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화. 징계위원회 (1)
방학을 하면 집에 한번 들르는 게 어떻겠냐는 용명이 녀석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을 곱씹어 보았다.
‘…집이라.’
기실 내가 집이라고 인식하는 공간은 청죽관 정도뿐이었으나.
엄밀히 따지면 진주언가도 집이긴 했다.
‘진주언가가 청죽관 다음으로 떠올랐다는 걸 용명이 녀석이 알면 섭섭해하겠지만.’
솔직한 심정이 그랬다.
진주언가에서 보낸 기간이 얼마 되지도 않았고.
거기서 맺은 인연이라고는 어머니랑 아버지를 제외하면, 내게 회한을 넘겨준 감 총관 정도뿐이었으니까.
“흠.”
그렇게 진주언가에 대해 가만히 떠올려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용명이 녀석에게는 인상을 쓴 것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가문에 복귀하실 때가 되었다는 뜻으로 드린 말씀은 아닙니다. 그건 형님께서 일전에 말씀하신 대로 순리에 맡겨 두는 게 맞겠지요.”
녀석은 조심스레 말을 더 꺼냈다.
“그저 방학 동안 담금질을 할 곳으로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드린 말씀입니다. 부담을 드리고자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학관이 습격당하는 난리통에 생각할 겨를이 없어서 그렇지, 용명이 녀석의 말마따나 방학 기간에 어디서 담금질을 할지는 차분히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였다.
‘원작에선 일학년 여름방학에 정현이 진주언가를 방문하기는 하는데 말이야.’
정현은 원래 운매관에 들어가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정현 본인은 사문에서 배척당하는 존재인 데다가, 동기인 천장호는 애초에 집도 절도 없는 거지였으니.
갈 곳이 없으면 같이 진주에 가자는 언용명의 제안에 이끌려 언가장에 갔던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현은, 언용명이 소가주로 공인되는 사건을 목격한다.
‘그 사건은 원작의 언용운이 마인의 길로 빠지는데 결정타를 날리지.’
물론 현실은 원작과 이야기의 궤가 완전히 달라졌다.
즉, 굳이 원작과의 행보를 현실에 억지로 끼워 맞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
하나, 굳이 원작의 흐름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방학 동안 담금질할 장소로 진주언가는 나쁘지 않을 듯했다.
‘지금쯤이면 마교도 나를 주목하고 있을 테지.’
마교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앞으로의 내 행보에 신경을 쏟을 게 분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정웅과 팽무혁이 있는 하북은 수련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이곳이라면 당장은 마교놈들이 공격할 생각조차 하기 힘들 것이고.
설령 무슨 일이 터진다 해도 두 분이라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실 테니 말이다.
내 복권을 두고 집안 내에서 논쟁이 있을 수야 있겠지만, ‘복권은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인지라 딱히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머니도 뵈어야 하고.’
어머니 되시는 이화부인은 처음 언용운의 몸을 차지했던 순간부터 내 편을 자처하셨던 분이었다.
‘그래서 어려웠지.’
처음 겪어보는 어머니란 존재를 어찌 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어서, 무뚝뚝한 표정으로 윽박지르기만 하시던 아버지 쪽이 되레 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나, 권영 숙부의 마지막을 지켜본 사람이 나였다.
‘아버지가 산서의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하셨겠지만.’
원체 무뚝뚝한 분이고, 또 권영 숙부가 명을 달리한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니, 그야말로 대략적인 것에 그쳤을 터였다.
때문에, 나는 언젠가 내 입으로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드려야 겠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여 여름방학은 진주에서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치는 이때.
“흐냥 담금힐을 할 곳이먼 사헌도 괜한티 않아?”
사천식 닭발 요리에 정신이 팔려있던 당옥기가 문득 입을 열었다.
“…뭐라는 거야.”
“꿀꺽. 진주에 가는 게 썩 안 내키면 사천도 괜찮지 않냐고. 물 맑고 산세도 좋고, 너희들은 내 친구니까 오고 싶은 사람은 특별히 당가타….”
그러자, 듣고 있던 제갈설지가 은근슬쩍 당옥기의 마지막 말을 가로채고 나섰다.
“맞아요, 사천도 좋죠. 특히나 저희 제갈세가의 성도 분가가 있는 곳은 고즈넉해서 요양이든 수련이든 하기 좋아요. 제가 절맥을 앓던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죠. 제 선조님이 되시는 제갈무후께서 자손들에게 남기신 뽕나무를 아직 가꾸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제갈설지의 말에 정현이 반색하며 입을 열었고.
“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몸으로 메마른 밭과 뽕나무만을 남겨 청빈의 상징이 된 그 무후의 뽕나무 말입니까?”
“예. 맞아요.”
그에 당옥기의 얼굴이 뾰로통해진 가운데.
“설지 너?!”
남궁윤이 은근슬쩍 입을 열었다.
“남직예도 괜찮다. 예로부터 이름난 무인들이 괜히 나온 곳이 아니지. 특히나 안경(安慶)에 있는 우리….”
그런 남궁윤의 말을 가로채고 나선 건 은하연이었다.
“특히나! 강남의 보석이라 불리는 휘주가 으뜸이지요! 안 그렇니, 하성아?”
“암, 그렇고 말고요. 우 동생도 그렇게 생각하지?”
“저요? 저는 잘 모르지요?”
“이럴 때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면 돼.”
“언 공자도 이미 경험해 보신 바 있으시지요? 저희 은휘상단의 손님 대접을요?”
그에 식탁의 분위기가 갑자기 전국 본가 자랑 시간이 되어버렸다.
“다른 분들의 의견도 다 좋습니다만, 역시나 진주 땅에 가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진지하게 고려해 주십시오, 형님.”
“사천!”
“그중에서도 제갈가.”
“캬악!”
“…안경.”
“휘주!”
“…정현 도장 저는 슬슬 무, 무서워져요.”
“원시천존.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젓가락으로 그릇을 두드려 그런 주변을 가라앉혔다.
딱딱딱!
“밥 먹자 밥. 방학 기간을 어디서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해 봐야겠지만, 그전에 닥친 일이 산더미일 거다. 우선은 든든하게들 먹자. 제시한 의견들은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마.”
* * *
마교가 휩쓸고 지나간 정무학관은 그야말로 할 일이 산더미였다.
“행정처에서 나왔습니다. 여기가 청죽관 생도들이 묵는 숙소라고 신고됐던데…. 음, 언용운 생도랑 총무부장이신 은하연 생도가 있는 것을 보니 맞나 봅니다?”
“예. 제가 언용운입니다.”
“한데, 남궁윤 생도는 왜 여기에?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시다시피 학관의 외벽이 무너진 상황인지라.”
“번을 서야 하겠군요”
“역시 척하면 척이십니다. 무림맹에서 보내주기로 한 지원 인력이 오기 전까지는 생도들도 수위부와 함께 번을 서야 합니다. 조속히 편성하시어 초번초는 한 식경 안에 정문이 있었던 자리로 보내 주십시오.”
정황상 마교 놈들을 격퇴한 것이 분명했지만, 혹시 모를 유사시를 대비해 경비 활동에 참여해야 했고.
“그리고 총무부장님?”
“말씀하세요.”
“이건 당장에 급한 것은 아닙니다. 방학 기간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주시면 되는데, 기숙사 재건을 위한 견적 제출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빨리 주시면 주실수록 삽을 빨리 뜨게 되겠지요.”
또 기숙사 재건을 위한 자료를 꾸려 제출해야 했다.
청죽관의 경우 애초에 기숙사를 새로 지을 계획을 하고 있었고, 난리가 터지기 전에 그 계획서들을 안전한 곳에 옮겨두었기에.
기실 두 번째 요청은 닥친 일이라 하기에는 뭐 했다.
하지만, 내 앞으로 닥친 다른 일이 생겼다.
“그리고 이건 언용운 생도 개인에게 발송된 문서입니다.”
“…뭡니까 이게?”
“징계위원회의 소환장입니다.”
그 말과 함께 봉인된 봉투를 열어보니.
내일 정오에 징계위원회가 열릴 예정이니, 적혀 있는 혐의를 소명할 준비를 해서 본관의 대회의실에 걸음 하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
나와 함께 서류를 확인한 언동생들은 곧바로 들끓기 시작했다.
“형님께서 목숨을 돌보지 않고 마교와 맞서 싸운 것은 민가의 삼척동자들도 안다는데, 어찌 학관에서 이런 일로 형님을 부른단 말입니까?”
가장 먼저 용명이 녀석이 화를 내며 나섰고.
한 점의 음식이라도 더 먹겠다는 의지로 말없이 젓가락질만 하고 있던 천장호도 한마디를 보탰다.
“이런 상황을 두고 보통 말이나 방귀냐 라는 소리를 하는데, 이건 확실히 방귀 같구만.”
이어서, 다른 녀석들도 미간을 좁히며 볼멘소리를 냈다.
“어지간한 상도 모자람이 있다 할 텐데. 이건 정말로 도리에 맞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언동생들을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이분은 그냥 위의 명을 전하러 오셨을 뿐인데, 왜 여기서 화를 내고 그러냐. 다들 노성을 내는 것은 그쯤 해.”
그에 소식을 전하러 왔던 행정처의 교직원도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었는데.
“…그. 저도 말단이라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정무학관이 습격당한 초유의 사태를 봉합하기 위해 절차상 열리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위원회의 이름에 너무 사로잡히지들 마십시오.”
“예. 전해주신 서류는 확인했습니다. 학관이 이 꼴이 난 게 처음 있는 일이라, 본인도 경황이 없는 와중이실 텐데 이렇게 뛰어다니신다고 고생 많으십니다. 이 친구들이 노성을 낸 일은 너그럽게 넘어가 주십시오.”
따듯한 말을 돌려주자.
교직원은 눈빛을 빛내며 답을 해왔다.
“언용운 생도가 공이 작지 않음을 모두가 알고 있는데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저도 함께 노해 드리겠습니다!”
그런 나를 보며 허리춤의 사부님께서 한마디를 해오셨다.
- 내 제자지만 가만 보면 내쉬는 숨 하나에도 정치가 섞여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아무리 봐도 조정에 출사했어야 했어.
* * *
이튿날 정오.
서찰에 명시돼 있던 대로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다만, 그 대상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스스로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신 경혜 사태.
그리고 방위 규칙을 어긴 향란관 생도들도 함께 회부되었는데.
그중 향란관의 소명인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매진악 자치회장이 내게 말을 걸어 왔다.
“…자네도 징계위에 오게 되었군.”
“예. 뭐.”
“…….”
“뭐 달리하실 말씀이라도?”
“그, 우리 생도들이 고립되었을 때 말이네.”
“예.”
“고마… 큼. 그… 성취를 보았다지?”
궁윤이 녀석이랑 부대끼다 보니 향란관 놈들의 특징이 알 것도 같았다.
‘고마운데 괜히 민망해서 말을 돌리는구만?’
하나, 문득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스쳤다.
‘아니, 고마우면 고맙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지.’
콧대 높은 향란관 출신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를 낸 것이고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말할 수 있겠으나.
‘그딴 건 그쪽 사정이고.’
나는 내심 이런 말도 똑바로 못하는 매진악이 고깝게 느껴졌다.
얼마나 떠받들어져 왔으면 이런 말도 제 입으로 못 한단 말인가.
쫓겨나긴 했어도 나름대로 명가의 장남이라 할 수 있는 내 앞에서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데,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어찌 행동할지 눈에 선했다.
그러고 보니 원작의 향란관 출신들이 일꾼들을 고깝게 대했다가 주둔지가 마교의 귀에 들어갔던 일도 생각났다.
‘이쪽은 뭐 사람이 마냥 좋아서 웃고 다니는 줄 아나.’
갈 길이 멀다 향란관.
…물론, 생각만 그렇게 하고 실제로는 못 알아들은 척 말을 돌렸다.
“예. 어쩌다 보니 깨달음의 순간이 왔습니다.”
“…큼.”
그러고 있으니, 학관의 운영위원회 위원들을 대동하고 모용린 교수가 들어섰다.
경혜 사태께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황이라, 가장 중립적인 모용린 교수가 그 자리를 채운 모양이었다.
“그럼 학관의 징계위원회를 개회 하겠습니다. 경혜 사태께서는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모용린 교수의 음성과 함께 시작된 징계위원회의 심문 절차의 첫 순번은 경혜 사태셨는데.
“…하여, 언용운 생도가 행한 일은 결국 빈니의 허락에서 기인한 바이며, 그의 행동에 귀책이 있다면 그 책임이 이 사람에게 있다 할 것입니다.”
경혜 사태께서는 마교의 학관습격 전후로 내가 행한 모든 행동은 자신이 시킨 일이라는 말로 소명 기회를 사용하셨다.
그렇다 보니 곧바로 이어진 내 차례에서는 모용린 교수의 심문이 상당히 간략해졌다.
“언용운 생도는 호원단철장에 잠입함에 있어 당초에 허가받은 선을 넘어 적들의 틈에 잠입하는 위험한 행동을 하였다는 이유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맞습니까?”
“예.”
“그에 관해 소명해야 하겠으나, 앞서 경혜 사태의 소명 절차에서 전후 사정과 함께 ‘갱도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라는 생도의 주장이 확인되었습니다.”
모용린 교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숨을 들이켰다.
순간 나는 그것이 내게 주어진 소명 기회의 시간인가 하고 짧게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모용린 교수가 잠시 숨을 고르고는, 한 박자도 쉬지 않고 다음 말을 해버린 것이다.
“생도 본인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을 내린 점은 분명 학관 규칙에 위배되는 것이나,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는지는 구태여 입에 올릴 이유가 없을 것입니다. 이 같은 대공을 세운 생도를 두고 원칙을 들먹이며 징계를 주장한다는 것은, 고루한 생각이거니와 정무학관의 기치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본 위원장은 해당 안건은 다룰 가치가 없음을 확인하고, 생략하는 것에 언용운 생도의 동의를 구하자고 합니다. 언용운 생도, 동의합니까?”
- …이 교수, 분명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사부님은 황당한 목소리로 내게 물으셨다.
나 역시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래서는 오히려 내 잘못을 논하는 게 아니라, 이 안건을 올린 이의 잘못을 따지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이래도 되나 싶어 고개를 살짝 올려 모용린 교수를 보았지만, 그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무 표정이 없었다.
본인이 내린 판결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리라.
“…동의합니다.”
“다른 위원 분들 중에 이의가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
“하면, 해당 안건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애들이 걱정했던 것과 달리, 내 차례는 그렇게 속전속결로 끝이 났다.
다음은 향란관 생도들의 차례였다.
향란관 생도의 대표로는, 자치회장인 매진악이 나섰다.
“사번대에 속했던 생도들이 방위원칙을 어기고 준동한 것은 사실이나, 그 행동의 근간은 학관을 아끼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위원회가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눈앞에서 선배 무림인들의 얼이 깃들어 있는 기숙사가 불타니 그런 행동을 했을 뿐입니다. 선처해 주신다면 향란관 생도들은 이 일을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을 것입니다.”
그에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터져 나왔는데.
‘고맙다는 말은 쭈뼛거리다가 돌린 양반이 저런 말은 잘해요.’
그러고 있는 사이, 징계위원회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잠시간의 휴회에 들어갔다.
“그럼 위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리고 모용린 교수를 필두로 한 운영위원들이 다시금 회의장에 돌아왔을 때.
“본 위원회는 마인들의 학관 습격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 모두가 크고 작은 공을 세운 바를 모르지 아니하나, 전후로 일어났던 모든 일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계하고자 이렇게 의결한다. 스스로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경혜에게는 감봉 삼 개월을.”
그 의결사항이 모용린 교수의 입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향란단의 사번대를 이끌었던 남궁정호 교수에게 정직 삼 개월을, 향란관 생도들에게는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 이수를 명합니다.”
한데, 준동한 향란관 인물들의 징계 내용이 상당히 가볍게 느껴졌다.
‘남궁정호 교수는 삼 개월에, 향란관 생도들에게는 교육 이수라니.’
이 정도라면, 그야말로 형식적인 처벌에 지나는 것 아닌가.
나만 이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는지, 사부님께서도 역정을 내오셨다.
- 저런 솜방망이가 있나?! 놈들의 준동으로 인해 학관의 방어선이 모두 무너져 내릴 뻔했거늘! 군율로 다스린다 어쩐다 하더니만, 뭐, 방지를 위한 교육을 들으라고? 그깟 것을 벌이랍시고 내릴 것이면 애초에 용운이 너는 이런 자리에 불러내지도 말았어야지! 에이이잉!!!
‘그러게요. 너무 가볍긴 하네요.’
그런 사부님의 말씀에 동조하고 있던 그때.
모용린 교수가 남은 말을 이어냈다.
“재발 방지 교육 절차는 마방연의 주도하에 편성될 것이며, 교관은… 마방연의 실장이자 이번 마교의 학관 습격 사건에서 여러차례 기민한 대처와 판단으로 학관을 승리로 이끈 언용운 생도가 맡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