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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도 간다. >
삼한 제국 태홍 바이오에서 발명해 낸 마나 거부증 치료제, MRC.
전 세계가 함께 기뻐했다.
인류의 위대한 진보, 칭송과 찬양이 쏟아졌다.
모두가 삼한 제국에 주목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치료제 주문.
태홍 바이오 영업팀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
일개 회사의 업무 범위를 훨씬 벗어났다.
각국의 국왕과 대통령, 총리들이 직접 치료제를 주문하고 나섰는데 어떻게 감당해?
그래서 제국 정부에서 치료제 주문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다.
국가 간 경쟁이 치열했다.
제발 더 많은 치료제, 더 빨리, 더 우선적으로.
물건을 파는 사람이 절대 갑의 위치, 사는 사람이 을이었다.
국격 상승은 이런 것이다.
이게 다 태홍 바이오 김태주 회장이 삼한 제국민이라서 가능했다.
그런데 파주에서 마인 테러가 발생했다고?
이제 막 공장이 완공되어 MRC 대량생산 체제를 갖춘 그곳에서?
제국이 발칵 뒤집혔다.
황명에 따라 전투 부대가 출동했다.
‘파주를 비롯한 구례, 뉴서울 MRC 공장을 지켜라.’
지리산 방어부대가 구례로 급파됐다.
뉴서울 공장도 마찬가지, 엄정한 방어태세.
병력이 부족하면 개척부대에서 인원을 빼 왔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났던 파주에도 제정원 요원들이 헬기를 타고 날아왔다.
“이 개쌍! 마인 새끼들이!!!”
널브러진 마인들의 시체를 보자마자 욕설을 터뜨리는 제정원 문경식 차장, 태주를 보더니.
“회, 회장님!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네, 빨리 오셨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서···,”
안일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
작정하고 숨어드는 마인을 어떻게 잡나?
“차장님, 부탁드릴 일이 있는데.”
“뭐든 말씀해주십시오. 최우선으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
“유럽 블랙 마피아라는 조직에 관한 상세한 정보가 필요해서요.”
“아! ···그럼 이놈들이?”
“맞아요. 블랙 마피아, 혹은 그 하부조직일 겁니다.”
“밑바닥까지 싹싹 훑어서 가져오겠습니다.”
곧 제정원에서 정보가 넘어올 테고.
태주는 일이삼백이를 품에 안고 정연희와 함께 사건 현장을 나왔다.
“호텔 옥상 개보수를 하셔야 할 겁니다.”
“아! 많이 상했나요?”
“흐음, 아주 뜨거웠거든요.”
에드워드가 마지막에 펼친 마법.
헬파이어, 지옥의 불.
사실 호신부가 없었다면 위험할 뻔했다.
죽지는 않았겠지만 온몸에 화상을 입었을 수도.
황제에게도 직접 전화가 걸려왔다.
매우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 괜찮나?
“걱정하지 마세요. 치료제 생산엔 차질이 없을 테니까.”
- 허허, 내가 지금 치료제 가지고···, 어쨌든 블랙 마피아와 관련됐다고 들었네.
“알고 계신 것 있나요?”
- 잘은 몰라. 하지만 내가 알렉스 황제에게 직접 전화를 넣지. 발본색원하라고.
“흠, 그렇게 막 들쑤시면 숨어버릴 텐데?”
- 염려 말게, 알렉스, 그 친구도 만만한 사람이 아니니까.
“조심하라고 전하세요. 만만한 놈들이 아닙니다. 기억나시죠? 바룬 밀농장에서.”
- 아! 그럼? 놈들도 각성 문양 없이?
“네. 어떤 식이냐 하면···,”
태주는 황제에게 에드워드와의 싸움에서 알아낸 정보를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직접 부딪치지 말라는 당부도,
- 아참! 아메리카 공화국에서 아공간 가방이 도착했네. 빌리 피트먼이 2개를 준비해줬어. 수호 보내서 전달해주지.
2개씩이나?
- 원래는 자네가 아메리카 공화국으로 와줬으면 하는 눈치를 보였는데, 그냥 비행기도 보내라고 했네
“고맙습니다.”
- 빌리가 언제 한번 꼭 방문해달라고 간청을 하더라고.
“왜요?”
- 뭐, 목적이 있겠지. 자네와의 친분을 과시해서 일전에 카피약 사태로 떨어진 지지율도 회복한다던가.
그 정도 립서비스야 못 해줄 것도 없다.
‘거기도 가봐야겠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MRC 생산이 궤도에 오르면.
천계 꽃 물량도 충분히 받아놓고.
수시로 당군악이 천계 꽃을 공유창고와 아공간 아이템 꽉꽉 채워 배송해주고 있었다.
찌르르르,
이렇게 말이다.
‘왔구나.’
공유창고 교체시간.
이번에 보낼 물건은 전동카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탈 것들, 또한 발전기도.
요즘 선계의 전기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중이라 들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서 엘리트 결정체를 가공한 전기 발전기도 미리 준비해놨다.
‘놀이공원 설계도도 넣고.’
일명 선계월드 계획.
기꺼이 동참한다.
천인들이 그곳에서 행복하게 즐길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나?
물론 지구의 놀이기구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최대한 비슷하게는 만들겠지.
신선들의 술법이 있으니까.
회전목마 같은 건 쉽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청룡 열차 등 롤러코스터나 대형 어트렉션은 힘에 부칠 듯한데.
생각 같아선 통째로 뜯어서 넘겨주고 싶다.
아무튼 무사히 물건을 보냈고.
이제 2차 출고 준비해야지.
※ ※ ※
블랙 타워, 흑마탑.
원래는 5명의 장로들이 모여 회의를 개최했는데, 지금은 3명 밖에 없다.
에드워드는 삼한 제국으로 떠났고, 카르멘은 그분을 접견하러 갔으니, 남은 장로들은 마츠모토, 욘슨, 아브라힘.
“잘 지냈습니까? 아브라힘?”
“안타깝지만 사정이 썩 좋지 못합니다. 마나 거부자들 치료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는 바람에.”
아브라힘은 소환 마법에 능한 흑마법사, 주로 마나 거부자 치료를 전담해왔다.
물론 치료를 통해 대상을 지배하는 게 주목적이지만.
“조금만 참읍시다. 에드워드 장로가 놈만 처치하면 치료제 생산이 중단될지도 모르니까.”
“욘슨 장로 말이 맞습니다. 곧 소식이 오겠죠.”
“마츠모토 장로님, 군대의 숫자는 좀 늘렸습니까?”
“그냥저냥, 일반 시체야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적합자나 각성자 시체 공급이 확 줄어들었어요.”
마츠모토는 언데드 군단을 연성하는 역할.
욘슨은 블랙 마피아 휘하의 각 도시 지부를 관리하고 있었다.
“시체 공급이 줄어든 원인이 뭔가요?”
“태홍 바이오에서 개발한 약 때문입니다. 도통 죽질 않으니까요.”
“아! 태홍 회복제라는 신약 말이죠?”
“네, 그 때문에 마수 레이드 사망률이 대폭 줄어들었어요.”
“후우, 이번에도 그놈의 김태주군.”
“애초에 싹을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순간!
벌컥 회의실 문이 열리고 다급한 표정의 카르멘이 들어왔다.
그녀는 그분과의 소통, 그리고 블랙 타워를 운영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카르멘 장로, 오셨습니까?”
“어서 오세요.”
“···표정이 밝지 못하군요. 설마 그분께서 질책을?”
카르멘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금부터 그분의 지시 사항을 대신 전해 드릴게요.”
그러자 자세를 고쳐 앉은 장로들.
“현재 하는 모든 임무와 작업을 중단하고 잠적하세요. 절대 외부와 소통하지 말고.”
“···무슨?”
“아, 아니 왜?”
“정말입니까?”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들이었다.
“마츠모토 장로님.”
“···말씀하세요.”
“언데드 군단이 파리에 있죠?”
“그렇습니다. 지하 묘지 카타콤에 숨겨뒀습니다.”
“추가 언데드 연성은 중단하시고, 좀비나 스켈레톤같은 건 파괴하세요. 최소 구울급 이상으로만 남겨요, 곧 이동할 준비를 해야하니.”
“아, 알겠습니다.”
카르멘의 지시는 계속 이어졌다.
“욘슨 장로님은 블랙 마피아 지부 인원 중에서 흑마법사들을 전부 불러 모으세요.”
“네. 그렇게 하죠.”
아브라힘이 물었다.
“전 뭘 하면 됩니까?”
“저와 같이 블랙 타워를 정리할 겁니다. 모든 문서를 소각하고, 건물도 팔아버릴 거예요.”
“···마탑을?”
“마탑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어요. 지금은 다른 일을 해야 합니다. 자금을 확보해야 해요.”
“대, 대체 왜?”
도무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표정들.
하던 사업을 중단하라는 것까진 상관없는데, 마탑 마저 판다고?
“에드워드는? 삼한 제국에 가 있지 않습니까?”
“그는 죽었습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헉?”
“무슨···?”
장로들은 귀를 의심했다.
에드워드가 죽어?
“설마?”
“맞아요. 김태주에게 당했어요.”
“어어···.”
충격이었다.
7클래스 전투형 흑마법사로서 저주 주문과 공격 주문에 누구보다도 능한 에드워드가?
“아무튼 우린 의식을 진행해야 합니다.”
“···의, 의식요?”
“그래요. 전쟁을 일으킬 거예요.”
“아아.”
위대한 흑마법의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인간의 피, 그리고 영혼, 그것도 대량으로.
만족할 만큼 확보하려면 당연히 전쟁밖에 없지.
“삼한 제국입니까?”
“아뇨, 거긴 너무 규모가 커요. 우리가 움직일 수 있는 소규모의 국가에서, 예를 들어···,
카르멘이 벽에 걸린 세계지도에서 한 장소를 가리켰다.
”이곳.”
“아!”
모스크바 왕국.
거기라면 가능하다.
뿌려둔 씨앗이 있기에 얼마든지 인위적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내전이겠군요.”
“맞아요. 공화파와 왕당파 간의 갈등이 존재하고, 국가 영토의 범위와 인구수도 적당해서 우리가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곳이죠.”
갑자기 전쟁과 의식이 결정됐다.
그런데 대체 이렇게 급하게 진행하는 이유가 뭐지?
불현듯, 장로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가정.
‘설마···,’
‘그럴 리가.’
‘말도 안 되는 얘기지.’
불경한 생각이다.
위대한 존재나 다름없는 그분께서 한낱 제약회사 회장 따위를 경계하고 계실 리가.
※ ※ ※
황천계(黃泉界), 업화궁(業火宮).
염라를 비롯한 여러 판관, 차사, 그리고 사자들이 모여 명부 회의를 하는 중.
자욱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황천계 관리들은 대부분 골초였다.
하긴, 맨날 보는 새끼들이 악령들인데···, 정신적 피로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담배라도 피워 해소해야지.
“오늘 사자들이 데려온 망자는···, 총 85,678명이네요.”
“생각보다 작군.”
“이 중 천계로 오를 천인은 3명, 지옥에 떨어질 악령은 788명, 나머진 여래계로 이동해서 환생할 예정입니다.”
망자 대부분이 다시 환생한다.
영혼도 에너지라 소멸하지 않기 때문이다.
“쯧쯧, 천계가 저리 넓은데, 늘어나는 천인들 숫자는 찔끔찔끔 이니.”
그러하기에 천인들은 존귀하다.
아무나 천인이 되나?
황천계 관리들도 누구보다 천인들을 사랑한다.
염라도 그렇다.
허구한 날, 추악한 악령 새끼들만 상대하다가 천인들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에.
“차사들은 빨리 명부 작성해서 판관부에 넘기고, 판관들은 재판 준비하라.”
“네!”
명부 회의를 주재 중인 염라는 뻐끔뻐끔 곰방대 연초를 피우며 뭔가에 골똘히 열중하고 있었다.
자꾸만 생각난다.
천계 자미궁에서 열렸던 상위계 대표자 회의.
태상노군이 입었던 옷, 신발, 그가 가지고 다니던 가방, 피우던 연초, 그리고 기이한 소리를 내는 부싯돌.
‘미치겠군.’
기품이 절절 흘러넘쳤다.
행동 하나하나가 멋졌다.
다른 세상에서 넘어온 기이한 문물.
자신도 경험해보고 싶다.
‘지금이라도 선계에 가볼까?’
무슨 핑계로?
대표자 회의에서 태상노군과 서왕모를 조리돌림 하듯 몰아세웠는데.
게다가 물건을 살 돈도 없고.
‘천인들도 많다고 했지?’
천인들은 선계 꽃을 화폐 삼아 다른 세상의 문물들을 마음껏 누리고 있단다.
물론 선인들은 선도 복숭아로.
그러나 황천계는 아무것도 없다.
다른 세상의 물건을 살 수 있는 화폐가.
바로 그때!
사각, 사각, 사각,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염라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강림차사였다.
‘저건 또 뭐야?’
명부 작성과 판결문 작성에 여념이 없는 차사들과 판관들, 모두 붓에 먹을 묻혀 부드럽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강림차사는?
붓털이 아닌, 뾰족한 금속 촉이 끝에 달린 검정색 짤막한 막대기로 글을 쓰고 있네?
심지어 놈이 손을 놀릴 때마다 언뜻언뜻 드러나는 은색의 팔찌, 태상노군이 손목에 차고 있었던 손목시계 같은데.
‘이 새끼가···,’
틀림없다.
염라는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소리쳤다.
“야! 강림!”
“···네?”
“너 이 새퀴, 당장 튀어나와.”
“왜, 왜요?”
“어쭈? 반항이냐?”
“아, 아닙니다.”
군기가 바짝 든 자세로 황급하게 달려 나와 염라 앞에 선 강림.
“너 그거 뭐야?”
“이거요? ···만년필이라고 하는 건데.”
“가지고 와. 손목에 찬 거도 벗어!”
“어, 시계는 비, 비싼 겁니다.”
“뒈질래? 무간지옥 뺑뺑이 근무시켜줘?”
“여기···,”
강림은 한숨을 푹 쉬며 염라에게 만년필과 손목시계를 넘겼다.
“너 선계 다녀왔지?”
“비번일 때만 잠깐.”
“이거 무슨 돈 주고 샀어?”
“그, 그게···, 독선이 선물로 줫습니다.”
독선과의 거래로 받은 거지만, 내용은 절대 발설할 수 없다.
“그동안 너만 꿀 빨았다고? 이기적인 놈, 야! 이 새끼 움직이지 못하게 잡아!”
“어어?”
판관들이 나서서 강림의 양팔을 잡았다.
“몸수색 시작해.”
“네!”
그러자 튀어나오는 각종 물건들.
사탕에, 초콜릿에, 담배갑에, 일회용 라이터까지.
“오호라!”
이럴 줄 알았다.
황천계 관리들도 호기심 어린 표정.
“대왕, 이게 뭡니까?”
“먹는 건가요?”
“말로만 듣던 다른 세상의 물건?”
염라는 강림이 지니고 있었던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일회용 라이터를 강림에게 넘기고.
“불이나 붙여봐.”
“네네, 아, 알겠습니다.”
칙!
화륵!
치지직!
깊게 한모금 빨아들이는 염라.
“흐읍, 푸우우우우···,”
그래, 이 맛이지.
텁텁한 곰방대 연초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그러자 옆에서 킁킁 냄새를 맡으며 호기심을 보이는 판관과 차사들.
“저거 연초야?”
“그런 것 같은데.”
“허허, 처음 보는군.”
“냄새가 좋아.”
“대왕님, 저도 한 대만···,”
“이거 먹어도 됩니까?”
염라는 강림이 괘씸했다.
이걸 저놈 혼자만 즐겨왔단 말이지?
“강림아.”
“네.”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모르겠는데요?”
“알게 해줘?”
“아, 아닙니다.”
염라는 결심했다.
이렇게 된 이상 상제와 용왕 눈치 볼 필요가 없다.
나도 간다.
“참회할 기회를 주마. 너 독선하고 친하지?”
“안면은 있습니다.”
“그럼 독선과 협상해봐.”
“협상요?”
“그래, 선도나 천계 꽃처럼 황천계에선 필요한 거 없냐고, 우리라고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염라대왕께서도 선계 멀티플렉스에 가고 싶은 것이다.
지갑 두둑이 채워서.
그런데 어떤 걸 제안해야 하지?
황천계에 쓸만한 것이 있나?
< 우리도 간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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