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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관수련 >
황천계 무간지옥에 천마를 만난 걸 시작으로 당군악의 설명이 쭉 이어졌다.
지구 천마의 이름은 천경호, 7년 전, 무한지옥에 수감된 강호의 천마와 영혼이 연결됐다고 한다.
‘얘들 둘은 사이가 안 좋네.’
같은 영혼인데 죽여달란다.
다 거기서 거기인 놈들인데도 말이다.
마공을 수련하다 입마에 들어 제 아내와 자식을 살해한 천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부모와 형을 죽인 존속 살해범, 천경호.
사이코패스에 소시오패스 새끼들.
한 명은 무간지옥에 있고, 한 명은 꽁지 빠지게 도망갔다.
‘절대 살려두면 안 되는 새끼야.’
천경호의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
추적부로 찾을 수 있게끔.
그래서 태주는 화장실 안에서 제정원 문경식 차장에게 전화했다.
- 네, 회장님, 문경식입니다.
“범죄자 신상 정보 좀 얻으려고 하는데, 가능할까요?”
- 얼마든지요.
“이름은 천경호이고, 나이는 마흔둘, 대전에서 군수업체인 평화 산업 사장 둘째 아들이었고···,”
당군악에서 들은 정보를 쭉 늘어놓자.
- 아! 기억이 납니다. 꽤 유명했습니다. 존속살해 용의자여서, 설마 마인인가요?
“비슷합니다. 특히 사진을 많이 확보해주세요. 되도록 자세하게 나온 걸로.”
- 즉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살짝 말끝을 흐리는 문경식.
그러고는.
- 혹시 폐하와 금수호 비서관과 함께 계시는지.
“네, 파주에 있어요. 황궁에 돌아가시면 좋겠는데, 좀 데려가세요.”
- ···아, 알아서 하시겠죠. 전 그냥 확인차, 하하하.
알아서 안 할 것 같은데?
아무튼 둘이 파주에 있든 말든, 이제 같이 다닐 여유가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혼원무상독령공 10성 달성.
그리고 천경호를 잡는다.
태주는 화장실을 나와 수련실로 돌아갔다.
황제가 씨익 웃으면서.
“오! 이제야 왔군. 변비인가?”
변비는 무슨.
태주는 정연희에게 다가갔다.
줄 건 주고 가자.
원래는 둘이 안 보는 곳에서 조용히 주려 했는데···,
현재 태주가 입고 있는 옷은 환상 여우 가죽 코트.
안 보이게 안주머니 속으로 손을 넣어서.
스윽,
무한공간에서 보검 하나를 꺼냈다.
깜짝 놀라는 황제, 금수호, 정연희.
“응?”
“어머?”
“저게···, 설마 그 코트, 아공간 주머니가 달려있나?”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역시 부자야. 코트에 아공간 주머니도 달고.”
그렇게 이해해주면 고맙지.
“연희씨, 이 검 어때요?”
“···네?”
“휘둘러보세요.”
“지, 지금요?”
“그래요.”
공동파 신물로 전해지다가 검선이 강탈해온 파사신검이었다.
복마검법의 원류가 공동파이기에 처음 꺼냈다.
휫! 휘리리릿! 파앗!
정연희는 파사신검으로 복마검법 초식을 펼쳤다.
“마음에 들어요?”
“네? 으음, 드, 들긴 하지만,”
당연히 마음에 들겠지.
강호에서도 이름난 보검 아닌가.
하지만 태주의 마음엔 들지 않았다.
왠지 정연희와는 맞지 않은 느낌.
무엇보다 너무 크고 두껍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작은 검으로.
화산파의 명검 중 하나, 자하검.
검면에 매화꽃 문양이 새겨진 아름다운 검이다.
“이거도 써봐요.”
“···어, 아, 알았어요.”
피핏! 피리리릿! 팟!
소리가 조금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
태주는 하나 더 꺼냈다.
아미파 장문인 연화신니가 쓰던 독문병기인 대라신검.
“이것도.”
“···.”
품속에서 연신 보검이 나오자 휘둥그레지는 사람들.
아공간은 그렇다 치고, 저게 다 어디서 난거지?
츠핏! 츠피릿! 피피피핏!
공기를 가르는 파공음.
수련장에 번쩍이는 검광.
속도가 더 빨라지고 매서워졌다.
됐다.
딱 알맞다.
“가지세요.”
“뭐, 뭘요?”
“지금 그 검.”
침을 꿀꺽 삼키는 정연희.
휘둘러봐서 안다.
이 검이 얼마나 좋은 건지.
엘리트 마나 결정체가 들어간 무기보다 훨씬 나았다.
따라서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검.
“···어떻게 이, 이걸.”
“보너스라고 생각해요.”
“아아아, 감사하지만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럼 더 열심히 일해주시고.”
나머지 검은 다시 무한공간에 넣고.
그런데 뒤통수가 따갑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보니.
“···.”
황제가 자신을 뜨겁게 노려보고 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왜 나는? 금수호도 주고 정연희도 줬는데, 왜 나는?
“나도 자네 회사에 입사하면 안 되나?”
“···황제 폐하시잖아요.”
“겸직하면···, 열심히, 개처럼 일하겠네.”
“되겠습니까?”
“그럼 아까 그 검 중에 아무거나 하나, 돈으로 사겠네. 얼마면 될까?”
“팔고 싶어도 못 팝니다. 줘야 할 사람이 있거든요. 숫자가 딱 맞아서.”
“그럼 수호는?”
태주가 금수호에게 준 검은 무당의 태청검.
“그게 딱 한 자루 남는 거여서.”
애처로운 황제의 눈빛.
마음이 약해진다.
그러나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한편 금수호는 마음이 불안했다.
김태주 회장에게 검을 얻기란 불가능한 것 같고.
황제가 어떻게 나올지 뻔하다.
바라는 건 다 이루어지고, 가지고 싶은 건 다 가지는 사람인데.
‘내 검을 노릴지도 몰라.’
지금도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지 않나.
제국의 이름난 장인들이 합심하여, 최고의 재료로 만들어진 대검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것까지 뺏길 순 없어.’
그래서 금수호는 검 자루를 손에 꽉 잡고 정연희에게,
“스킬 수련 중이라 했지?”
“으음, 네네.”
“검도 하나 얻었으니 나하고 어울려보는 게 어떻겠느냐?”
“가르침을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등급은?”
“슈페리어 익스퍼트이옵니다.”
태주가 깜짝 놀랐다.
그새?
미들 익스퍼트에 오른 지 얼마나 됐다고?
하긴, 특성이 무려 검후인데.
“인재로구나. 제국의 미래가 밝아. 그럼 검을 맞대보자꾸나.”
“감사합니다.”
수련장에 선 두 사람.
손이 근질근질 할 것이다.
둘 다 좋은 검을 가졌으니 써보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나?
금수호가 호기롭게 외쳤다.
“오너라! ”
정연희가 먼저 검을 뻗었다.
채챙!
부딪히는 검.
수련장 안에 검광이 난무했다.
검후가 될 자질을 타고 난 정연희, 황제 다음으로 강한 각성자 금수호.
“좋구나!”
채챙! 채채채챙!
정연희의 스킬은 단순하지 않았다.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각각의 변화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서로 연계하면서 마치 하나의 검술처럼 펼쳐졌다.
금수호는 깜짝 놀랐다.
이런 식의 변화를 보이는 스킬이라니.
그래서 잠시 검을 멈추고,
“···대체 이 스킬의 이름이 뭔가?”
“아무리 금비서관님이시지만 각성자에게 스킬의 이름을 함부로 묻는 건 실례입니다.”
“허어, 그렇군. 미안하네. 다시 가지.”
채챙!
한층 더 격렬해진 대련.
우우웅!
휘몰아치는 마나.
황제도 멍하니 두 사람의 대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금수호의 실력을 잘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정연희의 스킬을 봐주고 가르치는 방식으로 대련이 전개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팽팽하다.
비록 힘에선 정연희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기묘한 스킬의 힘으로 금수호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허허,”
자신도 각성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나도 간다!”
황제가 대련에 난입했다.
채채챙! 챙챙!
검광이 수련실을 가득 채웠다.
어느새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세 사람.
“쯧, 검사들이란···,”
“냐앙?”
품속에서 자다가 머리를 내민 일백이.
“더 자. 나오지 말고.”
“냥.”
태주는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저 조용히 수련장을 나가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로 구례로 출발했다.
알아서 잘 놀다가 가겠지.
※ ※ ※
태주가 구례에 도착해 처음 간 곳은 바로 백화점이었다.
섭취해야 할 독이 무려 4가지.
무려 선계의 이웃에 있는 요마계에서 채취한 독물들.
평범할 리 있나?
하나 소화하는 데도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군악도 하나를 완전하게 소화하고 나서 다음 독을 먹으라고 당부했다.
독을 완전하게 다 복용하기까지 최소 보름 이상은 걸릴 거라고.
15일.
폐관 수련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방해받으면 안 된다.
자택 지하에서 엄중한 방비 아래 복용할 계획이다.
그런데 중간에 배송 신호가 오면?
무조건 물건 보내야지.
15일이면 최소 신호가 최소 3번에서 4번 이상은 올 것이다.
어쩌면 5번 올 수도.
그래서 백화점에 왔다.
무한공간 꽉 채웠다가 바로바로 보낼 수 있게.
미리 연락을 받고 나온 구례 백화점 사장.
백화점 초특급 VVIP 고객이 바로 태홍 바이오 김태주다.
당연히 달려와야지.
“아이고! 회장님, 그동안 뜸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음껏 쇼핑하려고요.”
“지금 문 닫을까요?”
“아뇨. 기다리죠.”
폐점 시간까지 한 시간 정도.
다른 사람의 쇼핑을 방해할 필요가 있나?
이윽고 백화점이 문을 닫았다.
VVIP 전담 직원들이 태주를 안내했다.
1층엔 화장품과 명품 매장.
선계엔 선자, 즉 여자들도 많다고 하니.
“여기서 저기까지 다 주세요.”
“네?”
“아니, 그냥 이 매장 전부 다 삽니다.”
“···어어, 아, 알겠습니다.”
태주의 쇼핑 방법.
물건이 아니라 매장을 통째로 샀다.
시계 매장도 통째로, 명품 매장도 통째로, 의류매장도 통째로, 신발매장, 전자 제품, 가구, 건강, 식품관···,
백화점을 찢었다.
돈으로 따져도 몇백억 단위.
하지만 뭐가 아까울까?
“물건들은 태홍 바이오 단지에 창고 아시죠? 거기로 배달해주시면 됩니다.”
“야근해서라도 완료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박스 포장을 벗겨서요.”
“무, 물건에 흠집이 날수도···,”
“괜찮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백화점을 나가자,
“안녕히 가십시오.”
구십도 인사로 배웅하는 직원들.
이제 울트라 초특급 VVVIP 고객쯤 되려나?
태주가 사용하는 전용 창고엔 이미 사둔 물건도 많았다.
전동 킥보드, 전동 스쿠터, 엘리트 마나 결정체를 이용하는 자가 발전기.
나중에 창고로 가서 배달된 물건들과 함께 무한공간에 집어넣으면 그만.
‘바로 넣을 수 있게 준비해둬야지.’
머릿속에서 울리는 배송 신호.
처음 독을 섭취할 때만 안 오면 된다.
그때는 무척 고통스러워서 신호도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독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뜨면 문제없다.
태주는 수련 도중에 10성에 오른다고 해도 4개의 독물을 끝까지 먹을 생각.
혼원무상독령공 대성에 천마 척살도 중요하지만 마나 거부증 치료제도 시급하다.
반드시 만들어 내겠다고 백홍표 사장에게 큰소리 떵떵 쳤는데.
300년 전, 전 세계 인구는 80억이었다.
하지만 마나의 침범으로 거의 절멸 수준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후 폭발적인 인구 성장으로 40억 가까이 성장했지만
여전히 남은 문제.
바로 마나 거부자들.
전체 인구의 5%가 마나 거부자로 추산된다.
만약 치료제 개발이 성공하면 인류의 대혁명이 될 것이다.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
현대 과학으로도 발명해내지 못한 치료제.
이건 그동안 만들어온 해독제나 회복제, 생기불끈이나 새살쑥쑥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 생산되는 약(藥)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나?
죄다 마나를 품고 있다.
그래서 마나 거부자에겐 약이 곧 독.
반대로 접근하자.
약이 아닌 독으로.
그러기 위해선 대성해야 한다.
독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도록.
‘꼭 만들어 낸다.’
물론 순서는 정해져 있다.
혼원무상독령공 대성, 다음은 천마를 잡고, 그러고 나서 신약 연구에 매진해야지.
※ ※ ※
태주는 백창훈과 장순철을 포함한 8명의 제자를 불러 모았다.
무한공간에서 빼놓은 8자루의 검을 주면서.
“이거 한 자루씩 나눠 가져라.”
“이, 이거 진짜 비싼 거 같은데···,”
“비싼 거 맞아.”
창훈이와 순철이가 먼저 골랐다.
연신 검을 휘둘러보면서,
“대박! 무게중심이 딱 맞습니다.”
“엘리트 무기인가?”
“에이, 그깟 건 여기 비비지도 못해.”
“근데 이걸 주신다고요? ···은혜를 언제 다시 갚지?”
“한 세 번은 다시 태어나야 할 듯.”
이 두 놈은 자신을 스스럼없이 대한다.
함께 해온 시간이 있으니까.
하지만 나머지 6명과는 아직 서먹서먹하다.
원체 밖으로 나돌다 보니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그렇다.
‘곧 친해지겠지.’
그래도 이름과 신상은 다 외웠다.
다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백 원장이 거둔 고아원 출신의 태균이.
얼굴이 예쁘지만 성질은 왈가닥 같은 승혜.
병든 어머님을 간호하며 가장 노릇을 하는 도윤이.
역시 고아원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가은이.
정의감이 투철해 사고도 많이 치지만 배려심이 남다른 유환이.
앞으로 제자들과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중 하나.
파주 영지 DMZ 마수 밀집지대 대토벌 작전.
외부 지원 없이 오로지 제자들만의 힘으로 이룰 생각이다.
‘슬슬 준비나 해볼까?’
태주는 창훈이와 순철이를 불렀다.
“내가 당분간 수련을 할 예정이거든. 그래서 너희들이 해줄 일이 있어.”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밖에서 지켜줄 사람이 필요해. 당분간 아이들과 함께 내 집에서 지내.”
“알겠습니다. 누구도 접근하지 못하게 목숨을 걸고···,”
“그럴 필요까진 없고.”
폐관 수련 장소는 태주의 자택, 지하 수련실.
“지하 수련장에 들어가면 철문을 바깥에서 용접해버려.”
“···아! 네네.”
“그리고,”
태주는 이백이를 품에서 꺼냈다.
“야앙?”
“이놈 먹을 것도 챙겨주고, ···같이 놀면 되겠다.”
일이삼백이와도 잠시 이별.
그리고 백서연과 백홍표를 각각 찾아가 사정을 설명한 후, 백화점 물건들이 배송된 창고로 가서 모조리 무한공간에 집어넣었다.
마침내 폐관 수련 당일.
지하 수련실로 들어가 철문을 닫고,
치치치직! 치치칙!
바깥에서 용접까지 완전히 끝낸 후에.
“후우!”
태주는 심호흡을 하고 난 뒤, 먼저 만년오공 독단을 꺼냈다.
‘독단은 씹지 말고 한 번에···,’
꿀꺽!
뱃속으로 넘어간 만년오공 독단.
‘으흠, 잠잠한데.’
별 반응이 없다.
전엔 냄새만으로 꿈틀거리더니.
그때였다.
짜릿!
“···어?”
반응이 온다.
“윽!”
통증이 느껴졌다.
점점 더 심해진다.
“끄으으으윽!”
끝도 없이 더해졌다.
눈앞이 캄캄하다.
‘주, 죽는 건 아니겠지?’
지금까지 수많은 독을 먹어왔지만 이 정도 고통은 처음.
“큭!”
태주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몸을 일으킬 수도 없었다.
찌이이이잉!
세차게 진동하는 독정.
자연스럽게 혼원무상독령공이 운기되기 시작했다.
< 폐관수련 > 끝
ⓒ 꾸찌꾸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