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화. 망나니가 너무 잘남! (3)
은휘상단에 갈 데가 없다면 의탁하지 않겠냐는 은하연의 말이 채 다 나오기도 전에, ‘할 일도 있고 갈 곳도 있다.’라는 말로 그녀의 말문을 막은 나는 계속해 말을 이었다.
“한데. 왜 내가 몸을 의탁할 곳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오?”
“…….”
그런 내 말에 한순간에 입으로는 은공이라 부르면서 뒤로 나를 조사한 꼴이 된 은하연이 순간적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피식 새어 나오려 하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가볍게 내 뒷조사를 했겠지.’
따지고 보면 당연한 조치였다.
‘은 표두 혼자 진행했던 금릉의 취재가 너무 느슨했던 거지.’
내가 진주언가의 진품 가솔패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은하연의 상행단이 인력 수급에 곤란을 겪어, 상주부의 판관(判官)과 잡혀 있는 약속 시간에 슬슬 아슬아슬해진 게, 그런 느슨함을 부추겼겠지만.
뭐, 아무튼.
시간이 촉박했고, 나를 탐내고 있는 은하연이니만큼, ‘천금매소 은하연이 언용운이라는 놈을 조사하더라.’라는 정보가 나돌아서 저만 알고 싶은 인재의 신상이 퍼지면 곤란할 터.
‘요란하게 쑤셔대지는 않았을 거야.’
은하연은 상단의 분타들이 으레 취합해서 본단에 보내는 무림 동향 수집서 중에 진주언가가 있는 하북에 관한 것 정도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상행단이 중간에 진강부를 경유했으니, 강남에도 정보에 밝은 곳엔 자세히는 아니라도 언가의 망나니가 쫓겨났다는 카더라가 전해졌을 거고.’
은하연은 그것을 바탕으로 고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법이 없다는 무림의 원칙을 적용.
내가 바로 그 언가의 쫓겨난 망나니라 짐작했을 것이다.
‘사실 지금의 나는 은하연이 상상하는 그런 유형의 고수는 아니지만.’
아무튼 은하연이 그 정도로 내 뒤를 훑었기로서니 내게 피해가 올 일은 없다.
‘그러니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냐.’
하지만 모르는 척할 것이다.
모르는 척 은하연을 몰염치로 몰 것이다.
“내 뒷조사를 하셨나 본데?”
“…….”
“강남에서는 은공 대접을 이렇게 하나 보오? 아, 아시다시피 내가 하북을 벗어난 게 이번이 처음이라 타지의 사정에 좀 어둡소.”
어차피 칼자루는 내가 쥐고 있다.
칼자루를 쥔 김에 머지않은 미래에 강남 상권을 한 손에 틀어쥐는 은하연에게 마음의 빚을 더더 지워 둘 것이다.
‘기왕지사 목숨을 구해준 인연으로 엮였으니,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을 거고.’
그렇다면 두고두고 뽑아 먹을 수 있도록 토대를 든든히 다져놔야지.
‘그리고 이렇게 나가야 처음에 호적에서 파인 거 숨기고 객원 표사 자리에 지원한 것도 은근슬쩍 묻어갈 수 있고.’
그렇게 속으로 씨익 웃은 나는 우선 은하연이 내보인 궤짝 안에 든 싯누런 금덩이의 수를 헤아려 보았다.
‘둘넷여섯여덟열. 둘넷여섯여덟열.’
금원보가 스무 개?
은하연은 금원보가 든 궤짝을 열어 보이며 성의를 ‘약간’ 보탰다고 했는데.
궤짝 속에 든 싯누런 금원보의 개수가 성의를 ‘약간’ 보탰다기에는 좀 많다.
‘원보로 스무 개면.’
금자로는 천 냥.
금자는 초고액 화폐니, 많이 통용되는 은자로 환산하면 무려 이만 냥.
‘이 세계관 속 범부, 그러니까 평범한 성인 남자 한 명이 딱 입고 먹는 데 드는 비용이 일 년에 은자 두 냥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은하연이 내게 내준 금액은 고전 서유기 영화의 주인공이 읊조린 사랑의 유통 기한인 만 년을 능히 버틸 수 있는 금액이 된다.
은 표두에게 고마우면 금원보로 성의 표시를 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내 예상보다 두세 배는 많은 금액.
세계관 속에서 상재로는 진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이 은하연이다.
그녀의 계산이 그저 무협지에 빠져 원작 소설에 진심이었을 뿐인 나보다 구릴 리는 없다.
‘그렇다면 은하연의 성의에 다른 목적이 들어 있다 봐야 하겠지.’
나를 혹하게 해서 영입하려고 크게 지른 거다.
‘계약금을 미리 땡겨 준다는 느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은하연이 읽은 장계(狀啓)에 나는 기사멸조의 죄로 가문에서 쫓겨나 갈 곳도 없고, 주색과 노름을 즐기던 놈이라고 돼 있었을 터.
‘하니, 강남제일의 미녀가 이 정도 금액을 쿨하게 내줄 수 있는 모습을 보이면?’
‘언용운’이라는 집도 절도 없는 인간은 분명히 혹해서 자신의 사람이 돼주리라 계산했을 것이다.
‘명가의 자식답지 않게, 돈 돈 거리던 내 모습도 그런 오산에 영향을 줬을 것이고.’
그렇게 나를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면, 장기적으로 이 정도 투자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세간의 평가보단 나를 높이 평가해준 것은 고맙지만.’
여전히 잘못짚었다 은하연.
자, 그럼.
여기서 문제.
내가 스무 개의 금원보만 꿀꺽하고 자리를 뜰 모습을 취하면 은하연은 어떻게 나올까?
나는 은하연이 내보인 궤짝을 내 쪽으로 확실히 당겨 뚜껑을 덮은 뒤.
“감사히 쓰겠소.”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남은 말을 이었다.
“더 할 말이 없다면 나는 이만 가봐도 좋겠소?”
그러자 은하연의 동공에 숨기지 못한 당황이 들어차더니, 이내 곧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더, 더 할 말…. 아! 부탁! 부탁을 들어 드리기로 하지 않았나요 제가?!”
그런 은하연의 음성에 나는 잠시 의자에서 뗐던 궁둥이를 다시 붙였다.
“아. 그랬었지 참?”
“예! 그랬었어요!”
그러자 은하연의 얼굴에 어색한 미소가 맺힌다.
천금매소.
은하연의 웃음을 사려면 족히 천금을 줘야 한다더니.
어색하게 웃는 것도 같은 값어치라면, 나는 방금 천금짜리 웃음을 본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내 품에 들린 궤짝의 값어치가 천금이긴 하구나?
‘천금짜리 웃음이라는 거.’
뜯길 때에도 나오는 거였네!
* * *
사실 애초부터 금원보만 꿀꺽 먹고 튈 생각은 없었다.
‘눈앞에 은하연이라는 떡상이 예정된 코인이 있는데 무겁게 이걸 왜 들고 다녀.’
초대 천마의 무덤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면 돈을 약간 쓰긴 해야 하지만.
그건 어머니 되시는 이화 부인께서 찔러준 은원보만으로도 충분하다.
이후에 정무학관에 들어가기 전까지 생활비를 매우 넉넉하게 잡는다 치더라도 금원보 한 개면 떡을 친다.
그러니 나는 은하연이 궤짝 속의 금원보를 보여주었을 때부터 그 금원보를 은하연에게 재투자할 생각이었다.
‘그야말로 모두가 찾아 헤매던 창조 경제!’
하지만 사람은 간사한 동물.
당신이 주려고 한 금원보 당신에게 투자하겠다 하면 고마운 줄 모르기 십상이다.
‘그걸 넘어서 따지고 보면 제 돈인데 내가 생색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전생에 같이 헌터 생활을 하던 동료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한참 만에 갚길래, 그날 그 양반에게 밥을 사준 적이 있는데, 딱 그따구로 나왔었다.
하여, 은하연이 혹여라도 그런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그녀를 은공 뒤나 캐는 몰염치로 몰아놓고 먹고 튀려는 자세를 보인 것인데.
‘은하연의 표정을 보아하니.’
의도가 잘 먹힌 것 같았다.
짐짓 차분한 척 차를 홀짝이고 있지만, 나라는 인간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두뇌를 풀가동하고 있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하기야, 지금의 은하연에겐 천금이면 꽤나 큰돈이다.
이 궤짝에 담긴 금원보의 수십, 수백은 더 큰 금액이 은하연의 손짓 한 번 걸음 한 번에 장강을 오르고 내린다.
‘하지만 그건 엄밀히 따지면 은휘상단의 돈이지 은하연의 돈이 아니지.’
거기다 은하연은 은휘상단의 소가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벌여놓은 사업과 휘하에 둔 식객이 꽤 많다.
더하여 이번 상행에서 맞닥뜨린 사태의 여파로 지게 된 손실과 나 말고 다른 표사와 상행단을 호종한 사환(使喚)들에게 지급해야 할 보상금까지 고려하면?
‘내게 제시한 천금은 그야말로 지금의 은하연이 보유한 사재의 여윳돈을 박박 긁은 것이나 다름없을 테지.’
자, 그럼 이쯤에서 뜯은 돈을 투자라는 이름으로 돌려줘 볼까?
나는 은하연과 나를 가르고 있는 원탁을 손가락으로 타닥타닥 잠시간 두드리다, 다른 손에 쥔 궤짝을 은하연 쪽으로 밀며 무심히 입을 열었다.
“음. 이거 그냥 소저에게 투자하는 것으로 합시다.”
“켁… 케흑…?”
내가 이런 제안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지, 은하연이 차를 홀짝이다 사레가 들려 켁켁거리더니.
소매로 빠르게 얼굴을 가려 호흡을 정돈하고 입을 열었다.
“투, 투자라고 하셨나요 지금?”
“그랬소. 은 소저 사실 자금 사정이 썩 좋지 않잖소?”
“…아, 아닌데요?!”
“쎈 척하지 마시오. 이번에 짊어질 손해도 다 사비로 처리해야 할 거고, 나 외에도 다른 상행단원들에게도 보상을 나눠줘야 할 거 아니오?”
“…….”
“어차피 나는 조용한 곳에서 내년도에 있을 정무학관 시험 준비를 할 요량이어서 이렇게 큰돈은 당장에 필요가 없소. 돈 굴리는 법도 모르고.”
“…그런 이유라면 저 말고도 다른 상인들도 많을 텐데요?”
많기야 하지.
근데 제 가문에서 쫓겨난 놈의 돈을 양심적으로 굴려줄 놈을 찾기는 힘들 것이다.
은하연만큼 떡상하는 상인도 딱히 기억에 없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을 그대로 말할 이유는 없다.
“빌리는 것도 아니고 주는 것인데 내가 구구절절 이유까지 말해가며 줘야 하오? 아. 이거 하나는 분명히 합시다.”
“…뭐를?”
“나는 은휘상단이 아닌 은하연에게 투자하는 것이오. 소저가 책임지고 불려서 훗날에 돌려주시오.”
“……???”
음.
웃음이 천금이면 은하연이 지금 짓고 있는 저 얼빠진 표정은 얼마짜릴까?
* * *
북록채에서의 사건의 뒤처리, 상주부에서의 볼일과 산동 분타에서 일어난 말썽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은하연은 휘주로 돌아왔다.
그리고 자신의 아비이자, 은휘상단의 상단주인 강남상왕 은세평에게 그간 전서구로 써보냈던 일의 결과와 진행 중인 사업의 경과에 관해 정식으로 보고했다.
딸자식이 생사의 고비를 넘어가며 인생 최악의 실패를 경험했음에도, 심신은 괜찮으냐 하는 물음 따윈 없었다.
강남상왕은 그저 수지타산에 관해 몇 가지 물음을 던지고는 ‘쯧.’하고 혀를 차는 소리를 들려주다, 언제나처럼 짧고도 간결한 말로 끝을 맺었다.
“애썼다.”
강남의 상권. 그리고 나아가 천하 상권의 정점을 노리는 자에게 그 정도 시기와 위협은 당연하니, 그 정도도 알아서 극복하지 못하면 강남상왕의 용혈(龍血)이라 할 수 없다는 거겠지.
기억이 있는 나이부터 그런 강남상왕을 쫓아 상계에 뛰어들었으니, 아비의 성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하나, 어쩐지 오늘은 아주 조금 야속한 느낌이 들었다.
정말로 죽을 뻔했고.
그로 말미암아 그녀가 이룬 모든 게 물거품이 될 뻔했으니까.
그때로부터 시일이 좀 지났음에도 아직도 잠에 들면 꿈에 나올 정도로 다시 생각해도 아찔한 사건이었다.
그렇게 야속함을 가슴에 품고 단주전을 나온 은하연은 문득 이번 상행에서 얽힌 어떤 사내를 떠올려 보았다.
혹여나 다른 누군가가 그의 가치를 알아볼까, 모든 보고에서 그녀가 의도적으로 그 이름을 제거한 사내.
‘언용운.’
…그 사람은 이런 나의 무엇을 믿고 천금을 선뜻 맡겼을까?
이번 상행은 자신의 아비조차 혀를 찼다.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 언용운은 그녀를 더더욱 한심하게 보았으리라.
‘실제로 그 앞에서 몇 번이고 바보 같은 선택을 했지.’
하여 북록산에선 몇 번이고 그에게 면박을 당했고.
상주 분타에서는 그를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에 서두르다 밑천을 홀라당 털릴 뻔한 걸로 모자라, 강남상왕의 딸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금자 천 냥에 말을 더듬어대는 그야말로 그녀의 인생 최대 흑역사를 썼다.
‘내가 언 공자였다면….’
아비의 후광을 업은 어정잡이라 여겨 연을 끊었겠지….
그런데 언용운은 자신에게 천금을 맡겼다.
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은하연의 자금 사정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서도 그랬다.
‘…북록 고개에서 그런 것처럼 다 날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가문에서 쫓겨난 신세이니 본인의 목구멍이 포도청일 텐데.
은하연은 생각했다.
언용운은 말로만 듣던 협객이라는 인종이 아닐까 하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망나니 낙인이 찍혀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입이 좀 거칠고 사람을 몰아붙이는 기색이 있기는 했지만.
언용운은 아무리 생각해도 망종보다는 협객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언용운이 망나니라면 그에게 몇 번이고 신세를 진 은하연은 뭐가 되냔 말이다.
“언가의 기준이 엄청나게 가혹한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무언가 속사정이 있을 것이다.
아무튼.
풀 죽고 있을 새가 없었다.
언용운은 내년도 정무학관 입관 시험에 참여할 것이라 했다.
정무학관은 정도 무림의 미래를 이끌어 갈 후기지수들과 자연스럽게 연을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애초에 은하연도 언젠가는 입관 시험을 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막연했던 그 예정이 지금 은하연의 마음속에서 조금 앞당겨졌다.
그러니 어정거릴 틈이 없었다.
언용운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관계를 새로이 맺으려면 두 번째 만남은 달라야 했다.
은하연이 궁장을 휘날리며 바쁘게 창휘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뭐, 이 정도면 됐겠지?”
은하연의 돈으로 은하연에게 투자하여, 재주는 은하연이 부리고 돈은 내가 버는 기적의 창조 경제 프로세스도 확립했고.
혹시나 싶어 넌지시 정무학관에 오라는 언질도 해뒀다.
‘정도 무림의 미래를 이끌 후기지수들과 연을 쌓을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천하에서 제일가는 거상을 꿈꾸는 그녀가 거를 리는 만무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은하연이 원작의 행보를 최대한 비슷하게 밟도록 물꼬도 터놨고.
‘투자를 해주시는 걸 부탁으로 칠 수는 없습니다.’
‘음. 당장은 부탁할 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데.’
‘그럼 보은패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언제고 생각나실 때 말씀해 주세요.’
내보이기만 하면 은휘상단에게 무지성 지원을 끌어낼 수 있는 보은패도 받았으며.
‘아, 근데 혹시 약재를 좀 구할 수 있겠소? 내 상주 경내에서 구할까 했는데, 생각해 보니 은휘상단쯤 되면 취급할 것 같아서. 돈은 지불하리다.’
‘어떤?’
‘승홍(昇汞)이랑 앵속(罌粟). 아, 이거 근데 부탁으로 치는 건가?’
‘…아뇨. 치지 않겠습니다. 보은패는 지니고 계셔주세요. 승홍과 앵속이라…. 당장이라도 내드릴 수 있긴 한데, 그것들을 어디다? 지인 중에 문둥병 환자라도 있으신가요?’
‘그건 알 것 없고.’
‘…으음. 또… 협행을.’
‘응? 방금 뭐라 그랬소?’
‘아닙니다. 내어 드리겠습니다.’
초대 천마의 무덤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면 필요했던 약재들도 받았다.
취급이 까다로운 약재들이라 웃돈을 좀 주더라도 내돈내산을 하려고 했었는데, 돈도 안 받고 그냥 주더라.
“운이 좋군.”
아무튼 그렇게 은하연과의 첫 만남을 갈무리한 나는 홀로 남으로 남으로 걸음을 옮겨.
남직예성 상주부의 남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 태호에 이르렀다.
“이거 벌써부터 기연의 냄새가 나는 것 같구만.”
초대 천마의 무덤이 잠들어 있는 땅이라 그런가?
주변 공기가 달다 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