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201화 (201/444)

제201화. 우리 집에 왜 왔니 (7)

내가 송길준의 속이 뒤집힐 말들을 쏟아내자.

함께 온 청죽관 생도들도 돌림노래를 부르듯 비웃음을 쏟아냈다.

“마교가 정무학관 생도들에게 패배했다!”

“우리가 쫓아 오는 게 겁이 났는지, 배라는 배는 다 태우고 저렇게 도망친다!”

“땅만 잘 파는 줄 알았더니 노도 잘 젓는구나! 푸하하!”

송길준이 탄 배는 그렇게 조롱 속에 단강구를 떠나갔다.

‘송길준 성격에 아마 속이 뒤집혀도 열 번은 더 뒤집히겠지? 주화입마에나 빠져라.’

그렇게 마교 놈들이 꾀했던 정무학관 습격 계획은 좌절되었다.

하나, 우리에게 닥친 위기가 끝이 난 것은 아니었다.

독이 바짝 오른 잔당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잘도 본교를 능멸했겠다!”

“공자님을 탈출시키는 것을 우선하느라 꾹 참고 있었지만,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다. 네놈 중 몇 명은 우리와 함께 저승 문턱을 넘게 될 것이다!”

불타는 선착장을 등진 마교의 잔당들은 일제히 검집을 버렸다.

그러면서 각자 의복을 북북 찢어 검과 손을 묶었다.

- 용운이 너는 알겠지만, 검집을 버린다는 것은 다시는 검을 거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청죽관의 아이들이 묘하게 들떠 있는 듯하니, 한번 다잡거라.

‘그래야겠습니다.’

사부님의 말마따나 저놈들은 이쪽의 사람을 한 명이라도 저승길에 데려가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가장 처절한 싸움이 될지도 몰랐다.

“다들 긴장해. 저놈들 동귀어진의 수를 써올 거야, 별 볼 일 없는 패잔병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혹여라도 괜한 의협심으로 포로로 잡으려는 생각은 하지 마. 설령 양팔을 들고 항복을 해온다 해도 가차 없이 베어야 해. 저놈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초를 펼쳐올 테니까.”

내 말에 청죽관 생도들은 머금고 있던 웃음기를 털어내고 기수식들을 취했다.

“알겠어요!”

“따르마!”

척! 척! 척!

사실 방금의 말은 청죽관 생도들을 매개로 삼아 내심 창량 교수님께 드리는 말이기도 했는데.

“…….”

달리 말은 없어도 알아듣기는 하신 모양인지, 창량 교수님 역시 한 걸음을 앞으로 기수식을 취하셨다.

그러자마자 저쪽에서 마인들이 땅을 박차며 살초를 휘둘러 오기 시작했다.

쌔애애액!!

놈들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도 채작진을 펼치려는 이때.

일순 머리 위에 그늘이 졌다.

슈슈슈슈슉!!!

그에 힐끔 시선을 위로 옮기니 시커먼 화살비가 빽빽이 하늘을 매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는데.

‘…뭔?’

다행히 그 화살비는 이쪽이 아닌 마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군?!’

그에 마인들의 병장기가 화살을 쳐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시 말해, 마인들이 우리를 상대할 여유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

나와 청죽관 생도들은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는 순식간에 하나 되어 채작진을 펼쳤다.

푹! 푹!

푸푸푹!

그에, 화살을 쳐내느라 손이 묶였던 마인들은 순식간에 벌집이 되었고.

우리를 상대하고자 날아드는 화살을 무시한 자들은 고슴도치가 되었다.

푸푸푸푹!!!!

그렇게 몇 번의 합격을 이루어 내고 나자, 탄내가 자욱한 선착장에 살아 있는 마인은 한 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화살이 날아온 방면으로 시선을 옮기니.

‘제갈세가의 지원군이었구만.’

국궁진력 제갈세가(鞠躬盡力 諸葛世家).

여덟 글자가 아로새겨진 깃발을 중심으로 제갈노(諸葛弩)라 불리는 쇠뇌를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학창의를 입은 사내가 이쪽으로 걸어와 입을 열었다.

“창량 교수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학관의 입학식 때 내빈으로 참석한 사람이기에 나도 안면이 있었다.

이름은 제갈규.

제갈가의 가주이자 제갈설지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었다.

“지원 감사드립니다, 제갈 가주님. 덕분에 손쉽게 마교의 잔당들을 토벌할 수 있었습니다.”

창량은 제갈규를 향해 깍듯이 포권을 취했다.

그런 창량을 따라 우리도 포권을 취했는데.

“가주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급히 온다고 왔는데, 가솔과 인근의 백성들을 챙기면서 오다 보니 이미 전황이 여기까지 이르렀더군요. 제 판단으로 무당파는 학관 인근의 잔당 처치를 돕기 위해 보내고 저희는 이리로 왔는데,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옥기, 너도 무사했구나.”

“네, 아저씨… 가 아니고 가주님.”

한데, 제갈규는 우리 무리에서 누군가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달리 찾을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기에 나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제갈 소저는 학관의 본관에 설치된 본부에 있을 겁니다.”

“허험. 딱히 설지를 찾은 것은 아니네만, 자네가 소문의 괴룡이로구만.”

“어쩌다 보니 그런 이름을 얻었습니다. 언용운입니다. 일단 이곳은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가주님, 교수님. 학관으로 가시죠.”

* * *

그렇게 제갈세가의 지원군과 함께 학관을 향해 걸음을 옮긴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제까지만 해도 웅장한 팔작지붕 아래 정무학관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던 정문이 잔해만 남아버린 가운데.

경혜 사태를 필두로 각자의 병장기를 손에 쥐고 서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음.’

위용을 자랑하던 정문이 잔해가 되어버린 것이 애석하기는 했다.

하나, 그 잔해를 딛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당초에 목표했던 건물이 아닌 사람을 지키자는 원칙이 지켜졌음을 알 수 있었다.

‘어떻게든 막아는 냈다.’

뇌리에 이런 생각이 스치니, 자연히 입에서는 안도의 숨이 나왔다.

“후.”

물론, 나만 이런 것은 아니었다.

“…하.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아까 동편에서 향란관 녀석들 돕는다고 들어갈 때, 코앞까지 마인의 검이 딱 들어오는데 지금까지 인생이 촤르륵 스치더라니까?”

“큭큭. 그러니까 앞으로 나한테 잘해. 내 덕에 산 거 아닌가?”

“네 덕이라니? 원래 채작진에서 한쪽 날개가 몰리면 꼬리가 와서 돕는 게 당연한데! 너는 할 일을 한 거고, 덕이라면 네 녀석한테 그걸 가르친 언 부회장의 덕이지!”

저마다 안도의 숨을 내쉬는 가운데, 너스레를 떠는 사람도 있었고.

긴장이 풀리며 다리도 풀려서 옆의 사람이 잡아주는 사람도 나왔다.

한데, 이 와중에 은하연이 꼬질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혼자 웃었다.

“큽.”

“왜 웃소? 같이 좀 웃읍시다.”

“…아. 난리통에 노삼 교수님이 저쪽에 서 계시고, 창량 교수님은 이쪽에 서 계신 상황이 어쩐지 우스워서요.”

그러고 보니 웃기긴 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웃기긴 하네.”

향란과 청죽.

두 기숙사는 물과 기름이었다.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게 다를 뿐 아니라, 기질도 달라 서로를 싫어할 수밖에 없다.

하나 오늘은 달랐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우리였지만.

오늘은,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마교가 나타난 이상, 평화의 시대는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우리도 저들도 사람이고, 학관의 제도들이 경쟁을 부추기니 때로는 다툴 때도 있겠지만.

앞으로 비슷한 환란이 닥쳤을 때, 서로에게 등을 맡길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가야 할 터였다.

‘숱한 부상자, 잿더미가 된 건물들.’

오늘 입은 상처는 쉽게 낫지 않을 테지만, 부디 이 상처가 생도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었다.

“큼, 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 향란관의 자치회장 매진악이 나를 응시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

그러면서 괜히 헛기침을 하는 모습이, 향란관 생도들의 목숨을 구해준 것에 대한 나름의 인사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다시는 뻘짓을 못 하도록 참교육의 장만큼은 반드시 마련해야겠지만.’

당장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오늘 우리에게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잠시 잠깐 매진악과 눈인사를 하고 있던 그때.

나직한 음성이 우리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언용운 생도, 그리고 청죽관 일동 여러분.”

오늘 누구보다 힘든 하루를 보냈을, 경혜 사태였다.

그녀는 우리에게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을 띠고는 말을 이어갔다.

“오늘 우리가 정무학관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는, 누가 뭐라 해도 청죽관의 헌신 덕분입니다.”

그리고 양 소매를 붙여 들어 정중하게 읍을 했다.

그런 경혜 사태의 행동에,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교직원들과 생도들도 하나둘 읍을 하기 시작했다.

한데, 정작 청죽관 생도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어.”

“으음.”

특히나 선배님들 쪽은 눈시울과 코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벌겠다.

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기야.’

금년의 청죽관은 다르다는 소리야 천하에 파다했지만, 기실 그 찬사는 나를 비롯한 신입생들에게 향하는 것이었다.

춘계대항전이 그러했고 신구대면식이 그러했다.

하나, 오늘의 승리는 선배들이 스스로의 손으로 쥐어보는 것이었다.

‘벅찰 만하지.’

그런 선배들의 모습에 나도 마음 한편에 찌르르한 것이 스치는 듯했지만.

이래서야 모양이 빠지지 않는가.

나는 일부러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경룡이 형한테 옮았나, 다들 울기는 왜 웁니까?”

“…먼지가 들어가서.”

“어깨 펴세요. 턱들도 좀 당기고.”

그러고 있는데, 경룡이 형이 팔꿈치로 내 팔을 툭하고 건드렸다.

그런 경룡이 형의 얼굴은 오열 직전이었다.

그러니, 나보고 인사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으이구 소리를 속으로 삼키며 한 걸음을 앞으로 나섰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백도 무림의 저력을 확인했다.

나는 읍을 해오는 사람들에게 포권을 돌려 드리며, 우리는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 *

송길준의 배는 빠르게 단강구 일대를 벗어났다.

그리고 지류에 따라 몇 개의 배를 갈아탄 끝에, 마침내 큼지막한 대선에 몸을 올렸다.

그렇게 몸을 올린 대선의 선실에는 뜬 눈임에도 검은자위를 찾을 수 없는 늙은 맹인이 혀를 차고 있었다.

“쯧.”

늙은 맹인은 송길준의 스승이자, 천마신교 내에서 마뇌(魔腦)라 불리는 자였다.

송길준은 제 스승 앞에 꿇어앉아 머리를 조아렸다.

“스승님. 제가 괜한 욕심으로 일을 그르쳤습니다.”

그러자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마뇌의 입이 열렸다.

“…못난 놈.”

“송구합니다. 죽음을 내리신다고 하셔도 달게 받을 것입니다.”

“…내가 너를 왜 죽이느냐? 본좌가 지금 일을 그르쳤다 하여 너를 나무라는 줄 아느냐?”

“…….”

“본디 계획이라는 것은 숱하게 어그러지곤 하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자란 그 어그러짐을 견디고 견뎌야 하는 것이야. 수족을 다 갈아 넣더라도 살아남고 또 살아남아 마지막에 이기면 되는 것이다. 나는 지금 고작 이깟 일로 수척해진 몰골로 나를 찾은 너를 나무라는 것이다.”

“송구합니다.”

“길준아, 너는 내가 닦아 놓은 것을 기반으로 장차 마도 천하의 그림에 색을 칠해 넣어야 하는 녀석이다. 이깟 일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 거라. 승패는 병가지상사이니라. 흑선마군의 일은 내 선에서 처리할 것인즉. 너는 이번 일을 머릿속에서 털어내는 것에 집중하거라.”

“예, 사부님.”

마뇌의 음성에 그러겠다, 대답하고 선실을 나온 송길준이었지만.

이번 일을 쉬이 털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싫어하는 것 세 가지.’

언용운이 한 조롱은 송길준이 호원단철장에서 흑도인 하나를 본보기로 삼으며 했던 말과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놈이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말은 송길준에게 언용운을 잡아 죽일 기회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그 생각과 동시에 단강구를 빠져나오며 언용운에게 당한 굴욕의 기억이 계속해 송길준의 뇌리에서 맴돌았다.

그에 가슴 속에서 끓어 넘친 울화가 송길준의 폐부에 불길을 쏟아냈다.

“쿨럭!!”

송길준은 기침과 함께 피가래를 토했다.

“언용운…. 필히 네놈은 내가 잡고야 말것이다.”

하나, 가슴속 울분만큼은 토해낼 수 없었던 송길준은 피가 날 때까지 이를 물며 복수를 다짐했다.

* * *

학기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기숙사가 모두 불탔다.

그 바람에 정무학관의 생도들은 인근의 객잔과 민가에서 일종의 하숙을 하게 되었다.

청죽관의 경우 나랑 인연이 있는 ‘단강 제일 객잔’을 중심으로 인접한 객잔들에 숙소를 잡게 되었다.

한데, 그러고 보니 주인장의 음식솜씨가 제법이라는 사실이 생각나 겸사겸사 언동생들을 불러다 밥을 한 끼 하기로 했는데.

음식이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사이, 하성이 녀석이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형님! 검기성강의 경지에 들어가셨다는 게 정말입니까? 저도 보여 주십쇼!”

“저도 궁금해요, 언 형!”

“뭘, 또 보여달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해.”

“너무하십니다.”

“너무하세요!”

“너무해? 그럼 너희 둘 다 뒷마당으로 가자. 대련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볼 수 있겠네.”

“어험. 주인장의 요리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늦을까요? 제가 한번 다녀와 보겠습니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자니, 주인장과 아들 내외가 요리를 들고나왔다.

주인장은 넉살 좋게도 우리에게 그간 어떻게 지내셨냐며 안부를 묻더니, 이 자리에는 처음 온 남궁윤을 보고는 손을 비비며 다가섰다.

“그, 남궁윤 공자님 되시지요? 실례가 아니라면 수결 한 장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요?”

“…수결?”

“예. 다른 데 쓰는 것은 절대 아니고 저기 보시면, 저렇게 걸어 놓으려고 그럽니다요. 천하제일후기지수 남궁윤 잘 먹고 갑니다. 이렇게 써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

한데, 궁윤이 녀석이 하라는 수결은 하지 않고 뭐 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에 나는 입을 열었다.

“야. 그냥 좀 하나 해드려라. 저기 보면 맹주님이나 무혁 숙부 수결도 있는데 궁윤이 주제에 되게 비싸게 구네.”

“…그런 게 아니라. 끙. 이보시오, 주인장. 문구는 내 마음대로 써도 되겠나?”

“예! 잘 먹고 갑니다만 들어가면 상관 없습니다요!”

그러고 있는데, 은하연이 나를 향해 말을 걸었다.

“아, 언 공자. 근데 주인장이 돈을 안 받으시겠다네요? 나오신 김에 그 이야기 좀 해주세요. 이번엔 인원이 너무 많아서 숙식비를 드려야 할 것 같은데 한사코 안 받으시겠다고 하시네요.”

“선산에서 금맥이라도 발견하셨소? 아니라면 많이 드리겠다는 것도 아닌데 받으시오. 그 손주도 보셨다면서?”

“그 손주 놈 때문에라도 안 됩니다요. 일전에 처가에 가던 저희 아들 내외의 목숨을 구해주셨고, 이번에는 저희 일가를 모두 구해주셨지 않습니까요.”

“…내가 주인장을 직접 구해드린 기억은 없는데?”

“직접 구해야만 구하는 겁니까요. 청죽관 생도분들이 그 사람을 닭처럼 잡아 댄다는 숭악한 마교 놈들을 단강구에서 쫓아낸 것은 이 일대의 삼척동자들도 다 압니다요. 은인에게 돈을 받아먹었다간 손주 놈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요.”

“나 원 참.”

그렇게 또 공짜 밥을 먹게 되었는데.

내 앞자리에서 음식을 깨작거리고 있던 용명이 녀석이 어느 순간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 형님?”

“왜?”

“방학을 하면 집에 한번 들르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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