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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한 명의 VIP, 혹은 호구. >
솔직히 이런 상황은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폭우침을 시전하자마자 냅다 달아나다니.
‘···이것도 작전인가?’
혹시 몰라 경계는 하고 있었지만 도망친 건 확실해 보였다.
치졸한 새끼.
천마 신공이 아깝다.
진짜 영혼 연결자가 맞긴 맞아?
하긴!
기억과 경험을 공유하는 같은 영혼이라도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
여긴 지구, 저쪽은 강호 무림.
자신도 그렇다.
김태주는 김태주고, 당군악은 당군악이다.
어쨌든 폭우침을 시작으로 벌어진 전투.
그 한수로 8명 정도의 마인들이 절명해버렸다.
황제는 멍하니 서 있는 부회주에게 돌진했다.
화들짝 놀라 마수화로 변해 황제의 공격을 막아내는 부회주 자말.
채앵!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느냐?”
“···이번엔 완전히 죽여주지.”
한편 금수호는 새로 얻은 검을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기 위해 광분했고.
서걱! 서거거걱걱!
“이게 바로 내 검이다!”
일이삼백이도 백호로 변해,
“캬르릉!”
태주의 지시에 따라 오직 진마들만 사냥했다.
꽈득! 꽈드드득!
태주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츠피피핏!
손에서 기관총처럼 쏘아지는 유엽비도.
묵직하게 날아가는 탈명비도.
츠파아앗!
사기를 잃은 마인들은 일반 마수보다 쉬웠다.
그러다 보니 살아있는 마인은 황제와 싸우고 있는 부회주 뿐.
얼추 다 정리된 것 같으니 이제 관전 모드로 들어갈까?
채앵! 챙챙챙챙!
마수가 된 자말, 기본 등급이 이미 마스터.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글이글.
자말의 몸이 마기로 불타오른다.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괴수의 모습.
웬만한 각성자들은 저 마기에 닿기만 해도 육신이 부서져 나갈 터.
그러나 자말의 상대는 황제였다.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자.
이전과는 완전하게 달라진 패도의 황제.
째앵! 째앵! 쨍!
황제의 검이 찍어누를 때마다 반격의 기회도 잡지 못한 채 연신 뒤로 물러나는 부회주 자말,
“겨우 이것뿐이더냐? 참으로 실망스럽도다.”
“이, 이놈!”
자말의 눈에서 실핏줄이 터진다.
황제는 강해졌다.
더불어 그의 마나에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마기를 갉아먹고 있었다.
마기로 밀어내도 소용이 없었다.
끈질기게 몸속으로 파고들어 와 마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대, 대체?’
자말은 모를 것이다.
강해진 것도 강해진 것이지만 선계의 보물인 선도를 복용함으로써 황제의 마나에 선기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그것도 금수호의 몫까지 혼자서 먹었다는 사실을, 심지어 태주가 불쌍해서 금수호에게 준 신선주도 더 많이 마셨다는 사실을.
선기는 사특한 것을 물리치는 영험한 기운이다.
타인의 심장과 내장을 파먹고 힘을 키우는 마인은 사특한 존재.
따라서 마인 자말은 선기에 의해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황제도 알고 있었다.
김태주 회장이 준 복숭아와 술.
‘너무 큰 걸 받았어.’
그 속에 담긴 기운 덕택에 한때 자신을 죽음의 위기까지 내몰았던 놈을 가볍게 상대하고 있다는 걸.
급기야!
뎅겅!
팔꿈치가 잘려 나가고,
“아···,”
서둘러 다른 손으로 검을 막으려고 했지만···.
황제의 가로 베기가 허리를 갈랐다.
서거거거거걱!
상체와 하체의 완전한 분리.
미끄러지듯 옆으로 잘려 나가는 상체.
“···끅!”
죽어가면서도 자말의 뇌리에 남은 의문.
‘회주는 왜 도망쳤지?’
부회주 자말의 죽음을 끝으로 살아있는 마인은 아무도 없었다.
“뭐야? 다 죽었나? 한 명쯤은 살려뒀어야 했는데.”
황제는 금수호를 매섭게 추궁했다.
“자네, 새 검을 받았다고 너무 설쳐댄 거 아닌가? 한 명 정도는 목숨을 붙여놓았어야지.”
금수호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일백이를 가리키며 답했다.
“저보다 이놈이 더 많이 죽였습니다만.”
“냥?”
“···허어, 아까부터 꼬박꼬박 말대꾸야.”
“냐앙!”
“아니, 그러니까 해고하시든지, 귀양을 보내시든지 하시라니까요?”
“감봉 6개월···, 뭐, 나하고 검을 바꾸면 봐줄 수는 있지만.”
“사직서 내겠습니다.”
황제와 금수호가 유치한 말다툼을 하는 동안.
태주는 마수화로 죽어있는 마인들의 시체를 살폈다.
‘이놈은 아니고, 저놈도 아니고···,’
다행이다.
사망한 마인 중 정연희가 보여준 그 마인은 없었다.
그나저나 도망간 그 새끼는 어쩌지?
부하들은 내버려두고 혼자 꽁지 빠지게 도망치는 꼴이라니.
그것도 제대로 전투도 안 하고 폭우침이 시전되자마자 내뺐다.
약한 놈이었다면 이해는 한다.
하지만 놈은 태주, 자신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강자였다.
‘도망친 놈을 어떻게 잡나.’
너무나 빨라서 쫓아갈 엄두도 못 냈다.
‘본명과 진짜 얼굴을 알면 추적부로 쫓으면 되는데.’
선계의 보패 추적부(追跡符)라고 해서 만능이 아니다.
추적하는 대상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사용한 적은 딱 2번.
한번은 흑악지룡의 행방을 찾을 때였고, 또 한번은 파주 DMZ 밀집지대에서 아버지를 구할 때였다.
그러나 지구의 천마는 이름도 모르고, 본 얼굴도 모르니.
“근데 아까 도망간 그놈 말이야.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군. 제일 강한 놈인 것 같았는데, 사실 바짝 긴장하고 있었거든.”
황제도 도망간 천마가 궁금한가 보다.
“그러게 말입니다.”
“대체 누굴까?”
“도망갔으니 알 방법이 있나요?.”
태주는 황제에게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생각이 없었다.
설명하자면 복잡하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천마가 아닐 수도 있다.
강호의 천마는 당군악에 의해 죽지 않았나.
천마 신공 익혔다고 다 천마인가?
‘천마의 제자일 수도.’
즉, 강호 무림에 마교의 잔당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는 말.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간계의 일이다.
등선한 신선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일 또한 지구에서 일어났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처리한다.
당군악에게 말하면 괜히 걱정할라.
이제 정리하고 돌아가자.
금수호가 고비 초원 개척부대를 호출했다.
시체들을 수습하면서 한참을 기다리자.
투타타타타타!
저 멀리서 헬기 4대가 날아왔다.
폐하께서 바룬에 왕림하셨다는 소식에 정신없이 달려온 개척군단 총사령관이 서강진 중장.
“추, 충성!!!”
황제는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강진아.”
“···네, 폐, 폐하!”
“이게 뭐냐? 김태주 회장 앞에서 못 볼 꼴 다 보이고, 나판도 그렇고, 바룬도 그렇고.”
“주, 죽여주시옵소서. 다 제가 불민한 탓이옵니다.”
“진짜 죽여줘?”
“···.”
“마수만 때려잡는다고 다 제국의 땅이 되는 건 아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잘하자, 응?”
그렇게 기강을 잡은 후, 태주를 보며.
“자네 다음 일정은?”
“집에 가야죠.”
“···벌써?”
“누구 때문에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아서요.”
“험험.”
헛시침을 하며 애절한 눈빛으로 태주에게 호소하는 황제.
“같이 좀 놀다 가세. 밀린 얘기도 나누고, 술도 한잔 마시고.”
“으음.”
“황궁이 얼마나 심심한 곳인지 아는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놀아?”
“니앙?”
심심한 황궁이라.
갑자기 선계에 있을 당군악과 신선들이 떠 올랐다.
무료한 선계에서 하릴없이 지내다가, 자신이 보내준 지구의 물건과 문화로 너무나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그들.
황제의 얼굴과 겹쳐 보였다.
“···그렇게 하죠.”
“오! 고맙네.”
“니앙!”
그 모습을 흘깃 훔쳐보는 서강진 총사령관.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가 저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것 처음 봤다.
금수호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고.
직접 보지 않으면 과연 누가 믿어?
‘이거 마수만 때려잡고 안심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제국의 실세는 황후도 아니고 황자도 아니고 김태주다.
현재 김회장과 가장 친한 장군은 지리산의 오진형.
이러다 진급이 밀릴지도 모른다.
‘어떻게 김회장과 친해질 방법이 없을까?’
서강진에게 주어진 숙제였다.
어쨌거나 태주는 황제, 금수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같이 마수 사냥도 하고, 캠핑도 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한잔하고, 파주로 돌아간 건 3일이 지난 후였다.
그런데 파주까지 따라오겠단다.
이 양반들 왜 집에 안 가지?
※ ※ ※
선계(仙界).
독선 당군악은 태주가 보내온 영상들을 보며 빙그레 웃음 지었다.
이미 그전 배송에서 보내온 영상이지만,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보는 중이었다.
검선도 걸핏하면 보여달란다.
귀찮아 죽을 지경.
태주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게다가 호위하듯 그의 옆을 지키는 영물 한 마리.
“허허, 삼두백호라. 매번 봐도 든든해.”
머리가 3개 달린 게 조금 징그럽긴 하지만.
이제 하던 일을 마저 해야지.
당군악은 정성스럽게 손질한 독들을 하나하나 각각의 상자 안에 넣었다.
인면지주와 만년오공의 독은 독단, 즉 내단의 일종이기에 그냥 먹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독각화망과 학정홍은 다르다.
법제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독성이 나온다.
먼저 독각화망의 뿔은 잘라서 말린다.
그리고 혼원무상독령공으로 고운 가루로 만들어 독각화망의 쓸개즙과 섞어서 환으로 빚는다.
학정홍은 이슬에 녹여 액체로 만들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도 혼원무상독령공이 필요하고.
태주가 직접 법제하는 것과 당군악이 법제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일까?
다음으로 독물 섭취 방법을 직접 자필로 작성해 상자마다 넣었다.
이제 다 준비됐다.
배송 신호가 뜨기만 하면 끝.
이번엔 선도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전에 많이 보냈으니 그걸로 충분할 터.
‘슬슬 뜰 때가 됐는데.’
바로 그때!
찌르르르.
울리는 배송 신호.
“오!”
공유창고 확인.
이번에도 태주는 가득가득 물건을 보냈다.
서둘러 물건을 빼내고.
독물 상자는 아공간 가방에 넣었다.
스마트폰은 그냥 창고에.
“됐어.”
아마 이 독물들이면 혼원무상독령공 10성은 충분할 것이다.
공기계 스마트폰에는 무간지옥의 천마에게서 들은, 지구의 천마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었다.
하지만 당군악은 태주가 천마 따위에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평생을 천마, 그리고 마교와 싸우면서 보낸 자신.
그 때문에 속절없이 사라진 청춘.
태주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지.
그러나 천마를 그냥 내버려 둬도 문제고.
태주가 결정하도록 놔두자.
※ ※ ※
태상노군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선학(仙鶴)의 가냘픈 목을 어루만져줬다.
“까악, 깍, 까아아악!”
“그래, 그래, 얼마나 아팠을꼬.”
그에게 있어 선학은 탈것 이상이었다.
오랜 친구와도 같은 존재.
그런데 어떤 망할 신선 놈이 선학의 정수리를 홀라당 벗겨갔다.
“정녕 누군지 모르느냐?”
“까아아아···,”
“그냥 신선이었단 말이지?”
“까악.”
“직접 보면 찾을 수 있고?”
“까아악! 깍! 깍!”
“그래, 같이 찾아보자.”
태상노군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신선들의 망나니짓이 끝이 없다.
선도 도둑질에, 그마저 여의치 않자 매일매일 자신의 거처에 몰려와 선도 지급을 늘려달라고 하고, 급기야 애지중지하던 선학을 대머리로 만들어놨다.
뭐? 단결 투쟁? 선도 독점 폐지? 태상노군 퇴진?
어디서 요상한 것만 배워와서는.
열심히 일하고 대가를 달라면 이해나 하지.
선계에서 쳐 뒹굴면서 놀고먹는 새끼들이.
오죽하면 ‘신선놀음’이란 말이 나왔겠나.
하지만 지금까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선계를 관리하는 직위를 가지고 있다지만 신선들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다.
신선 개개인이 독립된 존재이기 때문이다.
태상노군 자신도 어찌 보면 같은 신선 아닌가?
오직 판관의 저울추에 의해서만 그들에게 심판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한계에 도달했다.
태상노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선학에 올라타고는.
“가자. 반드시 놈을 찾아서 무간지옥에 처넣어 네 한을 풀어주마.”
“꺄악!!!”
태상노군을 태운 선학이 날아올랐다.
순식간에 도착한 목적지.
그런데.
‘응?’
선계 한 중앙에 세워진 마천루.
높게 세워진 건물이 태상노군의 눈앞에 나타났다.
‘아니, 저것이 언제···,’
이곳에 와본 기억은 난다.
그때는 천막이었다.
‘천막을 헐고 이걸 만들었나?’
그러고 보니 선계에 뭔가를 지으려 하는데, 힘센 신장들이 필요하다고 해서 몇 명 보내준 적이 있다.
독선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그저 작은 누각 정도려니 했는데, 저렇게 커?
대체 저기가 뭐 하는 곳이길래.
‘상전벽해라더니.’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
“내려가자꾸나.”
“까악!”
선학이 건물 앞에 착지했다.
신선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모두 저 건물 안에 있나?
겉모습부터 휘황찬란했다.
태상노군은 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 깔린 매끄러운 대리석.
그리고 그를 반겨 주는 주선(酒仙) 태백 선인.
“오! 태상노군 아니시오.”
“···주선이 어찌, 그리고 입고 있는 옷은 뭐요?”
“바텐더 전용 복장이요. 태주 대협이 보내준 거지.”
“바, 바텐더? 그리고 태주 대협이라면?”
“저어기, 다른 세상에서 우리에게 귀한 물건을 보내시는 분이지.”
“아!”
주선은 갈홍 선인에게 은밀하게 눈짓했다.
독선을 불러오라는 뜻이었다.
선계엔 두 명의 거물이 존재한다.
바로 서왕모와 태상노군.
그 둘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선도 부자라는 것.
큰 손이 왔다.
“이왕 오셨으니 내가 한잔 올리겠소.”
“···으응?”
“서비스니 그냥 드셔도 되오.”
“서, 서비스라니 무슨?”
“공짜라는 뜻이오.”
주선은 계량컵에 술을 따르고, 오렌지와 크렌베리 주스, 얼음을 쉐이커에 담았다.
그리고 쉐킷! 쉐킷!
딸그락, 딸그락!
물 흐르듯이 능숙한 주선의 움직임.
“보드카가 주 베이스고, 꼭 들어가야 할 복숭아 증류주 대신에 신선주를 넣었소.”
“···.”
무슨 말인지 알 도리가 있나?
그래도 주선이 주는 유리잔을 손으로 받았다.
원래 태상노군도 술을 좋아한다.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술 이름이 섹스 온 더 비치라 하더이다.”
“세, 섹스···, 뭐?”
“드셔보시오.”
태상노군은 유리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쭈욱!
“흐음.”
달콤하다.
강한 도수의 술이 신선주와 어우러지고, 달콤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실로 환상적인 조화.
“어떠시오?”
“맛있군. 생전 이런 술은 처음 먹어봤소.”
“헐헐헐!”
선계의 신선이 섹스 온 더 비치라는 칵테일을 마신다.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하, 한잔 더 없소?”
“아까는 서비스였고, 지금은 값을 치러야 하는데,”
“뭘로? ···아! 선도! 걱정 마시오. 드리리다.”
“현물 거래는 하지 않아서···,”
“무슨? 현물로 살 수 없다니 그럼?”
“신용패가 있어야 하오.”
신용패?
그게 무슨 말이지?
그때였다.
“노군의 술값은 내 앞으로 달아두시오.”
독선이 왔다.
싱그러운 미소와 초롱초롱한 눈빛을 흘리며.
“맨 술만 마시면 쓰나. 이보오, 주선! 소맥 한잔 말아보시오.”
“좋지.”
그리고 무한공간에서 따끈따끈한 치킨 하나를 꺼냈다.
“소맥엔 치킨이지.”
“치, 치킨?”
태상노군은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잊어버렸다.
그저 처음 맡아보는 자극적이고 기름진 향기에 눈을 둥그렇게 떴다.
대체 어떤 음식일까?
당군악은 마치 카지노에 처음 들어온 호구, 아니 VIP를 보는 사장처럼 태상노군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까악, 까악, 꺄아아···,”
멀리플렉스 밖에선 선학이 애처롭게 울어댔지만.
“자, 닭 다리 하나 뜯어보시오.”
지금 태상노군에게 선학의 울음 따윈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아그작!
오히려 치킨 한입 베어 문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 또 한 명의 VIP, 혹은 호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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