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지적 1인칭 시점-145화 (145/384)

EP.145 길은 여행자와 함께 흐른다 - 1

군국은 통제주의의 나라다.

도로와 열차를 꼼꼼히 감시하고 객원이 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강박적인 나라.

황야를 달려야 할 군용 차랑이 도로에 들어서면, 지키고 있던 위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검문을 시작한다.

만일 나 혼자였다면, 근처 으슥한 곳에 차량을 버리고 기차나 열차나 정기편에 숨어들어서 멀리멀리 돌아갔겠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가?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서 내가 직접 농토를 가꾸고, 허수아비를 세우고, 물을 주며 애지중지 기르다가, 이삭이 황금빛으로 여물면 눈물을 머금고 수확해서, 잔인하게도 쿵떡쿵떡 방아를 찧은 뒤에 제분하여 가루로 만들고, 정성 들여 반죽한 뒤 가마에 구워놓고 맛있게 먹는다?

그럴 바에는 그냥 돈 주고 사 먹는다. 이게 인간이 만들어낸 경제 체제와 시스템의 효율적인 사용법이라는 거다.

즉.

“대위님이셨군요! 충성. 지나가십시오!”

살아있는 통행증 하나라면 자동으로 패스인 것을, 굳이 힘들게 돌아갈 필요 없다.

운전석에 탄 대위 하나만으로도 끝이다. 위병은 조수석조차 건드리지 않는다. 상대가 대위인 이상 그게 무의미하기에.

“아, 편하다!”

나는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외쳤다.

그러자 군국 통신병 에이비 대위는 한껏 인상을 쓴 채로 정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편하게 있지 마십시오. 귀하가 가진 입장을 자각하십시오.”

“군국 대위랑 수도로 돌아가고 있는 만기 석방 잡범이요.”

“…그것이 본관이 귀하를 구속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운전 중인 대위가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로 말했다.

“잊지 마십시오. 비록 근무지가 사라졌다곤 하나, 귀하는 낙성에 관련된 혐의가 있습니다. 현재 귀하가 구속당하지 않은 것은 어디까지나 본관과 함께 아미텐그라드로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불온한 움직임을 보이거나, 중간에 멋대로 이탈하려고 할 경우. 본관은 즉시 귀하를 체포할 것입니다.”

골렘의 삶을 살았던 에이비 대위는 말랑말랑한 살을 가진 몸으로도 딱딱하게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차 앞쪽에 다리를 올리고 늘어지게 하품하며 말을 걸었다.

“그럴 바에는 아까 그 위병에게 나를 넘기지. 그냥 잡혀갔을 텐데.”

그렇게 말하며 슬쩍 생각을 읽는다.

대위의 머리에 떠오른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통신병은 [창문 없는 방] 바깥에서는 맡은 임무나 통신병의 직책을 밝혀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온갖 기밀 정보를 다루는 통신병의 철칙. 죄인의 신병을 인도하기 위해서는 사정 청취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본관의 직책을 밝혀야 합니다. 모순….’

“…기밀입니다.”

머릿속으로는 정보를 보기 좋게 정돈하면서도 입으로는 기밀이라고 말하는 대위. 통신병의 특징인가.

어쨌건 읽기 편하니까 물어보는 맛이 있다. 나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왜 굳이 아미텐그라드까지 가시는 거예요? 가까운 부대로 가면 되잖아요. 아니면 통신을 하던가. 통신병이 왜 통신을 안 해?”

‘불가피한 사유로 [창문 없는 방]이 파손되거나 그곳에서 벗어나야 할 경우, 기밀 유출의 위험성 때문에 해당 통신병을 향한 모든 종류의 통신이 단절됩니다. 본관도 마찬가지, 타 통신병에게 연락을 취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창문 없는 방은, 칼리스나 에본 중장이 썼던 것과 비슷한 거대한 쌍둥이 보석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통신병의 방이 파손되어 내부가 드러나면 군국에 있는 복제본에 신호가 가고, 그 즉시 모든 통신병에게 연락이 전해진다.

그리고 더는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당 통신병과의 통신이 완전히 단절된다. 혹여나 통신병이 레지스탕스나 적국의 포로로 잡혔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것을 다시 풀기 위해서는 2주 안에 아미텐그라드의 본부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 정보를 머릿속으로만 떠올린 대위는,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기밀입니다.”

기밀이라고 하는 것치고 정보 정리가 너무 깔끔하다. 나도 모르게 다 읽었어.

“기밀이라고 하는 건 좋은데 왜 자꾸 반 박자 쉬어요?”

‘혹여나 있을지 모르는 정보 누설을 피하기 위해선, 즉각 대답하는 것보다 모든 대답에 일정한 간격을 두는 편이 낫습니다. 극한으로 몰린 상황에선 짧은 반응 지연마저도 정보가 될 수 있으니.’

“…기밀입니다.”

참 모범적인 태도다. 독심술사 입장에선 이보다 편한 대상이 또 없다. 말하면 떠올려주는 설명서를 찾은 기분이다.

나는 신기한 생물을 보는 심정으로 에이비 대위를 읽었다.

이게, 참 신기한 책이었다.

일종의 백과사전이다. 서로 연관이 없는, 순전히 거쳐 가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정보가 가득했다. 거기다 개인적인 ‘삶’이라는 게 없어, 책 자체가 한 줄기 없이 중구난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그나마 있는 건, 통신병의 규칙이나 통조림으로 조리하는 99가지 방법처럼 아주 사소한 게 전부.

그것 말고는 다른 통신병들과 나누었던 대화, 혹은 골렘의 시점에서 엿보았던 것들이 몇 안 되는 추억이다. 자신을 이루는 경험이 극단적으로 투명하다.

참, 군국도 대단하다니까. 사람을 부품처럼 써먹는단 말이지.

‘사실, 이자에게 창문 없는 방에 대해 들킨 순간, 본관은 독을 먹고 자결해야 했습니다만….’

이런 부분에서 특히.

‘…이자는 본관이 통신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통한의 실책. 어떻게… 해야 할지.’

대위의 머리에 잡념이 생겼다. 그 잡념은 바로 결과로 나타났다. 곧게 난 도로를 따라 움직여야 할 자동마차가 양옆으로 마구잡이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덩달아 앞쪽에 올려놓았던 내 다리도 왼쪽 오른쪽으로 쾅쾅 부딪쳤다. 아, 이래서 차에 탈 때는 바른 자세로 있으라 한 거구나!

아니, 그냥 운전을 똑바로 하면 되잖아! 나는 손잡이를 꽉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 운전 똑바로 해요!”

“……!”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집중하는 결과가 이거라는 게 더 무서워! 비켜요, 차라리 내가 운전할 테니까!”

“부…정…! 본관이… 호송하는… 중이니…! 운전대는 본관이… 잡고…!”

“아니, 제발! 가라는 데로 갈 테니까! 제가 운전하게 해줘요! 일단 멈춰!”

내가 외치자 대위가 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잘못 들었습니다…? 오른쪽을 밟아서 멈추라고 하셨습니까?”

“그건 가속! 알았어, 미안해! 방해 안 할 테니까 앞을 봐!”

그렇게 삐걱삐걱 흔들리고 나서야 간신히 진정하는 운전대.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바른 자세로 앉았다.

“솔직히 말해 봐요. 자동마차 운전 처음이죠?”

“부정. 조종은 익숙합니다. 골렘도 이동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에, 본관은 다양한 종류의 탈 것 조종법을 익혔습니다….”

생각을 읽어보니 거짓말이 아니었다. 이게 왜 진짜지?

“네? 정말요? 그러면 방금 그건 심리적 이슈….”

“…골렘의 몸으로.”

“갑자기 불안해지네.”

한마디로 다 간접경험이라는 거잖아? 실제 몸으로는 잘 못 하는 거 아니야?

아니, 뭐. 그래도 싱크로 타입이니까. 골렘처럼 움직이면 감각은 대충 알고 있겠지….

“사고 나도 문제 될 것 없습니다. 골렘은 회수하여 수리하면 그만이니까요.”

“이건 지금 본체거든요! 너나 나나 피가 흐르고 몸 따뜻한 본체거든요! 사고 나면 진짜로 죽으니까 좀 천천히 가요!”

그러자 대위가 퍼뜩 고개를 들며 외쳤다.

“본…체? 앗, 긍정! 본관은 지금 본신입니다! 흔들림으로 인한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 알았다는 듯이 놀라는 건 둘째 치고, 됐으니까 현실감을 차 흔드는 거로 느끼지 말아 주실래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이 도로가 그다지 어려운 코스가 아니라는 것과, 이 도로가 끝나면 다음엔 대위의 끔찍한 운전실력 볼 일이 없다는 점이다.

군국의 7대 발명품 중 하나, 토목공학의 정수이자 대지술의 기적이 발휘된 군국 최고의 업적.

메타컨베이어 벨트가 우리를 반길 것이니까.

그렇게, 대위와 나는 도로가 끝날 때까지 목숨을 위협받으며 달렸다.

강처럼 흐르는 땅. 메타컨베이어 벨트.

군국에 처음 발을 들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악할 만한 신비이자, 토목공학과 대지술, 마도공학의 집합체. 군국의 대동맥.

실제로도 수십만 명의 피와 땀을 갈아 넣어서 만든 걸작.

말은 거창하지만, 실체는 단순하다.

군국의 물류 대부분을 책임지는, 국토의 절반을 순회하는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인 것이다.

땅 전체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그 속도는 생각 이상으로 빨라, 사흘이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

그렇게 군국을 가로질러 해안까지 다다른 뒤, 위로 크게 돌아서 다시 되돌아온다. 그 위에 온갖 화물을, 짐을, 사람을 싣고서. 필요한 곳에 내리고 다시 태우며, 이전과 같이 도도하게 흐른다.

군국의 반을 순환하는 거대한 혈류인 것이다.

지선에게 곤곤래(坤滾來)라는 이명을 붙인, 흐르는 땅. 이 끊임없고 거대한 흐름은 묵묵하고 굳건하게 사람과 물건을 싣고 한쪽으로 움직이니.

메타컨베이어 벨트 북동부 기착지.

빠르게 흐르던 지류가 열 가닥으로 갈라져, 그 속도가 정확히 1/10로 줄어드는 지점.

거대한 컨테이너가 지류에 따라 기착지 중 한 곳으로 향했다.

움직임을 감지한 화물용 탐조등이 컨테이너를 비추고, 두꺼운 쇠사슬을 매단 커다란 기중기가 고개를 돌렸다.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저 멀리에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그야말로 지형지물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장치.

쿠구구구구궁.

메타컨베이어 벨트에 있던 컨테이너에 쇠사슬 갈고리가 걸렸다. 쇠사슬이 일제히 당겨지며 땅을 따라 흘러가던 거대한 컨테이너가 점차 멈춘다. 끼긱, 땅과 마찰하는 소리. 동시에 기중기가 기지개를 피며, 육중한 컨테이너를 들어올렸다.

강철 몸체의 기중기가 덜컥인다. 그토록 엄청난 무게의 컨테이너다.

하지만 그와 비견될 정도로 거대한 우레바퀴가 거친 쇳소리를 내며 거꾸로 돌아가고, 우레바퀴에 감긴 사슬과 와이어가 비명을 토하며 팽팽히 당겨진다. 쇠사슬끼리 마찰하는 소리가 꼭 천둥이 울리는 것 같다.

어딘가에서 컨테이너에 잔뜩 넣고 옮겨진 화물은, 그렇게 기착지에 도달하여 컨베이어 벨트에서 벗어났다. 컨테이너를 잡아챈 기중기가 다른 쪽으로 몸을 비틀었다. 건물만 한 컨테이너가 사슬에 달려 움직이는 모습은 어둠 속에서도 확연한 질감으로 느껴졌다.

그냥 보기만 해도 압도되는 어마어마한 광경.

물론.

“빨리빨리 움직여!”

감시관의 명령에, 컨테이너에 쇠사슬을 연결했던 노역자들이 탈진한 채로 벨트를 거꾸로 달려갔다.

흘러가는 컨테이너에 달라붙어서 쇠사슬을 연결했던 그들은 이제 컨테이너를 해체한 뒤, 안에 있는 물건을 꺼내 옮겨야 한다.

자동마차, 혹은 말이 끄는 평범한 마차를 가지고 온 배달부들이 빼곡히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은 노역자들이 짐을 내려놓으면 알아서 가져가 이 지방 곳곳으로 배달할 것이다.

공장으로, 혹은 각종 시설로.

기착지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거대한 물류를 굴리는 데에는 수많은 노역자가 필요했다. 다들 어딘가에서 잡혀 왔을 그들은, 강철 몸체를 가진 장치와 흘러가는 땅 사이에서 연약한 피와 살을 가지고 바쁘게 움직였다.

군국이 강철이라면, 그들은 윤활유.

톱니바퀴 사이에 껴서 손상을 막고 몸체를 돌리는, 가혹한 나라의 노역자들이었다.

짐이든, 개인이든 메타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목적지를 정확하게 기재해야 한다. 그대로 놔두면 군국을 계속 순환하며 통행에 방해를 줄 테니까.

다만 정체 자체가 기밀인 대위는 말하는 대신 기밀 서류를 내보냈고, 담당자는 당황하며 상부에 보고하러 갔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 뒤. 대위와 나는 기착지 관리소에 불려갔다.

“북동부 기착지 관리소장 칼파루스 대령이다.”

위풍당당한 수염을 기른 중년의 남성이 나와 대위를 불렀다.

군국 제일의 시설답게, 관리소를 담당한 이조차도 보통 신분이 아니었다. 장성의 부관이 아닌, 그 자신의 힘으로 당당하게 대령까지 도달한 꽉 찬 대령.

변방이나 다름없는 북동부 기착지여서 대령이지, 주요 도시 기착지는 장성이 지키고 있다.  군국의 대동맥인 메타컨베이어 벨트란 그만큼 중요한 시설인 것이다.

“대위. 기밀 작전이라고 했나? 명령서는 있겠지?”

“여기 있습니다.”

경례를 올려붙인 대위가 품에서 명령서를 꺼내 건넸다. 대령이 굳은 얼굴로 명령서를 읽었다.

“봉인 해제 기점으로 2주 기한. 현재 나흘 경과. 4레벨 기밀. 담당자 협조 요망. 흠. 장성쯤 되어야 내용을 알겠군. 별 안 달면 이 점이 불편해.”

투덜거린 대령이 다시 명령서를 건넸다. 대위는 양손으로 공손히 받고는, 옆구리에 낀 채 대령의 말을 기다렸다.

“좋아, 알겠다. ‘인도’를 쓰도록 허가를 내주지.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필요한 장비를 보급받아 가도록.”

“감사합니다, 대령님. 다만 소관에겐 한시가 급한 임무입니다. 오늘 출발하면 안 되겠습니까?”

“탐조등이 있다지만 밤의 기착지는 위험하다. 2주면 기한이 급한 것도 아닌데, 하루 정도는 여유를 가지도록.”

대령이 대위의 머리에 난 상처를 흘긋 보고는 덧붙였다.

“몸도 성치 않은 모양이니.”

이토록 배려해주는데 대위가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거기다 틀린 말이 없기도 하고.

열 개의 지류가 하나로 합쳐지는 기착지에서는 온갖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여기 설 예정이 아닌 컨테이너가 지류를 따라 합쳐지는데 사이에 껴서 다진고기가 된다던가. 아니면 쇠사슬 갈고리에 뒷덜미가 걸리던가.

안전하게 가려면 낮이 낫다. 물건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나 역시 열렬하게 동의하는 바였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긍하는 대위. 이제 대령의 시선은 나에게로 향했다.

이곳까지 오면서도 단정하게 제복을 차려입은 대위와는 달리, 후줄근해진 셔츠만 입고 있는 날백수와 같은 모습.

대령이 짙은 눈썹을 더욱 좁혔다.

“…그래서, 이자는 누구인데 기밀 작전에 함께하는 거지? 애인이라도 되나?”

갑작스런 발언에 대위가 눈을 부라렸다.

‘부정! 이 자는 용의자입니다. 본관은 이 자를 아미텐그라드로 호송하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설명할 수가 없다.

통신병이 맡았던 업무나 그들의 지위는 기밀. 그들에게 명목상이나마 대위라는 지위가 주어진 이유다.

자신이 통신병이라는 사실은 오직 통신으로밖에 밝힐 수 없는 정보다. 여기서 대령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면 그게 곧 기밀누설이 된다.

거기다. 정작 내 죄목 역시도 애매하다.

‘…다만, 아직 증명되지 않은 죄목이긴 합니다.’

낙성을 일으켰다는데, 내가 장성을 죽일 능력이나 의지가 있었다면 순순히 대위를 따라 수도로 향할까.

의혹만 제거하면 나는 평범한 노역자다. 근무지가 ‘뒤집어지는’ 바람에 더 근무하지 못하게 된.

…후우. 대위가 골렘의 눈으로 딴 건 못 봐서 다행이야. 미리미리 골렘을 부수어놓은 회귀자에게 감사하자.

‘의혹을 늘어놓을 수 있지만, 그것은 본관의 권한 밖의 일. 또한, 본관이 언급할 수 없는 내용…!’

대위가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고민할 때였다.

대꾸가 없자, 대령의 눈가가 좁아진다. 의구심이 나를 향하고 있다.

이래놓고 기밀을 지킨대. 쯧.

어쩔 수 없다. 나는 대위의 어깨를 톡톡 건드리며, 대령에게 아슬아슬하게 들리도록 속삭였다.

“뭐해! 빨리 말씀드려야지! 오빠라고!”

이왕이면 가짜 신분으로.

내 돌발행동에 대위가 눈을 큼지막하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푸른 눈동자에서 별의별 생각이 다 흘러나왔다.

‘부정! 부정! 이 노역자는 무슨 허위보고를! 하지만, 이것을 부정하는 것 또한 기밀누설의 일부…! 난관!’

들려오는 생각을 무시한 나는 짐짓 급한 척, 대위의 어깨를 두드리며 허둥지둥했다.

“뭘 머뭇거리는 거야, 삐! 빨리 말씀드려! 나를 미심쩍게 바라보시잖…!”

‘삐?! 누구? 설마 본관?’

당황한 대위가 안절부절못할 때였다.

“어이!”

대신, 대령이 나를 향해 준엄하게 꾸짖었다. 내가 화들짝 놀라서 대령을 보자, 대령이 인상을 찡그리며 혀를 찼다.

“쯧. 기밀 작전을 수행하는 이의 개인정보 역시 기밀이다. 아무리 가족관계를 숨기는 게 의미가 없다고 한들, 손윗사람이 그토록 입을 가볍게 놀려서야 되겠나!”

“엇, 죄, 죄송합니다.”

“너의 시민 레벨은?”

“1, 1레벨입니다….”

‘부정! 이 잡범은 사실 0레벨입니다! 1레벨도 사칭입니다!’

하지만 대령은 대위의 마음을 읽지 못한다. 나를 내려다보던 대령이 크게 혀를 차며 외쳤다.

“쯧. 동생보다 한참 못하다니. 동생이 없었으면 메타컨베이어 벨트도 못 탔겠군! 하긴, 그러니까 이리 붙어 다닌 거겠지만!”

“네, 네.”

“됐고, 동생의 발목이나 잡지 마라! 나라서 그냥 넘어간 거지, 다른 곳이었으면 즉시 체포했을 거다!”

엄하게 꾸짖은 대령이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우리는 고개만 꾸벅이고는 허겁지겁 소장실을 나섰다.

배정받은 숙소로 안내받을 때까지 대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신, 문을 열고 숙소에 들어간 순간 내 멱살을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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