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지적 1인칭 시점-172화 (172/384)

EP.172 먼 곳의 이야기. 고고한 왕과 상냥한 왕

왕국을 무너뜨린 군인들은 왕성을 허물고 군정을 세웠다. 새 나라를 가장 먼저 찾아온 왕은, 다름 아닌 개의 왕이었다.

개의 왕은 군국에 친히 방문하여, 그들에게 같이 늑대를 몰아내 달라고 부탁했다.

그 시절, 군국은 왕이라는 존재에 진저리를 내고 있었다. 그건 무능을 향한 성토이기도 했고, 왕에게 선택받지 못한 이들이 내뿜는 열등감이기도 했다.

설사 그게 짐승의 왕이라도 마찬가지. 모든 개를 대표한답시고 늑대와 매번 다투는 개의 왕은, 군국의 입장에서 전쟁을 일삼는 폭군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군국이 단순한 증오심 때문에 개의 왕을 죽이려 들 머저리 집단은 아니었기에, 군국은 다른 제안을 했다.

늑대의 눈과 코를 피할 장소를 제공해줄 테니, 그곳에 숨어 있으라고. 약속을 잘 지키면 개를 도와 늑대를 무찔러주겠다고.

물론 거기에는 정치적인 계산도 들어있었다.

개의 왕은 늑대의 왕을 끌어들이는 존재. 왕을 처형함으로써 주변 나라의 눈 밖에 난 군국은 여차할 때 터뜨릴 폭탄 몇 개는 손에 쥐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갓 태어난 연약한 나라는 외세의 침략에 부서지고 망가질 게 분명하였기에.

군국의 제안에 개의 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군국이 탄생하고 처음으로 이루어진 협정이었다.

그러나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달라지는 건 나라에게도 적용되었다.

옛 채권을 상환해야 할 날이 다가왔을 때, 군국이라는 나라가 느낀 감정은 하나였다.

난감함.

“…개의 왕. 너는 약조를 어겼다.”

방위 사령관 부이둔 대장이 사령부 안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장교들은 황급히 그 앞을 비켜주었다. 몇몇은 위험하다며 그의 앞을 지키려고 하였지만, 부이둔 대장의 손짓에 황급히 물러났다.

개의 왕과 독대하게 된 부이둔 대장은 느릿하게 말했다.

“우리의 약속은 그 시기가 다가오는 날까지 네가 무저갱에서 얌전히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너는 그곳에서 뛰쳐나왔어.”

“멍.”

아지가 콧방귀를 뀌며 짖었다. 부이둔 대장은 개의 왕이 무어라 따질 것이라 생각했다.

억지를 부리지 마라.

무저갱이 없어졌는데 어떻게 더 머무르냐.

25년이면 오래 기다렸다.

그리 대답하면 개의 왕의 말꼬리를 잡아서 어떻게든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속셈이었다.

속이 다 보이지만 마땅히 대처할 방안이 없는, 지극히 정치적인 책임 떠넘기기.

그렇게 개의 왕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려는, 부이둔 대장의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있었다.

그러나.

“약속, 지키기 싫구나.”

개의 왕이 건네는 말은 부이둔 대장을 흠칫거리게 했다.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하나, 그렇다고 단순히 개라 치부할 수 있을까? 부이둔과 군국의 입장을 정확히 짚어낸 저 존재를?

“늑대, 무서워? 싸우기 싫어?”

부이둔 대장은 느릿하게 대답했다. 아까와는 달리 심리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아니라,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두렵지 않다. 단지, 준비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아직은 때가….”

“나는 준비됐어.”

아지가 대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늑대, 무리 지어. 나, 무리 안 지어. 대신 인간과 약속을 나눠. 나와 약속한 인간이 내 무리야.”

“…우리는 개가 아니다. 네 무리가 될 수 없어.”

“알아. 인간이야. 그래서 나, 약속했어. 늑대와 싸울 때 앞장서기로. 인간을 지킬 테니, 인간도 나를 지켜주기로.”

협정이라고 하기엔 너무 순수하나, 단순한 약속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늑대, 야성의 상징이며, 가장 난폭한 동물의 왕. 인간과 수많은 갈등을 빚었던 영리하고 흉포한 짐승.

그 왕인 늑대의 왕은, 다른 어떤 짐승보다도 적극적으로 인간을 공격하곤 했다. 그러면 인간은 그들의 친구와 함께 늑대를 몰아냈다.

…그것도 과거의 일이지만.

“멍. 나, 착하게 기다렸어. 약속이 지켜질 거라 믿으며 계속 기다렸어. 햇빛도 없고, 산책도 못 해. 즐겁지 않지만, 그래도 늑대를 쫓기 위해서.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참고 계속 기다렸어.”

반으로 쪼개진 왕관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모든 개의 대언자인 개의 왕은 인간으로 하여금 개를 도우라 명하고 있었다.

부이둔은 강렬한 존재감을 표하는 왕의 상징을 보며 아래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인간이 가진 가짜 왕과는 다르다. 눈앞에 서 있는 수인은 세상이 점지한 존재. 진정으로 개를 위하며, 그들을 대표하고, 그럴 힘이 있는 진정한 개의 왕.

어째서, 어째서 하찮은 짐승들만이 왕을 가지고 있는 건지. 곱씹을수록 부이둔은 증오와 열등감이 솟구쳤지만, 노회한 정치인이었던 그는 능숙하게 감정을 숨겼다.

“…알 바 아니다. 늑대와 맞서 싸우기 위해 군사를 움직이는 건 비합리적인 일.”

“약속, 안 지킬 거야?”

“내가 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이둔 대장은 군국에서도 몇 없는 대장이나, 그 혼자 중대사를 결정할 수는 없다. 통신병을 통해 내각회의를 진행하고 결의해야 한다.

하지만 부이둔 대장은 알고 있었다. 군국이 늑대의 왕과 맞서 싸울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을.

무저갱이 사라진 지금, 늑대의 왕과 맞서 싸울 여유가 없다. 곧 대지모신의 은총이 돌아올 무저갱 황야를 노리고 승냥이들이 잔뜩 몰려올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지만,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군국은 무저갱 황야를 국경으로 두고 있던 열국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선 제압이 중요한 전쟁 초기부터 양면전선을 펼쳐서야 전쟁이 길어질 뿐.

“애초에, 너희의 전쟁에 왜 우리가 끼어야 하지? 인간에게는 왕이 없는데 왜 왕들의 갈등에 인간이 다쳐야 하지?”

“인간의 왕, 인간이 없앴어. 필요 없대서 그는 사라졌어. 그래서, 나는 인간과 약속을 맺을 수밖에 없어.”

아지는 쓸쓸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인간은 약속을 기억하지 않아. 아무도 지켜주지 않아….”

체념한 듯한 말투는 안쓰러웠으나, 감정만으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커다란 일이다. 부이둔 대장이 손을 내저었다.

“용건이 끝났으면, 이만 가주겠나? 우리는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나빠.”

부이둔 대장은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엇을 할 수 있나, 개의 왕이여. 너는 우리를 공격할 건가? 약속을 어겼다고 인간에게 반기를 들 건가?”

부이둔 대장은 개의 왕이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이죽거렸다.

실제로 그랬다. 아지는 눈앞에 칼과 창을 든 인간이 빼곡하게 서 있어도 그들을 향해 어떤 적의도 갖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아지가 적의를 품지 않는 건 오로지 인간뿐.

칼과 창은 다르다. 아지는 인간을 제외한 모든 것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신경질을 부릴 거야.”

“냐-아.”

허리까지 내려오는 새하얗고 복슬복슬한 머리털. 정적이면서도 민첩함을 가진 꼬리. 쫑긋 선 고양이 귀.

누구라도 잠시 시선을 빼앗길, 아주 고귀한 풍모를 가진 고양이 수인이 꼬리를 휘적거리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앞발을 길게 허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한껏 몸을 푼 나비가 앞발을 할짝이며 중얼거렸다.

“멍청한 멍멍이. 왕이어도, 아니어도 사슬에 묶여 있다냐. 보상받지 못해도 계속 인간을 찾는다냐. 가련하다냐….”

나비의 머리 위에 떠 있던 왕관이 이리저리 뒤틀리다가 사라졌다. 개의 왕이 전하는 ‘대언’ 때문에 잠시 왕관을 썼으나, 그것이 오직 인간을 향한 선언임을 깨달은 고양이의 왕은 왕의 의무를 놓고 온전히 한 개체로 돌아왔다.

나비는 아지가 ‘신경질’ 부리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몸을 들썩였다.

“냐아-. 휙휙 움직이니까 피가 끓는다냐. 도와줄까냐?”

땅 틈새로 스며들 법한 작은 중얼거림. 그러나 저 아래에서 날뛰던 아지의 귀가 쫑긋거렸다. 아지도 작게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멍. 싫어.”

대답을 들은 나비는 반쯤 일으킨 몸을 다시 낮추며 늘어지게 하품했다.

“냐아. 멋대로 하라냐. 불쌍하고, 멍청한 멍멍이.”

관찰자로 돌아온 나비는 말없이 개의 왕이 날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개의 왕이 부리는 신경질은 개보다는 왕에 더 초점을 둬야 했다.

벌써 군장 열다섯 개가 파손되었다. 날이 시퍼렇게 서 있던 무기에는 하나같이 볼품없는 잇자국이 났다. 죽어도 무기를 놓지 않겠다던 장교들은 오늘 그 다짐을 철회하게 되었다.

피해는 무기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나마 사람 손에 들린 무기나 감싼 갑옷은 멀쩡한 편이었다.

인간이 아닌 것들이 당한 꼴에 비하면, 그것들은 원형이라도 유지하고 있었으니.

사령부 전역은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아니, 거대한 대지술사가 땅 자체를 뒤집어 놓은 듯했다.

사령부의 벽면은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4레벨 연금강으로 뒤덮여 있었다. 아지는 그것을 느슨한 벽지처럼 취급했다.

그러니까, 이빨로 잡아 뜯었다는 뜻이다.

연금강은 단순한 벽지가 아니라 건물 외벽에 못 박힌 장갑이었다. 그게 한 개체의 이빨로 잡아 뜯겼으니 건물이 성할 리도 없다. 굳건한 위용을 자랑하던 방위 사령부는 벽면 자체가 뜯긴 채 내부를 환히 보이고 있었다.

군용 자동마차 중 온전히 네 바퀴로 서 있는 건 없었고, 발톱에 긁힌 문짝은 그대로 찌그러져서 틈으로 내부를 보였다.

마당과 벽에는 발자국과 발톱자국이 가득했다. 농부가 있었다면 방금 갈아엎은 땅인 줄 알고 씨앗을 심었을 것이다.

장교들이 할 수 있는 대응은 아지의 뒤꽁무니를 쫓는 것밖에 없었다. 그 정도는 해야 아지가 무언가를 반파하기 전에 따라붙을 수 있으니.

장교들의 손이 아지와 가까이 닿을 때면, 아지는 술래잡기라도 하는 양 즐거이 짖으며 다른 곳으로 냅다 달렸다.

결국 부이둔 대장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

“난동은 거기까지다-!”

그의 앞을 지키고 있던 장교를 옆으로 치워버린 그는, 군장도 착용하지 않은 채 냅다 몸을 날렸다. 단숨에 30m를 뛴 그는 손바닥을 넓게 펴고는 공간째로 휩쓸었다. 손가락 하나하나에서 시퍼런 기운이 솟구치며 그물처럼 아지를 덮쳤다.

아지가 불에 덴 듯 펄쩍 뛰었다. 어찌나 급하게 뛰었는지, 몸이 벽에 반쯤 파묻힐 정도였다. 부이둔 대장은 혀를 차며 다시 아지를 쫓았다.

장교들은 사령관의 무위에 감탄했다.

“역시 대장님…!”

그러나 부이둔 대장은 알고 있었다.

개의 왕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부이둔 대장이 맨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부이둔 대장의 주먹은 빠르고 강하다. 저것을 막거나 쳐낸다면 엄청난 충격이 부이둔 대장을 덮친다. 물론 대장에게는 그것을 이겨낼 힘과 기공이 있지만, 아지는 그 정도 위협을 인간에게 가하지 못한다.

기껏해야 무기를 물어뜯거나 군장을 찢어버리는 게 전부.

그렇기에 다른 장교들은 간단하게 무장 해제시켰음에도, 부이둔 대장의 공격만은 멀찍이 피해버린 것이다.

부이둔 대장이 아지의 꽁무니를 쫓으며 외쳤다.

“꺼져라! 군국에서 나가, 다른 주인이나 찾아! 너를 위해 늑대를 죽여줄 인간을!”

“컹, 컹!”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면서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부이둔 대장을 향해 아지가 위협적으로 짖었다. 물론 부이둔 대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대신 속으로 생각했다.

인간에게 ‘장난’치는 게 전부인 개조차 이만한 힘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강력한 힘을, 오직 인간을 부수기 위해 쓸 늑대의 왕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심지어 다른 늑대와 무리를 이룬 채 조직적으로 사냥할 텐데….

필시, 인간이 자신들의 왕을 저버린 대가이리라.

이래서 약속이 이행되기 전에 개의 왕을 손에 넣었어야 했는데.

후회는 말뜻 자체에서 늦음을 내포하고 있다. 부이둔 대장은 상념을 털어내고는 외쳤다.

“네가 찾는 인간은 군국에 없다! 꺼져라!”

“아우우우우우-!”

짐승의 울부짖음에 길게 울렸다. 부이둔 대장은 아지를 쫓아내려고 하다가.

머리 위쪽에서 느껴진 살기에 흠칫하고는 위를 쳐다보았다.

관 위에 걸터앉아 아래 일어난 일을 지켜보던 티르칸쟈카는 옆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고개를 돌렸다.

셰이가 지잔을 아래로 겨누고 있었다. 측량을 실시하는 조사관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뭐하는 것이냐?”

“잠깐만 기다려 봐. 여기서 떨어뜨리면 몇 초 뒤에 떨어지려나 계산 중이야.”

지잔의 무게는 태산에 비견될 만하나, 그 권능은 어디까지나 대지술을 근간으로 한다. 지잔은 자기 무게로 땅을 박살 내지는 못한다.

그래도 거대한 바윗덩이가 떨어지는 충격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다. 이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대장이라고 하여도 무사하지 않으리라.

티르칸쟈카가 말리지만 않았어도, 부이둔 대장은 무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휴를 찾아야 한다 하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갑자기 죽일 마음이 들었느냐?”

“저 대장, 어디서 봤다 싶었는데 만물의 영장이었어. 만물의 영장을 운영하고 지원하는 놈이야. 지금 죽여두는 편이 좋아.”

티르칸쟈카가 미간을 찌푸렸다.

“죽일 거라면 휴의 행방을 묻고 나서 하거라. 저만한 인간을 죽이면 비협조적으로 나오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우리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지잔만 떨어뜨려서 죽이려고 하잖아.”

“저들의 대장이 하늘에서 떨어진 검에 맞아 죽은 뒤 우리가 나타나면 저들이 퍽이나 의심하지 않겠구나.”

티르칸쟈카가 셰이를 나무랐지만, 셰이도 아무런 생각 없이 행동한 건 아니었다. 단지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게 낯설어서 깜빡했을 뿐이다.

셰이는 일단 지잔을 거두고는 동료의 의심부터 풀기로 했다.

“살려둘 이유가 없어. 만물의 영장은 군국과는 성향이 크게 달라.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 그리고 비용을 계산하지 않지. 우리가 오면서 부순 만물의 영장 기지나 보급책이 얼마인데 순순히 협조하겠어? 진짜 그를 인질로 삼아버릴 수도 있어.”

“흐음.”

티르칸쟈카는 난감한 듯이 아래를 바라보았다. 저들의 도움을 받으면 일이 쉬워지겠으나, 그가 위험해지는 건 결코 바라지 않았다.

깔끔하게 단념한 티르칸쟈카는 셰이를 향해 손짓했다.

“그럴 바에는 가만 두거라.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면 구태여 지금 그를 죽여 척을 질 필요가 있겠느냐? 휴를 찾은 다음에 일을 치르자꾸나.”

“끄응. 지금 죽이고 싶은데….”

하지만 티르칸쟈카의 말마따나, 부이둔 대장은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 벌써 군국과 완전히 척질 필요는 없다.

셰이는 혀를 차며 지잔을 거뒀다.

“쯧. 어쩔 수 없지. 부이둔 대장이 몸통도 아니고.”

만물의 영장의 진짜 몸통은 그가 아니라 육장성 과병(戈兵). 준비된 싸움에서는 누구보다도 강한 웨폰마스터.

이전 회차에서도 몇 번 거꾸러뜨렸지만, 그때마다 바뀌는 무기에는 셰이도 대단히 애를 먹었다.

여기서 그를 죽여 과병에게 경각심을 줄 바에 살려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잘 생각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두 번째 방법과 세 번째 방법을 쓰자꾸나.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이냐?”

“두 번째 방법은 아지와 나비에게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짐승의 왕이 가진 후각이라면, 조금 발품만 팔아도 금방 찾아낼 테니까.”

“호오. 괜찮은 방안이구나. 그러면 세 번째는?”

셰이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할 순간만을 기다렸던 그녀는 가슴을 펴며 당당하게 말했다.

“세 번째는 정보 길드에서 구하는 거지. 나는 그들에게 접선하는 방법을 알고 있거든.”

“정보 길드라.”

기대했던 대로, 티르칸쟈카에게서 흥미로워하는 반응이 나왔다. 셰이는 살짝 으스대며 덧붙였다.

“아미텐그라드의 정보상이라고 하면 검은고양이. 가십이나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잡지사인데, 하는 일은 정보 길드 못지않아. 시크릿 멤버만 갈 수 있는 창구로 가면 정보를 팔 거고, 의뢰금을 주면 직접 조사까지 해주지. 사람 하나 찾는 게 그리 위험한 일은 아니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곳에 있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수인들이 만든 잡지사. 거기에 무슨 정보가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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