조지고 시작하자.’

오아시스 길드.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반지 하나에 천만 원?

또 제깟 것들이 뭐라고 사람을 통제하려고 해?

태주는 다시 데스크로 돌아가 여직원에게 물었다.

“길드장 방이 몇 층입니까?”

“···네? 5층인데, 왜요?”

“아까 이야기하려다 빼먹은 게 있어서.”

“자, 잠시만요. 거기 올라가시면 안 돼요!”

그러나 이미 계단을 올라간 후.

여직원은 순간 고민했다.

김군악이란 자가 올라갔다고 길드장에게 전화를 해야 하나?

※ ※ ※

오아시스 길드장 주철용은 10명의 길드 간부들과 함께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내일 군바리 새끼들 오는 날이지?”

“맞습니다. 오겠다고 전화 왔었습니다.”

“상납금은?”

“준비했습니다.”

“씨발 새끼들, 평소엔 촌이라고 무시하면서 바룬만 가던 것들이, 상납 날짜는 까먹지도 않아요.”

어쩔 수 없다.

개척도시에선 군대가 곧 법이니까.

“근데 길드장님.”

“왜?”

“아까 1층에서 만난 김군악이란 놈, 그대로 두실 겁니까? 바락바락 대드는 꼴을 보니 나중엔 머리 위로 기어오를 것 같은데.”

“처음 왔잖아. 일단 놔둬 봐. 여기서 지내다 보면 우리가 누군지 알 테고, 그럼 행동이 달라지겠지.”

“그래도 안 달라지면요?”

“그땐 니들이 알아서 해.”

사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놈과 눈이 마주친 순간, 묘한 느낌을 받았다.

뭔가 있을 것 같은 눈빛.

일반인은 무조건 아니다.

적합자는 분명해 보였다.

그래서 말을 걸어봤다.

적합자라도 귀한 인재.

웬만하면 품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저렇게 건방진 놈이라니.

‘굴러온 복을 지가 발로 걷어찬 거지.’

혹시 또 모른다.

머리 굽히고 용서를 구하면 받아줄지도.

쓸만해 보였으니까.

바로 그때!

따르릉!

데스크에서 걸려온 전화.

“어, 무슨 일이야? ···뭐?”

주철용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놈이 올라갔다고? 여길? 일단 알았어.”

뚝.

벌컥!

전화를 끊자마자 벌컥 열리는 문.

“어?”

“응?”

“뭐야?”

“씨발, 어떤 놈이야?”

고양이를 안고 나타난 남자.

태주는 일백이를 문 앞에 내려놨다.

“여기 이 문 지키고 있어,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해.”

“냥!”

그러고 나서.

“웬만하면 참으려고 했는데, 계속 받아주면 끝도 없을 것 같아서, 여기서 확실하게 정하고 가자. 다들 대가리 박아! 박으면 안 때린다.”

“···무슨?”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네.”

주철용도 어이가 없었다.

미친놈인가?

“야! 저거 팔 하나만 잘라라.”

“네!”

“알겠습니다.”

“죽이진 말고.”

길드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한꺼번에 달려드는 길드원들.

태주도 앞으로 걸어갔다.

“쓰레기 반지를 천 만원에 팔아먹어? 내가 호구냐?”

쫙!

귀싸대기 한방.

“큭?”

앞으로 쓰러지는 놈을 슬쩍 피하고, 쫙!

“커헉!”

쫙! 쫙! 쫙! 쫙···.

암기도 필요 없고 주먹도 필요 없다.

그냥 싸대기 한 대만 때려도 충분하다.

달려오다가 가볍게 휘두르는 손바닥에 맞아 줄줄이 쓰러졌다.

털썩! 털썩! 털썩···,

‘어어···,’

그 모습을 꼼짝도 못 하고 지켜보는 주철용,

쟤들 다 각성자인데, ···저놈은 아니고.

이것들이 서로 짰나?

B급 영화 액션도 이것보다는 현실감 있겠다.

‘뭐지?’

쫙쫙쫙!

맞을 때마다 목이 획획 돌아갔다.

빠각!

턱뼈가 부서진 놈도 있다.

조금만 더 셌다면 모가지가 한 바퀴 핑그르 돌았을 것이다.

그제야 주철용은 깨달았다.

강한 놈이다.

그냥 강한 게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강한 놈이다.

길드원도 뒤늦게 알았다.

한 7명이 손바닥 한방으로 픽픽, 쓰러질 때쯤 밖으로 튀려는 놈도 있었다.

하지만 문 앞을 막고선 고양이 한 마리.

“냥?”

“훠이, 저, 저리 비켜!”

고양이를 발로 밀치면서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지만,

“캬악!”

츠핏!

퍼억!

“아악!”

일백이가 휘두른 앞발에 맞고 휙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휘리릿! 쿵!

“냥.”

태주는 아직도 의자에 앉아있는 주철용에게 다가갔다.

“자, 잠깐!”

“뭐?”

“바, 반지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하하···,”

“필요 없어. 새끼야!”

쫘악!

“케엑!”

주철용의 입에서 이빨 두 개가 튀어나왔다.

‘에이, 사고 안 치려고 했는데.’

원래는 조용히 지내려고 했다.

방 하나 잡아놓고 혼자서 독 품은 마수를 잡아 독정에 추가하고, 마인 탐색도 하고,

그런데 다 글렀다.

이렇게 된 이상, 아예 나판 개척도시 접수해놓고 시작하자.

※ ※ ※

검선은 자신의 거처에서 좋은 검만 쏙쏙 고르는 독선을 보고 부아가 치밀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절세 명검들.

“그건 선도 100개 받아 안 되겠는데, 최소 200개는 줘야···,”

“이미 이야기 끝났잖소?”

“끄응.”

너무나도 얄밉다.

저런 신선이 어찌 태주 대협과 같은 영혼일까?

“독선.”

“왜 그러시오?”

“선명은 그렇다 치고 이름이 군악이잖소.”

“그래서?”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날 보시오. 원빈, 현빈, 우빈, 그리고 동빈.”

“···.”

“쯧쯧, 이름에 ‘악’자가 들어간 것치고 잘되는 선인 없던데.”

으드득!

당군악이 이빨이 깨물어졌다.

와다닥!

골랐던 검들을 땅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안 사!!! 거래는 없던 걸로 합시다.”

“아니···, 가, 갑자기 왜?”

“앞으로 할리 바이크는 손으로 끌고 다니시고.”

“자, 잠깐! 내가 실수했소. 제, 제발 진정하시오.”

검선은 독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 개척도시 나판(1)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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