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진주언가 망나니-209화 (209/444)

제209화. 돌아온 망나니 (4)

용명이와 합을 섞은 지 한참.

“후우.”

잠시 호흡을 고르는 틈을 타, 사부님께서 한마디를 해오셨다.

- …흠. 확실히 언가권을 등한시한 티가 나는구나.

‘그렇습니까?’

- 용명이 녀석을 보아라. 호흡, 걸음, 주먹. 언가권의 묘리를 담은 수많은 점을 연결하고 있지 않느냐. 반면 용운이 너는 기실 언가권이라기보다, 주먹으로 시전하는 파천검법에 가깝구나.

사부님께서 말씀하시는 사이, 용명이의 주먹이 다시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그 주먹을 쳐내며 답했다.

펑!!

퍼퍼퍼퍽! 퍽! 퍽!

‘뭐, 어떻습니까? 어쨌거나 저는 안 맞고 적을 패버릴 수만 있으면 되죠.’

- 어떻기는? 인석아, 네 아비가 그러지 않았느냐? 그 검증회라는 자리가 네 언가권을 증명하는 장이 될 것 같다고?

‘그랬지요?’

- 그렇다면 언가권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보다 잊어먹은 초식을 다듬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아니더냐?

‘…그건 장로원의 인간들이 명분으로 삼은 주장일 뿐이지 않습니까?’

그들의 결정에 내가 목을 매고 있다면야 사부님의 말씀대로 하는 게 맞았다.

하나, 나는 복권이 그리 간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제가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습니까?’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런 내 속마음을 들으면 슬퍼하시겠지만, 솔직한 심정이 그랬다.

‘복권이라는 틀에 매일 생각은 없습니다.’

언길회 그 교활한 영감탱이와 그 추종자들이 나를 검증회에 세운다면?

나는 나대로 그 자리를 참교육의 장으로만 삼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니 끝에 가서 제가 펼친 것이 언가권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동안 검증회 자리에 오른 진강장주의 사람들을 피떡으로 만들어 놓으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러니 딱 한 초식이면 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초식.

제대로 된 언가권을 한 초식만 보일 수 있다면, 검증회를 계속 이어갈 명분이 될 테니까.

휙! 휙!

퍼퍼퍽!!!

그런 생각으로 우선 언가권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지려 하는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뻗어야 한다.”

그 목소리에 용명이 녀석은 바쁘게 걸음을 물렸고.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아버지 언정웅이었다.

“아버지?”

“방금 뻗은 주먹을 다시 한번 펼쳐 보아라.”

아버지의 말에.

나는 내 식대로 펼쳐냈던 편주먹지르기를 천천히 펼쳐 보였다.

“이렇게 말입니까?”

내가 동작을 보이자, 아버지는 가만히 고개를 저으셨다.

“오른 다리를 조금 더 내디뎌야 한다.”

아버지는 말없이 내 뒤에 서시더니, 오른발로 내 발을 천천히 미셨다.

그리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내 왼 허리와 오른팔에 각각 손을 올리며 자세를 잡아주셨다.

“허리는 이 정도만, 오른 주먹은 돌리면서 내뻗는 것이 아니라 찌르듯이 내질러야 한다. 편주먹이 상대에게 닿는 순간, 비로소 정권을 쥐어내며 내력을 실어 돌리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가 잡아준 자세를 상기하며 새롭게 주먹을 내질렀다.

“…이렇게 말입니까?”

그러자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시며 입을 여셨다.

“그게 격표백산(格表魄散)이다. 겉을 때려 백(魄)을 흩어 놓는다. 언가권의 처음이자 끝이 가장 기초적인 이 동작에 들어 있느니라. 어린 시절에 내가 이 동작만 반복하게 하자, 지겹다고 도망치더니만 여전히 형(形)이 미숙….”

그러는 중 내가 모르는 시절의 이야기가 나오길래, 나는 그냥 말을 아꼈다.

“…….”

한데 그런 내 모습을 달리 받아들이신 모양인지, 아버지가 헛기침을 하셨다.

“크흠. 너를 책하는 것이 아니다.”

“예?”

“…중요하다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인데, 어쩌다 이야기가 그리 나왔구나.”

점점 말려가는 분위기를 끝내고자 나는 입을 열었다.

“예. 격표백산. 확실히 기억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이게 또 아버지의 마음 한구석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먼 산을 보시며 입을 여셨고.

“진즉에 오늘처럼 왜 숙달해야 하는지부터 알려주고 수련을 시켰으면 좋았을 것을…. 책이 있다면 네 기질을 고려치 않고 배운 그대로 가르치려 한 내게 있겠지.”

“…….”

나는 그런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는 것을 피하고자 시선을 옮겼는데.

그 순간, 언윤각의 문가에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와 감 총관 그리고 언동생들을 발견했다.

‘…왜 저렇게 구경들이 났어.’

* * *

성도분지는 새도 쉬어간다는 대파산맥을 넘어가면 나타나는 곳이다.

그 성도분지 한편에 밀집한 기와집이 있는 집성촌을 일컬어, 사천사람들은 당가타(唐家陀)라 불렀다.

당가타에 있는 숱한 기와집 중 가장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세인들이 ‘사천당가’라 일컫는 곳이었는데.

이곳의 약방에선 본가에 돌아온 당옥기가 늙수그레한 의원들에게 백독단에 대해 채근하고 있었다.

“어때, 할아범?”

“확실히 이 시약을 끼얹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 천독단과 비슷합니다. 조금 더 알아봐야겠지만, 연구를 더 진행하면 천독단을 만드는 비용을 많이 낮출 수 있겠습니다…!”

“그치?!”

“예. 한데 혈수만독주를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가주님께서 주신 용돈으로는 부족했을 텐데요?”

“친구가 도와줬어.”

“친구요? 제갈설지 아가씨 말씀입니까요?”

“설지 말고 다른 친구.”

“엥? 다른 친구분이 계셨습니까?”

“캭!! 내가 그렇게 사교성이 없어 보여?”

“솔직히 없긴…이 아니고. 아가씨, 당가타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일단 의심하고 봐야 합니다. 믿을 놈이 하나도 없습니다.”

노의원의 말에 당옥기가 대답하려던 찰나.

한 중년인이 장포를 휘날리며 약방 안으로 뛰어 들어와 입을 열었으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믿을 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나?”

사천당가의 가주이자 당옥기의 아버지 되는 당호태였다.

“그런 게 있어요.”

세인들은 파서독제라 부르며 은연중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당호태였으나.

당가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딸바보였다.

당호태는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는 딸의 모습에 넌지시 섭섭함을 표했다.

“옥기 너는 집에 왔으면 아비부터 보러 와야지. 곰팡내 나는 약방 늙은이가 뭐가 좋다고 여기에 먼저 오느냐.”

“누구 만나고 계시다길래, 일전에 서신에 썼던 백독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온 건데요?”

“왔다고 기별을 넣었으면 다음에 보자고 하였지.”

그렇게 운을 뗀 당호태는 백독단을 잘게 쪼개 확인하고 있던 의원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떤가? 옥기가 만들었다는 백독단이라는 거.”

“아가씨가 처음 그 이야기를 하셨을 적에도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그럴싸합니다.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 제 생각이 맞다면 백독단은 당문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허허허”

“껄껄껄. 그럼 그럼. 누구 자식이 한 연구인데 당연한 결과지.”

두 사람은 그렇게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기뻐했지만.

정작 당옥기는 눈을 흘기며 두 사람에게 쏘아붙이는 말을 했다.

“뭐래. 다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학관에서 사람이나 조심하라고 했으면서?”

그에 당호태가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크흠. 그래, 학관 생활은 어떠하냐. 아비 말대로 향란관에 들어가기를 잘했지? 세상에 믿을 놈 없지만 향란관 생도들은 기본적으로….”

“향란관은 모르겠고….”

“……?”

“…뭐, 학관 생활은 재밌어요.”

한편.

남직예의 한 나루터에선 모용린과 은하연이 강남상왕 은세평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검후님과 차 한잔 나눌 시간을 갖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하연이가 여러모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제겐 하연이가 부족한 제자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되레 제가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지요. 아무튼 반가웠습니다. 하연아.”

“예. 스승님.”

“나는 먼저 배에 올라 있으마, 아버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천천히 오거라.”

“그리하겠습니다.”

부녀간의 정을 나누라는 모용린 이었으나.

은세평과 은하연의 관계는 여느 부녀간과는 많이 달랐다.

“언 소협께 감사하단 말을 전해주거라. 덕분에 무림맹과 괜찮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예. 아버님은 언 공자가 추진하는 소식지 사업에 사용할 전서구망 마련을 서둘러 주세요.”

“그리하마. 참, 단강구의 대장간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말이 있던데, 그 일에는 필요한 것이 없느냐?”

“맨입으로 도와주시지는 않을 거잖아요?”

“당연한 소리를.”

“일단은 저희가 알아서 해볼게요. 장강 일대가 어수선한 요즘이니 몸조심하세요.”

“그래. 너도 애쓰거라.”

이런저런 일 이야기 끝에 은세평과 작별 인사를 마친 은하연은 배에 올랐다.

그렇게 배에 오른 은하연은, 문득 넘실대는 장강 너머를 바라보았다.

진주가 있는, 북편 방향이었다.

“별일이 없지는 않을 테고…. 잘들 있으려나.”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종친회가 소집됐다.

굵직한 분가들과 진주언가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상단과 표국 그리고 무관(武館) 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가주의 직권으로 복귀시킨 언용운이 과연 언가의 정신을 잊지 않고 있었는지 검증을 요구하는 바이니. 가주께서는 이에 답하시오.”

이 자리에서, 진강장주 언길회는 예고한 대로 나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강시종의 맥을 복원한 것만으로도 복귀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고 생각합니다만. 다른 검증이 왜 필요한 것입니까?”

“강시종의 맥을 복원하였다는 것이 사실이라 한들, 당장에 비급서를 만들어 분가에게 내어주실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소이다! 언용운이라는 이름이 호북과 산서 일대에서는 좀 날리는 모양이오만, 이곳 하북에서는 피해를 입은 사람이 더 많소이다. 강시종의 맥을 복원한 것으로 그 피해자들이 언가에 호의를 보일 리가 만무한데, 어찌 충분하다 하겠소이까?”

그리고 몇몇 장로들과 진강장주의 파벌로 분류되는 자들은 그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하면, 어찌 검증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강시종도 강시종이지만 언가의 정신은 권법에 있소. 가주께서 이 사람들의 충언에도 뜻을 굽힐 생각이 없으시니, 언용운에게 용기가 있다면 종친들이 다 모인 이 자리에서 권법으로 가문에 복귀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시오.”

그리하여, 일찍이 예상한 대로 검증회가 열리게 되었다.

대연무장에 종친들의 자리를 마련하는 사이.

용명이는 검증회에 참가하겠다고 나선 인간들의 명단을 추려와 내게 전달해 주었다.

“진강장주를 제외한 장로급 어른들이 모두 나서시기로 했습니다. 진강장에서는 언용묵 그 녀석이 나선다고 하고요.”

그러자, 천장호가 혀를 차며 옆에 있는 소릉이에게 말했다.

“쯧. 이런 말 괜찮을지 모르지만, 개판도 이런 개판이 없구만. 이 집 양자로 들어가고 싶다는 말은 취소해야겠어.”

“…애초에 그 말이 진심이셨어요?”

“…반쯤은?”

팽소진은 두 녀석을 무시하며 자신이 아는 정보를 늘어놓았다.

“내 기억으론 진성장주와 진원장주는 절정 고수 수준이었고, 진평장주 이분은 초절정의 무위를….”

그런 팽소진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

정현이 미간을 좁히며 끼어들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어서 말입니다. 팽 소저께서 일전에 언 소협이 초절정에 들었다는 말을 소문으로 들었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귀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절정 고수 수준이라는 이분들은 어찌 나서는 겁니까?”

“글쎄? 어차피 생사결이 아니기도 하고…. 연공서열이 한참 위니까 그걸 믿고 그러는 거일 수도?”

“원시천존. 종친이라는 분들이 언 소협을 전혀 모르십니다.”

“근데 용운이가 하북에서 하고 다닌 짓을 근처에서 본 사람은 지금의 모습을 못 믿을 만도 해. 나도 처음에는 얼떨떨했고. 안 그래, 돼지?

“응? 뭐가?”

“…말을 말자. 말을 말아.”

그러는 중에 준비가 완료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큰 도련님. 준비가 완료됐으니 연무장으로 오시랍니다.”

“그리하지. 다들 가자.”

나는 감총관의 안내에 따라 언동생들을 이끌고 대연무장으로 갔다.

우리가 등장하자, 가솔 중 몇몇이 입을 여는 게 보였다.

“집에 돌아오신 지 이제 막 일곱 날이 지났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먼.”

“그러게 말이야. 내 큰도련님이 언가에 계실 적에 참 숭악하다 생각했지만, 그게 다 가문을 마교 놈들에게서 지키기 위한 연기였다니….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영 마음이 쓰이던데. 어찌 종친이라는 분들이 저러시는지.”

“그것도 장로님들이 모두 나서시다니 말이야. 말이 검증회지, 노골적으로 큰 도련님에게 회초리질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 마님께서 마음이 안 상하셔야 할 텐데.”

무인들이 풍문으로 들은 내 무위에 대해 말하는 게 들리기도 했다.

“가복들은 큰 도련님이 장로님들을 당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구만. 전해진 대로 도련님의 무위가 초절정에 이르렀다면…. 진강장주님이나 진평장주님 정도 말고는 상대가 없는 것 아닌가?”

“저치들 입장에서는 장로들의 무위가 한참 높아 보일 테니 당연하지, 한데 그 이야기가 사실이겠나? 몸에 밴 자세나 기세가 전혀 달라지시긴 했지만, 가문에 계실 때 모습이 워낙에 강렬해서 잘 믿기지 않는구만.”

그런 가운데 아버지께서 준엄한 목소리로 입을 여셨다.

“검증회에 참여 의사를 밝히신 진성장주는 연무장에 오르십시오.”

연무장에 오른 진성장주는 주위를 향해 과장된 모습으로 포권을 취해 보이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삼초를 양보하겠다.”

그에 허리춤의 사부님께서 혀를 차오셨다.

- 쯧쯧쯧.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 너무 그러지 마? 쌍욕이 나오는 것을 참은 것이거늘.

‘쌍욕이 왜 나옵니까? 알아서 양보해 주겠다는데. 저는 이런 게 너무 좋습니다.’

곧 죽어도 체면을 보이겠다고 삼초나 양보해?

이 맛에 백도 무림에 붙어 있지, 내가.

“용운도 연무장에 오르거라.”

회한을 끌러 정현에게 맡긴 나는 아버지의 말에 따라 곧바로 연무장에 올랐다.

“양보하신다고 하셨으니, 소질이 사양하지 않고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지체 없이 비영파천보를 시전해, 땅을 박찼고.

이어서 아버지께 배운 격표백산의 초식을 질러냈다.

쌔애애액!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주먹을 지르는 내 모습에 진성장주라 호명된 중늙은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빗겨 섰다.

“헉!”

그 덕에 내가 질러낸 권초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진성장주였으나.

피한 것은 그저 첫 번째 권초일 뿐.

나를 떨쳐낸 것은 아니었다.

진성장주는 여전히 내 거리 안에 있었다.

휘릭!

나는 즉시 몸을 틀며 갈퀴처럼 손을 뻗어내 진성장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팍!

그렇게 양보하기로 한 삼초 중 이초가 지난 상황에서, 진성장주는 본인 입으로 뱉은 말을 어기고 내 안면을 공격해왔다.

멱살이 잡힌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딴 게… 장로?’

하나, 배분도 한참 아래인 나를 묻겠다고 이런 식으로 나오는 장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비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쌔액!

휙!

진성장주의 주먹을 여유롭게 피해낸 나는 비소를 숨기지 않았다.

“삼 초를 양보하신다더니? 아직 한 초 남았는데요?”

“……!”

그리고 움켜쥔 멱살을 강하게 끌어당기며 진성장주의 콧잔등에 내 이마를 때려 박았다.

빡!

한 번은 정 없으니까.

두 번.

빠악!!!!

“커흑?!”

아직 정신이 있으신 것 같으니까.

또 한 번.

빠악!!!!!

“…….”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코피를 흘리며 늘어진 진성장주의 멱살을 놓은 뒤.

장로들이 앉아 있는 단상을 향해 입을 열었다.

“다음 분 올라오십시오. 저를 검증해 보시겠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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