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 >
아메리카 공화국과 삼한 제국은 오래된 우방국.
그래서 이번 마나 거부증 치료제 3차 임상 제외 소식은 공화국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삼한주재 아메리카 대사가 황궁으로 들어가 외교부 장관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전과 입장이 바뀌었다.
기자들의 후속 취재가 이어졌다.
황궁 홍보실로 쏟아지는 문의.
결국 또 한 번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황궁 홍보관에 가득 모인 외신 기자들.
먼저 치료제의 안전성부터 걸고 나왔다.
“치료제에 부작용은 없습니까?”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시길 바랍니다.”
“치료제엔 우리가 독으로 알고 있는 물질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요.”
“독이? 어떤 성분이길래?”
“주로 마나를 삭제하는 성분이 들어간 독이죠. 그래서 적합자들과 각성자들에겐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마나 거부자에겐 해가 없고요. 병원과 연계해 마나 거부자에게만 주사제로 투여될 겁니다.”
간단한 말이다.
각성자와 적합자에겐 독, 그러나 마나 거부자에겐 약.
아메리카 공화국 출신의 한 기자가 손을 들고 말했다.
“아메리카 공화국이 3차 임상에서 제외된 이유가 뭡니까? 정확한 사유를 말씀해주십시오.”
그러자 황궁 홍보실 대변인이 대답했다.
“아직 개발 완료가 끝나지 않은 치료제입니다. 완전성을 위해선 불법 카피는 무조건 막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카 기자가 날 선 어조로 쏘아붙였다.
“우리가 치료제를 불법 복제하기라도 한단 말입니까?”
“이미 전적이 있잖아요. 3차 임상에 참여한다는 핑계로 치료제 몰래 빼돌려 카피를 시도할지도 모르고.”
“무슨?”
“피로회복 드링크제만 해도 그렇죠. 원본보다 못한 카피약 주제에,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 그건.”
“또한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주성분이 독(毒)인 치료제입니다. 멋모르고 복제를 시도해서 엉터리 카피약이 출시되면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대변인의 단호한 말에 질문한 기자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또 다른 기자가 손을 들면서,
“그렇다면 향후 완전한 치료제가 나오면 아메리카 공화국에도 정식으로 출시될 예정입니까?”
“글쎄요. 아직 개발이 완료된 상태가 아니라서.”
“그러니까, 개발이 완료되었을 때 말입니다.”
“수출국 선정은 제 권한이 아닙니다. 나중에 따로 발표가 있을 겁니다. 그럼 이만 기자회견 마칩니다.”
“자, 잠시만요! 아메리카 공화국에도 수천만 명의 마나 거부자들이···,”
기자회견이 끝났다.
이제 기사가 터질 시간.
아메리카 공화국의 모든 신문과 언론에서 마나 거부증 치료제에 관한 내용이 쏟아졌다.
<마나 거부증 치료제 개발 성공! 인류의 위대한 발걸음, 하지만 아메리카 공화국은?>
<아메리카 공화국, 3차 임상 시험에서 제외 확실.>
<기어코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완전한 치료제도 아메리카로 공급될지 불분명,>
<삼한의 대변인 말은 변명이 아니었다. 실제 치료제에 독성분이 가득. 무단 복제 시 매우 위험할 수도.>
<치료제 개발이 불가능할 거라고 떠들던 앵무새들 다 어디로 갔나?>
아메리카 시민들의 반응은,
└ 진짜 만들었다고? 거짓말 아냐?
└ 거짓말은 아니야. 삼한 제국에 친구가 말해줬어. 인터뷰에 나오는 환자들, 실제 초중증의 마나 거부자들이었고, 가뿐하게 일상생활 하고 있데.
└ ···하아, 내 동생이 마나 거부증인데, 어떻게 3차 임상에 포함될 방법이 없나?
└ 우린 제외국이니까, 심지어 치료제가 영영 수출 안 될지도 모르잖아.
└ 방법은 있어.
└ 뭔데?
└ 귀화해야지. 다른 나라로.
동시에 터져 나온 성토.
<불법 카피가 문제였다. 화이백 제약에 대한 비난 여론 들끓어.>
<화이백 CEO, 프레드 밀러의 입장은? 현재 어떤 코멘트도 내놓지 않고 있어.>
<정부도 책임이 있다. 불법 카피가 확실한데도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 것이 실수.>
<마나 거부자 및 가족들, 백악관으로 몰려가 시위에 나서.>
<경찰 추산 1만 명, 집회 측 추산 50만의 시위대, 카피 사건 가담자, 구속 수사 요구>
└ 이게 다 프레드 밀러, 그 새끼 때문이야.
└ 기술도 없는 새끼가 복제약이나 팔아먹고.
└ 내가 진짜를 먹어봤잖아? 상대도 안 되더라. 가격도 싸고.
└ 화이백은 망해야 해. 그래야 진짜 피로회복 드링크도 들어오고, 마나 거부증 치료제도 들어오고.
※ ※ ※
빌리 피트먼 대통령은 백악관 긴급 참모 회의를 진행 중이었다.
정보요원들을 투입해서 미리 알아봤다.
치료제는 진짜였다.
거의 완성된 거나 마찬가지.
3차 임상은 약의 완전성을 높이고 투여 횟수를 줄이는 작업에 불과할 뿐.
순식간에 여론이 뒤바뀌었다.
언론도 등을 돌렸다.
폭락하고 있는 지지율은 덤.
지금도 바깥에선 시위대의 함성이 들려왔다.
“주사제 방식으로 유통할 거라고?”
“네, 병원과 연계해서 엄격한 관리하에 치료제를 투여할 예정이랍니다.”
“그렇다면 우회 수입은 힘들겠군.”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애초에 물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커서···, 반드시 수출 대상국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후우.”
빌리 피트먼은 깊은 후회의 한숨을 쉬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카피약 사태를 무조건 빨리 해결했을 텐데.
현재 분위기가 심각하다.
같은 당 의원에게까지 공격받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 쪽은 차라리 애교 수준.
사람의 생명이 달려있다.
빌리 피트먼도 그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마나 거부증 치료제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딸 레이첼,
그 애를 살릴 자신은 있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치료제를 구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국민들은?
아메리카 대통령이란 자가 국민들은 나 몰라라 하고 자신의 딸만을 위해 치료제를 구해서 맞힌다?
재선은 물 건너간다.
정계 은퇴, 아니 사회적으로 사망, 인생이 끝장날 수도 있다.
딸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아메리카 공화국 국민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마나 거부증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태홍 바이오에도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제국 정부에 문의하라는 답변만.
어쩔 수 없다.
빌리 피트먼은 마음을 다잡고 핫라인으로 삼한 제국의 황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혹시 전화가 안 되는 건 아닌지,
뚜우, 뚜우, 뚜우···,
그러나 다행히도,
딸깍,
전화를 받았다.
“접니다, 빌리 피트먼.”
- 음? 왜 전화했소?
빌리 피트먼은 자세를 낮추기로 마음먹었다.
“다 내 잘못입니다. 너그럽게 용서해 주십시오.”
- 뭘 말이오?
“불법 카피약 해결에 관한 정당한 요구를 묵살한 것 말입니다.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사실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 허허, 거참! 왜 나한테 사과하는지, 난 당사자도 아니고 정작 사과받을 사람은 따로 있는데.
“대신 김태주 회장에게 전해주십시오. 어떤 요구든 받아들이겠다고, 제발 아메리카 공화국에 치료제를 공급해주시면 결코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 그야 어렵지 않소. 사람의 생명이 달린 일인데···, 하지만 그쪽에서도 성의는 보여주셔야지.
“성의라면?”
- 화이백, 프레드 밀러, 그냥 그대로 둘 거요?
“천만에요. 공화국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입니다.”
- 그럼 해보시오. 지켜보고 있을 테니.
“네, 보여드리죠. 마음에 꼭 들 겁니다.”
처벌 수위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삼한 황제의 말.
사실 그도 오래 끌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아메리카 공화국에도 수출이 되어야 하니까.
- 아! 그리고 아공간 아이템이 필요한데, 혹시 남는 거 있소? 값은 제대로 치러드리리다.
“바로 준비해서 보내드리죠.”
이제 공은 빌리 피트먼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 ※ ※
화이백 CEO, 프레드 밀러는 예상치도 못한 날벼락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마나 거부증 치료제가 진짜였다고?
거기에 아메리카 공화국 3차 임상 제외.
그 원인이 고스란히 화이백에게 씌워졌다.
여론이 완전하게 등을 돌렸다.
“제기랄!”
마나 거부증 치료제 성공이 알려지자마자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주주들이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문제를 삼고 나섰다.
“망할 놈들이!”
피로회복 드링크제 출시 후,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을 땐 그렇게 좋아하더니.
프레드 밀러는 몸을 사리기로 했다.
당분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이 폭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마나 거부증 치료제라고?
까짓거 복제하면 되지.
안되는 게 어딨어?
실제로 그러기로 마음먹었다.
성공하면 아메리카 공화국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프레드 밀러의 생각은 망상에 불과했다.
<빌리 피트먼 대통령, 화이백에 대한 긴급 명령권 발동.>
<화이백 약품 제조 시설과 공장, 저장고 압류 지시.>
<불법 카피로 얻은 수익금 환수 조치, 추징금도 최고 한도로 부과.>
<미 공화국 수사국 RBI, 화이백 본사 압수수색 예정.>
“이런 퍼킹!!!”
일단 몸을 피하는 게 좋을 듯,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벌컥!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검은 양복의 사람들.
“프레드 밀러?”
“누, 누구?”
“RBI 수사팀, 당신을 불법 복제와 탈세 혐의로 긴급 체포합니다.”
이미 늦었다.
“···변호사 불러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그거야 당신 권리니까. 그런데 변호사 부를 돈이나 있어?”
“무슨?”
“오늘부로 은행 계좌, 부동산, 모조리 압류된 거 모르시나?”
“왓더···,”
“당신 지금 끝장난 거야. 하지만 밥은 걱정하지 마. 교도소에서 평생 먹여줄 테니까.”
“···.”
절망 가득한 프레드의 눈동자.
재기의 기회가 있으려나?
아마 없을 것이다.
※ ※ ※
삼한 제국.
현재 모든 방송과 언론은 모두 마나 거부증 치료제 이야기뿐.
약이 출시되었을 때 일어날 경제적 효과, 혜택을 받게 될 환자들의 인터뷰, 어떻게 하면 3차 임상 대상자에 포함될 수 있을지.
제국 곳곳의 중증 마나 거부자 혹은 그 가족들이 구례로 몰려왔다.
제발 임상에 참여시켜 달라면서.
아예 태홍 바이오 본사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안전을 위해 인근 지리산 방어부대가 출동해 태홍 바이오 직원들 경호에 나설 정도.
백서연이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섰다.
“3차 임상에 대한 모든 절차와 권한은 제국 정부에게 위임했습니다. 공정한 방식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기로 약속했으니, 믿고 기다려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을 이해합니다만, 제발 마음을 굳게 가지고 기다려주십시오. 이런 행동은 치료제 생산에 차질을 빚을 뿐입니다.”
다행히 잘 해결되었다.
제국 정부도 화답했다.
진짜 심각한 증상의 환자들, 생명 유지 장치를 주렁주렁 달고도 당장 내일을 장담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특별히 임상 시험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해외에서도 중증의 마나 거부자들이 항공기를 통해 속속 입국하고 있었다.
태주도 뉴서울 공장 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임상 시험을 위한 치료제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대량생산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약재도 확보해야 하고, 설비도 갖춰져야 하고, 공장 직원들 교육도 시켜야 하고,
그 기간 안에 3차 임상 끝낸다.
3차 임상은 뉴서울의 대형 종합 병원에서 실시될 것이다.
주사제 투입 방식으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투여할 예정.
그래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들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태주는 연구원들과 구례에서 파견된 베테랑 작업자들도 불렀다.
나중엔 이들이 생산을 담당할 주요 인력이 될 터.
“이, 이건 무슨 꽃입니까?”
“마나 거부증 치료제에 들어갈 핵심적인 재료요. 이게 없으면 못 만들어요.”
“아아···, 꽃향기가 너무 좋습니다. 냄새만 맡아도 힘이 펄펄 나는 것 같습니다.”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꽃잎 하나라도 낭비하지 말고.”
“당연하죠.”
일단 천계 꽃이라는 재료를 낭비하지 않고 알뜰하게 추출하는 방법부터.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금정화와 음양화의 성분 추출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동시에 추출된 재료와 독물을 섞어 최적화된 조합식 레시피도 만들었다.
약효를 최대한 끌어올려 본다.
그리하여 서로 다른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10가지의 샘플 치료제들.
재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찌르르르,
이렇게 3일, 혹은 4일에 한 번씩, 천계 꽃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태주는 공유창고를 열었다.
“하하하.”
보기만 해도 좋다.
공유창고에 꽃송이가 한가득.
그리고 아공간 가방과 호리병박에도.
두 가지 아공간 아이템은 당군악에게 넘겼다.
저쪽에서 꽃들이 많이 넘어와야 하니까.
‘아공간이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
황제에게 부탁했으니 조만간에 응답이 오겠지.
서둘러 물건을 옮기고, 호리병박과 아공간 가방에 든 것도 싹 비우고, 빠르게 물건 채워 보내고.
이제 스마트폰 확인.
태주는 당군악이 최근에 찍은 영상을 실행했다.
그러자,
- 태주 아저씨! 우리가 보낸 꽃으로 사람들 많이 많이 살려주세요!
깜짝 놀랐다.
갑자기?
선계에 웬 아이들?
-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어요. 맛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초콜릿도 말씀드려야지!
- 맞아! 젤리와 사탕도.
- 우리 무랍이가 검선님보다 게임 잘해요!
- 검선님, 무랍이에게 져서 울었데요.
- 이놈들아! 내가 언제!
- 게임 패드도 부쉈데요.
- 이 고자질쟁이들이!
- 와아! 도망가자!
검선도 특별 출연해줬고.
다음 영상에서 아이들이 나온 이유를 알았다.
당군악이 직접 나와서 설명해주었다.
“아!”
천인들이었구나.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천사들.
갑자기 눈이 시큰해졌다.
지구의 마나 거부자들을 위해 천사들까지 나서주고 있었다.
이어지는 당군악의 말.
- 혹시 아이들을 위한 영상 컨텐츠는 없을까? 게임도 좋고, 과자, 음료수 같은 간식거리에, 아동복이나 신발, 뭐, 그런 거 말이네.
당연히 있지.
없어도 만들어야지.
최고급품으로 잔뜩 준비해야지.
< 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준비 > 끝
ⓒ 꾸찌꾸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