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15화 (115/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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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마법사. >

마나 거부증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천형의 불치병이 주사 몇 대로 치유되고 있었다.

그전에도 기적이 있긴 했다.

매우 희박한 확률로 마나 거부증을 극복한 사례 말이다.

과연 어떻게 기적이 이루어졌을까?

과학자들이 자세히 조사해보려 했지만 표본도 극히 부족했고, 극복했던 사람들이 연구 대상이 되는 걸 거부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나름의 통계는 확보했다.

기적을 경험한 마나 거부자들의 공통점.

하나같이 권력자들, 혹은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이었다.

마나 거부증 완치 기적 또한 가진 자들만의 전유물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돈이 많고 집안도 좋아서 다른 마나 거부자들보다 더 섬세한 관리를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여기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그들은 기적을 경험한 것이 아니다.

유럽 제국의 네오 베를린의 한 고층 빌딩.

블랙 타워, 흑마탑이라 불리는 건물 최상층에 모인 5명의 사람들, 유럽의 밤을 지배하는 블랙 마피아의 장로들이었다.

“에드워드, 거부증 치료제는 분석해봤습니까?”

“어렵게 하나를 구해 들여다봤어요. 주로 마나를 삭제시켜주는 독이 맞았습니다. 하지만 분석이 안 되는 물질도 섞여 있더군요.”

“어떤?”

“글쎄, 아무튼 통째로 먹어봤는데,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건 분명했어요. 마치 신성력 같은···,”

“신성력? 지구에도 신이 존재했나?”

“그럴 리가요, 어쨌든 갑자기 그런 약이 튀어나오다니, 진짜 예상도 못 했어요.”

“눈 뜨고 당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마나 거부증 치료.

사실 흑마탑, 블랙 마피아의 주요 비즈니스 중 하나였다.

흑마법을 이용해서 마나 거부증을 고쳐왔다.

저 먼 이계의 차원에서 최하급 마물을 소환해 마나 거부자들의 심장에 이식하는 방식.

이 최하급 마물은 크기가 매우 작지만 고유한 특성이 있었다.

숙주에 기생해 마나를 천천히, 오래오래 흡수한다.

비록 심장에 마물 하나를 키우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효과는 이거 말고도 더 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마물을 이식한 대상자가 소환자의 노예가 된다.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겨나는 식으로.

또한 흑마법의 힘으로 시스템 각성까지 시킬 수 있고.

권력자와 부유한 자들의 마나 거부자 가족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걸로 돈도 벌고, 세력도 넓혀나갔다.

“아메리카 공화국 빌리 피트먼 대통령도 치료제를 받았겠죠?”

“너무 아쉬워요. 빨리 접근했어야 했는데 괜히 뜸 들이다가···,”

빌리 피트먼의 딸 레이첼 피트먼도 블랙 마피아가 노리던 목표.

증세가 악화하여 대통령이 절망에 빠지면 딸의 치유를 대가로 슬며시 접근해 백악관을 장악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치료제라니!

그것도 삼한 제국에서.

이게 바로 블랙 마피아 최고 장로 회의가 열린 이유였다.

“김태주, 그놈, 혹시 영혼 연결자일까요? 아니면 제자거나.”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만약 확실하다면 연금술 계열의 영혼일 듯합니다.”

“훗! 연금술? 고작 그따위 걸로.”

“무시하면 안 됩니다. 시스템 각성 마스터들도 그의 독엔 꼼짝 못 한다는 말이 들릴 정도니.”

“그래봤자 연금술이죠.”

가소로울 뿐이었다.

위대한 흑마법에 비교조차 안 되는 능력.

“그분께서 노여워하실까 두렵습니다. 카르멘, 어떠시던가요?”

“별말씀 안 하셨지만···, 알잖아요?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분이란 걸.”

“나도 압니다. 카르멘, 당신 생각을 묻는 거예요.”

“하아! 당연히 기분이 안 좋으시겠죠. 아무리 그분이라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습니다.”

“어떻게 하려고요?”

“최소한 우리 일을 방해한 것에 대해 응징 정도는 해야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놔두면 안 된다.

알고 했건 모르고 했건 그건 중요치 않다.

그놈 때문에 블랙 마피아의 주요 비즈니스가 중단됐고, 체면이 구겨졌으며, 그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모두 응징에 동의하십니까?”

“네.”

“동의.”

“죽입시다.”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놈을 죽이면 치료제 생산이 중단될지도 모르니까요.”

“좋습니다! 그럼 방식은?”

“하청을 씁시다. 암살 길드 놈들 말이에요.”

“아! 그 쓰레기들? 뭐, 한번 쓰고 버리기엔 부족함이 없긴 합니다.”

그러자 에드워드라고 불렸던 장로가 말했다.

“쓰레기들로는 부족할 수도 있어요.”

“그럼?”

“제가 따라가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삼한 제국에 갈 일이 있어서.”

“일이라니요?”

“전에 이야기했습니다만, 우리 조직원도 아닌 놈이 뱀파릭 터치를 사용한 정황이 있었다고,”

“아! 프리 바르셀에서 있었던 그 사건 말이군요.”

보고가 들어왔었다.

뱀파릭 터치, 생기 흡수.

흑마법이 유출되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도와줄 건 없을까요?”

“필요 없습니다. 저 혼자 충분합니다. 그깟 연금술 정도는.”

그렇게 응징이 결정됐다.

장로들은 7클래스 경지의 흑마법사들.

따라서 삼한 제국의 김태주는 이미 죽어있는 거와 마찬가지다.

의심의 여지 없이, 모두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 ※ ※

선계(仙界).

당군악은 멀티플렉스 한 관을 천인들 전용관으로 만들었다.

역시 펭귄과 상어가 제일 인기.

천인들에겐 여기가 바로 천국이었다.

지루한 천계보다 훨씬 나았다.

아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넘어왔다.

천인들은 다 공짜.

신용패도 만들어주지 않았다.

천계 꽃을 가지고 오든, 안 가지고 오든.

영화를 보는 아이도 있고, 게임을 하는 아이도 있고, 또···

“모두 준비됐니?”

검선이 만든 도로 위에 길게 늘어선 전동카들.

선두엔 해맑은 해맑 선녀가 타고 있었다.

“네네, 선녀님!!!”

“그럼 가자!”

위잉! 위이이이잉! 윙윙윙윙!

빠르게 출발하는 전동카.

“달려!”

“와아아앙!”

“꺄아아악!”

“내가 간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귀곡 선인이 당군악에게 말했다.

“저거 오래가오?”

“3개월은 끄떡없다고 들었소.”

“그래도 중간중간에 충전소를 만들어야지. 그러려면 발전기들이 더 필요할 텐데.”

“태주가 보내주기로 했소, 아마 다음 배송 때 발전기가 더 올 거요.”

윙윙윙윙!

전동카가 도로를 질주했다.

벌써 한 바퀴 돌았나?

“쯧쯧, 불안해. 아무리 천인이지만 저러다 사고라도 나면···,”

아이들은 천인들이다.

사고가 나도 아무렇지도 않다.

다만 놀라지 않을까 걱정스러울 뿐.

“단주 선인이 만든 균형 부적이 있어서 전복되거나 쓰러지진 않을 거요. 안전벨트도 메고 있고.”

“애 키우기 힘든 세상이군.”

“우리가 더 노력해야지.”

“그래서 말인데, 이건 어떻소?”

“뭘 말이오?”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만한 공간을 만들어봅시다. 여기 선계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라,

“음? 어떤···?”

“예를 들어 놀이공원 말이오. 이름 붙이자면 선계월드.”

“허허!”

놀이공원.

괜찮은 생각이다.

땅도 남아도는데.

“놀이기구들은 나무로 만들어도 되고, 태주에게 놀이공원 설계도를 부탁해봐야겠군.”

“허허, 회전목마, 관람차도 빼먹지 마시오. 그 뭐냐···, 물을 흘려보내 미끄러지는 것도 만들고, 아! 물 하니까 생각나는 건데, 워터파크도 좋겠소.”

“···근데 어째 주선이 더 기대하는 것 같소만?”

“험험, 기분 탓일 거요.”

옆에 있던 주선 태백 선인도 호기심이 생기는 듯 물었다.

“선계월드? 그건 또 뭐요?”

“청룡 열차를 비롯한 온갖 놀이기구들이 있는 공원이지.”

“청룡? 동해 용왕이 여기서 왜 나와?”

“그게 아니라···,”

당군악이 설명을 시작했다.

호기심이 생기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주선.

“어떠시오? 동참하시겠소?”

“못할 것 없지.”

선계월드의 건설 계획.

솔직히 생각이나 했을까?

“태주 대협 덕분에 이런 것도 시도해보는군.”

“참 고마운 사람이지.”

“영원히 함께 했으면 좋겠소. ···아직 인간인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해도.”

점차 표정이 어두워지는 당군악.

“하아, 그게 요즘 내가 하는 걱정이요.”

주선이 물었다.

“인간이라는 것이 걱정이다?”

“비슷하지.”

“정해진 수명 때문에? 등선하면 되지 않소? 이미 선기가 가득 차 있을 텐데.”

“그의 세상에 선계가 있을 리가.”

“···듣고 보니 그렇군.”

태주의 세상은 이곳과 전혀 다르다.

선계도, 천계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

“사실 수명이 문제가 아니요. 태주는 오래오래 살 거요. 다만 지구에 천마 같은 놈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걱정되어서···,”

“영혼 연결 말이군. 흐음, 하나가 아닐지도 모르지. 천마보다 더 강한 놈이 나타날지도.”

대화를 듣고 있던 갈홍 선인이 무심코 말했다.

“쯧, 선도가 아니라 천도를 보약 삼아 먹이면 이런 걱정 안 해도 될 텐데.”

그때였다.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드는 당군악.

“···천도?”

“그렇소. 감질나게 선도 백 개씩 먹는 것보다···, 어?”

“아!”

“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탄성,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흐음, 천도라.”

“맞아. 원숭이 새끼도 처먹는 천도를 태주 대협이 왜 못 먹나?”

“대책을 세워봅시다.”

선계에서 지구로, 천도 배송 계획이 수립되는 순간이었다.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마나 치료제 MRC 생산은 순조로웠고, 2차 출고도 곧 이루어질 예정.

태주는 파주에 있었다.

드디어 태홍 바이오 파주 공장이 완공됐기 때문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준공식은 약식으로.

소수의 회사 사람들끼리 모여 간단하게 하려고 했지만 의외로 많이 왔다.

정연희, 서필명, 류진철 등 기존 파주의 인원, 백서연을 비롯한 구례 본사 직원, 뉴서울 지점 직원, 그리고 백두 그룹 정욱철 회장까지.

행사는 금방 마쳤다.

바로 공장을 돌려야 하니까.

태주는 일백이를 품에 안고 정연희와 함께 공장을 둘러봤다.

“곧 있으면 설비가 가동될 거예요.”

“수고 많으셨어요.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없죠?”

“괜찮아요. 빠르게 MRC를 찍어내야죠. 그치?”

“냐앙!”

“호호, 너 진짜 귀엽다. 이리 올래?”

폴짝!

태주의 품에서 정연희에게로 넘어가는 일백이.

“복마검법 수련하기도 바쁘실 텐데.”

“수련은 잠시 쉬는 중이에요. 가끔 아예 잊어버리는 것도 수련의 한 방식이라서.”

수련 안 하기는 개뿔.

서 있는 자세, 가끔 손을 드는 행위, 걸음걸이, 다 예사롭지 않다.

‘걸어 다니는 검이군.’

한창 날카로울 때다.

아직 기세를 숨기지 못해 그런 듯.

도가의 검이라는 게 그렇다.

대성하기 전엔 날카롭기 그지없다.

대성하고 나면 노화순청, 반박귀진으로 기세가 잔잔한 물결처럼 조용해지고.

“몇 성입니까?”

“90%까지 왔어요. 하지만 마지막이 어려워요. 대성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빠르다, 빨라.

“파주 시내로 한번 나가볼까요?”

“사람들이 회장님, 알아볼 텐데···.”

제국 정부의 통제로 사진이 퍼지진 않았지만, 여긴 파주 아닌가. 김태주 회장의 고향.

“괜찮습니다. 마스크에 모자, 선글라스 정도면···,”

“아! 그럼 되겠네요.”

여우 가죽 코트도 입고 오지 않았으니.

태주는 정연희와 함께 공장 밖을 나섰다.

현재 삼한 제국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파주.

곳곳에서 건물이 건설되고 있었다.

아파트, 백화점, 호텔, 상가···, 그리고 쭉쭉 뻗은 도로.

태주는 번 돈의 전부를 파주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르지 않는 돈줄.

자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든든한 캐시카우, 피로회복 드링크제가 있으니까.

공장이 늘어나 생산에도 문제가 없을 테고.

‘피로회복제 같은 건강 보조 식품을 더 개발해야겠어.’

물론 마수 레이드와 관련한 약도 함께.

돈도 돈이지만 마수 때려잡는 것도 중요하다.

당장 시베리아 횡단 철도 복원도 그렇다.

마수 밀집지대 때문에 교통로가 막혀있으니 해외 수출에도 지장이 된다.

비행기로 운송하면 수송비가 너무 많이 들고.

‘바닷길이 문제야.’

해양 마수들을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나?

바닷길이 막혔다는 건 지구가 동맥경화에 걸렸다는 것과 똑같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오래 하고 계세요?”

“냐앙?”

“···아!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너무 몰두했나?

어느새 파주 시내에 들어섰다.

거리를 오고 가는 수많은 사람들.

다민족 국가인 삼한 제국이라 인종도 다양하다.

“사람들 숫자가 엄청나네요.”

“맞아요. 유동 인구까지 합하면 파주 인구가 거의 4배 이상 늘었어요. 거의 외지인들이죠.”

그만큼 파주가 살만해졌다는 의미.

“대부분 건설 노동자지만, 파주로 이사해오는 사람들도 많아요.”

갑자기 뿌듯해지네.

기분이 좋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

예전엔 보잘것없었던 촌 동네가 이렇게나 발전했다.

변화는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더더욱···,

‘어?’

태주는 순간 발걸음을 멈칫했다.

“캬악!”

일백이도,

“음? 왜 그러세요? 일백이도···,”

“쉿!”

진득한 마기의 냄새.

여기도, 저기도,

숫자가 꽤 많다.

‘뭐지? 그냥 섞여 들어온 놈들은 아닌데.’

그중 하나는 마기의 농도가 엄청나게 짙었다.

태주는 태연하게 정연희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갔다.

깜짝 놀라는 정연희

“어머?”

그러나 태주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난 뒤, 뭔가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함께 그냥 앞만 보고 걸었다.

‘움직이는구나.’

마치 포위하듯, 사방에서 태주를 따라왔다.

확실하다.

목표는 자신이다.

‘어떻게 알았지?’

마스크에 모자, 선글라스까지 착용했는데도 말이다.

‘여기서 처리할까?’

아니다.

애먼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

‘조용한 곳으로 유인하면 좋은데.’

태주는 긴장한 표정의 정연희를 힐끗 쳐다봤다.

이럴 땐···,

- 놀라지 말고 제 말 들어요.

전음(傳音)이 적절하다.

일종의 복화술, 그리고 기에 목소리를 압축해 가까운 사람에게 전달하는 음공의 일종.

- 저어기, 시내 너머 공사 현장 있죠? 백두 호텔 짓고 있는 곳, 들었으면 손을 잡아봐요.

손을 힘주어 꼭 잡아 오는 정연희.

- 일백이 데리고 먼저 가서 인부들 완전히 피신시켜요. 아무도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해했으면···,

또 한 번 손을 꼭.

- 좋아요, 지금 가요! 그리고 다 피신시켰으면 저한테 메시지 날려주시고.

정연희는 태주의 손을 놓았다.

“잠시만 화장실 다녀올게요.”

“네.”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그녀.

그제야 곁눈질로 자신에게 접근하는 마인들을 관찰했다.

‘각성 문양이 없네? ···아! 가렸구나.’

자세히 보면 희미하게 보인다.

얼굴에 두꺼운 칠을 한 모양,

태주는 한동안 시내에 머물렀다.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태연하게.

그리고 잠시 후,

지잉!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스마트폰이 울렸다.

꺼내서 확인해보니.

- 사람들 다 피신시켰어요.

그럼 시작하자.

< 흑마법사.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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