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28화 (128/148)

< 본격 선계 발전 계획 >

북해도 자치령.

일본계 제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

과거 황제 류태현이 일본 정벌에 나섰을 때 가장 빠르게 항복한 곳이 바로 북해도, 전쟁의 포화에서 빠르게 벗어났기 때문에 기반시설이 비교적 많이 보존되어 있다.

북해도 행정의 중심은 아사히카와, 그곳에 자치 정부가 있다.

미나모토 길드는 북해도에서 첫 번째로 손꼽히는 민간길드, 그러나 주 수입원은 마수 레이드가 아니다.

아사히카와시 길드 건물 지하엔 남들이 모르는 비밀 장소가 있다.

딮웹 서버 데이터 센터.

여기가 바로 미나모토 길드의 핵심 사업부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졌다.

메인 서버가 해킹당하고 터져버렸다.

그래서 열린 긴급 간부회의.

길드장 미나모토 신이치가 터져 나오는 화를 꾹 삼키며 회의를 주재했다.

“복구 진도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후우, 완료 시점은 예상 가능해?”

“시,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복구될 겁니다.”

피해가 워낙 컸다.

막으려고 했지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빨랐고.

“어떤 놈인지 역추적해봤겠지?”

“네, 서버 터지기 직전에 알아냈습니다.”

“위치 말해봐.”

“···뉴서울입니다.”

미치겠다.

“혹시 제정원인가?”

“그쪽은 아닙니다. 서버가 터진 직후, 사람을 보내봤는데, 아무것도 없이 텅비어 있어서···, 다만,”

길드 소속 서버 엔지니어가 인쇄된 종이를 미나모토 신이치에게 넘겼다.

“그곳 아이피 주소에서 마지막으로 접속했던 놈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어떤 새끼가···, 어?”

미나모토 신이치는 눈을 비비며 다시 사진을 응시했다.

잘못 본 게 아닐까?

웹캠이 있는 모니터를 응시하는 남자의 모습.

‘이놈이 왜 여기에?’

너무 황당해서 어이가 없었다.

“···민타누? 맞아?”

“회원 번호 A1153, 민타누가 확실합니다.”

버마 공화국의 군부 독재자.

저항군의 기습에 모든 걸 잃고 해외로 도피했다고 알려진 놈.

‘도피한 곳이 삼한이라고?’

그것도 그렇지만, 왜 해킹을 시도하는 거야?

설마 딮웹의 운영권을 손에 넣어 재기를 시도하려는 건가.

‘감히.’

어딜 넘봐?

“유출된 자료는?”

“회원 정보 일부와 주고받은 쪽지, 실시간 채팅 기록···, 하지만 사진이나 동영상은 유출되지 않았습니다.”

“제기랄!”

최고 기술자들을 모아 철저한 보안으로 딮웹 서버를 구성했는데, 고작 바이러스 하나에 털려?

“혼자 저지른 일일까?”

“그럴 리 없습니다. 민타누가 해킹이라뇨? 분명 조력자가 있습니다.”

다른 의견도 이어졌다.

“애초에 민타누가 아닐 가능성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리모프 아이템을 사용한다거나.”

“폴리모프 아이템이 지문, 안면, 동공 인식을 뚫을 만큼 정교하다고?”

갈수록 수수께끼다.

“버마 공화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봐야 합니다. 솔직히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버마 정부군은 반군에게 당할 만큼 약하지 않아요. 마스터만 해도 몇 명인데.”

“동의합니다. 분명 뭔가 있어요.”

미나모토가 결정을 내렸다.

“메인 서버를 옮긴다. 여긴 깨끗하게 정리해.”

“어디로···?”

“삿포로.”

과거 훗카이도 최대의 도시.

하지만 반쯤 물에 잠겨 지금은 예전 같지는 않다.

“복구도 그곳에서 진행합니까?”

“그래, 최대한 비밀리에.”

그리고.

“버마 공화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해봐. 직접 가든지, 아니면 현지 정보원을 섭외하든지,”

“네. 알겠습니다.”

지금은 움직일 때가 아니다.

들켰으니 숨는 게 먼저.

더불어 빨리 서버를 복구해야 하고.

※ ※ ※

김동훈은 태주의 지시대로 백두 호텔로 왔다.

“어서 오십시오. 뭘 도와 드릴까요?”

“저, 김동훈이라고 하는데요.”

“네?”

“···기, 김태주 회장님이 전화하셨다고.”

“아! 김동훈님!”

호텔 여직원이 활짝 웃으며 김동훈을 안내했다.

“제가 도와 드릴게요. 이쪽으로.”

호텔 여직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리고 최상층으로 올라가,

“여깁니다. 따로 짐은 없으세요?”

“으음, 어, 없습니다.”

“그럼 편히 쉬시고, 필요한 거 있으면 전화해주세요.”

김동훈은 처음 보는 백두 호텔 로얄 스위트룸의 모습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진짜 꿈만 같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지?

진짜 여기 있어도 되나?

‘···일이나 하자.’

딮웹 서버에서 다운받은 자료들.

외장 하드에 미리 챙겨왔다.

노트북을 열고, 하드를 연결하고.

김동훈은 정신없이 일에 몰두했다.

누가 들어오는지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윽고.

“동훈아.”

“···어? 회, 회장님.”

“냐앙!”

“일은 잘 끝나셨어요?”

태주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김동훈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덕분에, 너 아니면 큰일 날뻔했다.”

“오! 잘됐네요. ···나머지 암호화 기록도 풀고 있었어요.”

“위급한 상황이 있으면 즉시 이야기하고.”

“네, 어차피 서버가 날아가 딮웹도 먹통이 됐으니까, 더 이상 거래는 불가능할 거예요.”

“저쪽에서 딮웹 서버를 복구하려고 할까?”

“당연하죠. 거기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만데?”

하지만 절대 복구하지 못할 것이다.

그전에 끝내버릴 테니까.

“참! 부탁이 있다.”

“뭐든 시켜만 주세요.”

“특정 장소에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설치할 수 있어? 외부 인터넷 연결 없이.”

“당연히 가능하죠.”

“무선 신호도 송출할 수 있고?”

“장비만 있으면 뭐···,”

태주는 선계에 네트워크를 깔 생각이다.

놀이공원도 만들어질 테고, 그럼 찾는 사람도 많아질 테고.

“스마트폰도 이용할 수 있나?”

“그렇죠. 독립 인트라넷을 구성하면···, 스마트폰 프로그램도 살짝 손보면 됩니다. 채팅뿐만 아니라 전화, 게임이나 자료공유도.”

그 정도면 충분하다.

“범위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해?”

“글쎄요, 범위를 넓히려면 케이블을 깔아야 할 거예요. 중계기 같은 장비도 필요하고. 뭐, 돈이 많이 든다는 의미죠.”

“돈은 걱정하지 말고,”

“아! 맞네요. 그럴 필요가 없겠어요.”

천선계 인트라넷.

신선들과 천인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서로 대화하고 친교를 다진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일단 자세한 이야긴 구례로 가서 나누자.”

“넵!”

※ ※ ※

태주는 김동훈과 함께 구례로 왔다.

자신의 자택에 도착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시키고.

무한공간에서 장비를 꺼내 다시 돌려주고는

“집은 나중에 구해줄 테니까, 당분간 여기 있어.”

그후 태주는 백서연 총괄경영자를 만났다.

“급한 불은 껐죠?”

“네, 각국에서 마나 거부증으로 인한 사망 위험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좋네요. 그렇다면 슬슬 다른 약품 생산 라인을 복원해야겠어요.”

태홍 바이오 전 공장은 MRC 비상 생산 체제.

거의 모든 곳에서 MRC만 생산되고 있었다.

이젠 생산량을 조절해도 된다.

물론 태홍 회복제와 모기 독, 포자독 해독제는 지금도 제자들이 따로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

태주가 말하는 건 다른 약들.

“생기불끈, 새살쑥쑥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약이니까요.”

“네.”

“가능하겠죠?”

“여력은 충분해요. 노동자들의 생산 숙련도도 높아져서 생산성이 갈수록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새로 확충된 생산 설비들, 미리내 제약의 공장과 파주의 신공장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하지만 아무래도 수출 물량은 턱없이 부족해서,”

“아아, 수출···.”

여기저기서 요구가 빗발쳤다.

삼한 제국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공화국, 그리고 유럽 제국에서도.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만.”

“뭔가요?”

태블릿을 열어 태주에게 보여주는 백서연.

“···화이백 인수?”

“네! 불법 카피약으로 과징금 때려 맞고, 주가도 폭락 중이고, 현재 거의 빈사 상태입니다. 우리가 인수할 수 있어요.”

미국에 지사를 둔다?

“또한 불법 카피약을 생산한 경험이 있기에 대규모 생산 시설과 숙련된 노동력도 확보 가능합니다.”

생각해보니 좋은데?

“비록 재료가 차이가 나서 약효가 조금 떨어질 거라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건 손보면 됩니다. 환경에 맞는 제조식을 새로 만들면 되니까.”

“추진해볼까요, 회장님?”

“당장 하세요.”

따로 시간 내어 아메리카 공화국에 가 봐야겠다.

“참! 제가 전에 이야기한 건?”

“아! 중형 발전기 설비 말씀이시죠? 전력 공사에 주문을 넣어 모듈 형식으로 발전 설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중형 발전기라고 해도 웬만한 지방 도시쯤은 충분히 커버한다.

다만 크기가 너무 커서 공유창고를 이용해 선계로 넘겨주기가 어려운 것이 문제, 뭐, 그것도 해결 방법이 있다.

전체 설비를 작은 장치로 분리해서, 모듈 형식으로 선계에 넘길 예정, 그럼 그곳에서 발전기를 조립해서 설치하면 된다.

발전에 필요한 연료는 당연히 마나 결정체, 현재 지구의 주된 에너지원이다.

석유도 에너지원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비중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제대로 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일반 결정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결정체 연료봉에 엘리트 마나 결정체가 들어간다고 해서···.”

발전소는 결정체 연료봉으로 돌아간다.

중형 발전소 한 기당 연료봉이 100개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엘리트 마나 결정체도 100개.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엘리트 결정체야 제가 확보할 수 있으니까.”

“네.”

백서연의 장점 중 하나.

중형 발전 설비가 필요한 이유를 절대 묻지 않았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

태주가 어디서 MRC의 재료인 꽃을 공급받는지, 또한 왜 그렇게 쇼핑을 많이 하는지, 물류 창고에 보관했던 그 많은 물건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지시하면 그대로 따를 뿐.

그래서 믿고 맡길 수가 있는 것이고.

“당분간 제가 없어도 되겠죠?”

“또 어디 멀리 가시는지···,”

“아뇨, 제국 안에 있을 겁니다. 다만 매우 바쁠 것 같아서,”

“하아, 가끔씩 회사 직원들 만나서 격려도 좀 해주세요. 새로운 직원들이 회장님 얼굴 한번 보기를 얼마나 바라고 있는데.”

“하하, 꼭 시간을 내볼게요.”

어디 회사 직원뿐인가?

각종 강연과 행사 초청, 수상식 참석 등등, 지금도 문의가 쇄도하는 중.

미나모토 그놈만 잡아서 족치고 회사와 선계 발전 계획에 본격적으로 전념해야지.

치료제 빼돌리기, 장기 거래, 어린 소녀까지 물건으로 거래되는 추악한 인신매매, 어지러운 지구였다.

그에 비하면 선계는 얼마나 평화로운가?

신선들 보기에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 ※ ※

황천계를 비롯한 염라의 하루 일과는 바쁘게 돌아간다.

그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새로 들어온 망자들을 분류해, 지옥으로 보낼 놈은 보내고, 환생 시킬 사람은 시키고, 천계로 갈 영혼은 고이 모셔드리고.

그러고 나서 죄인들을 이끌고 선계 방문.

건설 공사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확인하고 나서, 극장에 틀어박힌다.

일이야 밑에 놈들이 하면 되고.

또 부하들도 교대로 근무하니 큰 불만은 없었다.

“저저저, 망할 년이! 자기 친딸한테? 어이, 오도 판관! 저년 한빙지옥에 집어넣어!”

“저분 연기잔데요?”

“···흐음, 그렇군.”

“과몰입도 병입니다. 병!”

“아니, 연기를 너무 잘하잖아.”

그런데 바로 그때.

엉거주춤한 자세로 극장 안으로 들어오는 강림.

막장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염라에게 가까이 와서.

“저어, 대왕님.”

“응? 무슨 일이야?”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서···, 하지만 잘 처리했습니다.”

“그래? 말해봐.”

강림은 염라의 귀에 대고 음마와 해맑 선녀와 있었던 일을 소곤소곤 보고했다.

표정이 심각해지는 염라.

옆에서 듣던 판관들도 분노했다.

“···뭐?”

“미친 음마 새끼가.”

“이런 썅!”

음마가 천인을 건드리려고 했다고?

“자, 잘 해결했습니다. 해맑님은 아무것도 모르시니까요.”

그럼에도 차분하게 가라앉은 염라.

아는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그 새끼는 어디 있어?”

“몇 번 찢어서 색욕 지옥으로 보냈습니다.”

“부족하다. 창의적으로 조져.”

“염려 마십시오. 극도의 고통을 줄 수 있게끔 차사들과 사자들이 연구 중입니다.”

“재발 방지책 철저하게 마련하고.”

천인에게 죄스러운 마음뿐.

만약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생각도 하기 싫다.

일단 해맑 선녀를 만나보자.

괜찮은지 확인하고.

‘멀티플렉스로 왔다고 했지?’

염라는 극장을 나가 1층 휴게실에 왔다.

1층에서 도란도란 신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해맑 선녀가 보였다.

다행이다.

아무 일 없어 보인다.

이 착한 천인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염라는 기분이 좋았다.

저 천진한 미소.

주위 사람들을 저절로 행복하게 만드는 해맑 선녀.

마음이 푸근해졌다.

선계에 오길 잘한 것 같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가가서.

“해맑 선녀, 혹시 나 기억하시오?”

“앗! 대왕님! 안녕하세요오. 오랜만이에요.”

“하하하, 날 기억해주니 송구스럽소, 만난 김에 선물하나 해주고 싶은데, 쇼핑몰로 갑시다. 원하는 건 다 사드리겠소.”

“괜찮은데···,”

그런데 선인들이 난리가 났다.

“대왕! 무슨 염치없는 짓이오?”

“여, 염치라니? 내가 뭘 했다고?”

“해맑 선녀에게 아무나 선물할 수 있는 줄 아오?”

“무, 무슨?”

“새치기하지 말란 말이오. 안 그래도 해맑이에게 선물하고자 하는 신선들이 줄을 섰는데.”

“다음 차례는 나요.”

“허어,”

선물하려면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고?

해맑을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지만.

“쯧쯧, 황천계 사람들은 경우가 없어.”

“극장에서도 시끄럽게 떠들고 말이야.”

“그래서 내가 그 시간에 극장으로 안가잖아.”

“조금만 참자고, 어차피 공사가 끝나면 여기 못 와.”

“맞소. 코인 바닥나면 아무것도 못 할 테니까.”

“···.”

사실 염라가 걱정하는 바가 바로 이것.

공사가 끝나고 코인도 다 써버리면?

노역 형벌 명목으로 죄인들을 투입해 공사비를 선도 코인으로 받았다.

그걸로 시계도 사고, 간식도 사고, 술도 사고, 연초도 사고, 막 쓰는 중, 선계 멀티플렉스에 한창 재미가 들렸다.

그러나 선계 건설 공사가 완료되면 코인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고,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

천인들 만나는 것도 힘들어진다.

‘대책을 세워야겠군.’

황천계의 또 다른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독선에게서 코인을 받아낼 수 있도록.

< 본격 선계 발전 계획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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