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약회사 회장님은 절대독마-129화 (129/148)

< 깔끔하게. >

납치당해 팔려 갈 뻔했던 여자아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실종 여아, 사라진 지 48시간 만에 부모의 품으로 돌아와.>

<천만다행이지만 납치범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뉴서울 경찰청, 범인 체포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

미안하지만 수사는 어려울 것이다.

범인들은 다 죽었으니까.

시체도 마수 밥으로 던져줬고.

구례 태주의 자택.

김동훈이 다운 받은 딮웹 암호화 기록을 다 풀어내고 정리해서 가져왔다.

“앞으로 진행 예정인 거래들인데, 다행히 장기 판매나 인신매매 같은 건 없었어요. 거의 정보 구매, 혹은 마약, 불법무기 등등이고요.”

그마저도 메인 서버 복구가 완료되지 않아 거래가 중단된 상황.

“과거 이뤄졌던 거래 내역은 여기 있어요.”

“그래? 그건 그렇고, 이쯤이면 딮웹 운영자 놈들이 서버를 거의 복구했겠지?”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요, 그쪽도 꽤 실력 있는 놈들만 모아뒀을 테니까.”

김동훈이 해킹한 건 메인 서버 데이터의 일부일 뿐이다.

놈들의 본거지에 더 많은 자료가 남아있을 터.

북해도로 가서 자료를 탈취하든, 혹은 복구할 수 없게 철저하게 파괴하든, 어떻게든 마무리 짓고 와야지.

‘슬슬 다녀올까?’

그 와중에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 회장님, 문경식입니다.

제정원 마인 파트 문경식 차장이었다.

서로 간단한 안부를 나눈 후,

- 다름이 아니라, 마인의 짓으로 의심되는 실종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아···.”

- 실종자가 레귤러 등급 각성자입니다. 마인의 짓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익스퍼트 미만 각성자들은 마인의 주 표적이라서.

“실종된 사람은 누구죠?”

아직 안 죽었으면 찾을 수 있다.

- 실종자 이름은 안형대, 뉴서울대 결정체 공학과에 재직하는 교수입니다. 개국공신 가문이라 권력도 상당한 양반인데도 말이죠.

“안타깝네요.”

-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어···,

“뭐죠?”

- 실종자 안형대의 집을 수색하던 중, 그의 개인 금고에서 딮웹 전용 접속장치가 발견되었습니다.

“···.”

그놈이었구나.

내가 누군지 아냐며 큰소리쳤던 구매자 새끼.

- 사진 보내드리겠습니다.

띠링,

스마트폰에 문경식이 보낸 메시지도 날아왔다.

첨부된 사진을 보니 놈이 맞았다.

- 회장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딮웹이라는 비밀 네트워크 거래 사이트가 존재합니다. 그곳에서 온갖 물건이 거래되는데, 안형대도 물건을 거래하다가 신분을 숨긴 마인에게 유인당한 것 같습니다.

“굳이 딮웹을 통해 거래할 정도라면···, 실종됐다는 안형대도 썩 좋은 사람은 아니겠네요.”

- 맞습니다. 솔직히 마인만큼 나쁜 놈입니다. 과거 비밀 성매매 업소 접대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수사받다가 결국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리된 적도 있고.

잘 죽었다.

아니 잘 죽였다.

- 수사하다가 단서가 포착되면 도움 요청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단서는 찾지 못하겠지만.

‘어쨌거나 제정원도 딮웹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제정원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딮웹을 이용했던 구매자와 판매자들의 처리 말이다.

‘일단 그놈부터 잡고.’

그리하여 야심한 밤.

태주는 북해도 아사히카와시로 날아갔다.

‘떠올려볼까?’

태주는 추적부를 꺼내 손으로 잡았다.

김동훈이 수집해준 미나모토 신이치의 모든 것.

그의 나이, 학력 등의 신상정보, 그리고 얼굴이 잘 나온 사진, 인터뷰 영상···,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부적이 잘 발동한다.

화르르륵!

추적부가 불타오르면서 하늘 위로 날아간다.

동시에 미나모토 신이치의 위치 정보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여기가 아니네?”

추적부 쓰길 잘했다.

※ ※ ※

삿포로.

미나모토 길드의 제2본부.

아사히카와시 본부보다 작고 허름하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땐가.

새로운 거점에서 미나모토 신이치는 자신의 최측근인 길드 간부 3명과 함께 대책 회의를 하는 중, 부하들은 모두 슈페리어 익스퍼트.

“메인 서버가 99% 복구됐습니다.”

“나머지 1%는 뭔데?”

“추가 보안작업이 필요해서요. 방화벽과 우회 장치, 함정도 만들 예정입니다.”

“최대한 빨리 가동해. 현재 고객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있어.”

경쟁 업체들이 즐비하다.

운영이 중지된 틈을 타 다른 업체가 치고 올라올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운영이 시작되는 대로 재고로 쌓인 마약들, 싸게 풀어.”

“얼마나 싸게···?”

“흐음, 10분의 1로, 헐값에 올려.”

“그럼 손해가 큽니다.”

“괜찮아. 떠난 고객들을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

마약을 싸게 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잠시 고민하다가.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미나모토 신이치.

“너희들은 열도 남부로 내려가 쓸만한 여자들, 몇몇 납치해와.”

“몇 명이나?”

“5명 정도.”

“···팔 겁니까? 위험부담이 클 텐데요.”

“열도 내부에서 소화하면 돼. 배달도 쉽잖아.”

젊은 여자들은 여전히 최고 인기 품목이다.

팔 물건이 많아야 회원들이 다시 돌아오겠지.

삼한 제국의 식민지인 옛 일본 열도에도 구매자들이 가득하니.

바로 그 순간!

“너희들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투명부를 해제하고 나타난 태주였다.

하지만 겉모습은 버마 독재자 민타누로.

“헉!”

“뭐야?”

“미, 민타누?”

화들짝 놀라는 미나모토 신이치와 간부들.

갑자기 나타난 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지, 진짜 민타누라고?”

“보면 몰라?”

“서,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넌 민타누가 아니야.”

“그래, 아니라고 해두자.”

“누군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서버를 망가뜨린 놈은 확실하구나.”

“어, 맞아.”

스르릉.

미나모토는 허리춤에서 엘리트 결정체를 섞어 만든 일본도를 꺼내 들었다.

“그럼 폴리모프? 투명화 아이템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마음대로 생각해.”

미나모토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폴리모프와 투명화 아티팩트.

돈이 있어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다.

“넌 실수한 거야.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어.”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알약 몇 개를 입에 털어 넣었다.

그의 최측근 길드 간부들도.

‘뭘 먹는 거지?’

순간!

우우웅!

요동치는 마나의 기운.

놈들의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았다.

주체하지 못한 마나가 머리털을 통해 분출되는 모양,

‘···약인가?’

놈들의 기세가 달라져 있었다.

확실히 강해졌다.

‘흐음, 영약은 아니야.’

그렇다면?

강호 무림에도 저런 비슷한 약이 있었다.

예를 들어 광혼단(狂魂丹).

잠력을 폭발시켜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힘을 내게 하는 마약의 일종.

먹고 나서 며칠 동안 힘을 쓰지 못하는 부작용도 있고.

그러나 웃기기만 하다.

감히 절대독마 앞에서 약을 처먹어?

미나모토와 그 일당들의 눈이 시뻘게졌다.

불끈, 팔뚝에서 꿈틀거리는 근육.

“푸우, 푸우, 건방진 놈, 아티팩트 몇 개 믿고 감히 여길 나타나? 조각조각 잘라서 죽여주마.”

거친 숨소리.

자신만만한 표정들.

하긴, 두 배 이상 힘이 강해졌으니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죽여!”

스팟!

태주가 먼저 놈들을 맞이했다.

독기방사는 기본.

환영미리보.

동시에 금나수, 분골십이수(粉骨十二手).

뼈를 분쇄하는 무공,

일단 한 놈.

머리로 찔러오는 칼은 슬쩍 피하면서, 목을 잡아 그대로 돌려버리자.

뿌득!

피하고, 잡고, 꺾고.

으드득.

스팟!

가까이 다가가서 주먹으로 한 방,

퍼억!

꽈득.

두개골 함몰.

“···어?”

멈칫,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미나모토.

‘다들 왜 쓰러져있지?’

놈이 먼저 움직인 것은 봤다.

희끗희끗한 그림자도.

부하들이 시간을 끌어주는 동안 뒤에서 기습하면 그만, 그런데 벌써 끝나버렸다.

이렇게 빨리?

그리고 왜 힘이 자꾸만 빠지는 거야?

‘대, 대체?’

미나모토는 이빨을 까득 깨물었다.

지이잉!

일본도에 어린 마나 블래이드.

“빠가야로!”

츠팟!

있는 힘껏 휘둘렀다.

‘벴나?’

물론 아니었다.

덥석.

“끄억.”

단 한 수에 목이 잡혀버린 미나모토.

뿌리치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여지질 않았다.

“자, 잠깐, 얘, 얘기 좀 하자.”

“갑자기?”

“이, 이유가 뭐야? 우, 우린 네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잖아.”

“나쁜 놈들 죽는 데 이유가 있을까?”

“도, 돈을 주겠다. 아공간 가방도 있어. 날 살려주면···,”

“필요 없어.”

아니 필요하긴 하지.

“솔직히 말해줄게. 난 민타누가 아니야.”

“그, 그럼?”

태주는 미나모토의 귀에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김태주.”

“···뭐?”

뿌드득!

미나모토의 목이 부러졌다.

털썩.

‘후우,’

요 며칠간 너무 많이 죽였다.

기분이 아무렇지도 않다면 거짓말일 터.

하지만 후회 따윈 없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아무리 악인이라고 해도 갱생의 기회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은 맞는 말이다.

갱생의 여지가 있는 범죄자들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놈들은 절대 아니다.

방금 전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약을 팔고 여자들을 납치할 계획을 꾸민 놈들.

‘그건 그렇고, 아까 아공간 가방 이야기하던데···,’

쓰러진 미나모토의 몸을 뒤져보니,

‘여깄군.’

허리에 차고 있었다.

슬링백 형식의 아공간 가방.

‘뭐가 많이 들어있네.’

나중에 확인해보자.

태주는 죽어있는 길드 간부의 품에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지문은 이미 바꾼 상태, 목소리만 변화시키고 제정원 신고 전화 113을 눌러.

“여보세요. 신고하려고 하는데요. ···아뇨, 마인 신고는 아닙니다. 딮웹인가? 여기가 그 딮웹 본부라던데···, 제가 누구냐고요? 글쎄요. 누굴까요. 아무튼 빨리 오시죠.”

태주는 전화를 끊지 않고 회의실 탁자 위에 가만히 뒀다.

시체도 놓고 간다.

스스스스스···,

방사한 독기는 다시 거둬들이고.

딮웹 조사는 제정원에서 알아서 하겠지.

요원들이 오는 것까지 확인하고 가자.

깔끔하게.

잠시 후,

애애애앵!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스슷!

태주의 몸도 사라졌다.

※ ※ ※

황천계에서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안건은 대역죄를 저지른 음마에 대한 처벌과 새로운 선도 코인 수익 사업을 찾아내는 것.

강림 차사가 염라와 판관들 앞에서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음마(淫魔) 처벌 방안 보고드리겠습니다. 먼저 초열지옥으로 보내 화끈하게 며칠간 태웁니다. 그다음 발한지옥으로 보내 얼려버리고, 도검지옥에서 포를 뜨듯 살을 저며내고···,”

꽤나 신경 써서 세운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진하다.

음마가 지은 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내가 창의적으로 조지라고 했잖아.”

“최대한 머릴 짜낸 건데요?”

“됐다. 내가 너에게 뭘 기대하겠냐?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

지속적인 코인 수급 방안.

그래서 어떻게든 선계 멀티플렉스를 오래도록 이용하는 방법.

의견들이 속속 나왔다.

“공사 기간을 좀 길게 끌어볼까요? 휴식 시간도 늘리고, 게으름 피우는 것도 넘어가 주고, 그래서 작업을 지연시키면···,”

“안 돼. 눈치 빠른 신선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아니면 다른 일감을 만들어 보는 것도.”

“어떤 거?”

“도로를 확충하는 건 어떻습니까?”

“이미 검선이 하고 있어. 곧 슈퍼카가 들어올지도 모른다면서.”

“와! 역시 검선은 다 계획이 있구나.”

“지금 감탄할 때야?”

아아!

노동력 말고는 빈약한 황천계의 자산.

신선들은 하루에 하나씩 선도를 받아 코인으로 바꾸고 있고, 천인들은 꽃만 꺾어와도 코인을 입금해주는데.

“하나 생각났습니다.”

“뭔데?”

“놀이 공원이 지어졌다고 다 끝나는 건 아니죠. 유지 보수할 인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오! 그렇지. 청소도 해야 하고, 파손된 시설도 수리하고.”

괜찮은 생각이다.

“모범 죄인들 파견해서 일하게 하면···,”

“미쳤어? 그걸 죄인 새끼들에게 왜 맡겨?”

“맞아, 내가 하면 되지.”

“···아냐! 내가 한다. 현장에 제일 오래 있었잖아.”

“어허! 이놈들이, 짬밥 안 되는 놈은 닥치고 있어.”

그러자 슬며시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하는 강림.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뭐야? 말해봐.”

“제가 철장 선인하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무슨 이야기?”

“선계 월드가 거의 지어지면 관람차 제작 같은 어트렉션 작업을 할 거랍니다.”

“그거야 나도 알지.”

“그런데 철이 부족하다네요.”

“철?”

나무와 석재는 선계, 환수계, 요마계에도 널렸다.

그러나 철은 찾아보기 어렵다.

아무리 철만큼 단단한 나무가 있다지만, 어트렉션을 목재로만 제작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근데 그게 왜?”

“금속이야 우리 황천계에 발에 채일 정도로 수두룩하지 않습니까?”

“아!”

맞다.

가장 대표적인 광물이 바로 흑암철.

당장 흑저지옥 형벌이 뭔가?

바닥에 깔린 흑암철을 파내는 거 아닌가?

“처치 곤란이긴 하지.”

“품질도 좋죠. 황천의 기운이 서려 있어서 잡귀의 침범도 막고, 단단하고, 녹도 슬지 않고···,”

사실 흑저지옥은 태초의 지옥이란 별명이 있다.

모든 지옥은 흑저지옥에서 출발했다.

바닥을 파고, 파고 계속 파서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면 불이나 얼음처럼 특정 속성의 지옥으로 만들고, 다시 다른 곳에 또 땅을 파고.

셀 수도 없이 오랜 세월 동안 땅만 팠다.

그래서 지옥은 계속 확장 중.

악인들이 좀 많나?

파낸 흑암철은 어떻게 처리할까?

그냥 쌓아만 두고 있었다.

“황천계 곳곳에 솟은 수많은 산을 보십시오. 다 흑암철이 쌓인 겁니다. 그걸 팔아서···,”

“하아!”

열변을 토하는 강림을 보며 한숨짓는 염라.

“차사의 우두머리가 이리 멍청할꼬.”

“···네?”

“네 말대로 흑암철을 갖다준다 치자. 그게 얼마나 필요할 것 같으냐?”

“아···,”

“어트렉션? 청룡열차나 회전목마 전체를 철로 만든다고 해도 그렇지, 흑저지옥 하루 작업량이면 쓰고도 남겠다.”

염라의 말이 옳다.

흑암철도 지속적이지 않다.

어트렉션 다 만들면 더는 필요가 없어진다.

“아예 건물도 철로 만들자고 건의하면요?”

“거의 다 지어졌잖아.”

“허물고 다시 짖자고···.”

“되겠냐?”

“···.”

“저기 가서 대가리 박고 있어.”

“네.”

하지만 염라는 흑암철 광석을 들고 독선을 만나볼 생각.

어쩔 수 없다.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선도 코인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독선이 이 흑암철을 받아줄지가 관건.

제발 사줬으면 좋겠다.

헐값이라도 상관없으니 말이다.

< 깔끔하게.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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