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01화 (10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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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확장을 위한 첫 발걸음. >

원래는 호구로 삼아 벗겨 먹으려고 했다.

하지만 태상노군과 몇 마디 나눠본 뒤, 생각을 바꿨다.

의외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사람.

이용하기 편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림을 크게 그려보자.

선계는 독립된 차원이지만 또 어떻게 보면 아니다.

천계, 황천계, 여래계 등, 인간계와 분리된 여러 세계 중에 하나.

태상노군은 선계를 대표하는 인물.

천계는 상제, 황천계는 염라, 여래계는 석가여래.

각 차원은 서로 교류하며 소통한다.

허락된 범위에서 다른 세계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멀티플렉스가 건설된 이상, 당군악은 선계 장사로만 만족할 수 없었다.

산신, 지신, 용신, 선녀와 신장들이 존재하는 천계.

판관과 차사, 사자들이 있는 황천계.

장사할 고객이 얼마나 많나?

여래계야 물욕이 없는 자들이니 제외하고도 말이다.

문제는 계가 나누어져 있어 소문이 잘 퍼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다른 계에서 방문하는 자들도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신장들 몇몇과 황천계 강림 차사만 가끔 왔다 갈 뿐.

손님들이 더 많이 와야 한다.

그래서 당군악은 태상노군을 광고모델로 이용하기로 결심했다.

선계 대표 태상노군은 천계, 황천계, 여래계로 자주 다니는 편, 따라서 발이 넓고, 만나는 이들도 많다.

“태상노군께서 이왕 오셨으니, 친필 사인 한 번만 부탁드리오.”

“···사인? 그, 그게 뭐요?”

당군악은 주선 뒤쪽 벽에 붙은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런 거 말입니다.”

“허어,”

유려한 글씨체로 쓰인 글귀였다.

<서비스가 마음에 듭니다. 독선도 친절하고, - 서왕모>

<사업이 번창하시길, 자주 들리겠습니다. - 강림>

<진저 하이볼이 맛있어요, 추천! - 미호 선자>

.

.

.

덕담 같은 건가?

못 해줄 것도 없다.

“좋소. 벼루와 먹, 붓을 꺼내 보시오.”

“벼루, 붓? 그런 게 뭐가 필요하다고?”

“···음? 그럼 무엇을 가지고.”

스윽!

당군악은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 태상노군에게 내밀었다.

“만년필이라 하오. 이걸로 쓰시오.”

“···허어.”

“이렇게 뚜껑을 열고 종이에다 쓰면···,”

“해, 해보겠소이다.”

태상노군은 만년필을 받아 들고 백색 종이에 글씨를 써 내려갔다.

스윽, 스윽, 스으으윽!

‘응?’

왜 이렇게 잘 써지지?

미끄러지듯이 나아가는 펜.

아아아!

손끝에서 느껴지는 환상적인 필기감.

심지어 먹을 찍을 필요도 없다.

<대접 잘 받았소. 특히 치맥은 최고였소. - 태상노군>

몇 자 더 적고 싶었지만, 주선이 냉큼 종이를 집어서 뒤쪽 벽에 붙였다.

못내 아쉬운 듯한 태상노군의 표정.

“가지고 싶소? 이 만년필 말이오.”

“···내 평소 물욕엔 관심이 없었으나, 이 만년필은 정말 탐이 나는군.”

“그럼 선물로 드리리다.”

“저, 정말이요?”

“그리고 이것도.”

당군악은 무한공간에서 시계 하나를 꺼내 태상노군의 손목에 채워줬다.

찰칵!

“헉! 이, 이건 말로만 듣던 그···,”

“시간을 볼 수 있는 귀물이지요.”

태상노군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 꼭 값을 치르리다. 사람을 시켜 선도를 보내겠소.”

그러나 당군악의 공세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하하하! 선물이라니까요. 또 우린 선도로 거래하는 게 아니라 신용패로 거래해서···, 참! 신용패도 드리지. 선도 코인 5만 개가 들어있으니 마음껏 쓰시오.”

의문 가득한 태상노군의 눈동자.

“독선, 대체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거요?”

“그야 노군께선 우리 선계의 얼굴이니까.”

“으음···,”

진짜 이유를 모르겠다.

원래 친한 사이도 아니고,

판관의 저울추 재판에서 불협화음도 있었는데.

그런 심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당군악은 능청스럽게 말을 이어 나갔다.

“쯧쯧, 이 옷에 손목시계와 만년필이라니, 어울리지 않아.”

“내, 내 옷이 어때서 그러오? 천계의 선녀들이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서 지은 옷이거늘.”

“따라와 보시오.”

태상노군을 2층 쇼핑몰로 데리고 가서.

“흐음, 이 정도면 딱 맞겠어.”

당군악은 옷걸이에 걸린 양복 하나를 집어 태상노군의 몸에 대보았다.

“이, 이것도 옷이오?”

“그렇소. 신선은 수트빨이지. 손목시계와 만년필도 수트와 어울려야 그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법.”

“어허.”

이미 반쯤 나간 태상노군.

그래서 당군악이 시키는 대로 옷을 갈아입었다.

“신고 다닐 것도 준비했소. 발에 꼭 맞을 거요.”

구두도 신고.

“자, 거울을 보시오.”

태주가 보내준 전신 거울 앞에 세우니.

“훨씬 낫네. 역시 명품이라 이름값을 하는구나.”

몸에 짝 붙는 검정색 자켓, 밑으로 늘씬하게 떨어지는 바지 핏, 소매에서 살짝 드러나는 손목시계.

태산노군도 그렇게 생각했다.

뭔가 마음에 든다.

흐늘흐늘한 도포보다는 백배 나아 보인다.

“에잉, 그런데 헤어 스타일과 수염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만.”

“헤, 헤어 스타일?”

“자릅시다.”

“뭘? 머리카락을? 아니 왜?”

“내 말대로 하시오. 더 어울릴 거요.”

이미 저항할 의지를 잃은 태상노군.

“이보오, 검선!”

검선이 윗 층에서 게임을 하다가 당군악의 부름을 받고 내려왔다.

“불렀소? ···허어, 웬 멋쟁이 신선이 있나 했더니 태상노군이시군.”

“노군의 머리와 수염을 정돈해 주시오.”

“알았소.”

검선은 태상노군의 얼굴을 요모조모 살피더니,

“머리는 짧게 깎는 게 좋겠군. 수염도 마찬가지고.”

당군악이 건네준 유엽비도를 들고 태상노군에게 다가갔다.

상투를 한꺼번에 싹둑 자른 후.

“어어어어?”

사각, 사각, 사각···,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르마도 타고, 수염까지 깨끗하게, 마지막 화룡점정으로 선글라스도 착용시켜주자.

“됐어. 완벽하군.”

그리하여 태상노군은 멋들어진 모습으로 변신했다.

노년의 패셔니스트.

아마 지구에서도 이와 같은 풍모를 가진 신사는 몇 없을 터.

당군악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뭘까?

모두 태주를 위해서다.

지구는 이상한 곳이다.

선계나 천계, 황천계보다 더 그렇다.

갑작스러운 마나의 침범, 그 영향을 받은 각성자, 비욘드 엘리트라는 극강의 마수, 그리고 시스템의 존재, 또한 태주나 천경호 같은 영혼 연결자도.

‘어쩌면 천마 따윈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어.’

태주는 더 강해져야 한다.

선계의 지원만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선도(仙桃)로 대표되는 선계의 자원.

황천계와 천계에도 선도 못지않은 물건들이 있다.

귀중한 자원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구의 문물이 얼마나 새롭고 신묘한지 널리 알려져야 한다.

발 넓은 태상노군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그리하여 사업 확장을 위한 첫 발걸음이 내디뎌졌다.

※ ※ ※

파주 영지.

졸지에 태홍 바이오 파주 지점장이 된 정연희는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정신이 없었다.

뉴서울 지점에서 최동일 지점장과 마석우 부장이 직접 파주까지 내려와 그녀를 도와주었고, 구례에서도 백서연 사장이 인원을 파견해주지 않았다면 벌써 지쳐서 나가떨어졌을 터.

그녀의 할아버지인 백두 그룹 회장도 많은 도움을 줬다.

직접 내려오진 않았지만 전화 통화로.

- 사람 몇 명 보내주마. 네 사람으로 만들어.

“백두 그룹엔 지장이 없나요? 유능한 사람을 뽑아 쓰면?”

- 허허, 우리가 사람 몇 명 빠진다고 휘청거릴 회사더냐? 이참에 출가외인이라 생각하고, 태홍 바이오 성장에 전념을 다하거라.

“출가외인요? ···저 나중에 그룹으로 돌아갈 건데,”

- 글쎄다. 그건 그때 가봐야 아는 거고, 난 안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할아버지!!!”

- 쯧쯧, 귀청 나가겠다. 아무튼 열심히 해. 그리고 놓치지 말고 꼭 잡아.

“누, 누굴요?”

- 알면서 딴청 피우기는, 방심하다 닭 쫓던 개꼴 되지 말고, 나도 응원하마.

뚝,

전화가 끊겼다.

‘나 쫓겨난 건가?’

그리고 잡으라니.

의미는 알겠지만 이 나이까지 솔로로 지내 온 그녀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회사 조직은 얼추 갖춰졌다.

태홍 바이오 파주 공장도 완공 직전에 와 있었고.

공장의 규모가 뉴서울 크기의 5배 이상, 거기서 쏟아져 나올 생기불끈과 새살쑥쑥의 물량은 제국의 수요를 감당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 슬슬 해외수출도 추진해야지.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덧 해가 졌다.

그녀가 복마검법을 수련하는 시간.

일주일 중 월화수목은 구례에서 올라온 김태주 회장 제자들의 수련을 봐준다.

요일마다 각각 2명씩, 총 8명이 돌아가며 파주로 와 정연희와 함께 검술을 익힌다.

그리고 금토일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다.

정연희는 파주 영주관 수련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복마검법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스마트 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

- 혹자는 초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절대지만 그거야말로 멍청한 짓이다. 끝없는 반복 수련으로 초식을 몸에 새겨야 한다. 활용은 그다음이지.

- 활용은 초식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재능이지. 하지만 걱정 말라. 노력이 뒷받침해줄 것이다. 실전이 중요하다. 되도록 많이 싸워라.

- 때로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노라. 허초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면서, 결정을 내야 할 땐 과감하게! 이런 식으로.

영상에 나오는 분이 누구신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나 자세하게 무공을 시연해 주신다.

그래서 금방 복마검법 50%에 이르렀지만 문제는 여섯 번째 초식부터.

혼자선 어렵다.

누군가 자신의 검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도 검 대 검으로써.

하지만 누가?

김태주 회장은 검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제자들은 진도가 느려서 안 되고, 오황자가 있지만 대련 한번 하자고 감히 말을 꺼낼 수도 없고.

그게 현재 정연희의 가장 큰 고민.

하는 수 없다.

초식 수련이나 열심히 하는 수밖에.

바로 그때!

영주관 수련실의 문이 열리고.

“연희씨?”

“아! 회장님!”

태주는 땀에 젖은 그녀를 보면서 또 한 번 감탄했다.

재능에다 노력까지.

“참! 가셨던 일은?”

“잘 처리됐습니다. 그리고 그 마인은 없었어요.”

“···휴우, 다행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정연희.

그런데 들어온 사람은 태주만이 아니었다.

그 뒤를 따라 문을 열고 들어온 두 명의 남자.

“여기가 수련실인가?”

“쯧쯧, 너무 허접하군. 돈 벌어 뭐하나? 인테리어 좀 하게.”

“아예 영주관을 다시 지어야죠. 하도 낡아서 귀신 나오겠다.”

그녀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수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명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기 때문이다.

황제 폐하와 금수호 비서관.

아니, 이 두 사람이 왜 여기서?

또 김태주 회장과는 이렇게나 격의 없는 사이였나?

‘어떡하지?’

몸이 굳어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허둥대다가 즉시 무릎을 꿇고.

“폐하! 인사드리겠나이다. 저는 태홍 바이오 파주 지점을 맡은···,”

“아! 일어나라. 공식 석상도 아니니 구태여 예를 차릴 필요가 없다.”

“황송하옵니다.”

“네가 백두 그룹 욱철이 손녀인가?”

“그, 그렇사옵니다.”

“하하하, 욱철이와는 다르게 재능이 있구나. 스킬 수련 중이었나 보군.”

그들이 여기까지 따라온 이유.

금수호는 서필명을 만나기 위해, 황제는 막내아들 오황자 류진철을 보기 위해.

사실 다 핑계다.

황궁으로 돌아가기 싫은 거겠지.

서필명을 만나고 온 금수호가.

“에잉, 필명이가 얼굴이 확 폈더라고. 나가서 그렇게 좋나? 망할 놈, 내가 얼마나 귀여워해 줬는데.”

황제도.

“확실히 막내는 막내야. 나를 잡고 얼마나 서럽게 울던지···, 원래 막내가 가장 귀여운 법이지만, 그렇다고 한번 내린 황명을 번복할 수야 있나.”

금수호가 딱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제가 그렇게 결혼하지 마시라고 했는데.”

“···냄새나는 홀애비 새끼보다는 훨씬 낫지.”

“그래도 전 자유가 좋습니다.”

“자유와 외로움을 혼동하지 말게.”

“안 외로운데요?”

수련실 안에서도 황제와 금수호의 만담은 끊이지 않았다.

이 사람들 왜 집에 안 갈까?

정연희에게 볼 일이 있어 왔는데,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신호.

찌르르르!

배송이 왔다.

‘하필 이때···,’

하는 수 없다.

잠시 자리를 비울 수밖에.

“저 잠시 배가 아파서,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렇게 하게. 시원하게 싸고 와. 우린 얘기나 나누고 있을 테니까.”

“그럼.”

아아!

이번에도 화장실에서 확인하게 생겼다.

벌써 몇 번째인가?

일단 걸어가면서 공유창고에서 물건을 빼내고 다시 가득 채우고, 비어있는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러고 난 후, 당군악이 보낸 물건을 확인해보니.

‘응?’

공유창고엔 딸랑 아공간 가방 하나와 공기계 스마트폰이 있었다.

‘뭐지?’

늘 빼먹지 않고 보냈던 선도도 없다.

설마 또 망한 건가?

태주는 먼저 아공간 가방부터 확인했다.

그 안에서 나온 4개의 상자.

‘이건 뭐야?’

그중 하나를 열어보니.

“읏!”

진하게 풍겨오는 독물의 냄새.

정신이 나갈 정도였다.

이렇게 강한 독이?

심지어.

꿈틀!

“와!”

냄새만으로 독정이 반응했다.

뭔가 싶어 상자 안에 같이 놓인 종이를 읽어봤는데.

‘···인면지주?’

사람의 얼굴을 한 거대한 거미 요괴, 전설에서나 나올 독물, 놈에게서 채취한 독단이었다.

‘마, 맙소사!’

놀라서 까무러칠 지경.

상자를 마저 열었다.

만년오공 독단에, 환으로 빚은 독각화망의 독, 그리고 약물로 법제한 선학의 학정홍까지.

‘미치겠네.’

이걸 다 보냈다고?

태주에겐 선도보다 더 귀한 물건,

‘혼원무상독령공 10성은 충분하겠어.’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선계에서 독물이 넘어올 줄이야.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다.

게다가 각각의 종이엔 복용 방법과 순서까지 적혀있었다.

‘답례를 어떻게 하나?’

태주는 스마트폰도 확인했다.

‘영상도 보냈겠지?’

그냥 독물이나 선계 일상에 대한 내용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감히 예상도 하지 못했던 내용.

동영상이 진행되자 태주의 안색이 점점 굳어졌다.

‘어···, 천마?’

당군악이 이야기해주는 천마에 대한 자세한 정보.

‘아니, 이걸 어떻게···.’

강호 무림의 천마가 아니었다.

지구의 천마.

바룬시 밀 농장의 회주, 그놈은 천마가 맞았다.

무간지옥의 천마와 영혼이 연결된 진짜 천마였다.

그럼?

‘잡아야지.’

일단 혼원무상독령공부터 대성하고 나서.

< 사업 확장을 위한 첫 발걸음.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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