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전지적 1인칭 시점-234화 (234/384)

EP.234 주사위는 던져졌다

예리엔 그란디오모르는 공주로 태어났으나 평범한 군국민으로 자랐다. 한창 군국이 잔당 체포에 열을 올리고 각지 영주들이 산발적인 저항을 계속하던 시절, 공주는 그들의 구심점이 되기에는 너무 어렸다.

어린 수호기사와 억척스러운 유모는 왕국을 떠돌며 그들을 도울 자를 찾아다녔으나, 발칙하게도 지방의 영주 기사들은 왕가의 피를 이용할 생각뿐이었다. 심지어, 발칙하게도 아직 젖먹이에 불과한 공주를 상대로 정략혼을 맺으려는 시도도 있었다.

지방 영주들은 중앙과는 달리 자기 영토를 가지고 왕처럼 군림하는 존재. 그만큼 왕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도 희박하였으니.

수호기사는 치를 떨며 공주를 데리고 달아났다. 기사도를 잊지 않은 몇몇 충직한 기사의 도움과 헌신이 없었더라면, 아직 어린 수호기사만으로는 공주를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떠돌이 신세가 된 공주와 수호기사는, 불경을 무릅쓰고 오누이로 위장한 채 군단이 지배하는 땅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 군국은 얼떨결에 혁명에 성공한 군인들의 집합이었고 행정력이라곤 쥐뿔만큼도 없었다. 혼란 속에서 수호기사와 공주는 평범한 군국민인 척 살아갔다.

그들의 정체를 아는 자도 나타났으나, 그중 대부분은 목숨을 내놓더라도 입을 열지 않을 인물이었다. 아슬아슬한 평화 속에서 공주는 무럭무럭 자랐다.

공주는 군국의 치세 아래에서 성장했다. 여동생을 위해서라면 심장이라도 빼줄 것만 같은 오빠와 가끔 눈물을 글썽거리는 노모를 두고, 수상할 정도로 친절한 어른들 사이에 둘러싸여.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부족함 없이 자랐다.

그러나 어느 순간, 공주는 깨달았다.

자신을 둘러싼 이 친절한 세상은, 아무런 대가 없이 주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에는 방황했다. 가혹한 운명 속에서 갈등했다. 이미 멸망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도망치고 싶었다.

그녀가 도망쳐도… 수호기사는 그녀를 존중할 것이다. 몇몇 가신들 역시 수긍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그녀에게 관대한 이유는 오직 하나. 그녀가 공주이기 때문이었다. 도망쳐도 공주의 굴레는 계속되는 셈이다.

공주는 의무감으로 의무를 받아들였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가시나무 관을 쓰고 제단 위에 몸을 바쳤다. 잔당들이 그녀를 제물로 더욱 불타오르도록.

그러던 때.

레지스탕스의 대표로서 하멜른에서 일어난 기이한 사건을 조사하던 차. 레지스탕스는 기묘한 방문을 받았다. 그녀 또래의 소년소녀들. 어딘가 망가져서는 증오에 불타오르던 그녀 또래의 아이들을 마주하고.

바쳐진 제물은 버림받은 친구의 손을 잡고 일어나, 자기 스스로 걸었다.

잠깐의 동요가 일었으나, 공주에게는 속내를 꼭꼭 숨길 정도의 단단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공주는 표정과 자세를 가다듬고는 회귀자를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인사를 끝마쳤으니, 이야기를 나누어볼까요…?”

속마음은 한없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나름 공주라고 할까. 어설픈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보여주는 태도는 똑바르다.

다만, 우리 회귀자는… 이게, 마음가짐은 참 좋은데….

“딱히 나눌 이야기는 없고. 빠르게 용건만 전할게. 잘 들어.”

보여주는 태도가… 후. 뭐라 말을 못하겠네….

“우리는 너희에게 의탁하거나, 혹은 도주 루트를 찾기 위해 접촉한 게 아니야.”

“그렇다면요?”

“우리는 사령부를 칠 거야. 솔직히 말해서, 너희가 거기에 도움될 일은 거의 없어.”

회귀자가 용건만 간단히 딱 잘라 말했다. 너무 잘라서 공주의 얼굴에 물음표가 가득 떠올랐지만, 회귀자는 그 설명조차 아깝다는 듯 말을 계속했다.

“전력은 차고 넘쳐. 이쪽에는 시조가 있고, 나도 있고,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도 있어. 짐승의 왕도 잠시 우리를 따르고.”

나는 왜 껴?

“우리는 빠르게 치고 빠질 건데 괜히 약한 녀석들이 설쳐대면 곤란하고, 발목이나 잡으면 난감할 뿐이야. 가능하면 정예만 골랐으면 해.”

“잠시만요, 귀공. 이야기가 조금 빠른데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요? 타격?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이들로 군국 사령부를…?’

이해한다. 우리도 회귀자가 사령부 습격을 제안할 때, 한순간 왜 사령부를 때려 부수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처구니없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을 읽어보니, 놀랍게도 회귀자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너희도 우리 행적을 쫓았으니 알 거야. 우리는 아미텐그라드로 향하는 길목에서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았어. 저쪽은 적극적인 교전회피만 반복했지.”

“네. 저희 쪽 첩자가 그 사실을 전해오더군요.”

‘적극적인 교전회피. 사실상 도망. 저희도 많이 하는 거라서 잘 알죠….’

“하지만 아미텐그라드에서 떠날 때, 느슨하던 포위망이 점차 조여들면서 적이 점점 불어나더니. 남부 군단을 하나로 묶어 우리를 추격해왔지. 그리고 산발적인 전투를 벌이며 동부로 집결했어.”

“대단하시네요. 육장성이 모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남부 군단을 통째로 상대하셨을 줄은….”

공주가 자연스럽게 회귀자를 추켜세웠으나 태생이 반골 기질인 회귀자에게는 닿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상한 일이지. 손해를 보기 싫어서 교전회피까지 했던 적을, 피리 부는 사나이가 더해진다고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말이 안 되는 일이거든.”

군사를 일으키는 일에는 돈이 든다. 군국은 특히 그렇다. 그들이 쓰는 총탄이나 연금강, 의복 패킷에다가 식량까지. 하나같이 상당한 연금코스트 혹은 자원을 소비하는 일이다.

회귀자나 시조가 복구 불가능한 파괴행위를 저질렀다면 모를까, 몇몇 기지를 톡톡 건드린 것 말고는 해를 입힌 적 없다. 군국은 그만큼 자원을 소비해야 할 이유가 희박했다.

하지만 소비했다. 소수에 불과한 그들을 잡기 위해 비효율적일 정도로 많은 군단이 출동했다.

공주가 심각한 표정이 되어 물었다.

“그 말씀대로라면… 군단이 움직인 이유가, 귀공을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뜻인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해.”

“어라, 그러면 왜.”

‘군국이 군사를 일으킨 이유가, 저분들을 잡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남부군을 움직였죠?’

사냥을 하기 위해서는 사냥감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 한때 군국의 구성원이었고, 지금은 사냥꾼이 된 공주는 다른 왕국 잔당의 그 누구보다도 군국을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아니, 관점을 달리해야죠. 군국은 왕이 다스리지 않아요. 사령부는 있지만 그들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군을 움직였다는 말을 들어본 적 없어요. 의도를 넘겨짚고 행동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서 의도를 유추해내야 해요.

자아, 가장 간단한 것이 정답이에요. 남부군을 메타컨베이어 벨트에 실어야 할 이유가 뭐죠?’

당연히, 이동이다. 메타컨베이어 벨트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의문이 찾아온다. 어디로?

공주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그리고 한순간, 모든 퍼즐이 찰칵 맞물렸다. 깨달음을 얻은 공주가 탄성을 내질렀다.

“…북방을 향한 전쟁이에요! 열국이겠군요!”

회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저들은, 우리를 쫓기 위해 군대를 조직한 게 아니야. 군대를 조직하기 위해, 우리를 쫓는 시늉을 한 거지.”

“세상에…!”

“뭐, 실제로도 우리를 구속하거나 추방하고 싶긴 했을 거야. 시조 티르칸쟈카의 존재는 안개 공국이 끼어들 구실이 될 테니까. 개의 왕을 가만히 놔두면 늑대의 왕이 찾아올 거고.”

전략적 목표가 하나만 있지는 않다. 그리고 아마, 그게 끝이 아닐 터.

중대한 문제를 깨달은 공주는 체통도 잊고 몸을 벌떡 일으켰다.

“잠깐만요. 저희 본거지는 북방 국경 부근이에요!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안정화’ 작업을 당할 거예요! 이 사실을 빨리 알려야…! 꺄악!”

허둥거리던 공주는 의자 다리에 발이 걸려서 넘어질 뻔했다. 수호기사가 다급히 그녀를 붙잡으려고 들었으나, 그보다 회귀자가 훨씬 빨랐다.

회귀자는 천반경을 익히고 있었고, 타인의 시선이야 어쨌든 같은 여자라서 심리적인 주저도 없었다. 지난 몇 회차에서 공주와 안면을 터놓았던 것도 한몫했다.

회귀자는 미리 합을 맞춘 듯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공주를 붙잡았다. 얼떨결에 회귀자를 꼭 붙잡고 몸을 지탱하게 된 공주는, 전기가 통한 듯 잠깐 몸이 멎은 뒤 펄쩍 뛰어 물러났다. 연분홍빛 머리색 때문에 잘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공주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어, 어! 감사합니다, 귀공…! 너, 너무 놀라서 추태를 보였어요!”

“조심해.”

정작 회귀자는 그냥 반사적으로 잡아준 것이기에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낯선 이와의 접촉에 놀랐는지, 공주는 자기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잡아서 입가를 가리며 웅얼거렸다.

“경. 모두에게 알리세요. 당장 피난 준비를 하라고.”

“알겠습니다.”

수호기사는 품속에 숨긴 새하얀 석판 조각을 꺼냈다.

라키온 대백벽. 성황청의 기적 중 하나이자, 성지를 둘러싼 새하얀 성벽의 일부.

그 벽의 일부를 써서 지은 신전의 내벽은 오롯하다. 부서진 조각이더라도 그렇다. 누군가 석판에 글씨를 끄면 신전 내벽에 똑같은 글씨가 떠오른다.

따라서 신전은 신의 뜻은 물론, 왕의 명령까지 전하는 게시판 역할을 했다. 성황청이 권력과 밀착하여 세상에 널리 퍼질 수 있던 요인이기도 했다.

…움직이는 대백벽, 통신병을 만들어낸 군국은 필요가 없었지만.

수호기사가 대백벽 조각을 드러내려는 때였다. 공주가 다급히 만류했다.

“경! 여기서 말고!”

‘이곳은 시조가 있는 공간이에요! 대백벽을 드러내선 안 돼요!’

왜 대백벽 조각이 이토록 꽁꽁 감싸져 있었는지 되새긴 수호기사는 잠깐 양해를 구하고 컨테이너 바깥으로 나갔다.

물론 그 정체를 알아차린 티르의 심기가 불편해졌지만, 그래도 눈앞에 드러내지도 않는 것에 화를 낼 만큼 옹졸한 사람은 아니었다. 공주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으니까.

“휴. 조금 심기가 불편해졌다. 기분을 풀게 잠시 내 쪽으로 와다오.”

아닌가? 심기가 불편하다는 걸 이유로 나를 써먹으려고 하네.

깊이 안도한 공주는 이제 우러름의 시선으로 회귀자를 쳐다보았다.

“대, 대단하세요…. 저보다도 어린 나이 같은데 절창과 비견되는 무력에, 이정도의 혜안이라니…. 귀공이 반란을 이끌었다면, 왕국을 무너뜨리는 데 절창도 필요 없었을 거예요!”

실로 극찬이면서, 그녀가 마지막 공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지 애매한 칭찬이었다.

그러나 회귀자는 다른 의미로 어색해했다.

‘혜안은 무슨… 미래를 보고 왔는데, 당연히 알아야지. 아니, 지금보다 좀만 더 일찍 알았어야지.’

무저갱이 무너진다.

저주가 사라진 땅에 지력이 돌아온다.

비옥해진 땅을 둘러싸고 여러 나라가 경쟁한다.

전쟁이 일어난다. 7일만에 모든 전투가 끝난 이레전쟁이.

회귀자는 일찍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전 회차에서 그랬기 때문이다.

군국이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무저갱을 없애려고 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지만, 어쨌건 전쟁 자체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격렬한 추격전을 벌이는 와중 깜빡했다. 군국이 정말 그들을 쫓는 거라고 여기고 진심으로 대응해버렸다.

‘생각해보면, 절창도 마장도 총사를 포로로 잡기 전까지는 조금 힘을 빼고 싸웠지. 우리와 싸울 이유를 가진 사람은 총사밖에 없었어. 총사 같은 경우는 애초에 휴즈 녀석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니… 사령부는 육장성에게도 본래 작전을 말하지 않는 모양이야. 칫, 사령부 이 자식들, 정체가 도대체 뭐야?’

어쨌건 우리가 남부를 따라 쭉 도망친 바람에, 남부 군단이 메타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극동에 집결했다. 이대로 북쪽으로 이동하기만 하면… 순식간에 배치가 완료된다.

군국의 황야 점령을 시작으로 전쟁이 발발한다.

‘어쨌건, 막을 수 있을 때 막자. 하지 않을 이유 없어. 우리가 열국으로 빠져나가면 전쟁 구실이 될 뿐이야.’

전쟁은 회귀자가 바라는 바가 아니다. 정확히는, 죄악의 왕을 막기 전에 전쟁으로 인세가 혼란스러워지는 일은 없는 편이 좋다.

따라서 사령부를 타격한다.

“귀…공?”

본의는 아니었겠지만, 회귀자는 대단히 복잡하고 가라앉은 눈으로 사색에 잠겨있었다. 무언가 훨씬 더 먼 미래와 큰 그림을 살피는 듯 진지하게.

그게 공주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을지, 으, 왠지 소름끼쳐서 상상하기도 싫다.

‘…너무, 완벽한 사람 아닌가요! 실력도 뛰어나, 혜안도 깊어! 정국을 살필 줄 알고, 거기에 여자 뺨치게 귀공자 같은 외모까지…! 어떻게 이런 사람이 탄생했는지!’

싫지만 읽어버렸다. 아, 마음같아선 독심술을 off하고 싶다. 누가 나 좀 기절시켜주지 않으려나.

회귀자가 공주의 부름을 듣고는 반응했다.

“어… 음, 별거 아냐. 우리는 군국과 전투까지 벌여가며 많은 정보를 접했으니까. 더 아는 게 많을 수밖에 없지.”

“겸손도 지나치면 독이 되는 법이에요.”

“딱히 겸손은 아닌데….”

말 그대로의 의미였지만 공주에게 전해지지 않았다. 공주는 한껏 선망하는 눈으로 회귀자를 바라보았을 뿐이다. 세상에, 회귀자가 저런 우러름을 받는 날이 되다니.

말세로구나. 아니면 회귀가 그만큼 사기적인 건지.

내가 고개를 끄덕거릴 때, 문득 시아티가 나를 향해 희열에 찬 미소를 보내왔다. 지금까지 전해진 이야기가 그녀에게 커다란 영감을 준 것이다.

시아티는 몸을 홱 돌려 공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쿵, 하고 그녀의 무릎이 컨테이너 바닥을 울렸다.

“공주님. 명령을.”

“시아티? 평소에는 절대 안 그러더니, 부담스럽게 왜 무릎을 꿇고 그래요…?”

공주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시아티는 더욱 고개를 숙이며 읍소했다.

“총공격 명령을 내려주세요. 지금밖에 없습니다.”

“네? 시아티. 그게 무슨.”

시아티는 빠르고 간략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군국이 전쟁을 준비한다면 먼저 국내를 단속하겠죠. 군단이 몰려들 북부에 남아 있어 봐야 개죽음. 피난을 가야 해요. 하지만 이미 극동에 병력이 모인 상태에서, 민간인까지 포함한 우리가 느긋하게 출발해봤자 추적당해 각개격파 당할 뿐.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겠죠.”

공주는 몇 가지 단서만으로 전쟁을 유추할 만큼 영민했다. 시아티가 말을 이어갈 때마다 그녀의 제안이 무엇인지 점차 명확하게 그려졌다.

“그것을 막기 위해선 우리도 사령부를 공격해서 혼란에 빠뜨려야 해. 저쪽이 다른 곳에 눈 돌릴 여력을 없게 만드는 게,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 공주님, 결단을.”

공주는 입을 다물었다.

이 의견은 시아티가 제시한 것이다. 자기 몸을 불살라 군국에 화상을 입히면 그것으로 만족하며 죽어갈, 복수자가 제안한 작전이다. 사욕이 가득하다.

문제는, 그게 옳은 방법이라는 것.

갑작스럽게 준비되지 않은 전면전을 치르게 되었다. 입술을 깨문 공주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회귀자에게 물었다.

“설마, 귀공.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응? 나는 그냥 너희 첩자들만 좀 빌릴 생각이었는데.”

정작 여기까지는 예상하지 못한 회귀자도 손을 내저었으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