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199화 (199/444)

제199화. 우리 집에 왜 왔니 (5)

도착한 동편 방위선.

은하연은 총장기가 있는 곳에 언용운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뒤, 황급히 정현을 보냈다.

그리고 그사이 달라진 전황을 응시했다.

‘향란단의 일번대가 있는 곳이 갑자기 밀리기 시작했어. 창량 교수님께서 언 공자가 있는 곳으로 가셨구나.’

경혜와 노삼을 부르기 위해 각각 남쪽과 북쪽으로 보낸 우소릉과 은하성은 아직 감감무소식이었다.

하여, 총장기 아래 있을 언용운과 당옥기가 걱정이었는데.

창량이 그리로 갔다면 총장기가 있는 쪽은 일단 한숨을 돌려도 될 듯했다.

“다음 방위선까지 후퇴한다! 부상자 챙기고! 쉬고 있던 이조가 가장 앞으로 나선다!”

물론,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언용운이 있는 곳뿐.

창량이 자리를 옮겼기에, 동쪽 방위선의 주축이었던 향란단의 일번대는 속절없이 걸음을 물리고 있었다.

‘일번대를 도와 마교의 군세를 밀어내고, 최종적으로는 언 공자 쪽이랑 안팎에서 협공하는 형태로 가야 해.’

생각을 마친 은하연은 이끌고 온 청죽관 생도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향란단의 일번대를 도울 겁니다. 청죽단은 채작진의 기본 대형으로….”

그런 은하연의 말에.

청죽관의 선배들과 동기들은 저마다 병장기를 뽑아 들고 이리저리 대형을 갖췄다.

한데, 그들의 모습을 본 은하연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딱히 의욕들이 없어.’

청죽관 생도 대부분이 마지못해 움직이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몇 사람의 눈에는 투지가 보이긴 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몇몇이었다.

‘…이래서는 적들 앞에 나설 수가 없는데?’

의욕과 투지를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었다.

‘역사적으로 일만의 군세에 사십만의 군세가 흩어진 일도 있었으니까.’

기세란 이길 싸움도 지게 만드는 것이었고, 질 싸움도 이기게 만드는 것이었다.

작게는 개인의 생사를, 나아가 싸움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황이지만, 이런 청죽관 생도들을 투입할 수는 없는데?’

준비도 안 된 사람들을 싸움터에 밀어 넣었다간 그저 사상자만 늘어날 뿐이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청죽관 생도들이 한몫을 해오던 후방과 전방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단말마, 비릿한 혈향, 그리고 몰려오는 많은 생각….

그 모든 것이 합쳐져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간 이런 상황을 상정한 훈련을 청죽관은 꾸준히 해왔으나 훈련과 실전은 명백히 다른 법이었다.

자신의 목숨도 건사하기 버거워 보이는 상황인데, 목숨을 걸고 나서야 하는 대상이 향란관 생도들이라면, 어찌 의욕이 날 수 있겠는가.

‘향란관 사람들은 숨을 쉬듯 우리 청죽관을 멸시하고 얕잡아보던 사람들이니까.’

협과 의를 숭상하는 정무학관에서 수학하는 사람들인 만큼, 향란단이 처한 상황을 두고 꼴좋다는 생각까지는 아닐 것이지만.

저놈들을 위해 과연 내 목숨을 내놓을 이유가 있나 의문이 들기는 할 것이다.

은하연이라 해서 그런 생각이 스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나도 마찬가지긴 하니까 이해는 돼.’

그녀 역시 향란관의 행동에 이를 갈 만큼 갈아본 사람이었다.

아니, 누구보다도 향란관을 언짢게 생각하는 사람이 그녀였다.

기실 청죽관의 행정이란 행정은 거의 다 그녀의 손을 거쳤으니까.

다만 맞닥뜨린 사실을 이해할 뿐이었다.

이 상황에선 향란관을 돕는 게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어떡하지?’

문제는, 이걸 어떻게 청죽관 생도들에게 전해서 투지를 끌어내느냐였다.

이 순간, 은하연은 언용운을 떠올렸다.

‘…이럴 때 언 공자는 어떻게 했지?’

아마 언용운이었다면 단숨에 좌중을 휘어잡았을 것이다.

하나, 은하연은 그런 방법을 사용 할 수 없었다.

그건 언용운이라는 사람 자체가 남을 이끄는 자질을 타고났기 때문이었으니까.

자신에게 그 같은 능력이 있는가 하고 냉정히 생각해보면, 절로 고개가 저어지는 것이다.

‘언 공자는 이 사람을 믿고 따르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사람이니까.’

그에 반해 은하연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풍겨오는 죽음의 냄새 앞에선 값어치를 상실하는 돈과 누구의 귀에도 닿지 않는 논리뿐이다.

두 가지 모두 청죽관 생도들에게 의지를 심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멍해지는 머릿속에 은하연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짓씹었다.

지금 그녀를 괴롭히는 건, 본부를 나오며 제갈설지와 나눈 대화였다.

‘…뭐가 청죽관의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런데 이때 진경룡이 입을 열었다.

“다들 올해 면신례를 기억하나?”

올해 청죽관이 치른 면신례.

본디 재학생이 신입생을 골려주는 식으로 치르는 행사였으나, 청죽관은 정반대로 언용운과 정현에게 재학생들이 죽도록 처맞았다.

“으으.”

“헙.”

어떤 이는 떠오른 그 날의 기억에 몸서리를 쳤고, 또 어떤 이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하나, 진경룡은 아찔했던 추억을 이야기하고자 면신례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었다.

“그날, 노삼 교수님께서 언 부회장더러 청죽관을 설립하신 남개의 정신 그 자체인 사람이라 하셨네.”

그렇게 운을 뗀 진경룡은 가만히 말을 이었다.

“언 부회장이 청죽관에 굴러들어온 복덩이라는 생각은 내내 해왔지만, 사실 그날 교수님이 하신 말씀만큼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 사람이 보통 지독해야 말이지.”

이 대목에 이르러서는 몇몇 생도들의 얼굴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나, 진경룡은 총장기가 세워져 있는 곳을 가리키며 담담히 입을 열었다.

“다들 그런 언 부회장의 성정을 알고 있을 걸세. 향란관 생도들이라면 도끼눈을 뜬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고. 하나, 그럼에도 언 부회장은 가장 먼저 이곳으로 달려왔네. 개인적인 은원보다 의와 협을 좇기에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일 테지.”

“…….”

“나는 면신례 날 노삼 교수님이 하신 말씀을 오늘에서야 이해했네. 진실로 협을 마주할 자세가 된 사람은 누구든 가르친다. 그게 우리 청죽관의 정신 아닌가? 언 부회장의 행동이 딱 그에 들어맞았으니까.”

“…….”

“그 언 부회장이 이번에 청죽단이 맡은 별동대 역할을 두고 오직 우리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 했네. 그 말은 단순히 우리가 준비돼 있다는 뜻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네. 우리는 남개의 정신을 잇는 청죽관 생도이니까, 해묵은 원한과 스스로의 실력을 떠나서 옳은 일에는 나설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부회장은 믿고 있었을 것이야.”

“…….”

“볕이라곤 들 날 없이 시들어가던 우리를 믿고 이끌어준 언 부회장의 신뢰를 저버릴 텐가?”

진경룡의 말엔 이렇게 하면 필승을 거둘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가 섞여 있지는 않았다.

기실 언용운이 들었으면 뭔 그렇게까지 해석하냐고 할 법한 억측도 있었다.

하나, 언용운과의 시간을 겪어온 청죽관 생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을 고쳐 쥐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청죽관의 선배가 되어서 앞장은 서지 못할망정, 따라는 가야지요!”

“그래, 우리니까 하는 거다! 향란관 놈들은 같은 상황이 펼쳐져도 언 부회장 같은 행동은 하지 못하지!”

“죽기밖에 더하겠나? 어차피 한번 왔다 가는 세상인 게야!”

“거,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아, 언 부회장의 잔소리에서 드디어 벗어나는 거 아닌가 말이야?”

그렇게 곳곳에서 투지 어린 목소리가 섞여 나왔다.

이들은 비로소, 의와 협에 자신을 맡기려는 준비가 끝난 듯했다.

“…….”

은하연은 그런 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아주 큰 착각을 하고 있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청죽관의 힘은, 누구 하나가 나서서 끌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힘을 끌어내는 게 아니야. 그저, 보내온 시간을 믿고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일깨워주면 됐던 거야.’

청죽관의 생도들 또한 어엿한 무인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했던 건, 그간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 그 시간을 보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일깨워주는 것뿐이었다.

문득 청죽관 생도들과 보내온 시간이 은하연의 머릿속에 스쳤다.

그 바람에 시야가 뿌예지던 찰나, 진경룡이 그녀를 불렀다.

“음… 총무부장?”

고개를 드니 진경룡뿐만이 아니라, 청죽관의 모든 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주저하는 것 같아서 내가 적당히 이야기는 했는데, 정작 어디를 어떻게 치고 들어가야 할지는 모르겠네만.”

그녀가 그들을 믿는 것과 같이.

그들 역시 은하연을 믿고 지시를 바라고 있던 것이다.

“지시를… 내려주겠나?”

은하연은 그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눈시울이 시큰했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모두의 믿음 속에 지시를 내리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으니까.

“아까 누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시던데, 행여나 죽지들 마세요. 언 공자는 저승까지 쫓아가서 죽은 사람도 불러다 굴릴 테니까요.”

은하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더 고민하지 않았다.

청죽관의 생도들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는, 이제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중요한 건 믿음입니다. 언 공자와 함께 훈련해온 시간을, 그 모든 걸 버텨온 자신을, 전장 옆에 선 동료를.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 왔는지를요.”

그 말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하나, 이 순간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사기가 절정으로 치솟아 가던 그때.

은하연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청죽관! 채작진 대형으로 산개!”

청죽관이 그려내는 채작진이 동편의 전장에서 날개를 펼치는 순간이었다.

* * *

제운종을 펼치며 뛰어 들어온 정현이 합세한 덕분에, 만우와의 싸움에는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쌔액!!

쌔액! 쌔애액!!!

정현의 검이 면면부절 이어지는 태극을 그려내며 만우의 투로를 차단하는 사이.

파치치칙!

남궁윤의 검이 특유의 벼락같은 검기를 뿜어내며 좌측을 노리고 들어간다.

그러면 자연히 내게 놈의 심부나 등을 노려볼 기회가 오는 것이었다.

“좀 뒈져라! 미친 소 새끼야!”

쌔애애애액!!

하나 그 약간의 여유라는 것은, 이처럼 반격의 틈이 한 번씩 보인다는 것일 뿐.

절대로 만우가 녹록한 상대인 것은 아니었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휘리릭!

휘리리리릭!

만우는 엄청난 괴력으로 양손에 쥔 도끼를 풍차처럼 회전시켜 정현과 남궁윤을 떨쳐냈다.

캉!

캉!!

그리고 곧바로 나를 향해 땅을 박차며, 순간적으로 강기를 감은 도끼를 교차해왔다.

“뒈질 사람은 너다, 언용운.”

저걸 그대로 받아냈다간 머리가 목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나는 늘어지는 시간 속에 보법을 뒤틂과 동시에, 찔러 들어가던 검초를 빗겨 올리는 방식으로 바꿨다.

캉!!!!!

파천의 내력을 실어 정확히 면을 쳐내자, 만우의 좌수에 들려 있던 도끼가 투로를 잃었다.

물론 놈에게는 아직 우수에 쥔 도끼가 남아 있었다.

하나, 이쪽에도 당옥기가 있었다.

애초에 녀석을 믿고 나도 이런 수를 펼친 것이었다.

피슉! 피슉!!

아니나 다를까.

당옥기가 던져낸 두 개의 독침이 날카로운 파공음을 내며 만우의 미간과 놈이 우수에 쥔 도끼에 날아들었고.

만우도 발작을 하듯 걸음에 제동을 걸었다.

그리고 동시에 도끼를 휘저어 제 얼굴로 날아드는 침을 쳐냈다.

팅!!!

그렇게 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빠져나왔는데.

그러자마자 당옥기가 반쯤 장식으로 차고 다니던 협봉검을 뽑으며 전음을 보내왔다.

[언용운, 나 이제 암기 없어. 방금 같은 거 앞으로 하지 마.]

[아꼈어야지. 저 소 새끼한테 꼬박꼬박 침을 두 개씩 던질 때 알아봤다 내가.]

[그랬다가 한 대 맞아주고 너부터 죽인다는 생각으로 덤볐으면? 살려줘도 난리야!]

그렇게 당옥기와 투닥이며 사지를 빠져나온 나는 잠시 주변을 살펴보았다.

챙! 챙!

채채챙!

창량과 노마두의 실력은 말 그대로 비등해서 쉬이 결판이 나지 않을 듯 보였다.

그나마 멀리 보이는 향란단의 방어선이 정돈된 것을 보아하니, 청죽관의 지원군이 제 몫을 해내고 있는 모양이었다.

‘노삼 교수님이나 경혜 사태는 아직인가.’

하기야, 송길준도 아주 멍청한 놈은 아니니 만우를 보내면서 그쪽에 무슨 수를 써놨을 것이다.

‘본인이 그쪽으로 갔던지.’

그렇다면 눈앞의 만우는 우리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정확히는 내가.’

만우가 버겁게 느껴지는 이유는, 놈과 달리 우리는 뜻대로 검기성강을 이뤄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하여 공격을 쳐내는 투로가 정해져 있었고, 그 투로를 펼치면서 활로를 떠올려야 하니 손발이 어지러워지는 것이었다.

‘덩치가 커서 썰 곳이 천지인데 검이 닿지를 않네.’

그리고 우리 네 사람 중 검기성강의 경지에 가장 근접한 게 나였다.

‘후.’

나는 기수식을 취하며 엷은 숨을 토했다.

그런 나를 향해 사부님의 음성이 이어졌다.

- 용운아, 이 순간에도 너는 먼 곳을 보고 있느니라. 눈앞의 만우, 사방의 적, 그 너머의 낭중마군이라는 놈. 모든 것을 손에 쥐고자 계속 먼 곳만 보는구나.

‘…….’

- 공손가 녀석과 검을 섞은 날. 너는 막혀 있던 벽에 그냥 금을 더 낸 것 같은 수준이라 답했다. 한데, 어찌 한 수 위의 상대인 만우의 움직임을 그리 쫓고 있느냐?

‘…….’

- 쥐고자 하는 것이 많아 벽을 밀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을 뿐. 너는 이미 준비가 되었다. 네가 넘어야 할 벽이 어디에 있느냐?

…넘어야 할 벽이라.

사부님의 말씀에, 나는 손에 쥔 회한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내 손에 많은 게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전투가 시작될 때 즈음부터였다.

사실 눈앞의 적을 베면서도, 머릿속이 뿌연 게 잘 집중이 되지 않았다.

송길준은 어떻게 움직일 것이며.

전황은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이며.

그리고 내 판단 착오로 괜한 사상자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신경이 쓰였다.

사령술도 검술도, 염두에 둔 혹시나를 상기하며 여력을 남기는 것에 집중했다.

‘하나… 그 모든 걸 생각하는 게 오만이었을지도 모른다.’

눈앞에 적이 있는데 다른 이를 생각하는 것부터 실책이었다.

청죽관 생도들을 비롯한 학관의 생도들은 내가 걱정하는 만큼 약하지 않았다.

지금도 처음 대면하는 마인들과 분투해 싸우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벽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일지 모르겠군.’

눈앞의 적을 바라보지 않고, 멀리 있는 것을 생각했다.

지금 나를 가로막고 있는 벽은, 스스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그 벽은 스스로 부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우우웅-

모든 잡념을 떨쳐내고.

오롯이 눈앞의 적을 바라본 이 순간.

파천의 내력이 자아내는 파동이 회한에 전에 없이 진한 아지랑이를 엉겨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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