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25화 (125/148)

< 해커 섭외 >

할 만큼 했다.

민타누도 처리했고, 마스터 등급 각성자 측근들도 마나 거부자로 만들어 거동을 불편하게끔 해놨고, 수도 방위 사령부도 해산시켰고,

삼한 제국으로 돌아가기 전, 태주는 저항군 지도자 마웅샨을 따로 만났다.

“이거 하나만 약속합시다. MRC 치료제는···,”

“정상화하겠습니다. 필요한 사람에게, 정해진 가격으로.”

“좋네요. 꼭 그렇게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가 누군지 아시겠지만, 여기 온건 비밀로 해주세요. 동료들 입단속도 해주시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민타누는 혁명 세력에 쫓겨 해외로 도망친 걸로 해두죠. 하지만 돌아오진 못할 겁니다. 영영.”

“아! 넵.”

“혹시 더 필요한 것이 있는지···,”

마웅샨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지금부턴 우리가 스스로 피를 흘리며 싸워야 합니다. 그래야 진정한 자유를 쟁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을 보니 잘해나갈 것이다.

힘들긴 하겠지.

오랫동안 뿌리내린 군부 독재의 암 덩어리를 어떻게 하루 아침에 잘라낼 수 있을까?

그래도 해준 게 많다.

군부의 대가리들을 분쇄해줬고, 핵심 병력을 무력화시켰다.

더불어 무엇보다 돈.

혁명도 돈이 있어야 한다.

민타누의 비밀 금고에 든 자산이면 저항군의 모자란 부분을 충분히 채워주고도 남을 터.

태주도 소득이 있었다.

놈의 금고 안 비밀방에서 발견한 노트북, 딮웹 전용 접속 장치.

민타누는 이걸로 MRC 불법 되팔이 거래를 했을 것이다.

딮웹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브로커들과 청부업자들을 통해.

사실 MRC 불법은 아무것도 아니다.

게시물 일부만 살펴보았는데도 천인공노할 내용이 가득했다.

‘내가 자경단은 아니지만···,’

이미 목격한 이상 외면할 수는 없지 않나.

인간이라면 말이다.

삼한 제국으로 가자.

구례로 가기 전에 뉴서울 들렀다가.

※ ※ ※

뉴서울.

이고르 바라노프는 태주가 리더스 클럽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쏜살같이 로비로 달려 나왔다.

“회장니임!!!”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환대.

“언제 오시나, 오매불망 기다렸습니다.”

“좀 뜸했죠? 제가 많이 바빠서, 참! 회비 낼 때가 된 것 같은데.”

“회비라니요! 제가 어떻게 회비를 받겠습니까? 회장님은 평생 무료회원이십니다. 탈퇴만 하지 말아주십시오.”

리더스 클럽 다이아몬드 회원 김태주.

그 반사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이고르였다.

태주가 회원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리더스는 최고 명품 클럽이라는 부동의 지위를 획득했다.

심지어 외국에서도 회원 가입 문의가 온다.

세계적인 사교 클럽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중.

이런 상황인데 회비는 무슨 회비.

오히려 돈을 줘도 모자랄 판.

“저어···, 귀찮으시겠지만 글씨 하나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글씨?”

“으음, 리더스 클럽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요런 내용으로, 될 수 있으면 크게, 회장님 친필 사인도, 하하하.”

미리 작정했는지 종이에 먹물과 붓까지 준비해놨다.

“···종이가 상당히 크네요?”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어디다 걸어 놓으려고 하나 보다.

예를 들면 로비 같은 곳에.

어려운 일도 아니고, 따라서 못 해줄 것도 없다.

태주는 붓을 들어 먹물에 푹 찍은 후, 일필휘지로 글을 써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태홍 바이오 김태주라는 서명도.

“며, 명필이십니다. 어떻게 못 하는 것이 없으십니까?”

실로 명필 소릴 들을만했다.

강호 무림에서 당군악의 글솜씨는 문인들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뭐, 영혼 연결로 인해 자동으로 체득한 실력이지만.

그런데 바로 그때.

“냐아아아···,”

일백이가 태주의 품속에서 잠을 자다 무슨 일인가 싶어 코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오!”

이고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반색했다.

“소문의 그 고양이로군요.”

“···알고 계세요?”

“그럼요. 회장님의 반려동물이잖습니까.”

이놈도 꽤나 유명해졌네.

일백이가 태주의 품에서 나와 먹 냄새를 킁킁 맡으며 호기심을 보였다.

그 모습에 뭔가 생각났는지 이고르가 눈을 반짝 빛내고는.

“고양이님도 한 글자 적어주시죠.”

“냥?”

“아니면 서명만이라도.”

“냐아아아?”

이고르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일백이.

그러다가 먹물통에 앞발을 넣어 묻히고는.

푹!

태주의 서명 옆에다 마치 도장처럼 앞발을 찍었다.

이고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걸 보면 영물은 영물이다.

“이게 네 서명이냐?”

“냥!”

태주는 이고르를 보면서 물었다.

“이렇게 해도 괜찮아요?”

“하하하, 너무 좋습니다.”

이제 용건을 말할 차례.

태주는 이고르와 단둘이 사무실에서 만났다.

“혹시 해커 한 명 섭외할 수 있겠습니까?”

“해커? 컴퓨터 관련 전문가 말씀하시는 거죠?”

“네, 입이 무거운 사람으로.”

“흐음.”

이고르는 잠시 고민했다.

사실 해킹 기술력으로 따지면 제국 내에서 제정원 만한 곳이 없다.

제정원은 태주에게 매우 협조적이고.

지금도 김태주 회장이 한마디만 하면 제정원 전체가 움직일 텐데 말이다.

‘그런데도 굳이 날 찾아왔다는 건···,’

합법적인 일은 아닐 것이다.

이고르의 추측은 맞았다.

태주는 제정원과 같이 할 마음이 없었다.

아무리 협조적이라 해도 제정원은 국가기관.

앞으로 태주의 행보는 합법적인 것보다 불법적인 일이 훨씬 더 많을 예정이기 때문에.

딮웹을 사용하는 놈들이 평범한 일반인들이겠나?

삼한 제국 정부, 혹은 의회, 사법부 등등 권력 기관의 핵심부에도 있을 수 있다.

딮웹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어나가면 꼬리 자르기나 증거 인멸의 우려도 있고.

그리고 독립적인 정보 취득 수단을 확보할 때가 됐다.

제정원 못지않게 능력이 뛰어난 인재를.

“블랙 해커라도 괜찮겠습니까? 예를 들어 불법적인 일도 마다하지 않는.”

“실력만 좋다면야,”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고르는 서랍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태주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건···?”

“이걸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저장된 번호는 하나입니다. 불리는 이름은 ‘죽음의데스’, 돈만 주면 어떤 정보든 빼내 줍니다.”

“실력은 믿을 만한가요?”

“깐깐하고 과할 정도로 조심스럽지만, 제가 아는 최고의 해커입니다. ‘EB’의 소개를 받았다고 말씀하시면 될 겁니다.”

이름이 죽음의데스라고?

상당히 오글거리는 이름.

‘일단 만나보고 결정하자.’

태주는 클럽 밖으로 나가 이고르가 준 스마트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딸깍.

“여보세요. ···그쪽이 죽음의데스?”

- 폰 주인이 아니군.

“소개받았어.”

- 소개해준 사람은?

“EB.”

- 좋아, 3시간 후에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내주지. 의뢰내용은 거기서 듣겠다.

뚝!

“하아, 새끼, 예의 없네.”

제 할 말만 하고 끊어버리다니.

※ ※ ※

‘죽음의데스’라는 해커가 불러준 주소는 재개발 예정지로 사람들이 별로 많이 살지 않는 오래된 주택가, 그중에서도 폐허가 된 건물의 반지하 방.

문은 잠겨있었다.

태주는 해커가 주소와 함께 보내준 비밀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보이는 방안의 모습, 중앙엔 의자가 하나 놓여있었고, 그 앞에 카메라 한 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순간!

- 의자에 앉아.

방 어디선가에서 들려오는 기계음.

이고르의 말대로 놈은 매우 조심스러웠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 카메라와 스피커를 통해 원격으로 의뢰를 받는 식.

태주도 피차일반 다를 게 없었다.

자신의 본 얼굴이 아니다.

의뢰가 확정된 것도 아닌 데 굳이 본모습을?

시키는 대로 의자에 앉았다.

다시 기계음이 들려왔다.

- 의뢰할 것은?

스슷!

민타누가 사용했던 노트북을 꺼내든 태주.

- 아공간 가방인가? 너 부자구나.

“맞아. 내세울게 돈밖에 없어. 의뢰는 이 노트북 해킹.”

- 노트북? ···으음, 카메라 앞으로 가까이.

태주는 노크북을 앞으로 내밀었다.

- 옆면과 뒷면, 그리고 열어봐.

빙글빙글 돌려 보여주고, 열어도 주고.

그러자.

- 네 건가?

“아니,”

- 그럼 주운 건 아닐 테고, 훔친 거?

“비슷해.”

- 간 큰 새끼였네. 딮웹 접속기 해킹해서 뭘 하려고?

험한 말버릇.

그러나 확실히 실력이 있는가 보다.

노트북의 정체를 바로 아는 걸 보면.

“딮웹의 정보를 빼내고 싶은 거지. 또 운영하는 놈들의 정체도 알고 싶고.”

피식!

비웃음이 들려왔다.

- 밝혀내서 뭐 하게?

“알 거 없고, 아무튼 얼마면 돼? 원하는 금액 말해봐.”

- 미친 졸부 새끼야. 딮웹 접속기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알아? 그게 남의 것이라면 해킹은 불가능하다고.

“실력 있는 해커라더니, 이거 실망스러운데?”

- 무식한 놈, 소유자의 지문과 안구, 그리고 안면과 표정까지 인식해야 작동되는 접속기야. 일단 켜져야 해킹을 하든, 뭘 하든 하지. 인증 절차가 하나라도 맞지 않으면 기계가 폭발할걸?

“그건 내가 해결할 수 있어.”

- 니가? 그럴 정도의 실력이라면 왜 나한테 의뢰하지?

“해킹에 실력이 없으니까.”

- ···뭐래? 붕신이, 헛소리할 거면 꺼져.

“하나만 물어보자. 만약 이 노트북을 작동할 수 있으면 해킹이 가능해?”

- 크크크, 네트워크에 접속하면 무조건! 근데 안 될게 뻔하잖아.

“흐음,”

스피커로 들리는 음성이었지만 자신감이 실려있었다.

- 그 노트북을 열어 작동하는 것, 그게 가장 뚫기 힘든 방화벽이야. 네까짓 게 그런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 포기하고 집에 가서 잠이나 쳐 자.

하아, 이 새끼, 건방지네.

태주는 그냥 보여주기로 했다.

인증 절차를 통과하는 방법을.

그동안 많이 연습했다.

민타누의 지문, 얼굴, 안구, 그리고 따로 동영상을 구해 놈의 말할 때 짓는 표정까지도 완벽하게.

“잘 봐.”

스르륵,

태주의 얼굴이 변하기 시작했다.

피부색도 달라지고, 눈의 크기, 코의 높이, 눈썹, 심지어 얼굴에 난 작은 흉터까지.

“이렇게.”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 ···버마 공화국의 민타누?

“눈썰미 좋네.”

- 혁명이 일어났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넌 민타누가 아니야. 솔직히 말해. 넌 누구지?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하나? 너도 정체를 밝히지 않으면서.”

- 그래? 그럼 대화는 여기서 끝이야. 내가 널 어떻게 믿고, 어차피 처음 얼굴도 진짜가 아닌 것 같은데.

태주는 고민했다.

정체를 밝혀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중단하고 제정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 같잖은 새끼, 어디서 마법 아티팩트 하나만 믿고, 뒈지기 싫으면 여기서 당장 나가.

해줄 마음이 없는 듯했다.

어쩔 수 없다.

제정원에다 의뢰하는 수밖에.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캬아아악!”

또 나왔다.

이번엔 삼백이로.

태주가 욕먹는 걸 보고 화가 나서 나온 모양.

“넌 들어가 있어.”

“니앙?”

그때였다.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목소리.

- ···자, 잠깐.

위이잉!

줌을 당겨 찍는 듯 전면 카메라 렌즈가 움직였다.

- 그, 그 고양이, 서, 설마?

뭐지?

- 마, 맞나? ···맞는 것 같은데. 그럼?

왜 갑자기 호들갑이야.

일이삼백이를 알고 있나?

겉모습은 그냥 평범한 고양이인데.

- 아, 어음, 아아아···.

떨리는 목소리.

- 죄, 죄송하지만 본모습을 보여주시면···, 부, 부탁드립니다.

말투도 변했다.

존칭으로 말이다.

- 안 될까요? 확인하고 싶습니다. 제발···,

“···.”

이렇게 된 이상 숨길 필요도 없다.

스르르륵,

역용을 풀고 본모습으로,

- 으힉!

스피커가 시끄럽게 울렸다.

콰당탕!

비명과 함께 의자가 넘어지는 소리.

곧이어.

- 지, 진작 말씀해주시지.

“응? 나 알아···, 요?”

- 당연하죠! 제 인생을 구원해주신 분인데.

구원하다니?

- 저 마나 거부자였습니다. 회장님 덕분에 삶의 희망을 품었고요.

“아!”

-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뵙고 말씀드릴게요. 빨리 가겠습니다.

어쩐지 일이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 ※

무시무시한 천마 신공의 위력.

작업 현장을 평정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폭풍과도 같은 작업 속도를 따라올 자가 없었다.

혈마도 분투했지만, 애초에 경쟁자도 되지 못했다.

그리고 기어코 받아든 치킨 한 조각과 살얼음 소맥.

‘후우,’

심호흡 한번 하고.

천마는 먼저 소맥을 조심스럽게 들이켰다.

꿀꺽, 꿀꺽, 꿀꺽.

목울대가 꿀렁이고 삽시간에 500ml 소맥 한잔이 반이나 비워졌다.

그리고,

바사삭,

프라이드치킨 튀김옷이 이빨에 부서지는 소리.

천마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흘렀다.

너무 맛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비참하다.

천마재림 만마앙복.

강호를 공포에 떨게 했던 자신.

그러나 지금은 지옥에 떨어져 치맥 얻어 먹어보려고 온갖 아양을 떨었다.

저 멀리, 건물 옥상에서 염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당군악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부끄러워 미칠 지경.

멀티플렉스 7층 꼭대기에서 염라와 함께 선계 월드 건설 과정을 지켜보고 있던 당군악도 묘한 감정이었다.

“호오, 독선, 그대가 무간지옥에서 천마를 노역에 합류시키라고 했을 때 솔직히 긴가민가했었소. 그런데 저렇게 일을 잘하다니.”

“네, 진짜 예상 밖으로···.”

당군악은 쓴웃음을 지었다.

천마가 어떤 존재였나?

강호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정파, 혹은 사파 세력을 멸문시키고, 관군도 파죽지세로 쳐부쉈던,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시산혈해가 생긴다는 공포의 대명사, 마교의 교주 아니던가.

그런데 고작 소맥과 치킨 하나 얻어먹어 보겠다고 저렇게 기를 쓰고 달려들어?

하긴,

여긴 인간계가 아니다.

천마든, 혈마든, 제아무리 독문 무공을 대성했어도, 그들을 어린애 놀 듯 가지고 노는 초월자들이 수두룩했다.

차사나 사자들은 또 어떻고?

저 허술해 보이는 강림차사만 해도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실력자.

천마 10명이 달려들어도 안 될 것이다.

염라가 손에 든 담배를 깊숙이 빤 후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다.

“연초보다 못하지만 달달하니 맛이 좋아.”

당군악이 선물한 액상형 전자담배.

선계는 금연 구역이지만 액상 전자담배는 허용해주기로 했다.

“푸우, 그건 그렇고, 할 말이 뭔가? 내가 지금 드라마를 보다가 나와서, 빨리 들어가 봐야 하는데, 곧 있으면 친자 확인 결과가 나온단 말이야.”

당군악이 염라를 따로 부른 이유.

그건 바로···,

“대왕, 서왕모가 사는 도화궁 안뜰에 천도 나무가 있지 않소이까?”

“있지.”

“만약···, 천도를 훔치면 어떤 벌을 받소?”

순간, 눈빛을 반짝이며 당군악을 지그시 바라보는 염라.

“무슨 의도로 질문하는 건가?”

“그냥 궁금해서.”

“천도라, 독선 그대가 필요한 건 아닐 테고, 그럼···, 허허.”

한번 헛웃음을 짓고 난 다음,

염라는 한참을 침묵했다.

이윽고.

“허락받는 것보다 용서받는 게 쉽다는 말이 있긴 해. 뭐, 천도 하나 사라진다고 해서 상위 계가 망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소이까?”

“황천계는 자네 편이야.”

“···고맙소.”

염라는 당군악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 후 말을 이었다.

“다만 보물엔 임자가 있기 마련이라.”

“임자라면?”

“그 원숭이 새끼가 제힘으로 천도를 훔쳐먹었겠나? 애초에 자격이 안 되면 따기도 힘든 게 천도인데, 천도가 알아서 선택한 거지.”

“···.”

염라의 말이 맞다.

천도를 훔쳐먹은 제천대성.

하지만 결국은 자신에게 주어진 대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여래계에 들었다.

태주는 어떨까?

과연 차원이 다른 데도 천도의 선택을 받을까?

< 해커 섭외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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