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1화. 돌아온 망나니 (6)
진강장을 수색하라는 아버지의 지엄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리자.
진주언가의 정예 무사집단인 비언대가 앞으로 나섰다.
가장 앞 열에선 감 총관은 척! 하고 팔을 들어 군례를 취하며 입을 열었다.
“존명.”
감 총관의 말을 다른 비언대의 무인들이 복창(復唱)했다.
“존명!!”
군례를 마친 비언대가 진강장으로 향하려는 이때.
공손무결이 앉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이 사람도 동행하겠습니다.”
하기야, 공손무결이 하북으로 온 이유가 모용세가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그 모용세가와 교감을 나눈 곳이 언길회의 진강장이니까. 맹주님이 동행하시는 게 맞지.’
다만 이 일은 기본적으로 진주언가의 집안일이었기에, 예의상 허락을 구하는 모양이었다.
미리 모용세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셨던 터라 아버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시지요.”
한데, 공손무결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 가지를 더 요청했다.
“용운이 이 친구를 데려가도 괜찮겠습니까?”
“저를요?”
“맨 마지막에 좀 놀래서 그렇지, 어디 다친 곳은 없지 않나?”
“그렇긴 한데….”
다친 곳은 없어도 피곤한 것이 사실이었고.
비언대에 공손무결이면 인력이 모자란 것도 아닌데, 왜 굳이 나를 데려가나 싶었다.
‘저번에 혈조술로 문 따는 걸 보여드려서 저러시나?’
그 같이 생각하던 중, 공손무결이 나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는 감이 좋지 않나? 호북에서 마교도들의 흔적을 찾은 것도 다 자네 덕이었고, 이번에 정무학관을 지켜낸 일도 자네 덕분이었지. 놈들의 조짐을 눈치채지 못했으면 큰일이 날뻔한 것을 자네 덕에 막아낸 것이니 말일세.”
그러자, 검증회에 참석한 종친들과 가솔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말씀은…. 풍문이 전부 사실이란 말인가? 마두의 계획을 미리 눈치채고, 그중에 하나는 베어내고 그랬다는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그, 그런가 본데?”
“…무위야 방금 확인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고?”
“무림맹주씩이나 되시는 분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이런 자리에서 허풍을 치시겠나?”
보아하니 맹주님은 내 행적을 본인 입으로 증명해 주는 것으로, 나와 아버지의 입지를 단단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모양이었다.
‘아니, 감사하기는 한데.’
종친들과 가솔들이 갑자기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니, 좀 멋쩍었다.
‘…맹주님을 따라 잠깐 자리를 피하는 게 낫겠어. 가만, 이런 내 성격까지 계산하신 건가?’
아무튼 나는 진강장 수색조를 따라나서기로 하고, 정현으로부터 회한을 돌려받았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맹주님, 큰도련님.”
“그러세.”
“예.”
그리고 맹주님과 함께 비언대를 따라 진강장으로 향했다.
진강장은 진주언가의 본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는데.
감 총관이 쿵! 쿵! 하고 문을 두드리자, 대문이 슬쩍 열리며 노복이 고개를 내밀었다.
“뉘십니까?”
“비언대에서 나왔소.”
“비, 비언대요?”
살짝 열렸던 문은 감 총관의 완력에 의해 곧바로 활짝 젖혀졌다.
끼거걱!!!
“가주님의 명을 받들어 진강장을 수색하러 왔으니. 장원 내 가솔들은 한 명의 열외도 없이 앞마당에 모이시오!”
이쪽에서 무사들이 들이닥치자.
진강장을 지키고 있던 무사들도 우르르 달려 나왔다.
그중 대장 격의 사내가 굳은 얼굴로 감 총관에게 입을 열었다.
“본가의 비언대라 하더라도 이리 막무가내로 장원 내에 들어오셔서 윽박지르시면 안 됩니다! 진강장의 장주가 누구신지 모르십니까?”
“오늘 종친회에서 언길회 어르신은 장로 자격을 박탈당했소.”
그에 감 총관 역시 굳은 얼굴로 아버지의 결정을 말했다.
하나, 진강장의 호위무사는 그럴 리가 없다는 투로 입을 열었다.
“예? 그, 그럴 리가 없…?”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나는 그 말을 다 기다리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이보쇼, 무사 양반.”
“?”
“당신 말에 답이 있소. 거꾸로 생각해 보시오. 상식적으로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없는데 비언대가 어찌 진강장을 수색하러 왔을까?”
그에 진강장의 무사들이 하나같이 멍청한 표정이 된 가운데.
공손무결이 주섬주섬 신분패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무림맹주직을 맡고 있는 공손무결이라 하는 사람입니다. 여기 제 신분패를 보여 드리지요.”
“……!”
“여기 계신 감 총관님의 말은 모두 진실임을 이 사람이 보증하겠습니다. 아울러 이 일은 여러 사안이 얽혀있는지라, 허튼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칫 무림공적이 되실 수도 있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공손무결까지 나서자.
진강장의 무사들은 선 채로 굳어 버렸다.
그들에겐 더는 저항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
“샅샅이 살펴라!”
“예!”
우리는 그들을 지나쳐, 본격적으로 진강장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뭐 좀 찾았나?”
“마교에 관한 것을 물으시는 거면, 훑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여러 장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겠지만…. 당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용세가와 무언가를 나눈 증거는 차고 넘치고요.”
* * *
진강장을 수색하는 데 반나절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우리는 수색 과정에서 챙긴 문서들이 실린 수레를 끌고 진주언가로 돌아왔다.
한데, 해가 저물어갈 때쯤 돌아와 보니 진주언가가 전에 없이 분주해 보였다.
“이 사람아! 부탁한 지가 언젠데 이제 오나?!”
“부탁이 빨리 오라는 거였습니까요? 제일 실한 놈으로 잡아 오라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제일 실한 놈을 빨리 잡아 오라는 거지! 아무튼 저리로. 어서 저리로 가져가게!”
별일은 아니었다.
도축된 소와 돼지를 짊어진 사람들과 술동이를 들쳐멘 사람들이 바쁘게 진주언가의 문턱을 넘고 있어 분주한 모양이었다.
- 잔치를 하기로 한 모양이구나?
‘…그러게요?’
그에 큰일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분주히 일하고 있던 가솔 중 진주언가를 섬겨온 지 가장 오래된 왕 노인이 나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
“큰 도련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요!”
그 소리에.
분주히 움직이던 가솔들이 우뚝 멈추어 서는가 싶더니.
하던 일을 내려놓고, 하나둘씩 대문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정현, 소릉이, 소진 누님, 소천이형, 천장호, 용명이.’
그렇게 모여든 사람 중엔 언동생들이 있었고.
언가에서 지내던 때 내 수발을 들어주던 왕삼이 같은 가복들도 있었다.
‘진주를 떠나던 날에 녀석이 육포를 챙겨줬는데.’
잔치가 있다 하여 남은 것인지 모르겠는데.
종친회가 열리는 바람에 비로소 눈에 익게 된 언씨 일족도 제법 있었다.
‘저 사람들은 아직 안 갔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헤치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나오셨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의 가장 앞에 서게 되신 어머니와 아버지.
두 분 중 어머니 쪽은 갑자기 감정이 복받치시는지 붉어진 눈시울을 소매로 찍기 시작하셨고.
“…흡.”
어머니의 시중을 들어주는 이화전의 시비들도 덩달아 눈가를 훔쳤다.
아버지는 그 옆에서 안절부절못하시다가, 어머니께서 샐쭉한 표정으로 팔꿈치를 세워 옆구리를 찍으시자.
“부인. 거, 왜 눈물을 보이…. 크흠.”
목청을 가다듬으시며 입을 여셨다.
“…잘 돌아왔다.”
“…….”
마교를 쫓느라 망나니를 자처해, 수모를 견뎠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나는 망나니 놈의 몸을 차지한 빙의자였다.
하여 딱히 진주언가에 이렇다 할 감정이 없었다.
악감정도 좋은 감정도 말이다.
‘지금까지는….’
하나, 이렇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니 문득 진주언가를 떠나던 날이 생각이 났다.
‘은덩이를 주셨던 어머니, 회한을 줬던 감 총관, 지도를 주던 용명이, 왕삼이.’
이것저것 챙겨주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지엄한 가주의 명이 있었는지라 배웅을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일주일 전에 이곳에 다시 도착했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께서 반겨주시긴 했으나, 당시 나는 복권이 되지 못한 애매한 신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하여, 나를 맞아 줄 수 있는 사람은 딱 부모님뿐이었다.
‘사실 두 분도 마음 놓고 나를 환영해 주시지는 못했지.’
미안해하시느라, 또 은연중에 진강장주 같은 사람을 근심하시느라.
그렇다 보니 내 마음속에도 남다른 감회가 맺혔는데.
“…….”
이 순간.
공손무결이 내 등을 툭 하고 밀었다.
답지 않게 뭐 하고 있냐는 뜻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진주언가의 현판을 눈에 담았다.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를 향해 미뤄둔 인사를 전했다.
“다녀왔습니다.”
* * *
잔칫상에 놓인 음식을 우걱거리며 천장호가 입을 열었다.
“역히 양하오 들허하흔헤 나흘히호요?”
그런 천장호를 향해 나는 미간을 좁혔다.
“좀 삼키고 말을 해라, 삼키고. 그지새끼 아니랄까 봐.”
내 말에 천장호가 입에 든 고기를 꿀꺽 삼키더니 입을 열었다.
“역시 양자로 들어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런 천장호의 말에 우소릉과 팽소진이 연달아 입을 열었다.
“…애초에 안 받아 줄 것 같은데요?”
“받아준다고 치자, 검증회는 자신 있어?”
그런 두 사람의 말에, 천장호는 기름이 묻은 손가락을 쫍쫍 빨며 단호하게 답했다.
“취소!”
한데, 그 과정에서 나온 검증회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는지 용명이 녀석이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졌다.
“…….”
“누님은 왜 갑자기 검증회 이야기를 하고 그러십니까. 용명이 이거 또 제 탓이라고 하게 생겼네.”
그에 내가 분위기를 환기할 겸 피식 웃으며 팽소진을 타박했는데.
소천이 형이 격하게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가….
“만날 나보고 생각이 없다고 하더니만, 누님도 생각이 없네요, 뭐!”
“야, 이건 용명이 쟤가 이상한 거지! 다 잘 풀렸는데 왜 저래?! 잠깐만, 근데 용명이가 문제가 아니라 돼지 이게 기어오르네?”
“…….”
…팽소진이 도끼눈을 뜨자 합죽이가 되었다.
근수가 세배는 더 나갈 것 같은 소천이 형이 꼼짝을 못 하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나도 그렇게 웃음이 터진 사람 중 하나였는데.
그렇게 웃고 있다 보니 다 잘 풀렸다는 팽소진의 말이 다시 한번 실감이 났다.
“복귀 안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성질대로 행동했는데, 이게 이렇게 풀리네. 이게 새옹지마 아니냐, 정현?”
“새옹지마라기보다 사필귀정이라 하겠지요. 그나저나 마교의 술수가 개입한 정황이 없는데도 가주님 같은 호인 아래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놀랍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강해져야….”
그때였다.
정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열어놓은 창문 너머로 어머니가 손수 음식을 나르고 계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 광경을 함께 발견한 용명이가 바로 몸을 일으켰다.
“어머니께서 아직도 저러고….”
나는 그런 녀석을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내가 가보마.”
“아, 그게 좋겠습니다 형님.”
“그래. 너희끼리 먹고들 있어.”
그렇게 언윤각을 나온 나는 곧바로 어머니께 다가가 입을 열었다.
“잔치를 주최하는 안주인이시라고 얼굴을 비추신다고 그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이러고 계셨습니까? 다들 알아서 가져다 먹으라고 하세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그런 내 말에도 어머니는 빙그레 웃기만 하실 뿐이었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라. 우리 큰아들이 이렇듯 헌앙하고 당당하게 내 품으로 돌아왔는데, 천 그릇인들 못 나를까.”
“…….”
이래 버리시니 나는 할 말이 없었는데.
때마침 도우미가 나타났으니, 다름 아닌 왕노인이었다.
“제발 그만두십시오. 마님! 큰 도련님 잘 오셨습니다. 마님 좀 모시고 가십시오! 저희 말은 들으시질 않으십니다!”
“…라는 데요?”
“에고. 그럼 나는 뭘 해야 하나.”
“후원이나 같이 걸으시렵니까?”
“나야 좋다만 동무들에게 돌아가 보지 않아도 괜찮겠느냐?”
“만날 보던 녀석들인데요, 뭐.”
그렇게 나는 어머니와 후원을 거닐기 시작했다.
막상 왁자한 곳에서 모시고 나온다는 생각으로 후원을 찾았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
하여, 그저 걷고만 있으니 어머니께서 입을 여셨다.
“산서에 갔었다지?”
아, 그러고 보니 할 말이 있긴 했었다.
애초에 막내 숙부의 이야기를 어머니께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내가 진주행을 결정하게 된 이유 중 하나였으니까.
‘그런데 막내 숙부의 이야기를 전해도 될까?’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하나, 그래도 기분이 좋으실 때 이 이야기를 듣는 게 슬픔이 덜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 속에 나는 산서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영영이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며 윤영 숙부와 제 앞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내 이야기가 끝났을 때, 어머니는 소리죽여 울고 계셨다.
“…흑. 흐흑.”
그런 어머니의 흐느낌을 기다려드린 지 한참.
“그리 가셨구나. 권영 오라버니가.”
흐느낌을 털어내신 어머니께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여셨다.
“권영 오라버니도 그렇고, 진강장의 작은 아버님도 그렇고. 피는 물보다 진하다던데 때때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기도 하는구나.”
“…….”
“너희 형제는 그러지 말거라. 용운이 너와 용명이 사이에 그와 같은 골이 생길 리는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어미가 노파심에 이리 당부를 하마.”
“예.”
내가 답을 하자, 어머니는 큼! 하고 숨을 들이켜시며 마지막으로 눈가를 훔쳐내셨는데.
그러자마자 대뜸 눈을 흘겨 오셨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네 무위를 보니 정말로 언가에 있을 때는 망나니 연기를 한 게 맞는 듯하더구나. 어미 속이 얼마나 탔던 줄 아느냐? 귀띔이라도 좀 해줄 것이지. 못된 녀석.”
한데, 후원의 출구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곧바로 어머니 앞으로 나서며 등롱을 뻗어 들었다.
“누구냐.”
그렇게 눈에 들어온 얼굴은 나도 어머니도 아는 얼굴이었다.
“음? 진평장주님이 아니신지요?”
진평장주 언정균.
아버지께 직언을 하고 연무장을 내려갔던 진주언가의 장로가 그 자리에 있었다.
“이화 부인을 뵙습니다. 큰도련님께서 이쪽으로 왔다고 하여 온 것인데, 부인께서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모자간의 시간을 방해한 거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찾도록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용운이에게 볼일이 있어 오신 것 같은데 말씀하시어요. 아, 제가 자리를 비켜 드릴까요?”
“아닙니다. 가주님이나 부인 모르게 할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그럼 허락을 해주셨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허락을 구한 언정균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네와 합을 섞어보니 개방의 장법과 따로 익힌 보법이 어우러져 있는 것 같던데, 그 보법은 권법보다는 검초에 어울려 보였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나?”
“예. 뭐.”
“언가권의 본류는 기실 평생을 그것 하나만 진득하게 파야 비로소 가주님처럼 대성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네. 우리 같은 분가 사람들은 그럴 여건이 되지 않아 눈을 돌리는데, 그 결과 중 하나가 우리 진평장의 운등류(雲登流) 일세.”
“그러시군요.”
그에 갑자기 뭔 진평장의 권법의 기원 이야긴가 하는 생각이 스치는 찰나.
“서론이 길었는데 자네가 괜찮다면, 진평장의 운등류를 가르쳐주고 싶네. 내 짧은 생각으론 분명히 자네에게 도움이 될걸세.”
언정균의 입에서 일전의 쾌권을 가르쳐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가주님께 따로 말씀을 드리겠지만…. 자네의 의사도 중요하니 먼저 물으러 왔네.”
진평장주의 제안에 사부님도 관심을 보이셨다.
- 본가의 권법보다 확실히 저 언정균이라는 자의 권법이 파천십이보나 비영파천보와 어울릴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고작 소나기에 그친 운등류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그렇다면 거리낄 것이 없었다.
나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좋습니다.”