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26화 (126/148)

< 이미 정해져있었다. >

태주는 삼백이와 함께 해커를 기다리는 중.

“손님이 올 거니까 얌전하게 있어.”

“니아아야옹!”

“화났어? 건방지긴 했지만 몰라서 그런 거잖아.”

“니앙!”

“요놈 봐라? 지리산에서 나하고 처음 만났을 때 기억 안 나? 이빨 드러내면서 막 으르렁대면서···,”

“니아아아아···,”

태주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떨어대는 삼백이.

비록 웬만한 엘리트 마수쯤은 한입에 물어 죽이는 놈이지만.

“귀여워서 봐준다.”

“니앙?”

그나저나 이놈은 언제 오는 거야?

잠시 후.

부르르릉.

집 밖에서 들리는 스쿠터 소리.

삑삐비빅, 삑!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회장님!”

잔뜩 흥분한 얼굴의 소년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죽음의···, 아, 아니, 김동훈입니다. 너무 만나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어려 보였다.

“김태주입니다. 반가워요.”

“마, 말 놓으세요. 저 아직 18살입니다.”

“···학생?”

“아뇨, 중학교는 졸업했는데···,”

“그래?”

중졸의 천재 해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곧잘 나오는 흔한 설정이지만···,

“부모님은?”

“안 계세요.”

“돌아가셨니?”

“아뇨, 버려졌어요.”

“···.”

“니아아아···,”

알만하다.

어려서부터 마나 거부자였다면.

“참!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집으로 가시죠. 그 접속 장치 안전하게 열어보려면 몇 가지 장치가 필요하거든요.”

이제 실력을 확인할 때.

마음에 들면 붙잡아야지.

※ ※ ※

김동훈의 거처도 재개발 예정지 안에 있었다.

허름해 보이는 단독주택, 그가 쓰는 방안에는 모니터와 컴퓨터를 비롯해 각종 기계 장치들이 즐비했다.

“노트북 주세요. 전원 장치 켜기 전에 먼저 손 좀 볼게요.”

태주는 김동훈에게 노트북을 넘겨줬다.

전원선을 연결하고, 몇 가지 케이블을 꽂아서 자신의 컴퓨터와 연결하더니.

“됐어요. 이제 켜시면 돼요.”

“알았어. ···근데 알아둬. 사실 이번 인증 절차 처음 해보는 거야.”

“네?”

“그전에 한 번 접속하긴 했는데 원주인 몸으로 직접 인증했고.”

“···아! 얼굴 바꿔서 하는 건 한 번도 안 해보셨단 말이죠?”

“그래도 걱정하지 마. 잘 될 거야.”

실험해보자.

역용술로 바꾼 지문과 얼굴로도 인증이 되는지.

일단 전원을···,

핏!

“후우,”

지문은 통과.

다행히 켜졌다.

“와! 폴리모프 아티팩트가 있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지문까지 바꿀 수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뭐, 아이템은 아니지만.

역용술의 최대 관건은 얼마나 미세하게 기운을 조절할 수 있느냐는 것, 그러나 태주는 혼원무상독령공 대성을 이뤄낸 몸이다.

“다음 단계 인증해볼까?”

“아뇨. 그 전에 노트북을 제 컴퓨터와 연결할게요. 저도 조작할 수 있어야 하니까.”

연결하는 동안 태주는 미리 역용술로 얼굴과 안구를 변경했다.

“다 됐어요. ”

“이제 클릭해도 돼?”

“네.”

마우스를 움직여 딮웹 브라우저 아이콘을 클릭하니.

[안면 인식을 위해 웹캠 카메라에 얼굴을 정면으로 위치해주십시오.]

될까?

[확인되었습니다. A1153 회원님, 딮 월드의 세상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됐다.

파밧, 파바바밧!

자동으로 띄워지는 창들.

“오! 진짜네요. 계속 웹캠 앞에 있어 주세요. 검색하시는 척하면서.”

“알았어.”

완벽한 민타누가 된 태주.

김동훈의 말대로 노트북 앞에서 태연하게 마우스를 조작했다.

제목부터 거슬리는 게시물들이 보였다.

‘망할 놈들.’

특히 눈에 밟히는 것.

[구인] : 14세 미만 여아 구합니다. (삼한 제국 한정) 거부자, 일반인, 적합자 가리지 않습니다. (+5) - 거래 중.

‘씨발,’

전엔 댓글만 달려있던 제목에 거래 중이란 글이 추가됐다.

현재 인신매매가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

장소는 삼한 제국.

성별은 여자아이.

구매자와 판매자가 누군지, 어디서 어떤 식으로, 거래되는지 빨리 알아내야 한다.

“바이러스 심었어요. 회장님.”

“벌써?”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처음 접속하는 게 어렵지, 일단 접속하기만 하면 해킹하는 건 쉽다고.”

진짜?

“···바이러스를 실행하면 어떻게 되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에요. 하나는 시간을 두고 은밀하게 자료를 빼내는 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저쪽은 해킹당하고 있는지도 모를 거예요.”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데?”

“약 한 달쯤? 더 걸릴 수도 있고요.”

너무 늦다.

“두 번째는 뭐야?”

“즉시 모든 자료를 다운받고, 아예 딮웹 메인 서버 자체를 박살 내는 거. 하지만 이 경우, 이곳 위치가 노출될 수 있어요.”

“그거 말고 다른 단점은?”

“받을 수 있는 건 암호화된 문자 기록만, 사진이나 동영상은 안 돼요. 용량이 커서.”

어떻게 할까?

사실 선택은 정해졌다.

시간이 없다.

여자아이가 거래되는 걸 막아야 한다.

“두 번째로 가자. 지금 당장 알아봐야 할 정보가 있어.”

“이 게시물 때문에 그러는 거죠? 구인, 14세 미만 여아 구합니다.”

“맞아.”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당장 바이러스 작동시킬게요. 그리고 딮웹이 운영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알아내 보는 것도.”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줘서 고맙긴 한데.

“위치가 드러나면 여긴 더 이상 못 쓰겠네. 네가 위험해질지도 모르고.”

“흐흐, 상관없어요. 제가 누구 때문에 희망을 얻었는데, 회장님이 MRC를 만들어주시지 않았다면 10년도 살지 못했을걸요?”

태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해킹의 대가로 거액의 돈을 안겨주려 했지만···,

“동훈아, 너 나랑 같이 살래?”

“···네?”

“이참에 정리하고 같이 구례로 내려가자고.”

“으음,”

“어차피 이곳 위치 드러나면 너도 집을 옮겨야 할 거 아니야.”

갑작스러운 제안에 당황한 듯 김동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구례에 있으면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친구들도 많을 거고.”

“지, 진심이세요?”

“그래, 내가 사람 욕심이 조금 유별난 편이라, 너 유능하잖아. 태홍 바이오 본사 보안팀으로 채용할게. 원하는 연봉 말해봐.”

“···.”

김동훈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사실 해커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긴 했지만 사정이 좋은 건 아니었다.

해커 일이 원래 그렇다.

보호받지 못하는 직업이다.

불법적인 일이라 들키면 그날로 끝.

목숨도 위험해질 수 있고.

게다가 아직 나이도 어려서 본업 외의 일은 문외한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같이 일하자고?

그 유명한 김태주 회장님과?

순간!

띠딕, 띠디디딕.

“어, 다운이 시작됐어요.”

화면에 다운로드 상태창이 띄워졌다.

급속하게 올라가는 숫자.

“저쪽에서도 알아차렸을 거예요. 아마 우왕좌왕하겠지만.”

“다운되기 전에 들키지 않을까?”

“이미 늦었어요.”

띠링!

“다 넘어왔거든요.”

동시에 딥웹 노트북 화면이 암전됐다.

“어? 꺼졌네?”

“메인 서버가 바이러스 때문에 파괴됐어요. 하지만 그전에 위치는 확인했습니다.”

“어디?”

“···어.”

“왜?”

“위, 위치가 삼한 제국인데요.”

“뭐? 삼한 제국이라고?”

“정확히는 옛 일본 땅, 북해도 자치령, 미나모토 길드 사옥.”

이런 망할 새끼들.

북해도, 300년 전엔 홋카이도라고 불리었던 섬, 현재 일본계 제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땅이다.

“혹시 북해도 자치 정부하고 연관된 건 아니지?”

“그건 확인할 수 없어요. 하지만 길드장은 알고 있겠죠. ···잠시만요.”

김동훈이 인터넷 검색창을 띄워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길드장 이름은 미나모토 신이치, 마스터 등급이고, 어우, 자료가 넘쳐흐르는데요? 북해도에선 상당히 유명한 각성자인가 본데···,”

“자료는 싹 다 이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줘.”

“넵!”

위치도 특정했고, 얼굴과 이름도 알았다.

이제 놈은 독 안에 든 쥐.

천천히 잡아도 된다.

먼저 급한 것부터.

“아까 그 게시물 있지? 여자아이 거래, 구매자, 판매자 정보와 둘 사이 대화 기록 볼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기록이 암호화되어서, 빨리 풀겠습니다.”

이게 가장 급하다.

만사 제쳐놓고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마음이 급했지만 참고 기다렸다.

이윽고.

“다 됐어요. 프린트해드릴게요.”

지이잉.

드디어 정보를 손에 넣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건 거래가 진행 중인지, 끝났는지.

프린트 종이엔 놈들이 주고받은 쪽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D2098 : 물건 확보. 5 battcoin 중도금 선입금 요망.]

[Z8374 : 중도금 입금 완료. 물건은 어디서?]

[D2098 : 입금 확인, 물건 넘겨받을 시간과 장소는···,]

‘개자식들,’

드디어 알아냈다.

거래 날짜를 보니 바로 오늘, 그나마 다행히 아직 시간이 넉넉하다.

미리 가서 기다리고 있어야지.

“동훈아.”

“네.”

“여기 위치가 알려진 거 맞아?”

“저쪽에서 눈치챘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럼 피해 있어. 내가 뉴서울 올 때마다 묵는 호텔이 있거든.”

“어어, 제 기계는요? 놓고 가면 안 되는데, 비싼 게 많아서.”

“어느 걸 가져가야 해? 짚어봐.”

“으음, 노트북과 저장장치는 제가 챙기면 되고, 일단 이 모니터랑, 본체···,”

순간!

스슷!

“헉!”

사라지는 대형 모니터와 본체.

“어, 어떻게.”

“또 없어?”

“더 있어요. 전파 방해 장치하고, 네트워크 라우터와···,”

스슷, 스스스슷, 스스슷!

기계들이 무한공간 안으로 사라졌다.

책상이나 가구, 수납함들도.

“다 됐냐?”

“어음, 네, 됐어요.”

“그럼 백두 호텔로 가. 내가 미리 전화해 둘 테니까. ”

이제 맘 편안히 잡으러 가자.

잡고 나서는?

경찰이나 제정원에 넘기진 않을 것이다.

‘살려 둬서 뭐 하게?’

애초에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제정원과 함께 했겠지.

※ ※ ※

당군악은 귀곡 선인과 함께 도원을 걸었다.

곳곳에 신장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서왕모가 멀티플렉스 극장에 있는 걸 확인하고 왔다.

드라마 틀어주고 왔으니 다 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곧 도화궁 대문 앞에 도착한 당군악.

정면에 보이는 건 오직 문 하나, 담벼락도, 건물도 보이지 않았다.

반드시 저 문을 통해야 도화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첫 번째 결계구나.”

당군악은 쓰고 있던 투명 보자기 보패를 벗었다.

스르르륵!

그리고 귀곡 선인도 보자기를 벗고.

“어디 보자···, 문단속 결계 같은데, 이 정도 진법이야 어렵지 않지.”

팔을 들어 소매를 떨쳤다.

그러자,

후두두둑!

도화궁 대문 주위로 떨어져 바닥과 문틀, 이곳저곳에 꽂히는 나무젓가락.

파바바바박!

“됐소. 진법은 망가졌어.”

귀곡의 임무는 자물쇠 따기.

결계진을 무력화하여 안으로 진입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

그리고.

- 이젠 내 차례군.

귀곡의 도포 주머니에서 쏘옥 머리를 내미는 아주 작은 형체.

한 마리 작은 개미였다.

그런데 말도 한다.

전음을 통해서.

- 내가 안쪽을 살펴보고 오겠소.

어떤 생명체로도 변신할 수 있는 신선술을 가진 종리 선인이었다.

- 자자, 개미맨 나가신다.

“조심하시오. 내가 밟을지도 모르니까.”

종리 선인은 염탐 역할이다.

개미로 변한 몸으로 도화궁 안으로 먼저 들어가 경비의 위치를 확인한다.

동시에 들려오는 전음.

- 대문 너머 신장 셋이 지키고 있소. 안뜰로 통하는 문에도 3명.

“정확한 방향만 설명해주시오.”

- 방향이 어디냐 하면···,

당군악은 종리 선인이 가리킨 쪽으로 독기방사를 시전했다.

주위로 퍼뜨리지 않고 정해진 표적만 공격할 수 있도록.

독령이 반응했다.

마치 유도 미사일처럼 날아가는 독기.

독의 종류는 수면 독.

신체엔 전혀 해가 없다.

그저 잠이 매우 잘 올뿐이다.

털썩, 털썩, 털썩,

안쪽에서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검선은?”

“저어기···,”

먼 하늘 위에 보이는 작은 점.

바로 검선이었다.

굳이 만리비검이 아니더라도 어검비행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검선의 임무는 운전.

천도 약탈이 성공하면 재빨리 당군악을 검에 태워 선계 밖으로 도망친다.

그리고 배송 신호가 떨어질 때까지 숨어서 지낸다.

천도 도적단.

각 분야의 스페셜 리스트들이 함께 힘을 합쳤다.

은행강도가 나오는 드라마를 많이 본 덕분.

당군악은 도화궁 문을 열었다.

삐걱,

안으로 들어가자 별천지가 펼쳐졌다.

화려하게 지어진 궁궐.

흩날리는 도화 꽃잎.

개미로 변신한 종리 선인이 앞쪽에서 도적들을 안내했다.

- 따라오시오.

종리가 염탐하고, 귀곡이 자물쇠를 풀고, 당군악이 경비들을 재우고.

손발이 착착 맞았다.

그리하여 도화궁의 심처.

천도 나무가 심어진 안뜰에 도착한 일행들.

그리 크지 않은 나무였다.

잎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분홍색의 복숭아 한 알만이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달려 있었다.

“오오오!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기운이 느껴져.”

“향기도 기가 막히는군.”

- 실로 보물이라 할만해.

천도가 바로 눈앞에 있다.

따기만 하면 끝.

“독선, 빨리 따시오.”

- 일단 무한공간에 들어가기면 하면 끝난 게임···,

그때였다.

“하아,”

뒤쪽에서 들리는 한숨 소리.

“결국 여기까지 왔군요.”

서왕모였다.

들켰나?

월궁 선자와 미호 선자도 있었다.

“···어떻게?”

“날 우습게 보는군요. 예전부터 그대가 천도를 욕심내고 있다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았나요?”

“으음.”

“실망이에요. 난 진심으로 대하나 싶었는데.”

“그, 그게.”

갑자기 풀쩍 뛰어오르면서 강하게 발을 구르는 미호.

“어머? 여기 개미가 있네?”

콰악!

동시에,

쑤욱!

종리 선인이 미호의 발에 밟힌 채 본신으로 돌아왔다.

“으가각! 이 미친 여우년이,”

“개미가 말을 해?”

“발 치워라. 뒈지기 싫으면,”

“싫은데?”

“네년 꼬리를 뽑아서 목도리로 만들어주마.”

“해봐.”

그러자,

“미호야, 경거망동하지 마라.”

“네, 왕모님,”

서왕모는 당군악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하던 일 계속해보세요. 독선.”

“···무슨?”

“천도를 따고 싶다면서요. 저기 있잖아요.”

“정말이오?”

“네, 따세요.”

못할 것 있나?

당군악은 천도 나무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

‘응?’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갔다.

그리하여 비로소 천도 나무 지척에 도착한 당군악.

그 모습에 월궁 선자가 화들짝 놀라며 옅은 비명을 질렀다.

“아! 와, 왕모님!”

“쉿! 조용히 하거라.”

“하, 하지만···,”

그럴 수밖에.

천도는 절대 타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

선자들도 예외 없었다.

오직 서왕모만이 천도에 저렇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독선이?

당군악은 천천히 손을 올려 천도를 잡았다.

자신이 먹을 것이 아니다.

다른 세상의 자신, 김태주가 먹을 천도.

당군악은 눈을 감았다.

천도도 영성이 있다.

그래서 질문했다.

‘따도 되겠는가?’

순간!

멈칫!

행동을 멈추는 당군악.

어느새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온 검선이 소리쳤다.

“뭐하나? 빨리 따버리시오.”

하지만 당군악은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왜?”

“아직 때가 아니오.”

“때가 아니라니,”

“덜 익었소.”

“엥?”

“덜 익은 복숭아는 입에 쓴 법이지.”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

오직 서왕모만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독선, 축하해요.”

“고맙소. 나중에 신상으로 보답하겠소이다.”

천도를 손에 잡는 순간 깨달았다.

이미 인연이 정해져 있다는 걸.

그 대상이 태주가 맞는다는 걸.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걸.

핵심은 변화였다.

선계를 비롯한 상위 계의 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천도도 먹기 좋게 익어 줄 것이다.

천도의 주인이 정해졌다.

이 소문은 상위 계 전체로 퍼져나갔다.

< 이미 정해져있었다. > 끝

ⓒ 꾸찌꾸찌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