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실수한 거야. >
황천계.
염라는 판관들과 함께 업무에 정신이 없었다.
오늘도 빠짐없이 열린 명부 회의.
“하아, 환생자들은 줄고, 죄인은 점점 늘어나고,”
“지옥을 더 확장해야 할 듯합니다.”
“그거야 문제도 아니지, 흑암철 파다보면 지옥도 넓어지니까.”
“맞습니다. 오히려 주괴 물량 맞추는 것이···,”
흑암철을 주괴로 만드는 일까지 해야 하니.
그런데.
“대왕! 어디 계십니까? 대왕!”
강림이었다.
틈만 나면 자리를 비우고 멀티플렉스로 놀러 가는 뺀질뺀질한 놈.
“야이, 개자식아! 넌 또 어디서 짱박혔다가···,”
“큰일 났습니다.”
“뭔데? 말해봐. 별일 아니면 죽을 줄 알아!”
“지금 돌원숭이가 천도를 훔쳐서 요마계로 달아나는 중입니다.”
“하하하.”
어이없다는 표정의 염라.
“새끼야, 어쩌라고? 천도야 갈 놈에게 가겠지. 정해진 인연이 엉성한 것도 아니고, 고작 차사 따위가 천도의 행방에 관여해?”
“그, 그게 아니라, 우리 해맑 선녀가 돌원숭이를 막다가···,”
해맑이 원숭이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설명하는 강림 차자.
그러자 염라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었다.
“씨발, 원숭이 요괴 새끼가!”
그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감히 천인을 쳐?
그것도 뺑소니?
염라의 옆에 있는 판관들도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마침 잘 걸렸다.
과거, 그놈이 명부책을 멋대로 지워서 얼마나 고생했나?
복수할 기회다.
“해맑 선녀는?”
“안전한 곳으로 모셨습니다.”
그래도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놈을 잡아다 갈기갈기 찢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
“요마계로 도망쳤단 말이지?”
“네!”
이 기회에 요괴들도 싹 쓸어버린다.
“수석 판관!”
“네, 대왕.”
“요마계에 지옥문을 열겠소.”
“현명하신 판단이옵니다.”
그리하여 황천계까지 참전했다.
※ ※ ※
당군악.
그가 인간계에서부터 깨우쳐왔던 독령.
등선했어도 어디 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선술로 승화해 더더욱 신묘해졌지.
‘선도 나무는 건들지 마. 도화궁 왕모와 선자들에게도.’
우웅.
독령이 응답했다.
독선과 독령이 함께 움직이는 만천화우.
암기 공격은 오로지 원숭이들에게 집중됐다.
‘본체의 기운은 계속 추적하고 있지?’
우웅!
‘그래, 잘하고 있어. 분신체는 적당히 대충 처리하자.’
우우웅,
‘나머지는 본체 원숭이에게 집중할 거야. 놈이 절대 천도를 입에 넣지 못하도록, 죽여도 좋아. 독 기운도 최대로!’
우웅, 우웅,
자신을 도와주려고 신선들이 나타나자.
‘신선들은 공격 대상에서 제외.’
우우웅.
오차 범위 1cm도 안 되는 정밀 유도 공격.
암기가 원숭이를 집요하게 쫓았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다.
놈도 만천화우를 기가 막히게 피하고 있었다.
‘제기랄!’
당군악의 표정이 점점 안 좋아졌다.
만천화우를 저렇게 피해?
‘과연 제천대성이라 할만하구나.’
무림 4대 거품이라는 게 있다.
무조건 뚫리는 천라지망, 절대 청부에 성공하지 못하는 살수 집단, 바보처럼 가문의 위세만 내세우다 당하고 마는 명가의 후기지수.
마지막으로 언제나 빗나가는 만천화우.
하지만 그건 오해다.
사실 그건 폭우침을 만천화우로 착각했기 때문이다.
만천화우는 원래 이론에서나 실현 가능한 무공이었다.
현실에선 그 누구도 완성하지 못했다.
당문 역사상, 실제 만천화우는 오직 당군악만이 실현해냈다.
이걸로 천마를 죽였고 마교도들을 몰살시켰다.
그런데 저 원숭이를 어쩌지 못하다니.
순간!
- 독선?
전투 과정에서 들려오는 하선고의 전음.
- 내 선술이 뭔질 알지? 그래서 묘안이 있는데···.
가까운 앞일을 예측할 수 있는 하선고.
그녀의 계획을 들은 당군악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매섭게 원숭이를 몰아붙였다.
한편.
제천대성은 반쯤 혼이 나갔다.
자신이 누군가?
싸우면 무조건 이기는 투전승불, 제천대성이다.
상제든, 염라든, 용왕이든, 세상 무서운 것이 없었다.
근데 일개 신선 따위에게 이렇게 쫓긴다고?
하늘에 뜬 수만 개의 금속체, 그냥 뿌리는 게 아니다.
하나같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쫓아왔다.
그뿐인가?
츠피릿! 피리리릿!
검선의 이기어검, 흩뿌려지는 검강과 검환.
신선들의 술법진은 어떻고?
갑자기 땅이 올라와 벽을 만들고, 짙은 안개가 생겨나 시야를 방해하며, 무수한 부적들이 화르륵, 화르륵, 불타면서 자신을 위협하고···,
‘이런 망할···,’
순순히 당해줄 수 없다.
‘전력을 다해···,’
도망친다.
맞서는 건 불가.
근두운과 분신, 몸을 벼룩처럼 줄였다가, 다시 늘였다가.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다.
이제 다 왔다.
저기 저 앞이 요마계.
그곳엔 수십만 마리의 요괴들과 고위급 요마장군, 그리고 불사의 능력을 갖춘 혼세마왕이 있다.
대규모 요괴 군세.
한 마리, 한 마리로 보면 신선들에겐 쪽도 쓰지 못하지만 뭉치면 강해진다.
승산이 있다.
제천대성은 확신했다.
※ ※ ※
혼세마왕은 요마계 중심에서 제천대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요마계도 독립된 차원.
이곳만 벗어나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요괴들은 요마계의 주인들.
침범해오는 자들은 적.
본진까지 깊게 끌여들여 싸운다.
여긴 자신의 영역 아닌가?
“흐흐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쳐들어···,”
그런데?
“어···,”
저 멀리에서 보이는 광경.
도망쳐오는 원숭이와 분신들.
하늘을 가득 뒤덮은 각종 무기와 암기들.
그리고 악다구니처럼 죽자고 추적해오는 다수의 신선들.
“무, 무슨?”
신선들이 떼로 몰려왔다.
한 명 때문에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이런 쌍놈의 돌원숭이 새끼가!”
속았다.
겨우 천도 반개 받고 해줄 일이 아니다.
‘대체 무슨 사고를 쳤길래?’
지극히 개인적이라 자기 일이 아니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신선들 아닌가? 헌데 저렇게 필사적으로 원숭이를 쫓아?
그러나 여긴 요마계.
일단 이곳을 넘어오는 순간 얼마든지 감당해낼 수 있다.
“야!”
“네, 마왕님.”
“애들 싹 불러 모아.”
“다요?”
“그래, 새끼야! 저거 안 보여?”
요마계의 하늘이 핏빛으로 변했다.
혼세마왕의 소집령에 숨어있던 모든 요괴들이 뛰쳐나왔다.
그러자 신선들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었다.
“제기랄! 떼로 몰려온다!”
“저, 저글링인가?”
“핵무기 없소? 뉴클리어! 뉴클리어!”
“에잉! 핵이 어디 있다고?”
“내가 누누이 그거 배송받아 두자고 말했었잖소.”
“핵무기 받아서 뭐 하려고? 상위 계 전체를 망하게 하려고 그러오? 그냥 원숭이만 족칩시다.”
“놈이 천도를 먹을 시간을 주면 안 되오.”
단번에 수적 열세에 몰린 신선들.
그래도 당군악은 포기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태주에게 천도가 가야한다.
“이 교활한 원숭이 새끼야! 거기 안 서?”
“낄낄낄, 잡아봐!”
제천대성은 또 한 번 몸을 털었다.
이번에는 매우 격렬하게.
몸에 붙은 털이 모조리 빠질 정도로.
우수수수수.
증식과 분열.
무한히 늘어나는 분신체.
오직 당군악에게만 달려들었다.
제천대성도 안다.
여기서 누가 제일 위협적인지.
요마계 중심에 도착하자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이 분산됐다.
이제 저놈만 족치면 자신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제천대성은 근두운에 올랐다.
두 손으로 품에 안고 있던 천도를 왼손으로 잡고.
귓구멍에서 아주 작은 금속 조각을 꺼냈다.
쑤우우우우우욱!
길어지는 여의봉.
“뒈져라!”
거의 100m 가까이 길어진 여의봉으로 당군악의 머리를 내려찍으려고 했지만···,
쐐애애애액!
어마어마한 기운을 뿌리며 신선 하나가 날고 있었다.
“헉!”
두 손으로 검을 잡고 쭉 뻗어, 온몸엔 선기의 불꽃을 피워올리고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돌진.
“···검선?”
검과 신선이 하나가 되었다.
검선(劍仙)이 펼치는 신검합일.
콰콰콰콰콰!
날아오는 경로의 모든 요괴와 분신체들이 가루처럼 흩어졌다.
“···이런!”
제천대성도 긴장했다.
쑤우우욱!
적당하게 짧아지는 여의봉.
다시 길어지면서 검선의 검을 향해 마주쳐갔다.
째애애애애앵!
요마계를 휩쓸 정도로 터져나가는 강렬한 기의 폭풍.
검선이 튕겨 나갔다.
제천대성도 뒤로 나가떨어졌다.
바로 그때!
“독선! 지금이야!”
하선고가 외쳤다.
그러자 허공에 높이 떠 올라 조용히 기회만 엿보던 뾰족 흑암철 암기 주괴 수천여 개가,
츠피리릿! 츠피피피피핏!
마치 탄도미사일처럼 일직선으로 수직 낙하해,
콰콰콰콰콰콱!
천도를 든 제천대성의 왼쪽 어깨를 폭격했다.
“어허헉!”
아무리 금강의 육신을 지닌 제천대성이라지만 무거운 흑암철 암기의 충격을 완전하게 이겨낸다는 건 어려운 일.
그래서 결국 왼손에 든 천도를 놓치고야 말았다.
천도가 땅 밑으로 떨어진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됐다.
“천도다!”
“잡아!”
“끼끼긱?”
“크에에엑!”
천도를 향해 우르르 달려드는 요괴, 그리고 신선.
그러나 원숭이 분신 중 한 놈이 재빨리 천도를 집었다.
“분신이 가져갔다.”
“씨발, 어떤 새끼야?”
“구분을 못 하겠어.”
“저놈이다!”
제천대성으로선 분신이 잡은 건 그나마 다행.
그러나 빨리 넘겨받아야 한다.
분신은 천도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도를 가져간 분신에게 재빨리 지시했다.
“당장 천도를 이리 가져···, 흐익?”
콰콰콰콰콰!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암기의 폭포.
파파파파팟!
“아, 쫌!”
“이놈! 그만 단념해라, 네 것이 아니다.”
“흥! 너나 포기해!”
일단 원숭이의 손에서 천도를 떨어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군악은 난감했다.
졸지에 목표가 두 개로 나뉘어졌다.
저 신출귀몰한 제천대성, 그리고 분신들의 손에서 손으로 패스되는 천도.
하는 수 없다.
둘 다 쫓아야지.
혼세마왕이라고 가만히 있었을까?
“쿠오오오오오오! 그동안 신선들에게 당한 설움을 씻을 때가 왔도다!”
요괴들이 화답했다.
“캬아악!”
“신선···, 죽인다.”
“크르르릉!”
여기 요마계 요괴들 대부분은 신선들에 의해 잡혀 온 놈들, 인간계의 균형을 맞춘다는 목적으로 말이다.
언젠가는 복수할 생각이었다.
기회가 왔다.
한꺼번에 달려들면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와! 기가 차는구나!”
“요즘 재미난 게 많아서 요괴 새끼들, 내버려 뒀더니 이제 기어올라?”
“혼세마왕, 저 새끼는 우리가 맡는다. 곤륜, 매화, 삼봉은 검선과 함께 독선을 도우시오.”
“할 수 있겠소?”
“허허, 우리도 등선한 신선이오.”
“갑시다!”
난장판이었다.
신선들에 맞서는 요괴 무리, 제천대성과 그의 분신체.
대 혈투가 벌어졌다.
그러다 분신의 손에서 천도가 벗어나고, 그걸 다시 요괴가 줍고, 천도 주운 요괴가 흑암철 암기에 꿰뚫리고, 분신이 잡고, 놓치고, 잡고···,
문제는 역시 숫자.
신선 개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독선의 만천화우가 수많은 요괴와 분신들을 아무리 많이 쳐 죽여도, 끝도 없이 밀려드는 적의 군세.
투욱! 퉁, 투툭, 툭툭툭툭!
천도가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손에서 손으로, 던지고 받고, 놓치면 주워서 또 패스하고.
한번도 신선들의 손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정신없이 쫓아만 갈 뿐,
순간!
턱!
누군가의 손으로 쏙 들어가는 천도.
“어?”
“헉!”
“크륵!”
“···뭐?”
“어, 언제?”
.
.
.
거짓말처럼 조용해지는 전장.
“와! 내가 잡았어요오오오!!!”
해맑 선녀였다.
신선들이 기절초풍했다.
“아, 아니, 이 위험한 곳에···,”
“해맑이를 누가 데려왔어?”
“천도고 뭐고, 해맑이부터 지켜!”
“씨발 놈들아! 우리 해맑이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그땐 다 죽는 거야!”
천인.
상위 계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는 존재.
모두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요괴들도 안다.
해맑을 건드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어떡하지?
공격해야 하나?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한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미친년아! 천도 이리 가지고 와!”
쐐애애애액!
분위기 파악 못 하는 제천대성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그때였다.
지이잉! 해맑 선녀의 전면에 생겨난 투명한 문.
“헉?”
갑자기?
저거 뭐더라?
어디서 본 건데.
하나가 아니었다.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곳곳에 열린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지이잉···,
문에서 유유히 걸어 나오는 판관, 차사와 사자, 지옥 관리인.
그 뒤를,
꾸역, 꾸역, 꾸역, 꾸역···,
기괴한 형색의 죄인들이 나왔다.
끝도 없이 쏟아졌다.
지옥문이었다.
염라가 제천대성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명령했다.
“감히 해맑을 상하게 한 죄, 저 원숭이를 잡아다 내 앞에 꿇려라. 죽여도 좋다.”
“···뭐?”
그뿐만이 아니었다.
펄럭펄럭.
어느새 요마계 하늘에 날개 달린 말을 탄 탁탑 신장이 나타났다.
“파렴치한 돌원숭이 놈아! 네가 정녕 우리 천인 선녀를 다치게 했단 말이지? 네 죄를 네가 알렸다!”
제천대성은 황당했다.
황천계와 천계가 개입한 건 그렇다 치자.
이런 일 처음 당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천도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
‘천도 때문이 아니었어?’
저 여인이 원인 같은데,
대체 누구길래···,
‘가, 가만! 해맑이라고?’
미친!
이제야 기억났다.
‘야단났군.’
정신이 아득해졌다.
큰 실수를 저질렀다.
‘하필···,’
탁탑 신장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제천대성을 픽, 비웃으며 천군 소환 풀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이잇!
파아아아앗!
그러자 소환되는 대규모 군대.
천군이었다.
하늘을 가득 덮었다.
꿀걱,
혼세마왕도 마른침을 삼켰다.
‘이거 된통 걸렸네.’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렸다.
졸지에 천인 상해범으로 같이 엮이고 말았다.
다 저 돌원숭이 때문이다.
‘···하아! 애초에 저 새끼, 제안을 들어주는 게 아니었어.’
혼세마왕의 뒤늦은 후회.
지옥의 죄인들이 덮쳐왔다.
동시에 천군들 또한 한꺼번에 내려왔다.
당연히 신선들도.
“이놈! 모가지를 내어놓아라.”
“천인이 다치기 전에 요괴부터 소멸시켜!”
요괴들이 잡혀 찢겼다.
분신들도 갈려 나갔다.
제천대성은 전의를 상실했다.
‘하아,’
지금도 빼앗으려고 하면 할 순 있지만 그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해?
그냥 죽자.
차라리 그게 낫다.
사실 죽는 것도 불가능하다.
불사불멸의 격을 가졌기에.
전처럼 바위산에 깔려 수천 년을 꼼짝없이 지내겠지.
그제야 당군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해맑이 해맑은 표정으로 독선에게 쪼르르 달려와서.
“여기 있어요오오!”
천도를 내밀었다.
“···너무나 감사하오. 선녀.”
“헤헤,”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독선님, 나중에 제 부탁 하나만 꼭 들어주세요.”
“뭐든 들어드리리다. 맹세코!”
“고맙습니다아아아.”
무슨 부탁인지는 나중에 듣고.
아무튼 천도를 받아 무한공간에 집어넣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절대 빼앗길 일 없다.
그런데 검선이 심각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했다.
“독선.”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마음이 불안해졌다.
“어음, 왜 그러시오? 혹여 잘못된 거라도···,”
그러자 조용하게 속삭이는 검선.
“스?”
“···.”
콱 죽여버릴까?
※ ※ ※
지구도 한창 전쟁 중.
사실 금방 끝날 거라 생각했다.
왕국군이 공화군보다 훨씬 더 강하니까.
하지만 의외로 공화군의 전력이 만만치 않았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게릴라전.
벌써 수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다.
유럽 제국에선 즉시 참전을 결정했고,
태평양 한가운데.
태주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쟁 속보를 접하고 있었다.
‘미쳤구나. 미쳤어.’
너튜브나 SNS를 통해 퍼지고 있는 영상들.
정상적인 군대의 모습이 아니다.
시체 군대.
왕국군, 공화군 구분이 없었다.
총알이 빗발치는 현장에서도 몸을 숨기지 않고 뻣뻣하게 걸어서 전진하는 군인, 팔이 떨어져 나가도 아무 일 없다는 듯 수류탄을 던지는 군인, 목이 90도로 꺾여 달랑거리면서도 총을 쏘는 군인.
굳이 숨기지도 않았다.
‘이 새끼들이 이젠 대놓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지금 움직이기엔 뭣하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드디어 컨테이너선이 삼한제국 양산 항 가까이 근접했다.
이젠 안전하다.
엘리트 해양 마수의 영역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렇다면?
태주는 만리비검을 꺼내 배에서 뛰어내렸다.
쐐애애애액!
목적지는 일단 구례.
모스크바로 가기 전에, 데리고 갈 사람, 아니 동물이 있다.
< 넌 실수한 거야. > 끝
ⓒ 꾸찌꾸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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