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95화 (95/444)

제95화. 너는 검보다 도가 어울려 (2)

아이들 소식만 듣고 나면 금방이라도 자리를 뜰 것처럼 굴었던 언정웅이 본격적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앉자.

모임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 갔다.

세 사람 중 특히나 연신 감탄을 내뱉고 있는 사람은 석씨세가의 가주 석금필이었고.

“팽 교수 그 친구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으로 아는데, 각각 하북과 호북이 있다 보니 왕래한 지가 오래돼 놔서 가물가물합니다. 언 가주님은 유년기부터 인연을 쌓으셨으니 잘 아실 텐데요?”

“흐흠. 그렇긴 하지요. 재혁 동생은 누구랑 달리 실없는 농담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긴 합니다. 흐흠. 흐흐흠.”

“허. 그럼 저 서신에 쓰인 이야기가 다 진실이라는 소리 아닙니까?!”

남몰래 신이 난 사람은 언정웅이었다.

“흐흠. 흐흠. 흐흫.”

“용운이 그 녀석. 입학식 때도 내가 알던 그 용운이 녀석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헌앙하다 싶기는 했었습니다만, 신입생 신분으로 자치 부회장이라니.”

“흐흠. 흐흫. 흐흫. 흐험험. 그 자리가 쉬운 자리가 아닌데 녀석이 잘 해낼까 걱정입니다. 제 손으로 가문에서 내보낸 녀석이라 이런 걱정을 제가 해도 되는가 싶습니다만. 아무쪼록 용운이 그 녀석이 청죽관에 폐가 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요.”

“언가주님 같은 서신의 내용을 들으신 게 맞습니까? 폐는 무슨 폐란 말입니까. 청죽관과 언가를 무시하는 향란관 생도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고, 창량 그 친구에게도 강단 있게 제 할 말을 했다지 않습니까?! 뭐라고 했다고 써 있었더라…?”

“사감을 맡고 있는 생도에게 마음이 쏠리는 것은 이해를 하나, 무길이라는 녀석은 청죽관을 싸잡아 모욕했고, 자신을 낳아준 진주언가도 낮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손속에 자비를 두었다.”

“한번 들은 것을 토씨 하나 안 놓치고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시네요?!”

“허험. 허흐흠.”

“아무튼. 그걸 토대로 배상금까지 이끌어내서 그걸로 청죽관의 낡은 시설을 정비까지 한다고 되어 있었지 않습니까? 난놈은 난놈입니다. 작년에 그 언가의 비급을 걸고 도박을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도 녀석 간덩이 한번 크다 하는 생각을 내심 했었… 앗! 죄, 죄송합니다 언 가주님. 제가 말하다 보니 흥이 올라서 그만 실언을 했습니다.”

“허허. 뭐 저희 사이에 그런 걸로 사과를 하고 그러십니까. 그 일이야 내심으로 단념을 한 일이니 석 가주께서는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한데, 평소라면 술자리가 여기까지 이어졌으면 특유의 숙숙농담을 해도 열 번을 더했을 팽무혁이 갑자기 조용했다.

“근데 팽 가주님이 갑자기 말씀이 없으십니다?”

하여 그 점 이상하게 여긴 석금필이 고개를 갸웃하며 입을 열었고, 언정웅도 고개를 주억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라면 ‘사과’도 없이 ‘사과’를 해서 되냐며 사과주든 사과든 내오라 하셨을 분이 조용하십니다? 의형?”

“…음? 내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군. 내 이야기들을 했나?”

“이야기야 용운이 녀석의 이야기를 했지요. 조금 전만 해도 흥이 오를 대로 오르신 것 같던 분이 갑자기 조용하시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여쭌 겁니다.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계셨습니까?”

“음. 나도 용운이 그 녀석의 생각을 하고 있었네.”

“예? 어떤 생각을 하셨길래 그런 표정을 지으셨단 말입니까?”

“거, 왜. 재혁이 녀석이 보낸 서신에 보면 용운이 녀석이 일검에 모산파의 후기지수가 펼친 검초를 파훼했다는 대목 말일세.”

그런 팽무혁의 말에, 석금필이 ‘참 그 이야기도 있었지요?!’ 소리를 하더니, 세 사람이 젊었던 시절 정무학관에서 모산파의 검과 겨루었던 나날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저는 물론이고 두 가주님 또한 모산파의 도사들이 펼치는 검을 처음 보셨을 때는 애를 먹지 않았습니까?! 다들 놀랐던 기억이 생생한데요?”

확실히 그랬다.

모산의 검이 품고 있는 환의 묘리는 주술적인 측면도 담고 있어서 하북 일대에 무명을 떨친 석금필은 물론이요, 하북과 강남을 가리지 않고 하북권웅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언정웅과 천하제일도로 꼽히는 팽무혁도 젊은 날엔 모산의 검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하하. 거기다 저는 가문에 강시종이 있던 진주언가 출신인지라 운매관의 동무들이 기대를 걸어대는 통에 참 난처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하. 그랬지요. 그랬어요. 저도 부담깨나 드렸었지요. 언 형이 해줘야 한다면서요. 그 모산의 검을 일검에 파훼를 했다니…. 용운이 그 녀석 그 검을 쥔 게 집을 나가서 아닙니까? 고작 일 년을 조금 넘은 시간 만에 그 정도 성취라니 기잽니다. 기재.”

“크흠. 크흫흫.”

그렇게 석금필이 얼굴에 감탄이 자리 잡고, 언정웅의 입꼬리가 다시금 비실거리기 시작한 이때.

두 사람과 달리, 팽무혁의 얼굴에는 엷은 수심이 들어차 있었다.

이유는 다른 것은 아니었고.

‘일검에 파훼를 했다고?’

혹여라도 이 일로 언용운이 헛바람이 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팽무혁의 머릿속에 스쳤기에 그랬다.

‘모산의 도사들이 쓰는 검이 특이하긴 해도 검술 자체만 두고 보면 예리한 것은 아니지.’

일검에 모산의 검을 파훼한 것은 칭찬할 일이었으나, 팽무혁의 생각으론 모산의 검은 환술이 칠이요 검술이 삼쯤 되었다

하나 이 일을 계기로 헛바람이 들어 용운이가 아주 검객의 길을 택해선 곤란했다.

‘언용운. 너는 검보다 도가 어울려.’

* * *

하북으로 날아갔던 전서응이 돌아왔다.

물론 빈발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고, 녀석의 다리에 감긴 통엔 팽무혁이 써 보낸 서신이 들어 있었다.

『내 동생 재혁은 보아라.

보낸 서신은 잘 보았다.

한데 너는 당최 뭐 하는 놈이냐?

네 녀석이 써보낸 서신을 보니 용운이 녀석이 여태 검을 차고 다니는 것 같던데?!

이놈아! 숙부라는 녀석이 조카가 잘못된 길로 빠질 것 같으면 어르고 달래서 바른길로 인도를 해야지!

내가 지켜보랬다고 정말로 딱 지켜만 보고만 있었더냐?

그러다 용운이 녀석이 아주 검객이 되겠다 하면 어쩌려고 그러고 있느냐?!

빨리 조치를 하거라!

내 네놈에게 할 말이 태산 같지만 여백이 부족하여 이만 줄.』

그 서신을 확인한 팽재혁은 잠시간 콧잔등을 싸쥐었다.

“거, 여기 상황도 모르시면서!”

팽재혁도 언용운과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입관 시험 때 호통을 쳐놨던 게 이제 와 생각하니 좀 많이 민망해서, 우연히 마주치려고 했었는데.

뭔 놈의 신입생이 그렇게 바쁜지 마주칠 틈이 없었다.

‘주말에는 외출까지 했고.’

하여, 그냥 연구실로 한번 부르려고 했었다.

‘근데 일이 터졌지.’

언용운이 향란관의 무길이라는 놈을 계기로 창량 교수 아니 향란관 전체와 얽히는 바람에 녀석 자체가 뜨거운 감자를 넘어 불타는 감자가 돼버린 것이다.

‘제 숙부들이랑 아버지까지 모조리 다 운매관 출신인데 하필이면 청죽으로 가서는!’

사실 팽소진도 운매관이 아닌 윤국관을 선택했으나, 팽재혁의 머릿속에서 그런 사실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어쩐다?’

아무튼 언용운이 운매관에 왔거나 제 녀석이 제 발로 팽재혁의 연구실에 찾아오면 모를까 운매관의 사감을 맡고 있는 팽재혁이 지금 언용운을 불러들이기는 좀 뭐했다.

‘내가 불러들이면 최악으로는 운매랑 청죽이랑 손을 잡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까지 나올 수 있다.’

뭔 소리가 돌지 모르는 것이다.

하여 고민 끝에 팽재혁은 한 가지 꾀를 냈다.

‘용명이 녀석은 형님이 알아서 하시게 두라는 소리를 할 녀석이고. 소천이 녀석을 시켜야겠다.’

언용운이 본격적으로 망나니짓을 하면서 왕래가 자연스럽게 끊기긴 했지만.

어쨌거나 어린 시절엔 저희끼리 형아 동생 하던 사이였고, 같은 학년이기도 한 두 녀석이 만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 * *

워낙에 청죽관의 시설과 장비가 낡고 구리다 보니 향란관에서 뜯은 보상금으로 무엇을 할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왔는데.

“다 맞는 말인데 자금은 한정적이니까, 당면 과제에 가장 필요한 것부터 고칩시다. 경룡이 형 청죽이 지금 제일 필요한 게 뭡니까?”

“뭐니 뭐니 해도 다가올 춘계 기숙사 대항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 아니겠나?”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겠소이까 은 소저?”

“낡아빠진 침실을 개선하는 거랑, 연무장을 개선하는 게 시급하겠네요.”

“…은근히 자기 욕심 끼워넣지 마시고.”

“치, 침실 개선도 그 조건에 충분히 부합해요. 잠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가구고 바닥재고 다 낡아서 삐걱거리는 거는 둘째고 천장의 틈으로 쥐랑 한 번씩 눈이 마주친다고요!”

가장 구체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은 은하연이었다.

“이해는 가는데, 그걸 지금 고치면 고치는 동안 생도들은 어디에 있고?”

“…한 곳씩. 하면.”

“그럼 한 곳씩 하는 동안 좁게 자야 하지 않소. 그러면 소저 말대로 잠을 편하게 잘 수 없을 테고. 그야말로 자가당착 아니오?”

“…힝. 몇 시진 자지도 못하는 거, 좀 좋은 곳에서 자고 싶었는데.”

휘주에서 봤던 은하연의 침소와 청죽관의 침실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니, 그녀가 저러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바는 아니었고, 잠이 보약이라는 말에도 동의는 했지만.

아무리 봐도 침실 개선이 당장 시급한 것은 아니었다.

“침실 개선은 춘계 대항전 잘 치르고 그 과정에서 벌리는 돈이랑 추진하고 있는 학관 차원의 사업들에서 나온 이윤으로 깔끔하게 여름 방학 때 한 방에 하는 걸로 합시다.”

“…알겠어요.”

“하면, 연무장 개선으로 가는 건가 용운 동생?”

“예. 경룡이형. 당장은 그게 제일 시급하다고 봅니다. 주문만 넣으면 이번 주중으로 될 것이고, 누릴 사람도 가장 많거니와 기숙사 대항전의 성적 향상과 직접적인 연관도 있으니까요.”

아침마다 모든 청죽관 생도가 사용하는 공간이기도 했고, 다가올 기숙사 대항전에서 성적을 내려면 대련과 격구 연습이 필수인데.

‘지금의 연무장은 낡을 대로 낡고 여기저기 금까지 가 있어서 까딱 잘못하면 부상의 위험도 있지.’

격구 공도 불규칙하게 튀어대고.

그렇게 나와 은하연의 의견이 모아지자 회장인 경룡이 형이 결론을 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다른 임원들도 이견 없으시고?”

“예. 이의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것을 가장 먼저 챙기는 언 소협의 모습에 저는 오늘 회의에서도 도와 협이 무엇인가를 배웠을 따름입니다.”

“…선도부장님은 동의한다는 소리인 거 같고. 체육부장은 어떤가?”

“당연히 찬성입니다. 자치회에서 이렇게 체육부를 챙겨 주시니 반드시 춘계 대항전에서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다 동의한 거군?”

“공보부는 아직 의견 제출 안 했습니다!”

“음? 하성 후배? 자네들은 그냥 용운 동생이 하자 그러면 할 거 아닌가. 다른 의견 있나?”

“없긴 하죠.”

“헤헤. 그렇긴 해요. 언 형이 하자면 하는 거죠.”

“근데 왜 있는 것처럼 말하나?! 사람 헷갈리게!”

뭐, 아무튼.

그렇게 연무장의 판석을 교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이건 어디로 가면 됩니까?”

“저쪽으로 옮겨주십시오.”

갈아 끼울 판석들과 석공들이 도착하는 날에 미리 주문해 두었던 쇠질용 아령(啞鈴)과 역기(力器)를 비롯해서 추후 모래주머니를 대신할 무쇠 권각갑들도 함께 도착해서 이래저래 정신이 없는 와중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언 형! 운매관에서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누구? 용명이?”

“아뇨. 처음 뵙는 분인데 소천이 형이라고 하면 알 거라던데요? 덩치가 이렇게 크셨습니다.”

“내가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경룡이 형밖엔….”

아, 있구나.

엄밀히 말하면 내가 형이라 불러본 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내가 아니라 언용운이라는 인간으로 치면 형이라 부를 사람이 있었다.

팽소천.

하북팽가의 적자이자 팽무혁의 쌍둥이 자녀 중 아들이며, 원작의 주인공 세대에 포함되는 인물.

안 그래도 슬슬 인연을 만들어둬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한 번씩 들었는데, 제 발로 찾아와 주다니.

나는 소릉이를 시켜 얼른 팽소천을 데려오게 했다.

“용운아. 간만이다.”

과거의 기억이 없어서 호칭을 어찌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 되긴 했지만.

저쪽에서 표해오는 친밀도가 상당히 높아 보였고, 또 원작의 팽소천이 좀 단순한 사람이기도 해서 나는 별걱정 없이 입을 열었다.

“응. 간만이네?”

“워, 근데 이게 다 뭐 하는 거냐?”

다행히 내 눈치는 이번에도 적중했는지, 팽소천의 시선은 이제 청죽관의 이모저모로 향했다.

그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을 해줬다.

“형은 청죽관에 한 번도 오지 않아본 모양이네?”

“올 일이 없었지, 입관 시험 때도 운매관 쪽에 배정됐었고, 그대로 운매관에 들어갔으니까.”

“청죽관의 연무장 사정이 너무 개판이었어서, 얼마 전에 들어온 돈으로 교체하는 중이야.”

“아. 향란관 자식들한테 뜯은 거?”

“어. 그거. 그러는 형은 올 일이 없었던 청죽관에 어쩐 행차신데?”

“숙부가 가서 너한테 도의 멋짐을 좀 알려 주라던데?”

그런 팽소천의 음성에 허리춤의 사부님께서 입을 여셨다.

- 저 아이가 그 도제라는 자의 아들 아니냐? 저놈이 숙부라는 사람이면 그 팽재혁이라는 자겠구나? 도의 멋짐을 알려 주라는 소리는 그때 그 객잔에서 언급했던 팽가의 도를 배우라는 소리의 연장이겠고?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니 기다려 주기로 하셨으면서 왜 이러시지?

- 하여, 어쩔 셈이냐? 거절할 셈이냐?

거절하는 것도 방법이겠으나, 그렇게 되면 당장에 여러모로 좀 많이 귀찮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안 그래도 다른 주인공 세대의 인물도 슬슬 정현이나 은하연과 인연을 좀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팽소천의 성정과 이 상황을 잘 이용하면 그 연결고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작의 팽소천은 청순한 인물이었지.’

물론 얼굴 말고 뇌가.

생각을 마친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보여줘.”

그리고 땅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앉아서 봐도 되지?”

그런 내 행동에 팽소천은 고개를 갸웃하며 미간을 좁혔다.

아마, 내가 왜 도를 배워야 하냐 물으면 합을 섞어서라도 오호단문도의 위력을 알려주라는 소리를 듣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순순히 위력을 보겠다 하며 앉으니, 지금쯤 팽소천의 머리에서는 쥐가 나고 있지 않을까?

나는 그 쥐를 내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팽소천을 다그쳤다.

“안 보여줘? 나 바쁜데?”

“보, 보여줄게!”

그렇게 도무(刀舞)를 추듯 팽소천은 홀로 오호단문도의 쉰아홉 초식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그리고 땀을 줄줄 흘리며 내게 물었다.

“허억. 어, 어때?”

어떻긴, 그야 대단하지.

뇌가 청순한 것과는 별개로 팽소천의 실력만큼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도제의 적자 다운, 맹호가 울부짖는 듯한 도법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좋다니, 어쩌니 하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나는 팽소천이 청죽관과 엮일 건수를 만드는 동시에 녀석의 자존심, 아니 뇌 속 근육을 건드릴 수 있는 말을 떠올린 뒤.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쓰흡. 하체가 좀 약한 거 같은데? 청죽관에서 수련했으면 달랐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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