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흑암철의 가치(2) >
마나 침범 직후부터 바닷길이 끊긴 건 아니었다.
지구 온난화로 해안 도시가 잠기고, 마수들이 출현하기 시작했어도 배는 바다를 계속 돌아다녔다.
기존 조선소는 물에 잠겼지만, 새로 조선소를 만들어 선박을 건조해냈고.
뱃길이 완전하게 끊긴 건 50년도 채 되지 않았다.
바닷속이라 마나의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아서 그런 걸까?
육지와는 달리 해양 쪽은 마수들이 늦게 나타났다.
따라서 엘리트 해양 마수 출현도 상대적으로 매우 느렸다.
사실 일반 마수뿐이었다면 바닷길이 끊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엘리트 해양 마수.
커다란 유조선도 단번에 수장시킬 힘을 가진 놈들.
그렇다고 모든 바다가 다 위험한 건 아니다.
가까운 바다, 특히 수심이 얕은 곳은 마수들이 살지 않는다.
그래서 고기도 잡을 수 있고, 가두리 양식도 가능하다.
먼 바다로 나가면 위험한 거고.
바닷길도 그렇다.
비교적 짧은 바닷길은 살아있다.
이를테면 제국과 옛 일본 열도를 연결하는 일부 항로.
과거 황제가 일본 정벌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안전한 뱃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규슈 영지와 제국을 오가는 페리호가 있다.
하지만 이 항로를 벗어나면 위험하다.
무수한 사고사례들이 존재한다.
태주는 먼저 소형 어선 한 척을 구했다.
가까운 바다, 주로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용하는 배.
배 밑창에다 흑암철 철사를 그물모양으로 엮어서 고정한 후.
쏴아아악!
배를 타고 먼바다로 떠났다.
한참을 나아갔다.
이 정도면 마수가 나타날 법한 장소까지.
하지만 멀쩡하다.
‘혹시 나 때문에 못 다가오는 건 아니겠지?’
쎅토끼를 대신 배에 태우고 자신은 만리비검으로 하늘 높이 날아올랐는데도.
‘안전하네.’
심지어 쎅토끼의 목에 줄을 묶어 바다에 빠트렸다.
마치 낚시하는 것처럼.
그러나 입질도 오지 않았다.
‘눈으로 확인해볼까?’
태주는 배의 속도를 저속으로 맞춘 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안력을 돋우어 살펴보니, 저 멀리 보이는 칼날 지느러미 백상아리 한 마리, 가장 대표적인 해양 마수.
게다가 크기가 예사롭지 않다.
‘···엘리트?’
저정도 크기면 엘리트가 확실하다.
밑창에 흑암철 철사를 두른 배가 엘리트 칼날 지느러미 백상아리 쪽으로 다가갔다.
순간!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는 엘리트 백상아리.
‘효과 확실하네.’
마지막으로 태주는 배 밑창에 장착한 흑암철 철사를 모조리 벗겨냈다.
그러고는 만리비검을 타고 다시 하늘 위로.
잠시 후.
쾅! 콰직! 콰앙!
해양 마수의 공격이 시작됐다.
어느 틈에 나타난 송곳 머리 박치기 돌고래.
어선은 순식간에 구멍이 뚫리고 조각조각 나버렸다.
확인은 끝났다.
정말이지 기가 막힌 결과였다.
배 전체를 흑암철로 만든 것도 아니다.
그저 철사로 만들어 대충 붙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마수들은 접근할 엄두도 못 냈다.
제대로 만들어내면?
‘뱃길이 열리는 거지.’
어디 뱃길뿐인가?
육상교통, 기찻길에도 혁명이 온다.
안전한 지역 철로는 기존의 철 그대로, 마수 밀집지대 근처를 지나는 철로는 흑암철을.
그것 말고도 흑암철의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점.
물량은 어느 정도일까?
수요를 다 감당할 만큼 지속적인 공급이 될까?
‘될 것도 같은데···.’
분명 더 있을 것이다.
그것도 많이.
※ ※ ※
태주는 며칠간 흑암철 실험에 몰두했다.
알아볼 것이 너무나 많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실험했다.
철사를 다시 용광로에 녹여 갖가지 모양으로 성형했다.
녹여서 철판으로도 만들어보고, 용접해서 붙여보기도 하고.
효과는 다를 바 없었다.
몇 번을 녹여서 성형해도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실험.
합금.
다른 금속과 섞어봤다.
합금은 살짝 다른 결과를 냈다.
순수 흑암철과 흑암철이 절반 이상 섞인 합금, 30% 이하로 섞인 합금을 준비했다.
많이 섞인 건 순수 흑암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지만, 적게 섞인 건 마수들의 접근을 허용했다.
만약 합금해서 쓴다면 적정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터.
이제 최종 실험.
태주는 지리산으로 다시 가서 흑암철이 많이 섞인 철사를 가지고 자이언트 반달곰의 몸뚱이를 칭칭 감아버렸다.
과연?
“크켁? 케케켁? 케에에엑?”
공포에 못 이겨 몸부림치는 마수.
그러더니,
“쿠오오오오오오!”
광기에 휩싸여 미쳐 날뛰었다.
우지끈, 주위의 나무들이 손짓 한방에 쓰러진다.
‘흠···,’
공포가 광기를 불러온 것 같다.
웨이브 때의 마수보다 더 미쳤다.
신령비도를 꺼내 간단하게 정리하고.
츠핏! 푸욱!
이런 식으로는 사용하면 안 될 듯.
흑암철은 마수들에게 공포를 느끼게 할 뿐이지, 무력화시키는 효과는 없는 듯하다.
실험은 끝났다.
태주는 구례 본사로 돌아왔다.
백서연을 따로 불러서.
“서연씨, 삼한제국에서 우리가 인수할 제약회사가 더 있나 알아보세요.”
“···네? 제국에서? 그럼 화이백 인수는요?”
“생각이 달라졌어요. 굳이 인수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으음, 차, 찾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삼한에 조선소가 있나요? 대형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어···, 있긴 있지만, 모조리 다 폐업한 상황이라.”
한때 조선 강국이었던 삼한제국.
그러나 바닷길이 끊겨 죄다 망해버렸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아직 결정된 건 아니지만···, 바닷길을 통해 수출할 방법이 생길 것 같습니다.”
“네?”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백서연.
“확실하다 판단되면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일단 알아만 두시라고.”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MRC 3차 출고도 끝났으니까 이제 생산량 슬슬 줄이고, 생기불끈과 새살쑥쑥 생산 비중을 높여요.”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마나 거부증이라는 것이 심근경색처럼 당장 위험한 질병은 아니다.
천천히 진행되는 질병, 중증 이상의 환자들은 거의 다 치유된 거나 마찬가지니까, 생산량 줄여나가도 문제가 없다.
백서연과의 대화가 끝난 후,
찌르르르,
때가 되자 여지없이 울리는 천계 배송 신호.
‘떴구나.’
중형 발전기 설치를 위한 나머지 부품들을 집어넣고, 그리고 신선들과 천인들이 주문한 물건도 넣고···,
그리고 흑암철 실험 결과 영상과 요청사항을 담은 공기계 스마트폰도 넣었다.
‘수량이 충분할까?’
반드시 긍정적인 답변이 올 것이다.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아직 출국 날이 많이 남았다.
태주는 자택으로 가서 김동훈을 만났다.
“동훈아.”
“회장님!”
“전에 이야기한 거, 준비는 잘 돼 가?”
“아! 인터넷 연결 없이 자체 인트라넷 구축하는 거 말이에요?”
“그래.”
“장비들은 다 준비해뒀습니다. 그리고 설치하는 법을 영상으로 찍는 중이고요.”
“될 수 있으면 자세하게, 영상을 보는 사람이 네트워크에 구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근데 설치하는 사람이 누구길레? 제가 직접 가서 설치하면 안 돼요?”
“응, 안돼.”
나도 선계는 못 가는데.
그러고 나서 태주는 일이삼백이와 시간을 보냈다.
선도 3개를 꺼내 하나씩 먹여주고.
“나 없다고 사고 치면 안 된다?”
“냐앙!”
“이참에 파주에 가 있어. 무슨 일 있으면 즉시 사람들 도와주고.”
“냐아아아···,”
시간을 보내다 보니 미국으로 출국할 시간이 다가왔다.
고맙게도 황제가 전세기 한 대를 통째로 내어줬다.
뉴서울로 가서 하루를 보낸 뒤.
태주는 실무진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 ※ ※
아메리카 공화국 캔자스시티.
뉴플라자 호텔에서 금융가, 투자업체의 거물들이 모였다.
대형 은행장, 헤지펀드, 사모펀드 운용자.
데이비드 모건이 이 모임의 우두머리다.
그가 화이백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태주가 아메리카에 입국해서 기자회견을 한 후, 주식거래 재개합시다.”
“첫날부터 최고가 경신하겠어요.”
“열심히 사 모아야겠네.”
“최대한 뜯어내야죠. MRC 판매로 돈도 많이 벌었을 텐데.”
데이비드 모건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우리에게 직접 접촉해올 겁니다. 절대 헐값에 넘기지 말아요.”
“···백악관에서 개입하면?”
“흥! 지들이 뭘 어떻게 한다고?”
“여론을 이용할지도 몰라요. 인기가 많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도 대응할 정도의 힘은 있어요.”
그랬다.
여긴 아메리카 공화국.
그리고 이곳을 지배하는 것은 자본의 힘.
오랜 세월 동안 구축해온 자본의 힘은 정치 권력보다 더 막강하다.
“놈이 방향을 틀면 어떻게 합니까? 예를 들어 화이백 인수를 포기하면?”
“맞아요. 백악관의 도움을 받아 신공장 건설을 추진한다거나···,”
사실 그게 가장 큰 걸림돌.
하지만 데이비드 모건도 대응책이 있었다.
“부지 선정도 힘들 거요. 우리가 그렇게 만들 거니까. 그리고 적당한 부지를 찾았다고 해도 공사가 제대로 진행되겠소?”
“으흠, 그렇지, 공사를 하려면 아메리카의 건설회사를 이용해야 하고···,”
“그 건설회사는 우리가 움직일 수 있으니까.”
“생산 설비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게 만들면 됩니다. 아마 10년이 지나도 공장을 완공할 수 없겠죠.”
“슬쩍 충고만 해주면 되겠네요. 신공장 건설은 불가능하니 꿈도 꾸지 말라고, 아메리카 공화국에 진출하려면 화이백을 인수하는 길 말고는 없다고.”
제일 먼저 할 일.
김태주가 화이백을 인수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주식거래 중지를 푼다.
협상에 들어가면서 은근하게 밀당하고, 주식이 폭등하길 기다리면?
‘한몫 단단히 잡는 거지.’
※ ※ ※
선계.
놀이 공원들이 다 완공되어 갔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설계도를 보면서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귀곡 선인.
그는 등선하기 전에도 천재였다.
태주가 보내온 백과사전을 완독하고, 더불어 가끔 보내오는 과학 분야의 전문 서적도 섭렵하는 중, 따라서 지구의 과학 문명을 어떻게 선계에 적용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여기가 발전소 부지가 될 거요. 전력선은 땅 밑으로 매설할 거고,”
귀곡 선인은 나뭇가지로 만든 지휘봉을 들고 죄인들에게 땅을 파야 할 곳을 정해주었다.
굳이 땅을 팔 필요도 없었다.
무림 출신 죄인 중, 지둔공을 익힌 놈들은 넘쳐나니까.
전력선을 잡고 두더지처럼 땅속을 헤집어 지나가면 그만.
철장 선인과 대목 선인은 어트렉션 제작에 들어갔다.
롤러코스터와 레일, 회전목마, 범퍼카, 바이킹···,
원래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나무와 석재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황천계에서 흑암철을 생산하여 좀 더 튼튼한 놀이기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제 주괴 가격을 정할 때.
얼마나 필요하겠냐마는 그래도 수요가 있으니 매입은 해야지.
당군악이 염라에게 제안했다.
“주괴 하나당 10코인으로 합시다.”
흑암철 광석이라면야 가격을 후려치겠지만 초열지역에서 녹여 주괴로 가공한 인건비는 감안해줬다.
그러나 염라는 만족스럽지 않은 듯.
“으흠, 좀 더···,”
“어허, 선도가 100코인이요. 이 주괴가 선도 10분의 1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시오.”
“···,”
염라도 같은 생각이었다.
이깟 철 덩어리 10개 있어도 선도에 비할 바가 아니지.
대량으로 팔 수만 있다면 10코인이 아니라 5코인에도 넘길 텐데.
아쉽지만 이 정도로 만족하고.
“문을 열어라.”
지이잉!
초열지옥으로 통하는 문이 생성됐다.
그러자 줄줄이 나오는 죄인들.
두 손엔 흑암철 주괴들이 가득 들려있었다.
“이쪽에다 놓고.”
차곡차곡 쌓이는 흑암철 주괴.
계속 쌓였다. 높이 높이.
신선들이 그 꼴을 보고 가만히 있었을까?
“저게 뭐야? 보기 흉측하게, 선계가 고물상인가?”
“이참에 처치 곤란한 쓰레기들을 선계에 떠넘기겠다, 이거지?”
“쌓아만 놓으면 누가 사줄 줄 알고?”
“맨날 죄인들만 대하더니···, 필요 없는 물건을 강매하는 것도 범죄 아닌가?”
“죄를 심판하는 황천계 사람들이 되려 죄를 저지르고 말이야.”
쯧쯧거리며 손가락질하는 신선들.
염라와 판관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꾹 참고 못 들은 척했다.
“몇 개더냐?”
“5천 개 쌓았습니다.”
“겨우?”
“다 팔릴지도 모르는데···,”
“이 새끼야! 어떻게든 팔아야지. 너 멀티플렉스 오기 싫어?”
“아, 아닙니다.”
“황천계 광석들 모조리 녹여서 주괴로 만들어.”
이판사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간다.
녹도 슬지 않으니 가득가득 쌓아두면 언젠간 다 팔리겠지.
하지만 뜻대로 될까?
“그만! 여기까지요. 쌓아둘 공간도 없소.”
당군악이 직접 제지하고 나섰다.
“서, 선계가 이리 넓은데, 그리고 만들어 둔 주괴가 더 있네.”
“나중에 내가 반품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그럼 그때 가져가면 되지.”
딱하다, 딱해.
어떻게든 주괴를 팔아보려는 염라.
그래도 정에 이끌리면 안 된다.
사업은 냉정해야지.
“참 답답하오. 아무리 코인이 급하기로서니···,”
순간!
찌르르르,
당군악의 머릿속에서 울리는 배송 신호.
“떴군.”
신선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떴소?”
“내가 주문한 양자 역학 서적 왔소? ”
“오븐 치킨은? 내가 요새 기름진 게 물려서.”
“우리 해맑이 먹을 아이스크림 빨리 주시오. 냉장고에 넣게.”
당군악은 느긋하게 행동했다.
물건 빼고, 넣고, 마지막으로 태주가 보내온 공기계 스마트폰도 확인하고···.
순간!
“어?”
짤막한 경호성을 터뜨리는 당군악.
이게 정말이라고?
저 무겁기만 한 철 덩어리가···,
“아하!”
깜빡 잊었다.
태주 기준으로 지구 사람들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조금만 생각해도 이 흑암철이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알아냈을 텐데.
‘뭐, 지금이라도 보내면 되지.’
공유창고는 계속 반짝이고 있었고.
아공간 가방에서 물건을 빼내고, 서둘러 흑암철 주괴가 쌓인 곳으로 걸어가 스슷, 스스스스슷! 모조리 쓸어 담았다.
“응?”
“뭐···,”
“저걸 왜 담아?”
“서, 설마?”
아슬아슬하게 흑암철을 배송 보낸 당군악.
그러고 나서 염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기대에 찬 염라의 눈동자.
“오늘부터 흑암철 주괴 최대한 대량 생산해주시오.”
“허어, 그렇다면?”
“쓸모가 있다 하더이다. 내가 모두 사겠소.”
“지, 진짜인가?”
“오늘 쌓은 주괴가 5천 개였던가? 5만 코인 입금해드리면 되겠군.”
황천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으하하하하!”
“대왕! 살았습니다.”
“우리 황천계에도 볕들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팔릴 거라고 그랬죠?”
“그래, 강림 너 이 새퀴, 다 니 덕분이야.”
“이럴 게 아니라. 죄인들 모조리 동원해서 초열 지옥으로 광석들 옮깁시다.”
“그럼 죄인들 벌 줄 곳이 없어지는데요?”
“새로 만들면 돼. 그때까지 한빙지옥에 몰아넣어, 타거나 얼거나 아픈 건 마찬가지지.”
기쁨에 취해 염라, 차사, 판관, 할 것 없이 서로 얼싸안고 만세를 불렀다.
“만세!”
“대왕님 만세!”
“흑암철 만세!”
“태주 대협 만세!”
그런데 어느 틈에 슬쩍 끼어들어 같이 만세를 외치는 신선들.
“만세, 만세, 만세!”
“···.”
따가운 염라의 눈빛.
그럼에도 신선들은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왕, 축하하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역시 황천계야!”
“흑암철 주괴 본 순간 바로 느낌이 왔지. 저거 보통 물건이 아니라고.”
“암! 그렇고말고, 선도와 비견할 만큼 보물이지. 난 처음부터 알았어.”
“이제 코인 방석에 올랐구만.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냅시다.”
“도와줄 것 없소? 나도 일 잘하는데.”
“나도 황천계에서 일하게 해주시오.”
“나도!”
당연히 코웃음만 치는 염라였다.
어디서 어쭙잖은 태세 전환이야?
그리고 황천계에서 일을 시켜 달라니.
어림도 없다.
신선들이 왜 그러는지 불 보듯 뻔하다.
흑암철 도둑질해다가 따로 팔려는 걸 모를 줄 알고?
< 흑암철의 가치(2)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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