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지적 1인칭 시점-19화 (19/384)

EP.19 할아버지의 명예만 걸고

꾸욱. 꾹.

달콤한 잠에 취해 있던 도중 허리춤에서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나의 단잠을 방해하고 있었다. 인상을 찌푸리고 팔을 휙 휘젓자, 나를 내리눌렀던 것이 순식간에 물러갔다. 안정을 되찾은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꾸우욱.

다시금 허리춤에 묵직한 게 얹혔다. 한껏 사나운 기세로 팔을 휘두르니 서둘러 사라졌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꾸우우욱.

이제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다. 도대체 어떤 건방진 존재가 이 나의 단잠을 방해하는 것일까. 아예 혼쭐을 내줘야겠다. 나는 무게가 실리는 틈을 타 몸을 휙 들어서, 내 몸을 내리누르는 발을 낚아채고 당겼다. 이대로 꼼짝도 못하게 제압을.

어라. 왜 안 움직이지? 이상하네.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고 있는데 미동도 없네.

이걸 어디서 만져봤더라.

군국은 철골과 콘크리트의 나라. 도시를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는 딱딱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도, 사람도, 사상도.

언제 굴다리 밑을 지나며 교각을 만진 적이 있다. 철골로 대를 세우고 콘크리트로 굳힌 아주 튼튼하고 단단한 교각. 그 위를 지나다니는 사람과 커다란 마차까지 버텨내는 구조물의 촉감은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발로 걷어차도 조금의 흔들림이 없어서, 꼭 교각이란 물체가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존재하는 물건 같았다.

지금 나를 누른 다리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교각과 비슷한 정도였다. 꿈쩍 안 한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따뜻하고 말랑말랑하다는 거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교각 이상이다.

괜히 다리만 잡고는 멍하니 있는데.

“멍!”

다리가 스스로 내 손을 따라왔다.

어른이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건 아이보다 약해서가 아니라 그쪽으로 자기 마음이 향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원리로, 폭신하고 말랑말랑한 발이 내가 이끄는 대로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커다란 그림자가 내 침대로 뛰어들게 되었다.

눈앞에 나타난 건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를 가진 소녀였다. 정리가 안 된 부스스한 금발에 얼굴에는 표정이 큼직하게 드러난다. 보급형 셔츠를 가슴께 밑에서 꽉 묶은 게, 탐스러운 가슴을 부각하려 한 건지 아니면 그것이 날뛰지 않도록 붙잡은 건지 잘 모르겠다. 배꼽 아래로는 반쯤 감긴 꼬리가 살랑인다.

소녀는 나를 보자마자 배시시 웃으며 손으로 내 가슴팍을 툭툭 건드렸다. 손길에는 신뢰와 애정이 듬뿍 묻어나와서 오히려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뭐지, 이거.

웬 여자가 갑자기 나를 깨우더니 애교를 부리고 있네. 암살자인가, 아니면 수금이라도 왔나….

위기감을 느낀 내가 생각을 읽은 순간이었다.

아니, 개구나.

개의 왕, 강아지.

나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잠에서 깨니까 정신이 좀 든다. 잠잠했던 머릿속에 잡음이 섞여들고 시야가 안개처럼 스며들듯 넓어진다.

내가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자, 아지는 냉큼 길을 비켜주었다.

“깨워주러 왔구나?”

“멍!”

“자명종 없으니 누가 깨워주냐는 말을 듣고?”

“멍멍!”

“그래. 고마워. 착하다.”

“나, 착해?”

“아유, 착하다.”

“멍멍! 나, 착해!”

짖는 것부터, 칭찬을 받고 절로 신이 나서 내 침대를 뒹굴고 있는 모습까지. 아무리 봐도 개랑 똑같다. 본질까지 따지면 이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개’라는 종족과 가까운 존재다.

그렇지. 개지. 소녀가 아니라.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보급형 셔츠가 손목에 있는 생체 단말로 스며들고, 새로운 의복 패킷을 손목에 끼워 넣는다.

왠지 머리에 찬물을 끼얹고 싶었다.

당연히 그러한 사치를 일일 배급량만으로 부릴 수 있을 리 없다. 씻다가 일일 배급된 물이 다떨어지는 바람에 젖은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옆 방으로 쳐들어갔다. 내 옆 방은 침대도 반으로 접히고 캐비닛도 부서졌지만, 수도는 살아있어서 내 방 물이 부족하면 신세 지곤 했다.

다 닦아내고 고개를 들었다. 아지는 여전히 내 곁에서 알짱거리고 있다. 말려놓은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남은 배급량을 확인했다.

물이 좀 남는다. 1인분은 언제나 부족하지만 2인분은 살짝 과하지. 군국답다.

남은 물은 컵에 따라 아지에게 주니 얼굴을 처박고 할짝거렸다.

평소와 똑같은 그 모습이 오늘따라 괜히 이상해 보여 공연히 아지를 타박했다.

“아지야. 그래도 신체구조는 사람인데 손으로 들고 마셔라.”

“멍?”

순수하게 내 말에 반응해서 고개를 갸웃하는 아지.

“멍? 불렀어?”

말로 해서 들었다면 아지는 개가 아니었겠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아지를 무릎 위에 앉히고는, 입에다가 컵을 대고는 조심스레 기울였다.

계속해서 혀를 날름거리던 아지는, 찰랑이는 물이 입안으로 넘어오려고 하자 당황한 모양새였다. 괜히 몸을 뒤트는 녀석. 그래도 꾹 붙잡고, 놀라지 않도록 천천히 다독이니, 어느새 안심하고는 조금씩 들어오는 물을 꼴깍꼴깍 삼켰다.

“그래. 잘한다. 이렇게 먹으면 얼마나 편하니. 앞으로는 이렇게 마셔 봐. 어때?”

“멍!”

“자, 어디.”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나는 조심스레 잔을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아지는 한 치의 주저도 없이 땅에 무릎을 꿇고는 얼굴을 처박고 할짝거렸다.

나는 치솟은 엉덩이 위로 살랑거리는 꼬리를 보며 중얼거렸다.

“괜한 짓을 했네.”

내 목소리에, 아지는 물을 마시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지는 해맑게 미소를 보이며 짖었다.

“멍멍!”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인간은 어째서 순진하고 단순한 짐승을 보며 위안을 얻을까.

그들보다 하등한 생물을 내려다보며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아니면 그들이 잃어버린 순수함을 추억하기 위해?

“뭐든.”

이유야 상관없겠지. 어쩌면 후에 덧붙인 이유보다도 감정이 먼저 존재할지도.

결국 즐거우면 그만이다.

아지가 물을 다 마셨다. 나는 컵을 다시 걸이에 걸어놓고는 텅 빈 방을 나섰다.

“아침밥 먹으러 가자.”

“멍!”

오늘 메뉴는 어제 만들고 남긴 고기 스튜. 고기도 얼마 안 남았지만, 아침 한 끼 정도는 때울 수 있겠지. 그리고 저녁에는… 콩. 스튜는 질렸지만 지금 당장 먹을 수 있는 최선의 수는 콩 스튜뿐이다.

“여기는 물자 보급도 안 해주나. 신선식품 좀 얻었으면 하는데.”

몇십 명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 사람 두 명 개 한 마리 시체 한 구 있는데 보급 정도는 해줄 수 있잖아. 심지어 그중 한 명과 한 구는 자급자족하고 있다.

이곳의 존재를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닐 텐데. 보급이나 연락이 늦네.

나는 투덜거리며 식당으로 향했다.

4층. 노역자들의 숙소는 과장을 보태도 괜찮다고 하기 힘들었다. 콘크리트 벽에는 무수한 실금이 가 있어, 지속적으로 받은 충격이 나이테처럼 자라 있었다. 좁은 통로에 잠글 수 없는 문이 복도를 따라 길게 늘어져 있다. 무심코 벽을 짚으면 문이 열리거나 벽이 흔들리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나마 시설이 있는 식당 쪽은 공간도 넓고 튼튼해서 망정이다.

식당은 방보다는 넓고 필요한 장비도 충분히 갖추어져 있었다. 표준 사이즈의 냄비 몇 개와 여러 장의 접시, 그것을 나를 트레이까지 있다. 아마도 노역자들이 죄수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일까지 상정했겠지.

“음식을 나를 트레이는 필요하지 않았을 텐데. 그냥 걸어내려가면 그게 곧 음식 배달이었을 테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뚜껑을 덮은 냄비로 향했다.

그리고 냄비를 들추려는 순간, 무언가 말로 형용하지 못할 예감을 느꼈다. 데쟈뷰라고 해야 할지.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라고 해야 할지.

에이, 설마. 또?

“아니지. 어제 그렇게 치고 받고 싸웠는데. 설마.”

나는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웃으며 냄비 뚜껑을 들추었고.

텅 빈 냄비만을 마주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내 미래를 보는 듯한 시커먼 냄비 밑바닥을.

“야 이 똥개야야아아아아!”

나의 포효 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너에게는 학습능력도 없냐? 개의 왕이라고 개랑 다른 게 뭐야? 시골에서 소문난 천재 개가 너보다 몇 배는 똑똑하겠다!”

“아우우우우! 나, 아냐! 멍! 멍!”

인간과 개의 성전이 벌어지던 때였다. 소란을 듣고 달려온 회귀자가 이마를 짚으며 말을 걸었다.

“또 무슨 일이야?”

‘이번에도 같잖은 일이겠지.’

같잖기는? 의, 식, 주. 그중에서도 언제나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놀았던 건 식량이다. 즉, 이건 삶과 죽음에 준하는 문제다!

나는 냄비를 들고 회귀자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빈 통조림 캔과, 역시 텅 빈 냄비를 회귀자에게 들어보이며 소리쳤다.

“봤어요? 원래 통조림 한 캔이면 한 명이 나흘을 먹을 수 있어요. 그만큼의 영양분이 압축되어 있다는 말이에요! 그런데 여기는 이 똥개 때문에 한 캔이 하루만에 사라져요!”

저쪽에서 아지의 볼멘소리가 들렸다.

“나, 아니야!”

“거짓말! 너 아니면 도대체 누군데!”

“아니야! 아니야!”

“짐승의 왕이라면 다른 말도 해! 똑같은 단어만 지껄이는 건 개가 아니라 앵무새잖아!”

“앵무새, 아니야!”

“납득시키고 싶다면 사람의 말을 하라고!”

회귀자가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끼어들었다.

“잠깐. 둘 다 시끄러워.”

나와 아지는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회귀자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너는 왜 아지가 범인일 거라 확신하는 거야? 아지가 아닐 수도 있잖아.”

“그러면 셰이 교육생이 범인입니까?”

나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했다.

“티르칸쟈카 교육생은 흡혈귀. 피만 마실 뿐이죠. 남은 인간은 저와 셰이 교육생. 그런데 저는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양심이 없기로서니 자기가 먹어놓고 개에게 뒤집어씌우는 의미없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창고도 제가 관리하는데요, 뭐.”

‘자기가 양심 없는 건 알고 있어?’

“만일 범인이 아지가 아니라면, 그건 필연적으로 셰이 교육생이 음식을 훔쳐 먹었다는 뜻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한 말은, 당신 자신을 의심하라는 뜻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걸!”

나는 냄비를 싱크대 안쪽으로 내던지며 소리쳤다.

“당신에게는 비상 도시락도 있다면서요! 음식 차릴 필요 없다면서요! 그런데 도시락만 먹다가 군국 소울 푸드에 혹해서 밤에 냄비를 뒤졌어요? 가난뿐만 아니라, 가난이 만들어낸 소울 푸드마저 당신에게는 진열장에 장식할 하나의 흔적일 뿐인가요!”

“흔적은 무슨. 당연히 아니지. 통조림 음식은 줘도 안 먹는다니까.”

“그러면 가만히 있어요, 부르주아! 저는 오늘 저 똥개와 사생결단해야하니까!”

“기다려 봐.”

회귀자가 짜증스럽게 말했다. 그녀의 의지에 따라 허공에 떠있던 보검 천앵이 서서히 회전하여 나를 겨누기 시작했다.

즉시 입을 다물었다.

사생결단이라고 해도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지.

“내 말은, 여기에 다른 사람이 남아있을 수도 있지 않냐는 거야.”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존재를 모르고 있던 누군가가 사실 범인이었단 내용, 저는 너무 편의주의적이라고 생각해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요.”

‘…평소에는 정론을 펼치면서도, 가끔 정신 나간 말을 한다는 말이지. 정말 알 수가 없는 남자야.’

“네가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럴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거야.”

“뭐, 할 수 있을 법한 의심이군요. 하지만.”

너무 구멍투성이인 추리라서 어디부터 지적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네. 고작 그 정도인가, 회귀자. 내가 알려주지. 아무리 복잡해보이는 일도, 진실은 언제나 가장 간단한 답이라는 것을.

나는 손가락으로 회귀자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셰이 교육생, 당신의 추리는 틀렸습니다.”

“왜?”

“이곳은 무저갱 탄탈로스. 사람이 오갈 수 없는 완전히 고립된 장소. 그곳에 당신도, 저도, 아지도, 티르칸쟈카 교육생도 모르는 사람이 숨어있다가 밤에 음식이나 먹기 위해 나타난다고요?”

후, 하고 한숨을 내쉬며 나는 완벽한 논리를 풀어냈다.

“어처구니가 없군요. 그런 사람은 있지도 않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있어서도 안 된다는 건 무슨 뜻이야?”

“그런 존재가 실제로 있다면 귀신밖에 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귀신이 있으면 무섭잖아요. 안 믿을래요.”

회귀자는 뒤늦게 내 말을 이해하고는 입을 떡 벌렸다. 멍청해 보이는 모습이 잘 어울린다.

“그러니까, 그런 존재는 무서우니 아예 고려하지도 않겠다?”

나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네.”

“뭔, 무슨.”

‘진짜 미친 거야, 아니면 일부러 이러는 거야?’

일부러라니. 무슨 소리를.

생각해봐라. 별 희한한 수단을 다 가진 회귀자, 피를 흘리는 순간 천 리 밖에서도 찾아올 흡혈귀, 개코를 가진 개의 왕.

더불어 회귀자의 은신조차 간파한 내 독심술까지.

이들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존재가 식당에 숨어있다고? 심지어 이 나에게 생각도 읽히지 않아?

그런 존재가 있다면 당장 도망가야지.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인데. 티르칸쟈카와 아지가 '종말의 조각'이 되는 것도 외부의 침입자에 의해서였고, 더불어 무저갱 밑바닥에 있는 '그것'을 노리고 찾아올 '그녀'도 있으니까. 더불어 '그'도 어딘가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게 왜 진짜지.

안 돼. 이런 미래는 받아들일 수 없다. 지금 이 구성원만으로도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외부의 침입자도 있으면서 저들과 비슷할 정도의 괴물이 찾아온다고?

‘설명은 무슨. 나도 탄탈로스 안으로 들어온 건 처음인데 뭘 설명해? 그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자.’

거짓말. 거짓말이야. 그럴 리가 없어.

나는 아지를 휙 돌아보았다.

“아지야. 너 진짜 안 먹었냐?”

“아니야!”

“아니라고만 하지 말…. 아우. 너랑 무슨 대화를 하냐.”

언제나처럼 인간과 짐승의 차이만 느끼고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이 똥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거다. 끝까지 잡아떼겠지.

결국 방법은 하나밖에 없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수밖에.

이 똥개가 냄비를 탐하는 그 순간을 노려 잡아야 한다. 그래야 완전히 몰아넣을 수 있다.

통조림 하나를 더 뜯자. 결행은 오늘 밤. 주간등이 꺼지고 야간등만 감옥을 희미하게 밝히는 때.

그때 이 똥개를 잡아넣는다.

나는 음산하게 입술을 뒤틀며 아지를 내려다보았고, 아지는 그에 맞서는 나를 노려보았다. 서로의 눈에서 불꽃이 튄 듯했다.

‘저 둘은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인간과 개 사이가 뭐 하나로 정의되냐. 좋을 때는 좋은 거고 나쁠 때는 나쁜 거지.

두고 보자, 똥개.

내가 그렇게 으르렁거릴 때였다. 회귀자가 흠칫 고개를 돌리더니, 미간을 좁히며 어느 곳을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그녀의 경계심을 대변하듯 천앵이 가느다랗게 울었다.

‘잠깐. 저 안쪽에서 무슨 기척이 느껴졌는데.’

아, 제발. 하지 마. 진짜 무섭다고. 왠지 네 예감이라 하니 진짜 있을 것 같잖아. 심지어 나는 같은 층에서 잔다고. 귀신이 찾아오기 딱 좋은 좁고 어두운 방에서.

밤에 습격이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나에게 경계용 알람 같은 건 없는데. 흐음.

알람은 없지만, 경비견은.

나는 아지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아지야. 오늘은 같이 잘래?"

"왈!"

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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