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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당해봐. >
버마 마스터 각성자 자오툼은 군부 최고 사령관 민타누의 최측근 중 한 명, 정부군 소속 반군 토벌 정예 병단을 이끌고 있다.
레냐 숲에 숨은 버마 국민해방전선을 소탕하고 놈들의 지도자인 마웅샨의 목을 민타누에게 바치는 것이 자오툼의 임무.
국민해방전선의 근거지와 마웅샨의 행방을 찾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찾기만 하면 뭐가 어렵나?
모가지 따는 건 너무나 쉽다.
그리고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전군 준비 완료했습니다.”
“탱크부터 밀어 넣어.”
자오툼이 이끄는 1,500여 명의 부대원 모두 각성자.
심지어 전차 조종수까지도.
결론은 벌써 나 있었다.
반군들은 토벌된 거나 마찬가지.
‘도망갈 곳도 없어.’
있긴 하다.
레냐 마수밀집지대.
하지만 놈들은 그곳으로 도망치지 못할 것이다.
들어가면 죽을 게 뻔한데.
‘설령 도망간다고 해도···,’
마웅샨의 목은 반드시 들고 간다.
쿠쿵, 쿠쿠쿵!
탱크 5대가 전방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 자오툼.
탱크 5대의 화력이면 엘리트 마수도 순삭.
물론 마수밀집지대에서 화기를 사용하면 웨이브의 위험성이 있지만 깊숙이 들어가지만 않으면 된다.
탱크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비교적 경사가 있는 언덕도 넘고, 물이 졸졸 흐르는 실개천도 지나고, 그리고 짙게 낀 안개 지역도 멈추지 않고 통과.
그런데.
쿠쿵, 쿠르르르,
갑자기 멈춰 선 탱크.
5대가 다 그랬다.
“뭐야? 왜 그래?”
“···어, 가, 갑자기 멈췄습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봐.”
자오툼의 명령에 탱크 위로 올라간 각성 장교, 장갑을 쿵쿵 두드리며 조종수와 소통을 시도했다.
“이봐! 내 말 들리나? 멈춘 이유가 뭐야? 엔진 고장? 아니면···,”
정부군 각성 장교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으음, 으으으···,”
비틀비틀 몸을 가누지 못하더니,
“큭!”
털썩, 쓰러져 탱크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깜짝 놀라는 자오툼.
“아니? 왜···,”
그게 다가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뭐, 뭐야?”
정부군 최정예 각성 부대원들이 속절없이 쓰러지고 있었다.
원인이 뭐야?
안개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이런 일이···, 응?
‘안개?’
그렇다면,
“독이다! 모두 방독면 써! 안개에서 벗어나!!!”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일부는 방독면 쓰다가, 털썩.
일부는 안개를 벗어나려다, 털썩.
또 일부는 우왕좌왕 허둥대다가, 털썩.
도미노처럼 넘어졌다.
누가 보면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줄줄이 쓰러졌다.
자오툼도 피할 수 없었다.
“으윽!”
도무지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균형을 잡을 수가 없었다.
자오툼은 마나를 있는 대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마, 마나가···,”
없다.
몸속 곳곳에 가득 퍼져있던 마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결국 털썩, 쓰러지고 마는 자오툼.
아픈 데도 없었다.
정신도 또렷했다.
그저 힘이 빠졌을 뿐이다.
서 있지 못할 정도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독 기운이 사라지기만을 기다릴 뿐.
※ ※ ※
마웅샨은 솔직히 불안했었다.
지금 옆에 있는 남자가 태홍 바이오의 김태주라는 사실은 알겠다.
각성 문양이 없는 일반인처럼 보이지만 웬만한 마스터보다 훨씬 강하다는 사실도.
하지만 상대는 각성자 몇몇이 아니다.
무려 탱크와 개인화기, 첨단 무기로 무장한 정부군 정예 부대였다.
게다가 전부 각성자.
그런데 홀로 상대하겠다고?
아무리 엘리트 트윈헤드 블랙 재규어를 물어 죽이는 정체불명의 고양이(?)가 함께 한다지만···,
“제가 준 해독제는 모두 드셨죠?”
“네, 빠짐없이 다 먹었습니다.”
“그럼 걱정하지 마세요. 괜찮을 겁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희뿌연 안개가 전면에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안개?
시야를 교란할 목적인가?
그러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무기력하게 쓰러지는 정부군 각성자들.
‘대체 뭐지?’
장관이었다.
1,000명이 넘는 각성 군인들이 맥없이 픽픽 쓰러지고 있었다.
도무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독이구나.’
솔직히 언제 독을 썼는지도 몰랐다.
저 광범위하게 퍼진 안개가 다 독이란 것만 유추할 수 있을 뿐.
‘···이게 인간의 힘으로 가능해?’
안개에 접촉하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모두 쓰러졌다.
마스터도 중독을 피하지 못했다.
“주, 죽었습니까?”
“아뇨, 살아있어요. 아마 조금 있다가 일어날 거예요,”
“그, 그럼 가서 묶어둘까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네? ”
태주는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마나 거부자들에게 나타나는 증상 아시죠?”
“어, 네네.”
“초중증은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지내지만 그보다 덜한 중증 환자들은?”
“움직일 수는 있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기력이 약해져서 10세 이하 어린이들보다 운동능력이 떨어진다고.”
“지금 쓰러진 군인들이 곧 중증 환자처럼 될 겁니다. 해독제 없이는 10살 아이만도 못할 거예요.”
“아!”
마웅샨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렀다.
‘인위적으로 중증 마나 거부자들을 만들었구나.’
이제야 깨달았다.
그가 여기 온 이유.
‘되팔이 응징이랬어.’
마나 거부증 치료제를 빼돌렸으니 똑같이 당해보라는 의도.
욕심에 눈먼 독재자 민타누는 제 발등을 찍은 것이다.
태주는 공기 중에 있는 독기를 다시 회수했다.
사실 그냥 둬도 상관은 없다.
일반인에겐 아무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번 마나 거부증 치료제를 만들면서 부가적으로 얻은 성과가 있었다.
마나 제거 독, 거기에 근육을 수축하는 독까지 집어넣으면 금상첨화.
동시에 대성을 이룬 혼원무상독령공으로 펼친 독기방사.
레냐 숲의 안개는 독기방사에 의한 독무(毒霧)였다.
1,500명의 정부군이 독무에 갇혔다.
누구도 피할 수 없다.
혼원무상독령공의 독소 배양 및 조합.
몸 안에 들어간 이상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태주는 아직도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는 마웅샨에게 말했다.
“전 네피도로 갈 겁니다.”
버마 공화국의 수도 네피도.
“네?”
“수도에 뜻을 같이하는 저항 세력들이 있습니까?”
“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연락하세요. 내일이면 이 명단에 적힌 자들 모조리 정리될 거라고.”
“···.”
“국가를 정상화해야 하지 않겠어요?”
“마, 맞습니다.”
마웅샨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태주 회장이 결정했으니 그렇게 될 것이다.
※ ※ ※
버마 공화국 네피도.
권력의 중추는 정부 청사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다.
네피도 수도 방위 사령부.
겹겹으로 둘러 처진 담벼락.
그리고 쥐새끼 한 마리도 출입할 수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배치된 각성자 경비 군인들.
그 중앙에 화려한 대리석으로 지어진 집이 있다.
바로 민타누가 사는 곳이었다.
버마 공화국의 핵심 병력이 모두 다 이곳에 존재한다.
그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한다.
민타누는 아침 일찍 일어나 뜨뜻한 물로 목욕하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음식이 가득 차려진 화려하고 길다란 식탁에 홀로 앉았다.
아직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끈한 스테이크.
비싼 돈 들여 수입한 포자 독 낙타 고라니 고기였다.
“흐음,”
스테이크 한입 먹고 나서 유럽 제국산 최고급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얼마나 좋은가?
쓸모없는 마나 거부자에게 들어갈 돈으로 이 맛있는 고라니 스테이크도 사 먹고, 와인도 마시고.
“태홍 바이오 김태주라, 생각하면 할수록 감사하단 말이지.”
이게 다 그놈이 마나 거부증 치료제를 만들어 준 덕분.
“그놈은 알까 모르겠네. 내가 이렇게 고마워하는지.”
바로 그때!
“뭐가 그렇게 나한테 감사한데?”
“그야 치료제를 팔아줘서, 난 그걸 10배 이상 남겨 먹어···, 헉!”
민타누는 화들짝 놀랐다.
이 방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자신 말고 아무도 없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있는 저 남자는 누구지?
언제, 어떻게 들어온 거야?
“넌···,”
“사람들 목숨값으로 고라니 고기 처묵하니 좋냐?”
“무, 무슨? ···아!”
설마?
“기, 김태주?”
“그래, 나야.”
“···어떻게?”
진짜 김태주가 맞는 것 같다.
정보부 보고서에서 놈의 얼굴을 본 기억이 난다.
회색 코트의 옷차림, 그리고 각성 문양이 없는 얼굴, 동아시아인.
그런데 어떻게 버마 말을 저리 유창하게 하지?
민타누는 태연하게 대처했다.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 손잡이를 슬며시 잡고서는,
“무례하군.”
“내가?”
“아무리 유명인사라고 하지만 감히 국가 지도자 집에 함부로 들어와? 삼한 제국에 공식적으로 항의하겠다.”
“뭐래? 븅신이.”
“···허허.”
태주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도자 좋아하네. 넌 그저 되팔이 사기꾼 새끼일 뿐이야. MRC가 무슨 한정판 운동화 같은 건 줄 알아?”
“하! 네 말에 책임을 져야 할 거다.”
“좋아, 책임지지. 그럼 너 때문에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대한 책임은?”
그러자 비릿한 미소로 답하는 민타누.
“어차피 죽을 놈들이었어. 여태까지 그놈들 없었어도 국가는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어왔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역시 뼛속까지 썩은 놈이었다.
“후우, 그래, 내가 잘못했다.”
“사과하는 거냐?”
“사과는 무슨, 그건 그렇고, 어때? 네가 그토록 비난했던 마나 거부자와 같은 신세가 된 기분이?”
무슨 헛소리 하느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민타누.
“지금 나보고 마나 거부자라고 했나?”
“아직 못 느꼈어?”
“···대체 뭘?”
그때였다.
덜덜덜덜,
민타누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응?’
급기야.
탱그랑,
쥐고 있던 나이프마저 놓쳤다.
‘어?’
너무 놀라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휘청!
저절로 굽혀지는 무릎.
“너, 호, 혹시, 도, 독을?”
“축하한다. 앞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거야.”
“이, 이놈!!!”
민타누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털썩.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머리를 들기도 힘들었다.
“마나 거부자가 얼마나 힘든지 몸으로 느껴봐. 치료제? 아마 듣지도 않을 거다. 내가 특별히 신경 썼거든.”
“커헉!”
그 충만했던 마나 로드가 완전히 바싹 말랐다.
근육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근위축증 환자처럼.
“그게 초중증 마나 거부자들이 겪는 고통이야. 넌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 거고.”
모든 게 어려워졌다.
손가락 드는 것도, 말하는 것도, 숨 쉬는 것도.
“이, 이건 아니야. 나한테 이, 이러면 안 돼···,”
“왜?”
“내, 내가···, 없으면 고, 공화국은 마, 망할지도···, ”
“괜찮아, 너 말고 다른 사람들이 국가를 통치할 테니까. 누굴 세워놔도 너보단 잘할 거야.”
민타누가 굼벵이처럼 꿈틀거렸다.
“차, 차라리 날 주, 죽여!”
“기다려 봐, 다른 사람들이 네게 자비를 베풀어줄 수도 있으니까.”
죽음이라는 자비 말이다.
어쨌거나 민타누는 됐고,
슬슬 마저 정리해볼까?
※ ※ ※
선계.
당군악과 신선들이 마주한 두 가지 과제.
하나는 어떻게든 천도를 따서 태주에게 배송을 보내는 것, 나머지 하나는 선계에 놀이공원을 건설해 천인들이 행복하게 뛰어노는 세상을 보는 것.
천도 확보는 신중해야 한다.
상위 계 전체와 관련이 있는 보물.
게다가 한번 털린 적이 있던 터라 경계가 너무나 철저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어설프게 시도하다가 실패라도 하는 날엔···, 두 번째 기회는 결코 없을 것이다.
지금은 선계 월드 건설에 집중할 때.
그래서 당군악은 염라를 만나기 위해 황천계 업화궁으로 왔다.
“오! 그대가 독선이군. 드디어 소문의 주인공을 만나게 됐어.”
“소문? 그게 뭐요?”
“상위 계의 새로운 바람, 선계 신선들의 지도자, 다른 세상과 교류할 수 있는 법술을 가진 신선···,”
“···.”
무슨 소문이 이렇게,
“이리 앉게. 난 자네 편이야. 단지 급격한 변화가 두렵긴 했지만 지금은 뭐,”
“협상 목적으로 강림차사를 보냈다고 들었소이다.”
“맞네. 나도 자네의 계획에 동참하고 싶어. 흐흐, 겸사겸사 다른 세상의 문물도 맛보고.”
사실 후자가 더 큰 듯하다.
“요즘 일을 벌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던데···, 도와줄 건 없나?”
“하나 있긴 하오”
당군악은 미리 가지고 온 선계 월드 설계도를 염라 앞에 펼쳤다.
지구의 설계도를 선계에 맞게 수정한 것.
“응? 이게 뭔가?”
“설명하자면···,”
어디에, 왜, 어떻게 놀이공원을 건설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하는 당군악, 그러자 염라가 반색하는 표정으로,
“껄껄껄, 아주 좋아! 역시 멋진 신선이야. 안 도와줄 수 없군. 심지어 대가를 받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당군악도 소문을 들었다.
황천계 사람들이 천인들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걸.
그럴 수밖에 없다.
황천계 지옥으로 떨어지는 놈들이 누군가?
환생도 못 하는 악인 중의 악인이다.
사람을 죽였다고 해서 다 악인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치면 당군악도 지옥에 떨어졌어야지.
중요한 건 동기.
왜 그런 짓을 저질렀냐는 것.
악인들의 공통점을 하나만 꼽자면 그건 바로 극도의 이기심,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타인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권리를 서슴없이 빼앗는 자들, 즉 소시오패스.
그에 비하면 천인들은?
악인과 반대로 이타심의 극에 서 있는 자들이다.
호구라고 불리어도 될 만큼.
“아무튼 신선들을 대표해서 황천계에 제안 드리오.”
“말해보게.”
“선계 월드 하청공사를 맡아주길.”
“하청? 뭘 제공하라고?”
“이를테면···, 튼튼한 노동력?”
“아하!”
염라는 무슨 의미인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쓴 죄인들이 필요하다는 거지? 마침 부려 먹어도 좋은 새끼들이 있네.”
염라는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떠오르는 영상, 마치 홀로그램같았다.
“땅을 파고 있군.”
“맞아. 흑저지옥(黑底地獄)이야. 천장을 보게.”
“···내려오는 거요?”
“그렇지. 조금이라도 쉬면 천장이 내려와서 죄인들을 짓눌러버리네. 발에 밟힌 바퀴벌레처럼 퍽! 터지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 원 상태로 돌아오고, 계속 반복이지.”
죽지는 않겠지만 압사당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게다가 바닥도 흙이 아니야. 흑암철이라는 광물이 깔려있어 보통 힘으로는 흠집도 나지 않아.”
끔찍하다.
위에서 내려오는 천장.
밑에는 파지지도 않는 흑암철 바닥.
“그래도 잘 파고 있군.”
“수백 수천 년 동안 저 짓만 했는데, 잘 파야지.”
검증된 노동력이다.
“통제는 가능하오?”
“식은 죽 먹기네. 현생이 어떤 놈이었든, 죄인들은 우리에게 반항할 수 없어.”
“좋소. 하청 의뢰하겠소.”
“받아들이겠네.”
“그리고···,”
당군악은 염라에게 한 가지 더 부탁했다.
“무간지옥에 천마라는 자가 있는데, 그놈도 노역에 포함시켜 주면 안 되겠소?”
“누구 부탁이라고 거절하겠나.”
“그럼 계약합시다.”
합의가 이루어졌다.
“노역 시간은 천인들이 선계를 떠나고 나서, 죄인과 천인들이 마주치게 해서는 안 되오.”
“당연하네. 애초에 내가 부탁하고 싶었어.”
이로써 선계 월드 대공사가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천인들이 모두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뒤, 선계에 나타난 검정색 옷의 차사와 저승사자들.
“자자. 문을 여시오!!!”
지이잉!
지옥의 게이트가 열렸다.
“동작 봐라!”
“빨리 안 나와?”
“소풍 나왔냐, 새끼들아?”
꾸물꾸물, 기어 나오는 지옥의 죄인들.
너무 굼떠 보인다.
이래서 일이 제대로 될지 모를 정도.
결국 검선이 나섰다.
일단 기강 확립부터.
대충 죄인 한 놈을 골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야! 너, 이리 와봐.”
“왜 그러시오.”
“···어쭈? 눈빛 좀 보소. 네 이름 뭐냐?”
“혈마.”
“혈마? 꼴에 혀얼마? 별호 말고 이름.”
“씨발, 혈마라니까!”
“허허허허, 씨발이라, 오랜만에 욕을 먹으니 기분이 새로워.”
그러자 옆에 있던 강림 차사가 명부를 뒤적이더니,
“혈마라는 놈의 본명은 왕춘삼이요.”
본보기를 보인다.
마침 적당한 놈이 눈앞에 있다.
그리하여 사자후를 터뜨리는 검선.
“춘삼이, 대가리 박아!!!”
< 너도 당해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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