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95 톱니바퀴로 만들어진 세상 - 2
기공과 제식마법은 기술이다. 기술의 특징이라 하면 보편성. 다루는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같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에 비해 고유마도는 이름처럼 고유하다. 태어난 배경, 자란 환경, 배운 지식, 겪은 경험. 그 모든 것에 더해 자기 사상을 세상에 떨치겠다는 집념으로 피워낸 게 고유마도.
하늘 아래 똑같은 사람이 없는 것처럼, 고유마도 역시 다르다.
대표적인 예시가 통신병이다. 몇 년 동안 한 공간에서 똑같은 경험을 하며 자라온 통신병조차도 고유마도는 각기 다르다. 그게 ‘동조’의 성질이 있어 서로 생각을 전할 수 있을 뿐, 세부적인 효과는 천차만별.
한마디로, 고유마도는 고유하다.
“그런가…! 인간의 왕이라면, 인간의 고유마도도 자기 것처럼 쓸 수 있는가…!”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인간의 왕. 기술은 익힐 수 있다. 기공, 제식마법, 연금술 등. 인간에게 주어진 온갖 기술을 섭렵하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해낸다.
그렇지만 고유마도는 고유해서 내가 익힐 수 없다.
오직 훔쳐 쓸 수만 있을 뿐.
지금 나는 막시밀리앵의 고유마도를 발현한 게 아니라, 우회 루트를 만들어서 훔쳐 쓰는 것에 불과하다.
비슷하다 여길 수 있지만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다. 고유마도를 쓰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상대이기 때문이다.
만일 상대가 도둑맞는 것을 경계해서 고유마도를 거둔다? 그러면 나도 고유마도를 쓸 수 없다. 오직 ‘발동 중인’ 고유마도만 훔칠 수 있기에 상대가 대처하기라도 하면 무능해진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고유마도에는 자신에게 유리한 현상을 일으키는 부류가 있다. 마장 프렐비요르의 마력증폭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때는 내가 고유마도를 훔쳐봤자 프렐비요르의 마력이 오른다. 남 좋은 일만 하는 거다.
고유마도를 훔친다, 이 사실을 들키면 내가 곤란해지는데도 정작 조건은 덕지덕지 붙었다. 심지어 주도권마저도 상대한테 있다. 인간의 왕이 숨겨둔 필살기치고는 영 아쉬운 성능이다.
하지만….
“당신의 호의에 답해서 저도 호의를 보였어요. 어때요, 이제 공평하죠?”
“물론! 물론이라네! 하하, 고맙네…! 이제 의심할 필요조차 없어!”
‘설사 인간의 왕이 아니라도, 타인의 고유마도를 쓴다는 그 자체로 무시무시한 가치가 있으니까! 고유마도의 전제를 일그러뜨리는 존재가 인간의 왕이 아닐 리 없겠지만!’
막시밀리앵도 기뻐하고, 나도 만족했다. 훈훈한 분위기가 잠시 맴돈다. 다만 조금 전까지 고문에 가까운 고통을 받던 히스토리아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휴이. 아직 국장이 왜 너를 필요로 하는지 몰라. 조심해야 해.”
“조심은 너나 해야지. 저번에는 밧줄에 묶이더니 이번에는 톱니바퀴 속에 갇혔네. 왜 자꾸 묶여만 있어? 속박당하는 게 취향이야?”
그러자 히스토리아가 냅다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생각은 읽었는데 워낙 빠르고 매서워서 피하지는 못했다. 약 기운 때문에 아프지는 않았지만 머리가 휙 움직이는 기분은 묘했다.
히스토리아가 나를 때린 손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의 왕이어도 때릴 수 있네.”
“그걸 확인하겠답시고 왕의 뒤통수를 때린 거야? 너 이 자식. 언젠가 불경죄로 체포해주마.”
“만약 내가 너를 때릴 수 있다면, 국장도 너를 해칠 수 있을 거야. 국장에게는 이상한 소문이 뒤따르니까, 지금 우호적으로 보여도 방심하지 마.”
“네 말이 맞아. 조금 전에 믿었던 친구에게 뒤통수를 맞았거든.”
내 머리를 때리고 싶었던 거와는 별개로, 나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봐준다. 나는 히스토리아의 걱정을 불식해주기 위해 말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말하는데, 그는 내 적이 아니야.”
“당연하지! 어째서 인간의 왕을 적대하겠는가. 오히려 그 반대! 만물의 영장에는 인간의 왕을 필요로 하는 이들밖에 없다네! 나도 마찬가지! 나는 그저 인간의 왕에게 허락을 구하고 싶을 뿐, 해칠 의도는 없다네!”
“뭐, 너를 고문한 건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야.”
“그건 소장의 탓이네. 당시 상황에서 너무 주제넘었지 않은가! 다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지금이라도 소장의 질문에 답하겠네!”
혹여나 내게 미움받을까 불안했던 모양이다. 막시밀리앵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목적을 술술 불었다.
“나는 모든 인간에게 더 편리한 육신을 선물하고자 한다네. 톱니바퀴를 이용해서 말이지!”
톱니바퀴를 이용해서 더 편리한 육신을 선물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안 떠오르는데.
“인체 개조를 하고 싶다는 건가요?”
“개조라니 어감이 이상하군. 진보라네! 나의 발견이 더해지면 인간의 육신은 한층 진일보할 거네!”
내가 인간의 왕인 것이 확실한 이상 이제 더 숨길 필요도 없다. 어차피 언젠간 밝혀야 할 테니까. 판단을 끝마친 막시밀리앵은 전부 말했다.
“인간이 가진 뼈와 근육은 고정된 자리에서 매우 기계적으로 움직이네. 마치 톱니바퀴처럼! 그렇다면 같은 임무를 수행하되, 그보다 훨씬 튼튼하며 강력한 톱니바퀴로 바꾼다면! 인간의 육신은 한층 나아지지 않겠는가!”
아까도 들었지만 미친 소리라서 무시했는데, 지금 들어도 미친 소리이기는 하다.
“보아하니 이미 성공하신 것 같은데.”
“나에게는 톱니바퀴를 다루는 힘이 있네. 따라서 내 몸속에 집어넣은 톱니바퀴는 매우 강력하고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그러나, 그래서야 오직 나에게만 해당하는 특별한 일일 뿐이네. 이 기술을 모든 인간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는… 힘을 되찾은 인간의 왕이 필요하지.”
생각을 읽었을 때부터 미친 사람인 것은 알았지만, 내 예상보다 훨씬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진지하게 인간 개조가 공리주의적으로 더 낫다고 믿고 있었다.
히스토리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광기를 마주하고 질린 얼굴이다. 그녀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될 만큼 막시밀리앵의 주장은 급진적이고 과격했다.
그래서 나는 크게 맞장구를 쳤다.
“과연. 인간은 도구를 쓰는 생물. 그 도구를 꼭 몸 바깥으로 한정해서 쓸 필요 없죠. 몸 안에 작용하는 도구라면 엄청난 효율을 낼 수도 있겠군요.”
“역시! 자네라면 이해할 줄 알았어!”
“가능하긴 하나요?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다르잖아요.”
“내가 군국에서 무엇을 했다고 생각하나! 지난 2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었다네. 매우 특이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어떤 인간이든 진보시킬 수 있다네!”
누구를 대상으로 시행착오를 어떻게 거듭했다는 건지, 지금은 묻지 않기로 하자.
어찌 되었든 막시밀리앵의 주장에 일리는 있다. 그의 팔다리에는 뼈와 근육 대신 톱니바퀴가 들어차 있다. 막시밀리앵은 고유마도로 톱니바퀴를 조종하면서 비상식적인 움직임과 내구성을 갖게 되었다.
그것의 선심껏 다른 인간에게 주겠다는 거다.
“듣다 보니 괜찮아 보이네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했어요?”
막시밀리앵은 기다렸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그게 문제라네. 대부분 막연한 거부감으로 나의 제안을 거절하지. 심지어 영구적인 장애를 안고 사는 상이군인조차도! 분명 더 나아질 텐데, 흔쾌히 수락하는 이들을 찾는 건 하늘의 별 따기! 근거 없는 두려움으로 진보를 마다하다니 얼마나 어리석은가!”
모든 인간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인간을 설득할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다소 강제적인 수단을 쓰기도 어려운 게, 톱니바퀴로 몸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런. 아쉽네요.”
“그래서 인간의 왕이 필요하지! 자네가 진정한 인간의 왕으로 각성한다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네!”
상대방과 공감하여 좋은 반응을 끌어낸다. 애초에 나에게 엄청난 호의를 갖고 있었기에 더욱 쉬웠다. 나는 막시밀리앵과 오랜 친구처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순조롭게 흘러가는 도중, 다른쪽 진짜 오랜 친구가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휴이. 안 가는 게 좋아 보여….”
“아, 쫌!”
자꾸 뒤에서 건드리고 그래? 내 뒤에 서지 마. 본능적인 공포감을 유발한다고.
나는 신경질적으로 어깨를 털었다. 히스토리아가 휘청거렸다. 내가 이리 거세게 반응할 줄 몰랐던 탓이다.
“아윽….”
아니, 그것도 있지만, 히스토리아가 정상적인 컨디션이었다면 내가 전력으로 걷어차도 꼼짝 안 했겠지. 조금 전까지 탄성한계를 시험당하던 팔다리는 여전히 정상이 아니었다. 고작 내 몸부림에 고통스러워할 정도로.
팔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히스토리아를 향해 고개를 숙인 나는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계속 말하잖아. 그는 내 적이 아니라고. 만일 적이라고 해도, 네가 뭐? 팔다리도 못 가누면서 뭘 어쩌겠다고?”
“….”
“이참에 너도 ‘진보’해보는 건 어때?”
나는 그녀의 어깨를 짚고는 건들거리는 말투로 속삭였다. 가슴 속 깊숙이 파고드는 무언가에 히스토리아가 움찔거렸다.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한 히스토리아는 이를 까득 물며 고개를 숙였다. 코웃음을 한 번 치고는 막시밀리앵에게로 다가갔다.
“받아들일게요. 악수나 한 번 하고, 빨리 이곳을 뜨죠. 자꾸 시간을 끌다간 셰이 씨가 도착할 것 같으니까요.”
“말이 나왔으니 묻는데, 그 소년의 정체는 무엇인가? 만물의 영장에 대해 맹목적인 증오를 표출하던데, 도저히 짚이는 구석이 없어서 곤란하던 참이네.”
“알 바인가요. 저도 감옥에서 만난 사이에요.”
손을 내밀며 막시밀리앵을 향해 걸어갔다. 막시밀리앵도 마주 손을 뻗었다. 거리만 줄어들면, 나와 그는 손을 잡을 것이다.
아, 맞다. 악수가 끝나면 대답을 못 들을 수도 있으니 그 전에 하나 물어봐야지.
“아, 막시밀리앵 씨. 한 가지 여쭤볼 게 있는데요.”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걸어가면서 대수롭지 않게 묻는다. 혹여나 그가 사소한 의문을 갖지 않도록.
“셰이 씨에게서 들은 건데, 죄악의 왕이 뭔지 아시나요?”
막시밀리앵은 별다른 의심 없이 대답했다.
“죄악의 왕? 그게 무슨 소린가? 죄악은 인간이 만든 허상이지, 짐승이 아니잖나? 존재하지 않는 것에 어떻게 왕이 존재한단 말인가?”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혹시나 해서 물었다.
독심술로 읽어본바, 그의 기억 속에 죄악의 왕이라는 키워드는 없다. 하지만 과병 막시밀리앵은 만물의 영장에서도 주요간부 수준. 그라면 못 들어본 단어를 중심으로 새로운 연결고리를 떠올릴 수도 있으니까 찔러보았다.
에휴, 역시 단서는 없나. 어쩔 수 없지. 회귀자가 이전 회차에서 보고 온 거고, 나도 생각을 읽기 전까지는 그 존재조차 몰랐다. 솔직히 지금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그렇지만 회귀자가 그걸 직접 본 적이 있다니 안 믿을 수도 없고.
하아, 어떻게 알아내지. 아득바득 회귀자 옆에 붙어서 단서를 캐내? 그것도 위험하단 말이야. 내가 오래 살려면 회귀자와 떨어져야 하겠는데.
‘죄악의 왕이라, 묘한 말이군. 허튼소리는 아닐 터. 하지만 인간의 왕이 어째서 나에게 그것을 묻는 것이지? 죄악의 왕이 실존한다면, 그건 인간의 왕밖에 없지 않은가? 자기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터인데?’
너무 흥미로운 정보를 노출했나. 막시밀리앵의 생각이 복잡해졌다. 그가 엄한 생각하기 전에 빨리 악수나 하자. 내가 걸음을 서두를 때였다.
그 순간 막시밀리앵의 시야에 아지가 스쳤다. 난리를 피해서 숨어있던 아지는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자 슬슬 나타났다. 개의 왕은 분명하게 막시밀리앵의 시야에 들어왔다.
‘개. 늑대. 같으나 달라진 두 짐승의 왕. 따라서 오직 개의 왕만이… 인간의 왕을 찾을 수 있다고, [그]가 말했다.’
톡, 하고 기어가 하나 돈다. 사고의 흐름이 바뀐다. 무언가를 깨달은 그는 들뜬 마음을 순식간에 가라앉히고 경계심을 담아 나를 보았다.
‘왜 굳이 악수를 청했지?’
왜냐면, 네 손을 잡아야 하니까.
‘내 몸에는 톱니바퀴가 들어차 있고, 고유마도로 움직인다.’
그래서 너는 고유마도를 거두지 못해. 네 몸은 고유마도로 움직이니, 고유마도가 없다면 몸이 멈추겠지.
‘그는 나의 고유마도를 쓸 수 있다.’
혹여나 내가 네 몸의 톱니바퀴를 향해 고유마도를 폭주시킨다면…. 몸이 터져버릴 수도 있고 말이야.
‘위험…!’
손을 맞잡기 직전, 톱니바퀴 비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까득, 막시밀리앵의 팔이 180도 돌아갔다. 내민 손도 아니고, 팔째로 뒤집혀 접히는 광경은 기괴하다 못해 인간 껍데기를 씌운 기계 같았다.
이야, 역시. 톱니바퀴 공예 하는 사람이라 그런가. 판단 빠르네. 판단한 즉시 팔도 곧바로 움직였고. 육장성은 카드놀이로 딴 게 아니구나.
막시밀리앵, 만물의 영장 군국지부장.
나도 단서를 얻었지만, 반대로 상대에게 단서를 주는 꼴이 되었다.
나는 잡을 게 없어서 허전해진 손을 살짝 흔들며 말했다.
“…이건 저와 함께하기 싫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죠?”
막시밀리앵은 나를 노려보면서 뻣뻣하게 대답했다.
“아닐세. 단지….”
“단지, 뭐요? 악수는 유서 깊은 우호의 표시죠. 내 손에 무기를 쥐는 대신 상대방의 손을 잡겠다는 의미인데. 거부하신 이유라도?”
“…사정이 있어서 말이네. 이야기만 나누지.”
“사정? 갑자기 저를 믿지 못하게 되셨나요? 그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데요.”
막시밀리앵은 입을 다물었다. 이유야 있지만 차마 말할 수가 없다.
왜냐면 그는 겁이 났기 때문이다.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불안했죠? 제가 당신을 해칠까 봐.”
그 틈을 비집고, 내 일침이 막시밀리앵의 모순을 찔렀다.
“저는 당신의 육체를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불안해서,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떨쳐냈죠?”
막시밀리앵은 다른 모든 인간이 자신처럼 '뛰어나지기'를 원했다. 몸에 톱니바퀴를 박아넣어 훨씬 효율적으로 육신을 다루기를 바랐다.
인간의 왕인 나는 인간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다. 짐승의 왕이 한 종(種)의 총의를 대변하듯, 나도 눈앞의 사람이 품은 소망을 존중한다.
어디까지나 그 바람에 문제가 없다면 말이지만.
“진보라니요? 당신도 똑같은데 어떻게 진보하나요! 당신이나, 당신을 거부한 사람들이나! 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한 마리의 짐승일 뿐인데요!”
군국의 육장성이고, 고유마도를 지닌 마법사이며, 뛰어난 연금술사인 막시밀리앵도.
내 앞에서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다.
막시밀리앵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의 몸속에 박힌 톱니바퀴가 맹렬한 공회전을 거듭했다. 넘쳐나는 힘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수치와 분노에 떠는 그의 앞에서 나는 진실을 들추었다.
“인간의 왕인 제가 장담하죠! 당신은 절대로 특별하지 않아요! 몸에 톱니바퀴를 조금 넣었을 뿐, 당신이란 사람은 흔한 범인(凡人)이에요! 당신처럼 평범한 사람이, ‘인간’이라는 종을 바꿀 수 있을 리 없잖아요!”
막시밀리앵이 오른손을 뻗어 망토를 걷었다. 톱니바퀴로 옷을 지어 입은 듯한 몸이 드러났다.
몸에 매달린 톱니바퀴가 맹렬하게 돈다. 쇳덩이가 마찰로 달아오른다. 오버클럭으로 사고가 가속되며, 그의 육신에서 거대한 날숨과도 같은 열풍이 뿜어져 나온다.
“마신이 만만해? 하하하! 어림도 없지!”
내 비웃음은 철걱거리는 기계음에 가려졌다.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어느샌가 다가온 강철 딱정벌레가 거대한 톱날로 나를 내리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