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13 전후처리 - 2
가위바위보가 심리전이 되는 조건 첫 번째. 누군가가 먼저 수읽기를 걸어올 때.
회귀자는 잠시 멈칫거리며 내 의중을 살폈다.
‘뭐지? 심리전인가? 흥, 같잖은 짓을.’
“그러면 내가 보자기를 내면 되겠네.”
“그럴 줄 알았지. 역시 애매한 거 봐.”
“뭐?”
회귀자가 발끈하기 전에 나는 냉큼 소리쳤다.
“자, 갑니다! 나비의 생사를 가르는 승부! 과연, 어떻게 될 것인지!”
두 번째, 걸린 것이 엄청 중대할 경우.
심리전과 절실함이 어우러져, 가위바위보의 장르가 바뀐다.
‘인간과 친한 짐승,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수인을 가진 개와 고양이야. 둘이 안정되면 훗날 찾아올 재앙도 그보다 훨씬 약해질 거야.’
회귀자는 눈을 부릅뜨고는 이 승부에 집중했다.
하지만, 생각하는 순간 네 패배는 결정되었다. 나는 속으로 비열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안 내면 진 겁니다! 자, 가위!”
‘저 녀석이 주먹을 낸다고 했으니까, 나는 보자기를…. 아니, 이런 말 해놓고 가위를 내는 작전일 수도 있어. 그렇다면 나는…. 가위를 내는 척, 다시 보자기를 내자!’
역시 말려들었군. 심지어 선택까지 애매한 보자기. 쯧쯧. 내가 독심술 없었어도 너는 이겼겠다.
나를 너무 원망하지 마라, 회귀자. 독심술사인 나를 상대로 가위바위보 승부를 받아들였을 때부터 이미 결과는 정해졌으니까.
“바위!”
‘어? 잠깐만. 저 녀석이 제대로 싸워줄 리는 없잖아? 왜 나는 공평한 싸움을 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지?’
크케케케. 당연히 공평한 싸움이 아니지. 지금 깨달아봐야 늦었다. 가위바위보에서, 독심술사라는 이점을 가진 나는 필승….
“보!”
‘또 말려들 뻔했어! 좋아. 상대의 의도대로 싸워주지 마! 보자기를 냈다가, 저 녀석이 내는 것을 보고 바꾸자!’
어?
뭐라고?
잠깐, 이 미친 회귀자야. 왜 가위바위보의 전제부터 바꾸는 건데? 이건 게임의 장르를 바꾸는 게 아니라, 게임을 순발력 승부로 바꾸는 거잖아!
‘천반경, 대응식! 상대방이 낸 것에 대해 이기는 동작을 취해!’
기공까지 쓴다고?
심지어 천반경은 미리 입력한 동작을 반사적으로 재현하는 것. 전신으로 퍼뜨린 기를 통해서 상대 동작을 포착하기 때문에 인지부터 반응까지 그 간극이 지극히 짧다.
이대로면 내가 진다. 멈춰야 한다. 하지만 이미 나와 회귀자는 손을 낸 이후.
젠장. 회귀자가 일단 보자기를 낸다고 했으니, 나는 내는 도중 살짝 바꿔서 가위를 내….
‘주먹.’
그래. 네가 이겨라, 그냥.
가위바위보 결과, 나는 가위. 회귀자는 주먹.
가위바위보의 위대한 법칙에 따라, 나는 패배했다. 승리하리라 믿었기에 더욱 쓰라린 패배였다.
제기랄. 내가 지다니. 하필 그것도 가위바위보에서 패배하다니.
차라리 상대가 변덕으로 내려는 걸 바꾼 거였다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저 비겁한 회귀자가 게임 자체를 엎기 전에는 내가 이긴 거였잖아!
회귀자는 결과를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뭐야? 내가 이겼어?”
“그러네요. 와아. 셰이 씨의 승리에요. 덕분에 나비는 목숨을 부지하게 되었군요.”
‘뭐야.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았네? 정말 평범한 가위바위보를 하려고 했던 거야?’
가위바위보가 가위바위보지, 평범한 가위바위보라는 게 세상에 어딨어? 왜 이런 간단한 게임에 ‘평범’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하는 건데?
비겁하게 피지컬 승부로 끌어가서 내 승리를 강탈해 간 회귀자에게 울분에 가득 찬 시선을 보냈다.
성격 나쁜 회귀자는 내 시선을 즐기며 한껏 비웃었다.
“헤헹. 내가 이겼네? 뭐야. 남자는 주먹이라더니, 정작 자기가 낸 게 가위야?”
“그런가 봐요. 역시 저는 진정한 남성인 셰이 씨에 비해 한참 부족했군요. 패배를 인정합니다. 당신의 남자다움은 저 이상입니다.”
‘…잠깐. 뭔가 하나도 기쁘지 않은데.’
회귀자가 잠깐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 저 멀리서 승부를 바라보고 있던 티르가 조용히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티르의 핏빛 눈동자는, 오직 나에게만 따뜻한 색으로 번뜩였다.
“휴…. 혹, 네가 원한다면.”
원한다면, 회귀자와의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기가 나비를 처리하겠다는 제안.
하지만 나는 즉각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가위바위보는 신성한 승부. 이 결과에는 따라야죠.”
이건 인간이 사소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낸 가장 평화로운 약속. 비록 졌다지만, 그 신성함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기는 도박사는 어쩌다 찾아온 패배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승리가 더욱 가치있으므로.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해야 할 것은 하나다. 약에 찌든 나비가 바깥에 나다녀도 안전할 수 있도록 해야지.
에휴, 내 팔자야.
“아지야. 쟤 좀 핥아줘라.”
“멍? 쟤?”
아지는 고개를 갸웃하고 나를 보다가, 나비를 향해 작게 으르렁거렸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쩌냐. 이왕 살리려는 거, 이제부터라도 치료해줘야지.”
“멍…. 싫어. 쟤, 짜증 나.”
“괜찮아. 사람 안 공격하게 할 테니까. 공격하지 않는다면 네 좋은 친구가 될 거야.”
“멍.”
불만스러운 듯이 짖던 아지는, 연달아 이어진 내 설득에 마지못해 수긍했다. 아지가 나비의 곁에 서자, 겁에 질린 나비는 애처롭게 ‘냐아-.’하며 울었다.
아지는 비굴하게 애원하는 나비의 상처를 보다가 작게 짖고는, 곧장 고개를 내려서 나비의 상처를 핥기 시작했다.
자기를 무는 줄 알고 몸을 웅크리던 나비. 그러나 공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저항하지 않고 그루밍을 받아들였다.
“멍멍.”
그렇게 아지의 작은 혀가 나비의 발목부터 차근차근 덧칠해나갔다. 아지가 물었던 이빨 자국이 느릿하게, 눈에 보일 정도의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광견병은 안 걸렸나 보네. 뭐, 아지가 핥았으니 나았겠지.”
자기 이빨에 걸린 저주는 자기 침이 해독제인 법.
완치는 안 되겠지만, 이 이상 악화되는 건 막아줄 거다. 종아리 상처를 다 닦아낸 아지는 점차 허벅지 쪽으로 올라갔다. 혀가 작아서 그런지 나비의 종아리 한 짝 핥는데 꽤 오랜 수고가 들었다.
피 냄새를 너무 맡으면 안 좋을 텐데. 티르한테 혈조술로 피만 닦아달라고 할까…. 짐승의 왕은 신성의 존재인데 그 피도 그게 되려나, 내가 고민하고 있을 동안.
“휴.”
“네?”
그때 티르가 나를 불렀다.
내가 돌아보자, 티르는 무언가 조바심이 나서는 내 옷소매를 꼭 쥐고 나를 교육실 밖으로 이끌기 시작했다.
“나가거라.”
“네?”
꾹꾹. 옷소매를 당기는 힘이 심상찮다. 나는 속절없이 끌려갔다.
“망측한 광경이잖느냐. 네가 보아서는 아니 되느니라. 얼른.”
“아니, 저건 그냥 그루밍인데.”
“…정녕 내가 힘을 써야겠느냐?”
“하지만 이 방의 공기는 왠지 무겁기 그지없군요.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해야겠어요.”
마침 저편 복도 끝에 있는 교관실에서도 칼리스가 전격작전을 이어나가는 참이다. 불사자의 고뇌가 들려오는 이곳에 더 있어 봐야 좋을 게 없으니 이만 물러가련다.
회귀자가 그런 나를 보고 비웃었다.
“흥. 너도 이제 알겠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이 광경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네가 이상한….”
“닥치고 너도 나와요, 굳은 주먹의 셰이.”
“뭐, 뭐야? 왜…. 아!”
‘맞다! 나, 남장 중이었어!’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 이런 정신머리로 뭘 하겠다는 거야?
쯧. 아니다. 연기 못해서 다행이지. 자기 에고가 약했다면 회귀를 거치면서 제정신을 유지했겠어? 그래, 차라리 너라서 다행이다.
“우리끼리 할 일 있잖아요. 빨리 나와요. 내가 마력초 마는 법 알려드릴게.”
“나 마력초 안 피워.”
회귀자는 단호하게 거절의 뜻을 표했다. 천반경을 쓴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반사적인 대응이었다.
‘그런 거에 의존하면 회귀할 때마다 의지가 꺾여서.’
성실하기도 하지.
“댁 피우라고 하는 거 아니니까, 일단 따라와요.”
고개를 슬쩍 둘러보니, 티르가 어둠을 가득 불러내고는 내 쪽을 견제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어차피 어둠이 사방에 가득하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도 붉은 눈은 계속 나를 따라왔다.
아니, 뭘 이리 방어적으로. 진짜 억울해. 인간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도 짐승은 짐승인데….
“…무얼 보느냐? 빨리 가거라.”
나에게만 따스했던 핏빛 눈동자가 지금은 나에게만 엄격한 빛을 보였다.
그래, 짐승 그루밍하는 걸 굳이 지켜 볼 이유도 없지. 나는 교육실에서 쫓겨나듯 나섰다.
에잉. 기분 나쁘니까 회귀자나 패자.
회귀자를 데리고 내 방으로 향하며 화두를 꺼냈다.
“이야기는 대충 들었었죠? 지금 고양이의 왕은 약에 찌들어있어요. 개박하와 세계수의 잎으로 만들어낸 특제 마력초로요.”
“어. 설마 그게 고양이의 왕을 다스리는 법이었을 줄은.”
“무저갱에서는 마력초를 구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하려고 그랬어요?”
“…끊으면 되는 거 아니야?”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군요. 잘 알아들었습니다.”
‘큭…! 방법은 생각해두지 않긴 했어…! 하지만!’
회귀자가 뻔뻔하게 변명했다.
“어차피 무저갱에서는 약도 구할 수 없어. 그러면 참는 수밖에 없잖아?”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봐요. 약쟁이가 약이 없다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여차하면 힘으로 제압하면 되고….”
“당신이 만물의 영장이랑 다른 게 뭐야? 됐고, 따라오세요.”
시무룩해진 회귀자는 입을 꾹 다물고는 내 뒤를 따랐다.
나는 걸어가면서 챙겨둔 마력초를 꺼내 보였다. 중령과 대령의 품을 뒤져가며 긁어모은 나비 전용 개박하 마력초였다.
“대령이랑 중장에게서 얻은, 나비 전용 마력초 여섯 개비에요. 이걸 나비에게 그냥 주면 며칠 만에 사라질까요?”
“여섯 개니까, 아끼고 아껴서 사흘에 하나씩 쓴다고 하면… 18일?”
“하루입니다. 몇 개가 있던 자기 손에 있으면 하루 만에 없애버리는 게 약쟁이의 본성이에요.”
약을 하지 않은 인간이 약쟁이의 마음을 어찌 알랴.
한탄을 토한 나는 내 방으로 들어가 서랍을 열었다. 그곳에는 칼리스가 보급했던 마력초 열한 개비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것을 꺼내 탁자 위에 늘어놓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무리 아껴서 분배한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한 개비 이하로는 힘들 겁니다. 여기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엽궐련을 둘러싼 잎은 향을 빨아들이는 제향나무의 잎사귀로 만든 것.
마력초 엽궐련을 감싼 겉부분을 찢었다. 잎사귀가 찢어지자마자 청량하고 톡 쏘는 향이 흘러나와 나를 일깨운다. 전신에 퍼진 희미한 마력이 마력초에 반응하여 핏줄을 타고 온몸을 흐른다.
나는 머리에 창문을 낸 듯한 시원한 감각을 즐기며 말했다.
“바로, 마력초 양을 불려야 합니다.”
“그게 돼?”
“세상에 불가능은 없습니다. 특히 품질 좋은 마력초일수록 양을 불리기 쉬워요. 정확히는, 그 향만 은은하게 묻어나게 만들어 고급품인 척 착각을 유도할 수 있죠. 특히 나비 전용 개박하 마력초는, 미량이지만 세계수의 잎사귀까지 섞어 쓴 물건이니….”
성황청의 성경에서 늘 언급되는, 양 한 마리로 천 명을 배불리 먹이는 기적을 보였다는 처음의 성녀.
지금의 난 그녀와 마찬가지다.
종이를 펼치고 바싹 마른 마력초 잎을 흐트러뜨린다. 보급형 마력초를 베이스로 세계수의 잎사귀까지 쓴 개박하 마력초를 코팅. 그리고 동그랗게 돌돌 말고는, 끄트머리를 살짝 접어서 밀봉했다.
그렇게 분배를 마쳤을 때.
“짜잔. 보급형 마력초 두 개비와 나비 전용 개박하 마력초 한 개비를 섞어서 적절히 분배했더니, 이럴 수가. 나비 전용 개박하 마력초가 다섯 개비가 생겼어요! 어떻습니까!”
이게 마술이고, 이게 기적이지.
새끼를 치는 것처럼 수가 불어난 엽궐련. 나는 뿌듯한 감각을 느끼며 그중 한 개비를 입에 가져다 댔다.
“야. 네가 피우면 어쩌자는 거야?”
“아차. 몸이 멋대로.”
제기랄. 바깥에서 팔았으면 못해도 100알케 씩 벌었을 텐데. 이걸 고양이한테 줘야 해?
손이 덜덜 떨린다. 자꾸만 시가에 달라붙으려고 하는 손가락을 간신히 떼어냈다.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다른 마력초를 풀어헤치는 동안, 회귀자는 더욱 늘어난 마력초를 빤히 바라보다가 제안했다.
“혹시 내가 세계수 잎사귀를 주면 더 만들 수 있어?”
“세계수 잎사귀를 더 갖고 있어요?”
“응.”
“한두 개로는 안 되는데, 얼마나요?”
회귀자는 곧장 허공에 균열을 만들어내더니, 그 포켓 안에 오른팔을 집어넣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팔을 몇 번 휘적거린 뒤 다시 꺼냈을 때, 그녀의 손에는 잎사귀가 무성히 달린 은행나무의 잔가지가 있었다.
세계수의 가지였다. 잎사귀가 잔뜩 매달린.
“이 정도?”
아니, 어이가 없네. 세계수의 수호자들은 잎사귀는 팔아도 나뭇가지는 절대 안 파는 족속들인데. 도대체 어떻게 했담.
“도대체 안에다가 뭘 넣고 다니는 거예요?”
“필요한 거라면, 대강 다.”
“아니, 잎사귀도 아니고 나뭇가지를 통째로….”
“자, 받아.”
그걸 흔쾌히 건네는 회귀자. 금전감각이 이상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회귀할 거니까 상관없어하는 건지.
세계수 잎사귀는 정기 그 자체를 잔뜩 머금은 잎으로, 잘 섞으면 어떤 풀이든 효능을 배가시켜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아무런 부작용 없이.
즉, 마력초와 함께 말면 몇 배는 더 뛰어난 효과를 가진 마력초 엽궐련이 탄생하는 것이다.
세계수 잎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마르지 않기 때문에, 손가락을 대고 아쿠스 마법으로 일일이 물기를 빼내야 했다. 그렇게 말린 잎을 대강 길게 찢으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러면 싸구려가 아닌데…?”
싸구려 재료로 안을 채워 차익을 노리는 나에겐, 더욱 비싼 재료로 안을 채우는 게 너무나 생소했다.
이게 갑부의 마음가짐인가? 내가 너무 소시민으로 살아왔던 것인가?
이윽고 만들어진 마력초가 총 예순 개비. 중독은커녕, 피우면 피울수록 건강해질 것 같았다.
“세계수 잎사귀로 만든 마력초…. 저, 이거 하나만 피워봐도 돼요?”
한 개비가 나비 폭주를 막을 귀한 물건이긴 한데, 애연가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이걸 참으면 어디 가서 마력초 피운다고 말도 못한다.
문제는 회귀자인데.
“그러든가.”
의외로 흔쾌히 허락했다.
웬일이래. 나는 냉큼 마력초 한 개비를 집어 들며 말했다.
“나 마력초 피울 거니까 나가요.”
“응? 왜? 피우라니까.”
“애 앞에서 연기 뿜고 싶지는 않거든요. 빨리.”
“뭐? 애라고?”
힘만 센 애새끼는 내 말에 발끈해서는, 책상 위에 놓인 마력초를 탁 집어 들며 외쳤다.
“나도 마력초 같은 건 피울 수 있거든! 어때, 보여줘?”
에휴. 그럼 그렇지. 나는 집은 마력초를 다시 내려놓았다. 이런 고립된 장소에서 뭔 마력초를 피우겠다고.
비싼 거기도 하고, 이거 한 개비가 고양이의 왕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챙겨봤자 나비 피울 마력초가 다 떨어지면 내놓아야 한다. 애석하지만, 애연가로서의 나를 잠시 놓아두기로 했다.
나중에 탈출해도 남아있다면 그때 하나 훔쳐서 피우자.
“에이, 됐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야지.”
“피우라니까!”
시끄럽게 쫑알거리는 회귀자를 뒤로 한 채, 나는 터덜터덜 밖으로 나섰다.
‘이번 회차… 버릴 작정으로 다른 일도 미루고 찾아온 건데, 버릴 수가 없어졌어.’
‘고양이의 왕도 확보했고, 개의 왕도 멀쩡하고. 티르칸쟈카도 정상적이야. 심지어 만물의 영장 녀석들의 시도까지 무산시켰어. 저번 회차와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이제, 확인해야 해.’
‘이 회차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얼마나 나아갈 수 있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